치켜세우면 자만심에 빠진다? 칭찬의 저주는 사실일까

242호 (2018년 2월 Issue 1)

“타자들이 제가 칭찬만 하면 꼭 다음 타석에 잘 못 친단 말이죠. 이번에도 제가 칭찬을 했으니 잘 못 칠 겁니다.” 구수한 입담으로 인기가 높았던 한 프로야구 해설위원이 종종 이런 예측을 내놓던 것을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신기하게도 이 해설위원의 상식 밖 예측은 기가 막히게 딱 맞아떨어지곤 했다. 예상이 적중할 때마다 많은 사람은 해설위원의 신통한 선견지명에 감탄했다. 어떻게 그 해설위원이 칭찬만 하면 그렇게 선수들이 삼진을 당하고 병살타를 치고 그랬을까? 어떤 아나운서는 “선수들한테 해설위원님 칭찬이 들리나 봅니다”라며 놀라움이 섞인 농담을 하기도 했다.

TV 해설자가 선수를 칭찬한 후에 타격이 나빠지는 것은 해설자가 비상한 예지력을 가졌거나 타인을 마음대로 조종하는 초능력을 가졌기 때문은 당연히 아니다. 칭찬을 받은 후에 타격이 부진해지는 것은 통계적 현상인 평균 회귀(regression to the mean)의 대표적 사례다. 평균 회귀 현상이란 어떤 측정에서 한 번 높은 점수가 나왔을 경우 통계적으로 다음번에 그보다는 낮은, 즉 평균에 보다 가까운 점수가 나올 확률이 높은 것을 말한다.

타격 부진 현상을 다시 보자. 해설자가 타석에 들어선 타자를 칭찬했다는 것은 그 타자가 전 타석에 안타를 쳤거나 최근에 타격 성적이 평소보다 좋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어떤 타자의 시즌 평균 타율이 2할5푼(25%)인데 최근에는 5할(50%)을 쳤고, 특히 바로 지난 타석에서도 안타를 쳤다고 하자. 일반적으로는 이번 타석에도 그 기록과 비슷한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평균 회귀 원리에 따르면 이 타자가 이번 타석에서 안타를 칠 확률은 최근 타율(5할)보다는 시즌 평균 타율(2할5푼)에 가깝다. 잘할 가능성보다 못할 가능성이 더 크다. 게다가 원래 야구에서 타자는 3할 이상을 기록하기 어렵다. 평균 10번 중 아주 잘해야 3번 안타를 친다. 따라서 최근 잘 치던 타자가 칭찬을 받다가 범타로 물러나는 것은 신비로운 일이 아니다. 이는 타자에게 평균적으로 더 흔한 결과(아웃)가 나온, 지극히 평범한 일이다. 그 해설위원의 신묘함에 감탄하던 야구팬들은 조금 실망스러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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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는 이런 흥미로운 평균 회귀 현상 사례를 다양하게 볼 수 있는 영역이다. 감독이나 코치가 칭찬을 해주고 나면 잘 못하고, 욕을 먹고 나면 잘하는 것을 많은 지도자가 경험했다고 말한다. 이는 칭찬을 했기 때문에, 아니면 욕을 먹었기 때문에 선수의 기량이 갑자기 좋아지거나 나빠진 것이 아니라 칭찬받을 정도로 뛰어나거나, 욕을 먹어야 할 정도로 형편없는 플레이가 통계적으로 드문 일이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

2년 차 징크스는 어떤가? 2년 차 징크스란 첫해에 신인왕이 되거나 그에 준하는 뛰어난 활약을 펼친 선수가 다음 해에는 부진한 성적을 면치 못하는 것을 말한다. 이것 역시 징크스도, 저주도 아니다. 첫해에 그 선수가 드물게 좋은 성적을 거둔 것이고, 다음 해엔 더 흔한 평균적인 성적을 기록한 것이다. 소위 갑자기 뜬 선수들이 ‘바람이 들어서’ 성적이 떨어진다고 비난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럴 필요가 없다. 잘 못하던 선수가 ‘뜰’ 정도로 좋은 활약을 보인 것인데 그와 같은 인생급 활약을 다음 시즌에 보여줄 가능성보다는 그렇지 못할 가능성이 클 수밖에 없다.

평균 회귀 현상은 단순히 통계적 사실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문제는 이러한 현상의 원인을 파악하는 데 오류를 범하기 쉽다는 점이다. 모든 일의 성과는 능력과 운의 함수다. 능력과 성과 중 운으로 어떤 결과를 설명하는 것은 재미도 없고, 쓸모도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자기도 모르게 능력을 원인이라 믿고 이에 부합하는 이야기를 합리화한다.

