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함과 참신함의 줄다리기

238호 (2017년 12월 Issue 1)


경영자들이 가장 알고 싶어 하는 것 중 하나는 소비자의 선호도입니다. 이것만 정확히 알면 비즈니스에서 성공은 따 놓은 당상과 다름없습니다. 하지만 모두의 기대를 안고 출발한 제품이 크게 실패하기도 하고, 말도 안 되는 아이디어가 성공하기도 합니다. 소비자의 선호도와 관련해 조나 버거 와튼스쿨 교수는 저서 『보이지 않는 영향력(문학동네, 2017)』을 통해 매우 흥미로운 관점을 제시합니다. 사람들은 익숙한 것과 참신한 것 가운데 어떤 것을 좋아할까요. 익숙한 것이 선호도를 높인다는 근거로는 ‘애착 이론’을 들 수 있습니다. 자주 보고 익숙해지면 애정이 생겨납니다. 자동차에 대한 소비자의 선호도를 연구한 결과, 다른 변수를 통제한 상태에서 기존 모델과 비슷한 디자인이 더 잘 팔렸다고 합니다. 낯선 사람보다는 익숙한 친구와 만나는 걸 선호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물론 익숙한 것은 시간이 지날수록 질림 현상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참신함도 만만치 않은 매력이 있습니다. ‘쿨리지 효과’가 이를 잘 설명합니다. 미국 30대 대통령 캘빈 쿨리지 내외가 닭 사육 농장을 방문했는데 영부인이 하루에 열 번도 넘게 닭이 짝짓기한다는 얘기를 듣고 대통령에게 이를 전하라고 했습니다. 대통령은 이 이야기를 듣고 “수컷 닭이 매번 같은 암컷과 짝짓기를 하느냐”고 물었고 농장 주인이 “다른 암컷과 한다”고 답하자 이를 영부인에게 전하라고 한 데서 쿨리지 효과가 유래했습니다. 실제 짝짓기를 하다 탈진한 수컷 쥐에게 새로운 암컷을 보내면 다시 짝짓기를 한다는 실험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습니다.

조나 버거 교수는 이와 관련해 ‘최적 독특성’이란 개념으로 소비자들이 선호도를 설명합니다. 즉, 익숙하면서도 동시에 새로운 면도 갖고 있는 적정한 수준의 독특성이 소비자들에게 최고의 만족도를 준다는 것입니다.

버거 교수는 상당한 고민 끝에 의사결정을 하게 되는 자녀 이름에 대한 연구를 근거로 최적 독특성을 설명합니다. 미국의 자녀 이름 데이터를 분석하면 태풍 카트리나로 큰 피해를 입었던 해에 태어난 아이들 사이에 유독 K로 시작하는 이름이 늘었습니다. 킬리는 25%, 케일린은 55%나 증가했습니다. 대신 카트리나라는 이름은 40% 줄었습니다. 즉, 사람들은 설령 부정적 이미지가 강하더라도 미디어를 통해 익숙해진 카트리나라는 이름과 유사성이 있으면서도 차이점을 가진 이름을 선택했습니다. 또 다른 실험에서도 너무 익숙한 이름(예 스미스, 브라운)이나 낯선 이름(넬, 보들)보다는 적당히 친숙하면서도 새로운(셸리, 캐셀) 이름에 대한 선호도가 가장 높았습니다.

새로운 소비 트렌드도 결국 익숙함과 참신성의 조화와 관련이 있습니다. 소비자들은 너무 익숙한 것, 너무 새로운 것보다는 적당히 익숙하면서도 일정 부분 새로운 요소를 가진 것을 가장 선호합니다. 취향이 유사한 사람들의 모임은 예전부터 있었던 익숙한 활동입니다. 하지만 온라인, 모바일처럼 공간이나 정보의 제약을 받지 않는 미디어가 등장하면서 ‘오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의 모임’처럼 친숙함과 새로움을 모두 갖춘 커뮤니티가 10만 명 넘는 가입자를 쉽게 모았습니다. 이미 익숙한 절약 정신이 팟캐스트라는 새로운 매체와 만나면서 ‘김생민의 영수증’ 같은 프로그램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힐링 예능과 먹방 등 익숙한 포맷과 낚시라는 참신한 요소가 결합한 채널A ‘도시어부’의 인기도 이런 맥락입니다.

기업 역시 익숙함과 참신함의 줄다리기에서 승리해야 합니다. 기존 익숙한 제품에만 의지할 경우 적정한 참신함으로 무장한 새로운 플레이어에게 언제라도 시장의 지위를 내줄 수 있습니다. DBR은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새해 트렌드를 조망해보는 스페셜 리포트를 제작했습니다. 내년 사업 계획 수립에 앞서 소비 시장의 새로운 변화 양상을 조망하시면서 기존 제품에 어떤 참신한 요소를 추가할지 현명한 대안을 마련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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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국 편집장·국제경영학 박사 march@donga.com
동아비즈니스리뷰 319호 New Wave of Logistics 2021년 04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