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ategy
NASA를 우뚝 세운 건 기술이 아닌 자부심
“I am not mopping the floor, I am putting a man on the moon”: How NASA leaders enhanced the meaningfulness of work by changing the meaning of work”, by Andrew M. Carton in Administrative Science Quarterly, 2017, pp.1-47.
무엇을, 왜 연구했나?
목표와 비전 없이 성공할 수 있는 기업은 그 어디에도 없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조직의 구성원들이 자신의 직무가 조직의 목표와 비전에 밀접히 연결돼 있을 만큼 의미 있고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다. 그래야 동기가 부여되고 더 나은 성과를 이룰 수 있다. 직원을 독려하는 데 이런 자아의식 고취는 더 나은 작업조건과 복지 혜택, 급여 인상 이상의 힘을 발휘한다. 리더가 해야 할 역할 중 하나는 직원들의 크고 작은 업무가 하찮지 않고 중요하다는 것을 인지하도록 끊임없이 설득하고 영감을 불어넣는 일이다.
흔히 글로벌 기업의 리더들은 ‘세계 최고의 품질혁신’ ‘소비자 최고 만족’ ‘인류 모두의 건강 증진’ 등의 담대한 슬로건으로 직원 개개인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자기 직무의 중요성을 인지시키고자 한다. 그러나 이런 노력이 정말 효과가 있는지는 불분명하다. 직급을 막론하고 자긍심을 고취시키는 데 효과가 있다는 연구와 오히려 역효과를 일으킨다는 연구가 공존한다. 조직이 아무리 거대한 비전과 포부로 직원들을 독려한다 해도 단순한 업무를 지루하게 반복해야 하는 대부분의 직원들은 기업의 이상과 자신의 현실에서 괴리감만 느낄 뿐이라는 것이다. 과연 리더는 기업의 이상과 직원이 느끼는 현실의 갭을 어떻게 줄여야 할까?
무엇을 발견했나?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카턴(Carton) 교수는 기업들이 거대한 포부와 비전을 형상화하고 메시지화(化)하는 것 못지않게 이를 직원의 소소하고 평범한 업무와 연결할 수 있는 리더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1960년대 인류를 달에 보내려는 거대하고 야심 찬 계획을 세웠던 미국의 나사(NASA)가 어떤 방식으로 모든 직원들을 한 방향으로 이끌 수 있었는지 연구했다. 당시 케네디 대통령의 리더십에 초점을 두고 그가 나사의 리더, 직원들과 어떻게 소통하고 공감대를 형성해 나갔는지 문헌과 회의자료, 보도자료 등을 통해 조사했다.
케네디 대통령은 당시 비약적으로 발전해 가는 소련의 과학기술을 능가하기 위한 방안으로 ‘인간의 달착륙’이라는 원대한 목표를 세우고 나사를 통해 이를 실현하고자 했다. 그러나 과학기술 발전을 왜 하필 달 착륙으로 실현해야 하며 나사의 직원들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얼마큼 해야 할지는 모호했다. 케네디 대통령은 나사의 리더들과 긴밀한 협의를 통해 조직의 핵심 역량이 ‘태양계 탐사프로젝트’를 실현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음을 파악했고 달 착륙 로드맵으로 구체화했다. 그리고 직원 개개인의 크고 작은 일상이 나사의 목표달성에 어떤 디딤돌이 되고 있는지 뛰어난 언변과 연설, 은유로 모든 이들을 지속적으로 독려했다. 결국 실내를 청소하는 청소원에서 나사를 닦고 조여야 하는 단순 기술자에 이르기까지 나사의 모든 직원은 “나는 지금 인류를 달에 보내는 일을 하고 있다”고 당당히 말할 만큼 자부심을 갖게 됐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었는가?
인류 최초로 인간을 달에 보낸 역사적 사건은 NASA의 뛰어난 과학기술력, 정부의 지속적인 투자가 이뤄낸 결과물이 아니다. 거대한 조직의 구성원이 하나의 목표를 제대로 이해하고 공유했으며, 자신의 임무가 목표달성에 어떻게 기여하게 되는지 실감함으로써 모두가 함께 이뤄낸 성과였다. 케네디 대통령과 나사의 리더들이 제시한 목표는 원대했으나 구체적이었고 모든 직원의 일상이 어떻게 이들과 연결돼 있는지, 어떤 기여를 하게 되는지를 감동적인 메시지로 끊임없이 전달하고 이해시켰다. 커다란 포부와 현실 사이에서 직원들이 방황하지 않고 결속시키는 것이 진정한 리더의 덕목이다.
류주한 한양대 국제학부 교수 jhryoo@hanyang.ac.kr
필자는 미국 뉴욕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런던대에서 석사(국제경영학), 런던정경대에서 박사(경영전략) 학위를 각각 취득했다. United M&A, 삼성전자, 외교통상부에서 해외 M&A 및 투자유치, 해외직접투자실무 및 IR, 정책홍보 등의 업무를 수행한 바 있으며 국내외 학술저널 등에 기술벤처, 해외진출 전략, 전략적 제휴, PMI 관련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
Marketing
애플스토어 계산대를 3층에 마련한 까닭은
Based on “Turning to Space: Social Density, Social Class, and the Value of Things in Stores” by Thomas Clayton O’Guinn, Robin J. Tanner and Ahreum Maeng in Journal of Consumer Research, 2015, 42, pp. 196-213.
