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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주의가 창의적 조직을 만들까? 책임 부담감에 과감한 시도 가로막혀

배종훈 | 241호 (2018년 1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블루오션 전략의 핵심 요소는 ‘창의적인 조직’이다. 새로운 기회를 포착해 전에 없던 시장을 창출하기 위해선 남들과 다른 접근 방식과 통찰력이 중요하다. 대부분의 경우 개인의 역량을 키울 수 있는 수평적 조직과 개인의 성과를 제대로 보상해주는 성과주의가 창의성을 강화한다고 주장한다. 그러기 위해선 조직의 특성인 ‘절차와 규정’, 위계와 같은 특성을 약화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는 한 단면만을 본 것이다. 조직을 약화시킬 경우 새로운 시도에 대한 개인의 책임이 더 커져 오히려 과감한 시도를 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창의적 조직은 조직의 특성을 강화해 개인과 조직의 새로운 시도를 장려해야 한다. 즉, 기업이 그동안 기업 활동을 하면서 쌓은 경영 지식과 노하우를 적극적으로 공유하고, 활용하는 절차와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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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오션 전략은 변화관리 방법론이다. 현 고객에 대한 자신의 평가와 판단을 의심하는 것에서 출발하고, 숨어 있는 미래 고객, 즉 비고객(non-customer)을 탐색하는 것을 강조한다. 낡은 문제를 반복적으로, 그리고 효율적으로 풀어내는 조직의 보신주의를 탈피하는 방법인 셈이다. 블루오션 전략은 소수의 개성과 상황적 우연에서 벗어나서 반복적으로 구현 가능한 혁신의 ‘방법론’을 고민한다. 따라서 린스타트업(lean startup)과 같은 창업론과 맥을 같이하기도 한다.1  경쟁자들과 같은 시각으로 시장을 바라보고 경쟁하면 결코 새로운 성장의 기회를 얻기 힘들다. 나만이 일등을 할 수 있는 작은 시장을 만들어 내는 것이 바로 블루오션의 진입로가 된다. 경쟁의 강박에서 벗어나라는 피터 시엘(Peter Thiel)의 창업론은 블루오션의 비고객 탐색 관점을 잘 대변한다.2

비고객 탐색은 종종 새로운 가능성을 상상하는 능력, 개인의 창의성을 전제한다. 새로운 시장의 구현과 새로운 가능성을 상상하는 것이 서로 잘 어울리기 때문이다. 많은 기업이 창의 조직을 고민할 때, 탈규율, 탈권위, 탈집단을 통해 개인 창의성을 제고하려고 노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동시에 성과주의를 내세우며 조직보다는 개인의 개성과 능력을 키우는 데 치중한다.

하지만 필자는 다르게 생각한다. 성과주의식 해결책은 실패의 위험을 개인에게 오롯이 전가하기 때문이다. 창의성과 같은 개인의 역량은 역설적으로 시스템의 역량이 뒷받침될 때 발현된다. 따라서 블루오션을 탐색하는 창의적 조직은 효율성의 논리로 오랫동안 유폐된 경영조직의 복권에서 비로소 시작될 수 있다.

시장과 경쟁하지 말라

블루오션적 관점에서 조직 창의성을 이해하기 위해선 시장과 조직을 구분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3  회사 입장에서 살펴보면 경제 활동은 회사 외부에서 이뤄지는 거래와 회사 내부에서 이뤄지는 거래로 나뉜다. 회사 외부 거래는 상법의 규율을 받는 사적 자치의 영역이다. 거래비용 경제학에서는 이것을 ‘시장(계약)’이라고 부른다. 회사 내부 거래는 노동법의 규율을 받는 영역으로 근로 계약이 중심을 이룬다. 거래비용 경제학에서는 이것을 ‘조직(기업)’이라고 부른다.

