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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siness Creativity Code

잘 풀리지 않는가? 거꾸로 뒤집어 보라

박영택 | 239호 (2017년 12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창조적인 사고를 몸에 익힐 수 있는 연습 방법이 따로 있을까? 수많은 창조적인 사람들의 사고방식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생각의 탄생(Spark of Genius)』을 저술한 루트번스타인 교수는 이 질문에 사물과 현상을 ‘낯설게, 거꾸로 보라’고 조언했다. 통상적으로 우리는 일상적 사고의 연장선 위에서 생각하기 때문에 새로운 생각을 해내기 힘들다. 이러한 사고의 관성을 타파하기 위해서는 거꾸로 뒤집어 보는 ‘역전’ 도발을 습관화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원양어업을 개척한 김재철 동원산업 회장 집무실에는 거꾸로 된 세계지도가 걸려 있다고 한다. 그는 거꾸로 된 세계지도를 건 취지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1

“우리가 그동안 봐온 한반도는 유라시아 대륙을 머리에 이고 힘겹게 매달려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러나 지도를 거꾸로 보면 달라집니다. 한반도는 더 이상 유라시아 대륙의 동쪽 끄트머리에 매달린 반도가 아니죠. 오히려 유라시아 대륙을 발판으로 삼고 드넓은 태평양의 해원을 향해 힘차게 솟구치는 모습입니다.”

우리는 한반도가 대륙으로 가는 전략적 요충지기 때문에 지정학적으로 강대국들이 호시탐탐 노리는 먹잇감이라는 식의 역사교육을 받았다. 이 때문에 우리 머릿속에는 중국이나 소련 등과 같은 강대국들을 머리 위에 힘겹게 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한반도를 통해 대륙으로 진출하려는 일본의 야욕을 막아야 하는 고달픈 숙명을 타고 났다는 잠재의식이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김재철 회장처럼 지도를 거꾸로 놓고 보면 우리가 뻗어 나갈 오대양이 있다. 잘 알려진 이야기지만 역발상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일깨워준다.

역전도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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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성 분야에서 역발상을 훈련하기 위해 ‘역전도발(Reversal Provocation)’이라는 방식을 자주 사용한다. 역전도발이란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을 거꾸로 뒤집은 다음 그것의 새로운 효용이나 용도를 찾아보게 하는 것이다.

자동차를 대상으로 역전도발을 시도한 사례를 살펴보자. 일반 자동차 핸들의 회전방향과 자동차의 진행방향이 반대로 되도록 하면 어떨까? 핸들을 오른쪽으로 돌리면 차가 왼쪽으로 가고, 왼쪽으로 돌리면 오른쪽으로 간다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시쳇말로 ‘이 사람 정말 돌았나?’ ‘고의로 사고 내기로 작심했냐?’라는 반응을 보일 것이다. 그러나 테마파크에 있는 범퍼카라면 사정이 다르다. 아이들은 범퍼카를 좋아한다. 그러나 조금 큰 아이들은 이내 범퍼카에 싫증을 낸다. 운전이 너무 쉽기 때문이다. 그런데 만약 난이도를 높이기 위해 핸들의 방향과 범퍼카의 진행방향이 반대로 되도록 하면 어떨까? 아이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범퍼카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전자오락의 난이도를 높이기 위해 이런 역발상을 적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보통은 일상적 사고의 연장선 위에서 생각하기 때문에 새로운 생각을 해내기 힘들다. 이러한 사고의 관성을 타파하기 위해 역전도발을 해보는 것이 창의적 사고에 도움이 된다.

우산에 역전도발을 적용한 예를 보자. 우산을 접을 때 보통 우산과는 반대로 갓의 중앙부가 아래로 먼저 내려오면서 안팎이 뒤집힌 형태로 접히도록 하면 어떨까?

젖은 우산에 있는 물기를 안쪽으로 가둘 수 있으므로 혼잡한 버스 등을 탈 때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을 것이다. 또한 우산을 벽에 기대지 않더라도 세울 수 있으며, 아무 데나 세워 두기만 하면 물기가 아래로 내려와 빨리 건조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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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장점은 누구라도 쉽게 짐작할 수 있지만 이 외에도 다른 장점이 있다. 승용차나 택시 등을 탈 때 먼저 몸이 들어간 후 문을 조금만 열어 둔 상태에서 우산을 접을 수 있다. 또한 내릴 때에도 문을 조금 열고 팔을 내밀어 우산을 편 후 내릴 수 있다. 이뿐 아니라 혼잡한 곳에서 우산을 펼칠 때에도 우산을 든 팔을 올려서 펼치면 우산살이 옆 사람의 얼굴을 찌르는 불상사를 예방할 수 있다.

