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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depth Communic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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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김영주 DBR 제 13기 독자패널(삼성전자)

DBR 231호에 실린 ‘What이라는 디자인, why라는 디자인, 소비자는 어떤 디자인을 원할까’를 읽고 질문드린다. 필자는 원고를 통해 상품혁신을 위한 우리 기업의 인문디자인 혹은 인문학적 접근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기업이 인문학적 역량을 높이기 위해서는 제품 구매자를 단순 소비자가 아닌 ‘생활자(Liver)’로 바라보는 작업이 선행돼야 하지 않을까? 만약 위 의견이 타당하다면 기업은 어떠한 생활자 연구를 통해 인문학적 디자인 능력을 높여나갈 수 있을까.

A. 김경묵 인문디자인경영연구원장

“제품 구매자를 단순 소비자가 아닌 생활자로 봐야 한다”는 의견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그 이유는 ‘생활자’가 ‘소비자’보다 사람을 훨씬 폭넓게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상품을 사는 행위는 무언가를 소비하는 행위지만 그 소비 역시 ‘생활’의 일부다. 즉 ‘삶’이라는 보다 넓은 지평 위에서 소비가 이뤄지고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사람의 소비행위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사람의 삶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

이것은 마치 병원을 조선시대에는 ‘활인원(活人院)’이라고 명명한 것과 유사하다고 생각한다. ‘병원’이라는 말은 말 그대로 ‘병을 고치는 곳’이라는 의미다. 그래서 그곳에서는 사람을 ‘병자’나 ‘환자’로 인식한다. 반면에 ‘활인원’은 ‘사람(人)을 살리는(活) 곳’을 뜻한다. 여기에는 ‘사람’이라는 보다 넓은 지평이 반영돼 있다. 병을 인간의 삶이라는 근원적인 차원에서 접근했다는 얘기다.

생활자나 활인원에 공통적으로 들어 있는 ‘활’은 인간의 ‘삶’ 또는 ‘살림’을 뜻한다. 소비는 인간의 삶 속에서 이뤄지고 질병 역시 사람의 삶 속에서 발생한다. 그래서 제품 생산이나 의료 행위에는 사람의 삶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 즉, 사람 자체에 대한 탐구가 동반돼야 한다. 그런 점에서 생활자나 활인원은 온전히 사람에 집중한 것이다. 소비자나 사용자가 사회과학적 개념이라면 생활자나 활인원은 인문학적 개념이라 할 수 있다. 반면 ‘소비자’라는 말은 사람을 단지 제품과의 관계 속에서만 바라본다. 즉, 사람의 소비 행위를 ‘제품의 소비나 서비스의 사용’이라는 제한된 차원에서 이해한다.

소비를 사람의 삶의 차원으로 끌고 가면 제품에 대한 이해가 달라진다. 가령 우리의 삶을 관찰해 보면 어떤 제품을 소비하는 시간보다는 소비하지 않는 시간이 더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예를 들면 TV나 에어컨을 사용하는 시간보다 사용하지 않는 시간이 더 많다. 그런데 TV나 에어컨을 사용하지 않을 때에도 그것들은 우리의 삶 속에서 모종의 기능을 한다. 즉, 존재감이 없는 무용지물로 전락하는 것이 아니라 가구나 장식물과 같은 도구로 존재한다.

이러한 통찰에 도달하면 우리는 TV나 에어컨의 디자인에 주목하게 된다. 그것들을 단지 정보전달이나 냉각작용을 수행하는 기계로서가 아니라 소파나 책장과 같은 가구로서도 인식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렇게 TV나 에어컨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면 이번에는 그것들을 고를 때 기능적 편리함이나 경제적 합리성 외에도 미적인 아름다움이나 거실과의 조화와 같은 부차적인 요소도 같이 고려하게 된다. 즉, 제품을 구체적인 사람의 삶 속에서 생각하는 것이다. 이것이 제품과 구매자와의 관계를 소비나 사용을 넘어서 삶과 생활의 차원에서 보는 데에서 오는 인식의 변화다.

이처럼 사람을 삶과 생활의 차원에서 바라보는 관점을 반영한 말이 바로 ‘생활자’라고 생각한다. 생활자 연구는 ‘사람 연구’ 또는 그 사람이 사는 삶과 세계에 대한 연구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연구는 사람이나 그 사람이 영위하는 삶 그 자체, 또는 삶을 영위하는 세계 그 자체에 대한 탐구에서 시작돼야 한다.