시장 계약은 갑이 을에게 특정 재화 혹은 서비스를 특정의 가격으로 교환하는 것을 말한다. 갑이 원하는 것을 제값을 주고 교환할 수 있는가, 또 교환의 결과물을 얼마나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이것은 달리 말하면 교환의 결과물을 정확히 측정할 수 없다면(즉, 교환의 성과를 정확히 측정할 수 없다면) 시장 계약의 효율성은 담보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기업, 즉 조직은 바로 시장 계약의 효율성이 멈추는 지점에서 시작된다. 거래비용 경제학 혹은 계약이론 전체의 대전제이기도 하다. 내가 원하는 것을 타자가 제대로 전달할지 여부를 측정하기 어려울 때(즉, 거래 계약서를 사전적으로 완전하게 만들기 어려울 때), 그 누구도 선뜻 돈을 지불하고 거래에 참여하기는 어렵다. 조직은 측정이 어려운 재화와 서비스의 공여를 효율적으로 하기 위한 제도이다. 대부분의 생산활동 혹은 생산과정은 제값이 얼마인지 알기 어렵다. 원가회계에서 가치사슬 단계별로 원가를 특정하는 작업이 쉽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경영은 이처럼 가격 측정 혹은 성과 측정이 어려운 교환을 조율하는 활동이다.

거래비용 경제학을 따르면, 성과주의 경영은 논리적으로 모순이다. 엄밀히 말하면 성과주의 경영은 시장 계약의 속성을 조직 관리에 도입해 조직 내부 거래의 비효율을 줄이려는 시도다.4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이런 방식으로 조직에서 발생하는 낭비를 줄일 수는 없다. 성과 측정이 어려운 직무를 상대로 성과급을 적용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직무 성과의 측정이 용이하다면 그러한 직무는 조직 내부에서 해결하기보다 아웃소싱, 즉 시장에 의탁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따라서 성과주의 경영은 조직의 본래적 특성과 상충된다. 조직은 시장의 효율성이 멈춘 지점, 즉 시장이 할 수 없는 일을 할 때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현재 시장에 존재하지 않는 비고객을 탐색하고 고객으로 전환시키는 창의적 조직은 성과주의적 접근으론 달성하기 어렵다. 성과급 예산을 늘리거나 개인의 권한을 확대하기 위해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의 빈도를 제고한다고 해서, 조직 고유의 특성인 규정과 절차를 간소화한다고 해서 해결되지 않는다. 성과주의, 분권적 의사결정 등은 시장의 덕목이지 결코 조직의 장점이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조직의 창의성은 시장과 구분되는 조직 고유의 장점을 찾는 것에서 시작돼야 한다.


조직의 조직다움

그렇다면 조직 고유의 장점은 무엇인가? 시장과 구분되는 조직 고유의 장점을 고민하는 이론 체계를 좁은 의미의 조직이론(organization theory)이라고 한다.5  조직이론 측면에서 살펴보면 조직의 본질은 생산 지식의 축적에 특화된 제3자, 즉 ‘경영자’의 기능에서 찾을 수 있다.

파스타를 먹고 싶다면 이태리 셰프에게 주문을 하면 된다. 통상 시장 계약이라고 한다. 그런데 기업을 들여다보면, 요리를 직접 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 바로 경영자이다. 여기서 경영자는 작업자 나름의 방식으로 제각각 생산하던 것을 경영자가 학습한 베스트 프랙티스(best practice)로 강제하는 지식 노동자이다.6

즉 경영은 생산 활동, 생산 과정을 설계하고, 개선하는 활동이다. 시장 계약이 생산의 결과물을 측정하고 가격을 맺는 것에 특화돼 있다면 경영은 생산 과정을 설계하는 것에 특화돼 있는 것이다. 생산 결과물이 아니라 생산 과정의 여러 세부 사항을 공유하고 축적한다는 의미에서 생산 시스템의 설계에 특화된 기능이 바로 경영이다.