위치 역전

기존의 사고나 관행을 뒤집는 역전코드의 대표적 유형 중 하나는 물리적 위치를 반대로 하는 ‘위치 역전(Position Reversal)’이다. 뉴질랜드의 패트릭 모리스(Patric Morris)는 화분을 공중에 거꾸로 매달 수 있도록 한 ‘스카이 플랜터’를 고안했다. 디자인의 핵심은 화분을 거꾸로 뒤집었을 때 식물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잠금 디스크와 수분이 천천히 흙 속으로 스며들 수 있도록 하는 물 저장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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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력 때문에 무슨 물건이든 어딘가에 얹어놓아야 하므로 좁은 실내에서는 마땅히 화분을 둘 만한 공간을 찾기가 어렵다. 그러나 화분을 공중에 매달면 이러한 공간 문제가 해결된다. 공간의 효과적 활용이라는 측면 외에도 화분을 샹들리에처럼 천장에 매달면 훌륭한 장식용 소품이 된다. 또한 화분을 거꾸로 걸면 화분 속의 물 저장고가 수분의 증발을 막아주기 때문에 식물에 물을 주어야 하는 횟수도 대폭 줄일 수 있다.

세계 최대의 카지노 및 리조트 기업인 샌즈(Sands)그룹의 창업자 셸던 아델슨(Sheldon Adelson)은 위치 역전을 비즈니스에 잘 활용한 인물이다. 그는 1991년 베니스로 신혼여행을 갔을 때 베네시안리조트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었다. “물의 도시 베니스를 네바다사막 한가운데 재현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섬광처럼 그의 머릿속을 스친 것. 이미 라스베이거스에서 샌즈호텔을 운영하고 있던 그는 귀국하자마자 베네시안리조트 카지노 건설에 착수했다. 이 카지노 사업을 통해 그는 세계 10대 부호 중 하나가 됐다.

“사막 한가운데 물의 도시 베니스를 만든다”는 역발상이 성공의 시발(始發)이었다. 2007년 라스베이거스 베네시안리조트를 복제한 마카오 베네시안리조트의 운영을 통해 그의 사업은 한층 더 성장했다.

샌즈그룹이 2010년 싱가포르에 선보인 마리나베이샌즈(Marina Bay Sands)호텔 역시 위치 역전의 대표적 예다. 사람 ‘인(人)’자 모양을 한 3쌍의 건물을 기둥 삼아 200미터 높이의 허공에 거대한 배 모양의 스카이파크를 얹은 이 호텔은 개장하자마자 싱가포르의 랜드마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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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델슨 회장은 바다가 아니라 “하늘 위에 배를 띄운다”는 역발상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이 스카이파크에 수영장을 만들었다. 57층 건물 위에 얹힌 이곳에서 수영을 하면 마치 나이아가라폭포 위에서 수영을 하는 듯한 스릴을 즐길 수 있다.

60여 년 동안 50개가 넘는 사업을 개척한 아델슨 회장은 성공 비결을 묻는 질문에 “현상(the status quo)에 도전해야 한다. 현상을 바꾸어야만 한다. 만약 당신이 어떤 사업에서든지 현상을 바꿀 수만 있다면 성공은 그림자처럼 따라올 것이다”라고 답한 바 있다. 현상을 바꾸기 위해 아델슨 회장 자신이 채택한 방법은 다름 아닌 역전 코드였다.

 
이동체 역전

바닥이 뒤로 움직이는 러닝머신은 ‘이동체 역전(Moving Object Reversal)’의 대표적 사례다. 같은 원리를 이용하면 작은 수영장에서도 오랫동안 수영을 즐길 수 있다. 수중 모터를 이용해 물살을 만들고 사용자의 능력과 요구에 따라 모터의 회전속도를 조절할 수 있도록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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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무심코 지나쳐서 느끼지 못하지만 이동체 역전은 20세기 생산성 혁명의 원동력이었다. 대량 생산 시스템이나 자동화된 공장에서 사용되고 있는 컨베이어와 무인운반차(AGV)도 모두 이동체 역전의 산물이다. 2012년부터 아마존이 물류센터에 배치한 키바(Kiva) 로봇은 이동체 역전의 힘을 잘 보여준다.

