社名에서 使命을 읽다

‘한 끼의 행복’이라는 설렘을 판다

241호 (2018년 1월 Issue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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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cle at a Glance
일본 긴자에 위치한 쌀가게 아코메야. 쌀의 찰진 정도, 부드러운 정도에 따라 다양한 품종을 판매한다. 약간의 수익을 내고 있지만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업을 지속하는 이유는 PB상품이 주류를 이룰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아코메야를 비롯해 40여 개 브랜드를 거느리고 있는 사자비 리그는 고객을 설레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브랜드마다 개성도, 품목도 다르지만 ‘행복’이라는 키워드로 묶을 수 있다는 점에서 거리가 멀지 않다.


‘쌀이 아니라 한 끼의 행복을 팝니다’라는 카피로 유명해진 긴자의 쌀집 아코메야. 매장 내 식당에선 여덟 종류의 반찬을 담은 ‘오늘의 정식’을 판매한다. 갓 지어낸 밥 냄새는 어린 시절 시골 마을 가마솥을 떠올리게 한다. 반찬 그릇은 담긴 반찬뿐 아니라 주변의 다른 반찬 그릇과도 조화를 이룬다. 얼마나 많은 정성이 들어가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잘 차려진 한 상을 대접받은 느낌이 들면서 2000엔이라는 거금이 아깝지 않다.

매장 내에서 쌀 고르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고시히카리(コシヒカリ)가 비싼 품종이라는 것은 알았지만 그중에서도 니가타(新潟)현에서 재배된 것이 더 비싸고 그중에서도 우오누마(魚沼)라는 지역에서 생산된 것이 가장 비싸다는 사실은 처음 알았다. 일반 고시히카리가 1㎏에 1000엔 정도고, 니가타산이 1400엔, 우오누마산이 2000엔 정도다. 쌀마다 찰진 정도, 부드러운 정도에 따라 2×2 매트릭스를 그려 고객의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모습에서는 쌀 마케팅의 끝판왕을 보는 느낌이 든다. 일본어로 코메야(米屋)는 ‘쌀집’, 아코메야는 ‘쌀집이 아니다’라는 뜻이다. 금싸라기 땅 긴자 한복판에서 쌀을 팔고 있으면서 쌀집이 아니라고 버젓이 주장하는 자신감은 차별화의 정석이 무엇인지 가르쳐준다.

도쿄에 올 때마다 거의 매번 들르는 아코메야, 2017년 말에도 어김없이 들렀다. 연말을 맞아 출시된 신상품이 눈길을 끌었다. 300g 분량의 쌀이었다. 이전까지 가장 작은 사이즈는 450g이었다. 왜 더 작은 사이즈가 나왔을까? 일인용 가구가 증가하는 추세니까? 소형화, 소량화라는 트렌드에 맞춰? 그렇게만 해석하면 좀 재미가 없다.

곡물의 부피를 재는 단위에 홉(合)이 있다. 180㎖ 정도로, 한 끼 분량이다. 곡물마다 밀도가 다르니 이를 무게로 환산하면 서로 다른 값을 갖는다. 쌀은 한 홉이 대충 150g이다. 300g은 두 끼, 450g은 세 끼에 해당한다. 두 끼 분량인 300g짜리 신상품 출시는 무엇을 의미할까? 함께 행복한 한 끼를 지어먹자며 건넬 수 있는 선물용이다.

과거 밸런타인데이, 화이트데이에는 초콜릿과 사탕을 선물했다. 이제는 쌀을 선물할 수 있다. 나는 당신을 사랑한다. 단지 하룻밤의 스쳐 지나가는 사랑이 아니라 평생의 사랑, 평생 밥을 함께 지어 먹을 수 있는 사랑이다.

아코메야는 쌀을 판다. 쌀을 중심으로 쌀 관련 상품도 판다. 수저, 밥그릇, 반찬 등이다. 고기는 팔지 않는다. 고기를 파는 순간 매장의 주인공이 쌀 아닌 고기로 바뀌기 때문이다. 어디까지나 쌀이 주연, 그 외의 제품은 조연이라는 콘셉트를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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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모델과 지속가능한 모델은 다른 이야기다. 수익이 날까? 수익을 내고 있다면 유사업체의 등장에 대한 수비전략을 갖고 있어야 한다. 수익을 못 내고 있다면 향후 수익원을 어떻게 개발할 것인지 준비해야 한다. 마침 아코메야 본사 직원을 인터뷰할 기회가 있었다. 약간의 수익을 내고 있단다. 다른 업체들이 매력을 느낄 수준은 아니란다. 그런데도 계속 사업을 하는 이유는 소비자의 취향을 파악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언젠가는 PB상품이 주류를 형성하게 될 것이고 그때부터 본격적인 이익을 창출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플랫폼 비즈니스의 본질을 잘 이해하고 있는 셈이다. 긴자 외에도 신주쿠, 사이마타현(埼玉県)의 오오미야(大宮)에도 매장이 있다.