최근 SBS에서 방영된 ‘백종원의 푸드트럭’이라는 방송 프로그램이 이러한 차이를 잘 보여준다. 푸드트럭을 이용한 청년 창업가에게 성공한 사업가인 백종원 씨가 컨설팅해주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주요 내용이다. 백종원 씨의 자문 내용은 다양하다. 비법 소스는 물론 재료 다듬는 법, 조리법 개선 등. 그러나 백종원 씨가 해주는 자문 내용은 음식의 맛 자체와 직접적으로 연계되지는 않는다. 손님 응대법, 푸드트럭 내부에서 동선을 최적화하는 방식, 갑자기 주문이 몰리더라도 효율적으로 서비스할 수 있는 조리 시간 최적화 등을 강조한다. 달리 말하면, 푸드트럭의 생산 과정을 설계하는 것에 대부분의 자문이 집중된다. 이것이 바로 경영이다.

픽사(Pixar)스튜디오는 성숙기에 접어든 애니메이션 시장에 새로운 성장 법칙을 보여준 대표적 회사다. 스티브 잡스가 애플에서 물러난 다음 재야에 은둔할 때 새로 투자한 회사로도 유명하다. 픽사의 공동 창업자인 에드윈 캣멀(Edwin Catmull)은 성공의 비밀이 무엇이냐고 묻는 기자에게 이렇게 답한다.7  “내가 한 일은 내가 각본을 잘 써서가 아니라 업무 조율을 잘한 것뿐이다.” 다른 의견을 조율하고, 작업 일정을 조정하고, 필요한 재정적, 인력 지원을 해주는 것, 그것이 바로 경영이다.

흔히 효율성을 말할 때 노동이나 자본 등 생산요소 투입의 최소화만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생산요소의 효율성은 기존 시장인 레드오션의 경쟁만을 의미할 뿐이다. 현재 시장의 테두리 안에서 동일한 고객의 문제를 풀려고 경쟁하기 때문이다. 블루오션 전략에서 비고객을 탐색하는 것은 ‘산출의 효율성’을 지향한다.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하는 능력, 새로운 업태를 정의하는 능력, 새로운 일을 설계하는 능력, 바로 이것이 블루오션에서 말하는 ‘경영 효율성’인 셈이다.

블루오션 관점에서 창의적 조직의 문제는 따라서 ‘조직 학습의 문제’가 된다. 조직 학습의 요체는 생산 지식을 축적하고 개선하는 프로세스에 있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경영은 조직학습의 형식에 따라 다음과 같이 진화해 왔다. (그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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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조직 학습이 조직의 상부에 집중된 경우다. 전통적인 테일러리즘(Taylorism)의 경영이다. GE와 같은 구경제의 대규모 기업에서 흔히 발견된다. 조직학습을 전담하는 부서가 CEO 직할로 있고, 이 조직을 중심으로 생산성 개선을 위한 변화관리 운동이 전개된다. 식스 시그마(6 sigma) 운동이 대표적 사례다. 글로벌화가 진행된 경우에도 본사에 대부분의 기획 기능이 남아 있고, 지사에는 영업 기능이 주종인 경우가 많다. 지사에서 새로운 혁신이 발견되면 본사의 검토와 분석을 통해서 다른 부서에 이전된다.

반면에 일본의 경우, 중간관리자를 조직학습의 기본 단위로 한다. 현장주의 경영이 바로 그것이다.8  많은 사람이 현장주의 경영을 영업장에 CEO가 시찰을 자주 가는 것으로 오해하지만 일본식 현장주의 경영은 장기근속 직원을 중심으로 조직학습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이유로 일본식 현장주의 경영을 지식경영이라고도 한다. 도요타가 대표적인 예다. 직원들에게 이런저런 책을 읽히는 것이 지식경영이 아니라 일본식 현장주의 경영이 바로 지식경영의 요체이다.9

마지막으로, 구글(Google)과 같은 신(新)경제 기업은 조직학습의 기본 단위가 조직의 하부로 내려가 있다. 빅데이터 기술을 기반으로 개별 구성원의 생산 지식이 분산적으로 축적된다. ‘10% 규칙’처럼 구글은 회사가 지시한 업무 이외에 각자 새로운 업무를 선택하고 추진할 수 있다. 조직의 하부로 축적 단위가 내려갈수록 생산 과정의 세부적 전문 지식을 중간관리자 혹은 팀장이 가져야 한다. 그래야만 부하 직원의 개별 프로젝트의 모니터링을 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과대학교의 연구실 같은 작업 집단에서 흔히 발견되는 형식이다.

