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 at a Glance 업무에 치여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리더들은 자신의 피로를 제대로 진단하지 못한다. 극한 경우, 충분한 휴식을 취해도 회복이 불가능한 상태까지 치닫는다. 정신의학계에선 이를 ‘만성피로증후군(chronic fatigue syndrome)’이라고 한다. 이렇게 리더가 스스로의 피로감을 제대로 감지하지 못하면 개인의 건강을 해치는 것은 물론 회사에 막대한 경영적 손실을 입힐 수 있다. 2011년 10월 유로존 위기를 수습하던 안토니오 호르타-오소리오(Antonio Horta-Osorio) 영국 로이드은행그룹 최고경영자(CEO)가 과로로 병원에 입원하자 로이드 주가는 4.5%나 하락했다. 그만큼 리더가 자신의 피로도를 객관적으로 인지하고, 충분한 휴식을 취해야 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또한 리더의 피로는 조직 전체 분위기에도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임직원들의 적당한 휴식을 장려하는 회사 내 분위기 조성과 관련 제도 마련도 필요하다.
영국 로이드은행그룹 최고경영자(CEO) 안토니오 호르타-오소리오(Antonio Horta-Osorio)는 2011년 9월 유로존(Euro Zone) 위기에 대응하던 상황에서 업무량이 너무 많아 몸 상태가 급속도로 악화됐다. 그의 피로감은 점차 심해져 급기야 같은 해 10월27일부터는 5일 연속으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 결국 그는 치료를 받기 위해 입원을 할 수밖에 없었다. CEO의 갑작스러운 병가에 시장은 민감하게 반응했고, 로이드 주가는 4.5%나 하락했다. 그는 다음 해 1월 복귀했지만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선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
이와 유사한 사례는 많다. 제프 킨들러(화이자제약), 팀 마틴(JD Wetherspoon 설립자) 등 많은 경영자가 피로를 이기지 못하고 사직하거나 병가를 냈다. 로이드은행그룹 사례에서 보듯이 이들의 과로는 그 개인의 건강만의 문제가 아니라 회사에 막대한 경영적인 손실을 초래할 수도 있다. 과도하게 쌓인 피로감이 결국 회사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CEO들이 꼭 적절한 휴식을 취해야 함을 알려주는 사례다.
국내 기업을 이끄는 리더들도 다르지 않다. 여전히 많은 임원과 중간관리자들이 만성피로증후군에 시달리며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것이 일상이다. 임원들은 오너가 출근하는 새벽에 출근해서 밤늦은 술자리까지 피곤한 하루를 보낸다. 그런 임원들의 모습을 보며 일반 직원들은 “승진해서 저렇게 살 바에야 차라리 승진하고 싶지 않다”는 반응을 보이곤 한다. 그러나 정작 많은 임원은 자신이 그러한 상태에 처해 있음을 깨닫지도 못한다. 실제로 치료를 받기 위해 필자를 찾아온 CEO나 대기업 임원들 중에도 만성피로증후군(chronic fatigue syndrome)을 그저 바쁜 직장인의 피로쯤으로 치부하고 넘겼다가 더 큰 후폭풍을 겪게 된 경우가 적지 않았다.
만성피로증후군은 구체적으로 어떤 증상일까? 간단하게 말하자면, 피로나 소진이 며칠의 휴식으로 회복되는 것이 아니고 만성적으로 쌓여 개인의 일상생활과 직업적 기능에 현저한 영향을 끼친 경우다. 즉 장기간 지속되는 피로와 여러 증상으로 인해서 개인의 일상 활동과 삶의 질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의학적 상태다.
가장 널리 쓰이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CDC)의 진단 기준에 따르면 만성피로증후군의 피로는 단순히 피곤한 것과는 다르게 그 정도가 훨씬 심하다. 휴식이나 수면으로 회복이 안 되는 상태를 의미한다. 더 큰 문제는 피로의 특정한 원인을 찾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용석yslee@emerging.co.kr
- 이머징 파트너/ 정신과 전문의
- 조직병리 분석 및 임상 치료 전문가
- 대한분석치료학회 정회원 및 학술이사, 학회지 편집위원
- 前 건국대 및 차의과학대학 미술치료학과 겸임교수
- 前 용인시 정신보건센터 센터장, 前 대통령 소속 군의문사 진상규명위원회 자문위원
- 아주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대한분석치료연구소 정신분석적 정신치료 수료
- 런던 타비스톡센터 정신분석학적 연구 석사 (Master of Arts in Psychoanalytic studies at the Tavistock & Portman NHS Foundation Trust in London, U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