아코메야를 만든 이는 스즈키 리쿠조(鈴木陸三)다. 1943년생인 그는 고등학교 때부터 요트 타기가 취미일 정도로 남달랐다. 20대 후반을 유럽에서 어슬렁거리며 보냈다. 어찌 보면 젊음을 낭비했다고 볼 수 있지만 스즈키는 그렇지 않았다. 당시 일본과 유럽의 격차를 몸소 느꼈다. 유럽의 어느 제품, 어느 브랜드를 일본에 갖고 들어오면 성공할 수 있을지 안목을 키웠다. 1972년 사자비(sazaby)를 창업하고 1981년 애프터눈티(afternoon tea) 브랜드를 일본으로 수입한다. 1995년 스타벅스 브랜드를 일본에 들여오면서 급상승세를 탄다. 당시 내부 경영진 사이에는 브랜드 수입에 대한 우려가 컸다. 높은 가격대의 커피를 테이크아웃해서 들고 다닐 가능성을 희박하게 본 것이다. 하지만 스즈키의 생각은 달랐다. “로고가 멋지지 않나? 이 정도라면 사람들이 저 커피잔을 들고 다니는 것을 하나의 패션으로 생각할 거야.” 그의 확신은 성공으로 이어졌다.

그는 반보(半步) 앞선 라이프스타일 제안을 강조한다. 향후 비즈니스는 라이프스타일 제안력 싸움이다. 츠타야, 무지, d&d 등 이 코너를 통해 소개한 모든 사례가 그렇다. 소비자의 취향을 따르기보다는 소비자에게 ‘이런 생활방식 어때?’라며 내 쪽으로 끌어당길 힘이 있는 자가 시장을 지배한다. 하지만 제안한 생활방식이 너무 앞서면 어색하다. 적당히 앞서는 게 중요한데 한 발자국이 아닌 반 발자국 정도 앞서는 것이 성공의 비결이라고 강조한다.

쉐이크쉑버거(Shakeshack Burger), 플라잉타이거(Flying Tiger)도 사자비 리그의 수입 작품이다. 들여오는 제품의 시장 정착 확률이 높다 보니 많은 글로벌 브랜드들이 합작을 원한다. 월 40건 정도의 제휴 전화가 걸려오는데 이 중 연 5∼6건 정도를 진행해 최종적으로 1∼2년에 한 건 정도의 브랜드 론칭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래서 사자비 리그가 새로운 브랜드를 론칭했다는 자체가 뉴스거리가 된다. 입소문의 기본 물량을 깔고 가는 셈이다.

현재 40여 개의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으며 절반은 수입, 절반은 자체 개발이다. 각각의 브랜드를 보유한 회사 이름이 사자비 리그(league)이며 사자비라는 단어에 특별한 의미는 없다. 스즈키가 강조하는 것은 리그라는 단어다. 그룹(group)보다 리그를 선호한다. 뭔가 프로의 냄새가 난다. 풋볼 리그, 메이저리그처럼 다채로운 사업을 하는 팀이 존재하고 각자의 분야에서 최고의 존재가 되겠다는 의미다. 항상 새로운 사업을 시도해 볼 수 있는 열린 분위기 또한 사자비 리그가 강조하는 점이다.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고 있음에도 전체 사업을 꿰뚫는 단어가 있다. ‘설렘’이다. 자신들이 운영하는 모든 브랜드가 고객을 설레게 만들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아코메야에서도 쌀을 산다기보다는 한 끼의 행복이라는 설렘을 구매하는 구조다. 브랜드의 기본인 일관성(consistency)을 잘 이해하고 있는 회사임에 틀림없다. 7858.png

신현암 팩토리8 대표 nexio@factory8.org
필자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성균관대에서 박사(경영학) 학위를 받았다. 제일제당에서 SKG 드림웍스 프로젝트를 담당했고, CJ엔터테인먼트에서 근무했으며,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및 사회공헌연구실장을 지냈다. 저서로 『브랜드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공저)』 『잉잉? 윈윈!』 등이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275호 5G & Business 2019년 6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