GE처럼 조직 학습의 단위가 조직 상부에 있는 경우 평가의 주체는 조직 상부가 된다. 학습의 단위가 구글처럼 조직 하부에 있는 경우 평가의 주체는 동료 집단이 된다. 이 경우 전문 지식을 가진 동료 집단을 구성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 구글에서 교육보다 선발에 더 많은 예산을 쓰는 이유이다. 물론 어떠한 학습 형식을 따르더라도 생산 과정 설계의 최종 권한은 최고경영진에게 귀속된다.

이처럼 조직학습의 유형은 서로 다르다. 그렇다고 해서 어느 유형이 더 바람직하다고 말하기 어렵다. 업태별, 상황별로 성장하기 위해 가장 적합한 조직학습 유형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GE 형식의 조직이라고 해서, 도요타 형식의 조직이라고 해서 IT 중심의 신경제에 부적절하다고 볼 수 없다. 관건은 비고객의 탐색을 효율적으로 하는 ‘시스템’을 구현할 수 있는지 여부다.

이 지점에서 창의적 조직에 대한 선입견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수평적 조직 문화가 그것이다. 위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학습의 형식은 조직문화의 유형과 무관하다. 일상어에서 수평적 조직문화는 ‘직장 내 분위기’를 의미한다. 그러나 현장의 일은 분위기로만 좌우되지 않는다. 오히려 조직의 창의성은 각종 직무 규정, 책임과 권한(R&R), 각종 보고서 등으로 얽혀 있다. 조직학습은 생산 과정에서 발생한 과정 지식을 문서화하고 조직 수준에서 공유하는 활동을 의미한다. 즉, 생산 지식의 축적을 의미한다.

또한 조직학습의 형식은 분권적 조직과도 무관하다. 분권화는 권한의 크기를 말하는 것이고, 학습은 일의 종류를 말하는 것이다. 분권화는 성과주의와 짝을 이룬다. 결과만 낼 수 있으면 과정은 알아서 하라는 것이 분권화의 요체이다. 혹자는 분권화가 가져다주는 업무 자율성이 창의성을 제고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하지만 자율성은 주어진 결과를 얻기까지의 과정을 개인이 임의로 하는 것을 말한다. 창의성은 현업의 문제를 혼자 고민하면서 풀 때 발현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에 신사업 개발팀이 조직의 다른 부서와 격리된 채 홀로 활동하는 것은 목적 달성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창의성은 조직 내부 전문가의 의견을 활용하고, 각 조직원이 스스로 확인한 내용을 공유하고, 의견의 충돌과 조율을 도와주는 시스템이 존재할 때 가능하다. 조직학습은 그러한 직무 활동을 말한다. 특히 창의성이 비고객을 탐색하는 능력이라면 분권화와 같은 직무 권한의 배분이 문제의 본질은 아니다. 고객에 관한 새로운 지식을, 가치사슬에 대한 새로운 지식을 어떻게 학습할 수 있는가가 오히려 더 중요하다.

조직의 위험 감수

비고객 탐색을 위한 학습은 자생적으로 가능하지 않다. CEO가 강제한다고 해서 구현되는 것이 아니다. 탐색은 실패 비용이 많이 드는 활동이기 때문에 추가적인 장치가 없다면 기존 학습 방식을 활용하는 데만 그칠 수 있다. 결국 새로운 시장을 탐색하기 위한 시도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조직은 본래 과거의 성공을 반복적으로 재현하는 데 탁월한 사회적 제도다. 기업의 모든 절차는 관행적이고 경로의존적이다. 조직의 투자는 과거의 성공을 반복한다. 더욱이 성공한 경영자일수록 새로운 생산 지식의 축적을 간과한다. 화려한 과거의 기억이 비고객을 탐색할 기회를 방해하기 때문이다.