그런데 한국의 기업은 대체로 사람을 생활자가 아니라 소비자로 보고 있기 때문에 사람이나 삶 그 자체에 대한 인문학적 탐구보다는 시장조사나 데이터 분석, 또는 에스노그라피(Ethnography·문화기술지)와 같은 사회과학적 방법론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과학적 분석만으로는 소비자들의 근원적인 욕구를 파악할 수 없다. 그 욕구는 일상 속에 감춰져 있어 당사자인 소비자 자신도 잘 모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숨겨져 있는 욕구나 필요를 끄집어내기 위해서는 생활자 그 자체를 연구해야 한다. 사람이 어떤 존재인지에 대한 근원적인 성찰이 행해져야 한다. 특히 사람의 욕망이나 문화 또는 역사와 같은 추상적이고 거시적인 대상들에 대한 탐구가 기업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 아울러 사람과 관계 맺고 있는 사물들에 대한 철학적 물음도 동반돼야 한다. 도구란 무엇인가? 관계는 어떻게 맺어지는가? 세계는 어떤 원리로 이뤄져 있는가? 등등.

이러한 인문학적 탐구를 통해 얻은 자신만의 통찰들을 기술이나 디자인과 접목했을 때 비로소 자기만의 ‘세계’를 표현할 수 있는 인문디자인이 가능해진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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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권오철 DBR 제13기 독자패널 (SKK GSB Professional MBA 재학 중)

DBR 232호에 실린 ‘프로선수 경험 없는 NBA 감독이 성공하는 이유’와 관련해 질문드린다. 프로선수 출신이 감독도 잘할 것이란 선입견과 달리 ‘프로선수 경험이 없는’ NBA 감독이나 다른 프로 스포츠의 감독이 의외로 많다는 사실은 경영학적인 측면에서 눈여겨볼 만한 주제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경영자에게 실무 경험은 중요한 자질로 판단된다.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는 이론적 지식, 공감 능력 외에도 조직을 이끌어가기 위한 통찰력이 필요한데 이러한 통찰력은 경험을 통해 배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 기업에서는 해당 분야에서 충분한 경험을 쌓은 리더가 좋은 실적을 가져오는 경우도 많다. 스포츠 분야가 다른 산업군과 달리 경험의 역설이 더 큰 것인지 궁금하다. 스포츠 분야에서도 공감 능력 외에 풍부한 경험을 통한 통찰력이 리더십을 발휘하는 데 도움을 주는 사례가 있지는 않은지, 필자의 의견이 궁금하다.

A.김유겸 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

실무 경험이 중요한 자질이며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중요한 통찰력을 경험을 통해서 배울 수 있다는 독자님의 말씀에 동의한다. 또 일반적으로 경험이 경영 전반에 걸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경험과 공감의 역설은 경험을 존중하지 말아야 하고 무경험자를 선호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보다는 경험이 있는 것이 언제나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만은 않는다는 실제 사례를 이야기해보고자 한 것이다. 경험의 맹목적 신봉을 경계하고 균형과 조화를 추구하는 것이 바람직한 이유 중 한 예로 경험과 공감의 역설을 제시한 것이다.

스포츠 분야는 여러 가지 독특한 면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경험을 균형과 조화를 추구하면서 활용해야 한다는 점은 다른 많은 분야와 크게 다르지 않다. 개인적인 경험이 공감 능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등 경험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지 못한 사례도 많지만 풍부한 경험을 통한 통찰력이 리더십을 발휘하는 데 도움을 주는 사례도 많다. 예를 들면 NBA 선수 경력이 없이 감독으로 성공한 샌안토니오 스퍼스의 파파비치 감독은 이제는 풍부한 경험 덕분에 많은 선수들에게 존경받고 리더십을 인정받는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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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은 독자 여러분들의 의견과 반응을 체계적으로 수렴해 콘텐츠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비즈니스 현장에서 왕성하게 활동 중인 열독자를 중심으로 ‘독자패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Indepth Communication’은 독자패널들로부터 DBR 최근 호 리뷰를 들어본 후 추가로 궁금한 점에 대해 해당 필자의 피드백을 받아 게재하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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