운동선수의 성적도 실력과 운이 어우러진 결과다. 평소보다 아주 좋은 플레이를 한 것은 실력이 순식간에 좋아져서라기보다 운이 많이 따른 것이고 평소보다 형편없는 플레이는 운이 매우 나빴던 결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칭찬을 했더니 선수가 으쓱해져서 플레이가 나빠졌고 된통 혼냈더니 정신 차려서 더 좋은 플레이를 했다고 믿는다. 아니, 그렇게 믿고 싶어 한다. 그게 훨씬 흥미롭고 본능에 충실한 설명이니까. 2년 차 징크스를 겪고, 칭찬을 받은 후에 플레이가 나빠지고, 한 번 뜨고 나니 오만해져서 성적이 떨어졌다고 믿는 것들 모두 해설위원의 저주만큼이나 근거가 없는 인과관계 판단의 오류다. 평균 회귀 현상을 그럴듯한 원인을 갖다 붙여서 재미있는 이야기로 만들고 싶어 하는 호모나랜스(Homo Narrans, 이야기를 좋아하는 인간)의 모습인 것이다.

평균 회귀 현상은 스포츠뿐만 아니라 경제, 경영, 정치, 유전학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흔하게 나타나는, 어찌 보면 전혀 특별할 것이 없는 일이다. 기업의 성공 또는 좋은 투자성과도 스포츠와 마찬가지로 기업의 능력과 운이 결합한 결과다. 놀라운 것은 운이 능력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노벨경제학 수상자 대니얼 카너먼 교수에 따르면 역량 관련 요인과 성공의 상관관계는 기껏해야 0.3 정도라고 한다. 나머지는 운이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즉, 운칠기삼(運七技三)이다. 그러니 올해 어떤 기업이 큰 성공을 거둔 것은 다른 해보다 운이 좋았던 것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이고, 이러한 운은 내년에 어떻게 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다음 해에는 올해보다는 평균 성과에 근접한, 올해만 못한 성과를 낼 확률이 더 높다.

평균 회귀 현상과 운의 역할에 대한 바른 이해는 투자 결정뿐만 아니라 기업전략과 인사정책을 수립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우선 최근의 성과에 전적으로 의존해 기업이나 사업의 성공 여부를 예측하고 투자나 사업 예산 배정 결정을 내리는 것은 도박에 가깝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오로지 기업의 역량 때문에 거둔 성공은 없다. 큰 성공일수록 더욱 큰 행운이 따른 것이다. 올해 거둔 큰 성공을 보고 내년에도 큰 성공을 거둘 것이라 믿고 투자하는 것은 내년 역시 올해 같은 운이 따를 것이라고 믿는 것이니 도박과 다를 게 무엇인가?

성과에 대한 근거 없는 낙관은 기업의 진짜 역량을 파악하는 것도 어렵게 할 것이고, 필연적인 평균 회귀 현상이 벌어졌을 때 느낄 실망도 증폭시킨다. 따라서 기업은 예측 대상과 유사한 준거집단(reference group) 또는 기업을 선정하고 데이터를 충분히 수집한 후 전문가 집단이 경험과 지식을 최대한 활용해 신중하게 정보를 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의사결정을 내려야 투자가 도박이 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끝으로 평균 회귀 현상과 운의 존재에 대한 각성은 조직원 개인 차원의 성과 위주 평가와 보상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한다. 어떠한 성과도 개인의 역량과 완벽한 상관관계를 가지는 것은 불가능하다. 개인 역량과 성과의 상관관계는 아무리 높게 보아도 0.3을 넘기지 못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연구 결과다. 조직과 개인의 노력과 역량이 성과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좋은 성과를 거두는 데 노력과 역량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운도 노력과 역량만큼이나 성과에 미치는 영향이 크며, 오히려 더 클 때도 많다. 아무리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고 최고로 뛰어난 능력을 투입했다고 하더라도 좋은 결과를 얻는다는 보장은 없다. 운은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니까.

실력도 없고 노력도 안 한 사람이 능력도 출중하고 성실한 사람보다 종종 더 좋은 성과를 거두는 것은 전혀 드문 일이 아니다. 결국 성과만 가지고 인사평가를 하고 보상을 결정하는 것은 운 좋은 사람 월급도 더 주고 승진시키자는 것과 같다고 해도 지나친 과장은 아니다. 그렇다면 운이 좋은 사람에게 과도한 보상을 하게 만드는 성과 위주의 인사·보상체계보다는 업무 능력과 노력을 정확하게 평가해 반영하는 ‘과정 중심의 인사·보상체계’가 더 공정하고, 또 직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효과도 높지 않을까?   

김유겸 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 ykim22@snu.ac.kr
필자는 서울대 체육교육과 학사와 석사를 거쳐 플로리다대에서 스포츠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플로리다주립대에서 7년간 재직하며 종신교수직(tenure)을 받았다. 현재 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Journal of Sport Management』 『Sport Marketing Quarterly』 『Sport Management Review』 등 국제 저명 학술지 편집위원과 대한농구협회 상임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Journal of Sport Management』 『Sport Marketing Quarterly』 『Sport Management Review』 『European Sport Management Quarterly』 등 국제 저명 학술지에 80여 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31호 Data Privacy in Marketing 2021년 10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