창업론 수업을 강의하기 어려운 대상은 대기업 출신 MBA 학생들이다. 시장에 대한, 고객에 대한 자신의 가설을 테스트하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자신들이 가장 잘 안다고 생각하는 시장에서 어떻게 새로운 사업을 할 것인가만 고민한다. 테스트 마인드가 부재하다. 성공한 경영은 회고적이다.10

따라서 창의적 조직은 과거의 성공으로부터 절연할 기회를 만들어 낼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이는 단지 문화를 개조하거나 조직을 개편하는 것으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기존 학습방식에서 새로운 학습방식으로 바뀌는 것을 의미한다. 즉, 생산 과정을 바꾸어야 한다.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그 요건을 살펴볼 수 있다.

첫째, 업무 위험의 부당한 배분을 피하기 위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그림 2) 구체적으로는 탐색의 실패를 개인이 아니라 조직이 부담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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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한 권한과 자원, 투자 없이 순전히 개인의 노력과 열정에 의지하게 되면 비고객 탐색의 위험을 누구도 지려고 하지 않는다. 따라서 비고객 탐색의 위험을 개인이 아니라 조직이 흡수할 때 창의적 조직은 가능하다. 구체적으로는 다음의 위험 흡수 장치를 비고객을 탐색하는 구성원을 위해 고려할 수 있다. 크게 두 가지다. ‘직무 이외 활동 과정’에 대한 평가 시스템과 지원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흔히 기업들은 비고객을 탐색하기 위해 신사업 개발팀과 같은 새로운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운영한다. 조직 내 신사업 개발팀을 구성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상부에서 각 부서의 직원을 차출할 수도 있고, 직원들이 프로젝트를 위해 자발적으로 팀을 구성할 수도 있다. 어느 경우든 비고객 탐색을 주로 하는 신사업 개발팀의 업무는 현업을 벗어난 행위다. 인원 부족으로 시달리는 부서장이나 동료 입장에서 보면 비고객 탐색에 치중하는 구성원은 이기적이고 조직에 도움이 안 되는 사람으로 보일 수 있다. 평가는 이러한 불이익에서 비고객 탐색을 보호해야 한다. 현업이 아니라 직무 이외 활동에 대한 평가 시스템을 따로 운영해야 하는 이유다.

이러한 신사업 개발팀의 새로운 프로젝트 개발 과정을 평가하는 사람은 동시에 개발팀을 지원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사내 신사업 개발팀은 어떤 경우에도 그 자체로 완전할 수 없다. 사내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러나 자신의 현업으로 바쁜 전문가가 자기에게 별다른 이익이 없는 신사업팀에 자신의 시간을 내줄 인센티브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의 자문 서비스에 대한 보상이 체계화돼야 한다. 특히 자문 요구가 올 때 특별한 사유 없이 거절하지 못하도록 규정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문 서비스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동시에 이들의 자문 서비스 질에 대한 모니터링도 필요하다. 모니터링을 위해서는 자문 내용을 조직 내부에서 공유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전문가 스스로의 평판 관리가 질 좋은 자문을 할 인센티브가 되기 때문이다. 다른 동료가 전문가의 자문 서비스를 관찰할 수 있어야 자신의 평판을 관리할 인센티브가 생긴다.