아마존의 물류센터는 마치 거대한 도서관처럼 선반이 나열돼 있다. 이 로봇이 배치되기 전에는 휴대용 단말기로 필요한 품목이 어떤 선반, 어느 위치에 있는지 찾은 후 이를 가지러 작업자가 이동해야 했다. 그러나 키바 로봇은 원하는 상품이 있는 선반으로 이동한 후 선반 자체를 들어 올려서 담당 작업자가 있는 곳으로 가지고 온다. 포장은 사람 손으로 해야 하지만 멀리 있는 선반까지 작업자가 왕복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작업효율이 2∼3배 높아졌다. 또한 예전에는 작업자들이 선반 사이를 이동할 수 있는 통로가 필요했지만 키바 로봇은 선반 밑으로 다닐 수 있기 때문에 통로의 폭을 줄일 수 있었다.


장단점 역전

많은 역전코드의 유형 중 단점을 장점으로 바꾸는 ‘장단점 역전(Merits and Demerits Reversal)’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 재정의 코드의 예로 소개한 아사히야마동물원의 사례로 돌아가 보자. 이 동물원이 자신들의 노력으로 바꿀 수 없는 것은 입지 조건이다. 날씨가 추우면 사람들이 실내에 머물기 때문에 겨울에는 동물원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아사히야마동물원은 이러한 불리한 조건을 차별적 경쟁력으로 활용했다.



1967년 동물원을 개장한 이래 30년 동안 겨울에 휴장을 했으나 1999년부터는 겨울철에도 문을 연다. 추운 겨울에 고객들을 끌어모으기 위해 그들이 내세우는 구호는 “일본에서 만나는 남극동물원”이다. 보통 사람들에게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남극은 TV로만 볼 수 있는 곳이다. 그러한 남극의 정취를 동물원에 와서 마음껏 즐기라는 것이다.

남극이라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머릿속에 펭귄을 떠올린다. 이에 착안해 아사히야마동물원은 눈 덮인 하얀 설원 위에 펭귄이 줄지어 걷도록 하는 ‘펭귄 산보’를 도입했다. 겨울철 입장객의 대다수는 뒤뚱거리면서 눈밭을 걷는 펭귄들의 퍼레이드를 보기 위해 왔다.

펭귄 행렬을 보고 사람들은 조련사의 지도를 받은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펭귄은 원래부터 먹이가 있는 곳까지 줄지어 이동하는 습성이 있다. 이 프로그램은 동물들의 본능적 행동을 그대로 보여주는 행동전시의 일환이기도 하지만 펭귄들의 겨울철 운동 부족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일본 마쓰시타그룹의 창업자인 마쓰시타 고노스케(松下幸之助)는 가난하고, 허약하고, 못 배운 것이 자신에겐 성공의 원천이었다고 했다. “가난은 부지런함을 낳았고, 허약함은 건강의 중요성을 깨닫게 해주었고, 못 배웠다는 사실 때문에 누구로부터라도 배우려 했다”고 말한다. 이처럼 수많은 제품이나 서비스, 사업, 더 나아가 인생에 있어서도 성공의 이면에는 역발상이 있다. 

편집자주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창의성은 손에 잡힐 듯하면서도 잡히지 않는 존재입니다. 무수히 많은 창의적 사례들을 분석해 보면 그 안에 뚜렷한 공통적 패턴이 나타납니다. 이러한 창의적 사고의 DNA를 사례 중심으로 체계화해 연재합니다.

박영택 성균관대 시스템경영공학과 교수 ytpark@skku.edu
 
필자는 서울대를 졸업하고 KAIST에서 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품질경영학회 회장, 성균관대 산학협력단 단장, 영국 맨체스터경영대학원 명예객원교수, 중국 칭화대 경제관리대학 객원교수 등을 역임했다. 성균관대에서 ‘비즈니스 창의성’을 강의하고 있으며 온라인 대중공개 강의인 K-MOOC의 ‘창의적 발상’을 담당하고 있다.
  • 박영택 박영택 | - (현) 성균관대 시스템경영공학과 교수
    - 성균관대 산학협력단 단장
    - 영국 맨체스터경영대학원 명예객원교수
    - 중국 칭화대 경제관리대학 객원교수

    ytpark@skku.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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