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사례, 비체계성의 위력

239호 (2017년 12월 Issue 2)


기업 교육 시장에서 발견되는 뚜렷한 특징 중 하나는 과거 주류를 이뤘던 이론 교육의 비중을 줄이고 실제 사례 기반의 학습을 강화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학자들이 공들여 만든 다양한 이론이나 프레임들은 MECE(Mutually Exclusive Comprehensively Exhaustive)한 특징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아 복잡한 현실을 쾌도난마처럼 잘 설명해줍니다. 하지만 현실은 이론보다 훨씬 복잡하고 너무나 많은 요소가 서로 영향을 끼칩니다.

경영 사례는 이론처럼 정교하거나 체계적이지 않다는 명확한 단점이 있습니다. 따라서 한두 사례를 바탕으로 섣부르게 일반화하는 것은 매우 위험합니다. 하지만 바로 이런 비체계적인 특징 때문에 경영 사례는 복잡한 현실에서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경영자들에게 더 많은 생각의 자유를 주고, 더 큰 통찰의 원천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DBR은 경영자들의 의사결정을 지원하기 위해 최신 사례 발굴에 매진해왔습니다. 매호 깊이 있는 사례 연구를 빠짐없이 게재해왔고 연말에는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는 최신 경영 사례를 엮어 스페셜 리포트로 제작했습니다. 올해에도 풍성한 내용으로 독자 여러분들을 만나게 돼 기쁘게 생각합니다.

올해 발굴한 다양한 사례들은 많은 지혜와 통찰을 줍니다. 갤럭시 노트7으로 유발된 스마트폰 사업의 위기를 극복하게 해준 갤럭시 S8의 사례를 분석해보면 모순(paradox) 극복이 얼마나 중요한 성장의 원천이 되는지 알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모바일 패러독스는 소비자들이 큰 화면을 원하면서도 동시에 휴대하기 좋은 제품을 선호한다는 점입니다. 둘 다를 충족하는 건 일견 불가능해 보입니다. 하지만 갤럭시 S8은 양옆의 베젤(테두리)을 없애고 아래쪽에 자리 잡았던 홈 버튼까지 없애는 혁신을 통해 화면 크기를 키우면서도 이전과 같은 휴대성을 유지해 모순을 극복했습니다.

‘성공한 사람들이 타는 차’라는 기존 콘셉트를 완전히 새롭게 바꿔놓은 6세대 그랜저IG는 소비시장 트렌드가 급변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많은 기업에 유용한 전략적 통찰을 제공합니다. 성공의 상징으로 포지셔닝하기 위해 채택했던 중후한 디자인 요소를 모두 버린 대신 날렵하고 스포티한 디자인으로 무장했으며 젊은 층의 가성비 트렌드를 반영해 상위 모델인 아슬란에도 장착하지 않았던 능동형 안전장치들을 적용하는 등 과감한 변신을 시도했습니다.

CEO가 게임 개발자에게 200만 장만 팔면 무엇이든 다 해주겠다고 농담처럼 약속했는데, 글로벌 시장에서 무려 2100만 장의 판매고를 올린 온라인 PC게임 배틀그라운드 사례도 영감의 원천으로 손색이 없습니다. 모두가 트렌디한 모바일 게임 개발에 열중할 때, 온라인 PC게임을, 그것도 전통적인 소재인 총싸움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계획은 거절하기 딱 좋은 아이템임에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현실 비즈니스에서는 ‘What’보다 ‘How’가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전통적인 소재지만 참가자 중 단 한 명만 살아남는 소위 ‘배틀로얄’ 방식이 접목되면서 배틀그라운드는 스타크래프트를 뛰어넘는 놀라운 성공을 거뒀습니다. 글로벌 협업을 통해 다양한 문화를 융합한 점도 해외 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는 다른 분야의 기업들이 배워야 할 대목입니다.

효자 사업부가 된 LG전자 자동차부품사업의 성장 스토리와 이동국 선수 분석 기사는 ‘리얼’ 스토리가 주는 매력을 두루 갖춘 수작입니다. 또 김호 대표의 통찰력 넘치는 위기관리 사례 분석 기사와 동네 서점의 부활 스토리 등도 놓치지 마시기 바랍니다. 실사례의 행간에 숨겨진 깊은 의미를 음미하시면서 새롭고 혁신적인 사업 발전 아이디어를 구상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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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국 편집장·국제경영학 박사 mar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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