창의적 조직에서 직원을 평가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보상과 처벌이 아니다. 오히려 이들의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수 있도록 그 과정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지원과 평가는 상호보완적이다. 지원 과정에서 얻은 정보는 해당 신사업 프로젝트에 대한 과정 평가를 용이하게 하기 때문이다. 개선 사항의 규모, 난이도 등등을 고려하면 해당 프로젝트의 질적 수준을 판단할 수 있다. 만약 결과만 놓고 평가를 하게 되면 지금 당장 성과가 나오는 시장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 승진과 보상과 같은 인사상 불이익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둘째, 생산 과정과 관련된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 직무 정보의 공유는 개인의 직무 위험을 조직이 흡수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식이다. 생산 과정의 설계에 특화된 것이 경영이기 때문에 경영자가 아니라면 개별 구성원은 생산 과정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정보에 접근할 수 없다. 그러나 생산 지식의 축적을 위해서는 과정의 공유가 필수다. 사내의 IT 정책이 보안에만 치우치다 보면 정작 개별 구성원이 필요한 직무 지식을 스스로 구축해야 하는 비효율이 발생한다. 과정의 효과적 관리를 위해서도 정보 공유가 필요하다.

보안의 위험은 최소화하면서 정보 공유를 극대화하는 방안으로 한 공간에 신사업 개발팀을 모아놓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 일상적으로 상호작용을 하고, 일상적으로 정보 공유를 하기 때문에 비고객 탐색과 같은 위험한 프로젝트의 과정을 효율적으로 평가할 수 있게 된다.

예를 들면, 구글의 운용원칙인 ‘팩뎀인(pack them in)’은 전문 지식을 가진 개인을 물리적으로 같은 공간에 모아둔 것이다. 구글 출신인 메리사 메이어(Marissa Mayer)가 야후(Yahoo)를 경영할 때 재택근무를 금지한 것도 이러한 구글의 원칙을 시도한 사례다. 영국 정부가 생명과학 분야에서 국가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노벨상 수상자인 폴 너스(Paul Nurse) 박사와 더불어 프랜시스크릭(Francis Crick)연구소를 2015년에 개소할 때에도 동일한 원칙이 적용됐다.11  1600명이 넘는 과학자들이 한 건물에서 연구하면서 서로의 작업을 공유하게 한 것이다.

셋째, 비고객 인력을 구성원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회고적 경영에서 탈피하기 위해서는 다양성 관리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공채 남성 사원 중심의 전통적 경영에서 벗어나 여성, 현지 채용 인력, 경력직 사원 등을 조직학습의 주체로 흡수해야 한다. 그러나 그저 조직 구성원이 다양해지는 것에 그쳐서는 부족하다. 많은 경우, 조직 다양성은 요식 행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다양성 경영의 본질은 신사업팀 혹은 변화관리팀에 사실상 조직의 외부자인 다양성 인력을 받아들일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많은 경우 신사업팀 혹은 변화관리팀에 참여하는 것은 직무 보상의 성격이 크다. 따라서 공채 남성 중심으로 충원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창의 조직은 조직학습의 주체로 다양성 인력을 받아들일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신사업 개발팀의 선발 절차의 공정성, 지원 절차의 투명성 등이 필수적이다.

소결
신(新)경제의 등장으로 조직원의 창의성을 장려하려는 움직임이 분주하다. 어떻게든 새로운 시장을 확보하기 위해 크고 작은 기업들이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러면서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이 개인의 창의성이다. 하지만 개인의 성과보상에 치우친 ‘시장을 닮아가는 조직’은 역설적이게도 창의적일 수 없다. 시장과 경쟁하지 말라. 조직의 조직다움은 지시와 복종이 아니라 지원과 공유다. 지원과 공유를 통해 조직 고유의 지식이 쌓이고 이를 토대로 새로운 시장 개척에 나설 수 있다. 이것이 창의조직을 꿈꾸는 이에게 블루오션 사고가 던지는 명제다. 

배종훈 서울대 경영학과 부교수 jbae01@snu.ac.kr
배종훈 서울대 경영학과 부교수는 프랑스 INSEAD에서 조직이론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관심 분야는 네트워크 이론을 이용해 경제 제도의 특성을 분석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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