무엇을, 왜 연구했나?
리테일 공간 혁신은 마케팅 분야에서 중요한 화두 중 하나다. 최근 리테일 공간 혁신의 요점은 ‘팔지 마라, 경험하게 하라’는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매장이 제품을 파는 곳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매장 운영 자체를 소비자에게 가치를 주는 형태로 재정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기업은 매장에 고객 가치를 어떻게 줘야 할까? 간단히 말하자면 실제 물건의 가치가 100이라고 할지라도 고객이 매장에 왔을 때 120의 가치를 느낄 수 있도록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
예컨대 스타벅스는 다른 카페보다 비싼 가격에 커피를 판매하지만 가격을 불평하는 소비자들은 많지 않다. 스타벅스는 커피만 파는 것이 아니라 스타벅스 매장에서의 경험을 함께 판매해 제품의 가치를 올렸기 때문이다. 스타벅스는 한 잔의 맛있는 커피를 파는 것뿐 아니라 매장 안에서 커피를 마시는 행위 자체에 가치를 부여하는 매장 전략이 중요하다고 인지했다. 카페에서 공부하는 일명 ‘카공족’을 대하는 스타벅스의 태도에도 이 같은 매장 전략이 담겨 있다. 스타벅스는 한국 진출 초기에 한국인들이 카페에서 공부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을 파악했고, 그들이 공부하기에 좋은 분위기를 꾸미는 쪽으로 매장 전략을 짰다. 공짜 와이파이를 제공하는 카페가 많지 않았던 시절부터 복잡한 인증 절차 없이 간단하게 무료 와이파이를 쓸 수 있도록 했다. 또 매장 곳곳에 콘센트를 설치해 노트북을 자주 이용하는 카공족들의 편의를 배려했다. 하지만 스타벅스와 비슷한 시기에 한국에 진출한 커피빈은 정반대의 전략을 구사했다. 커피빈은 자사 커피 제품 판매에 집중하는 형태로 매장을 운영했다. 카공족이 늘어나면 제품 판매 회전율이 떨어져 정작 커피를 좋아해 매장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커피를 마시지 못할 것으로 판단했다. 그래서 콘센트를 없애고 무료 와이파이를 제공하지 않는 등 의도적으로 카공족이 불편하게 느끼도록 매장을 구성했다. 결과는 스타벅스의 승리였다. 2016년 커피빈 매출은 1500억 원 수준으로 같은 기간 매출 1조 원을 기록한 스타벅스에 한참 뒤처졌다.
최근 많은 기업들이 매장 내 고객 경험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리테일 공간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판매 공간을 줄이는 대신 소비자들이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늘리는 매장이 증가하고 있다. 북미의 애플스토어가 계산대를 1층이 아닌 2층이나 3층에 마련한 이유도 이러한 리테일 전략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1층에 계산대를 배치하면 손님이 많은 시간대에 줄이 생겨서 다른 방문객들의 혼잡함을 가중시켜 즐거운 매장 경험을 방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애플처럼 매장 내에 소비자들이 불편하게 느끼는 혼잡도(Crowding)를 줄이고, 소비자들이 좀 더 즐거운 마음으로 매장을 경험하게 만들려는 시도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일본의 유명한 패션 편집 매장 빔스(Beams)도 판매대를 줄이고, 그 공간에 작품들을 전시하는 갤러리를 만드는 식으로 매장을 꾸몄다. 학계에서도 실제 매장의 공간 전략이 매장에 비치된 제품 가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관한 연구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무엇을 발견했나?
미국 위스콘신대와 캔자스대 공동 연구진은 매장에서 소비자들이 느끼는 심리적인 혼잡도가 매장에 비치된 제품의 가치평가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 살펴봤다. 예를 들어 줄리아라는 여성이 보석 하나를 구매하기 위해 A매장과 B매장을 방문했다고 가정해보자. 줄리아는 마음에 드는 보석 하나를 발견했고, 해당 보석은 A매장과 B매장 두 곳 모두에서 판매한다. A매장은 매장 구성이나 방문자 숫자 같은 요인들로 인해 다소 혼잡한 형태로 운영되는 반면 B매장은 상대적으로 혼잡도가 덜하다. 연구진은 같은 보석도 덜 혼잡해 보이는 B매장에서 고객에게 더 높은 가치를 평가받는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줄리아는 A매장보다 B매장에서 제품을 살 때 더 만족하고, 더 높은 가격의 비용을 지불할 의사를 보였다. 이를 통해 연구진은 사람들이 동일한 제품에 대해서도 덜 복잡한 환경을 제공해주는 매장에서 쇼핑할 때 더 높은 가치를 느낀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사람들은 심리적인 복잡함을 느끼지 않게 하는 매장에서 판매하는 제품들에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할 의사를 나타냈다.
연구진은 이러한 연구 결과를 사회 심리학적인 이론을 이용해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높은 사회적 밀도(High Social Density)를 낮은 사회적 계층(Lower Social Status)과 연관해서 사고하는 경향이 있다. 사회적 계층이 높은 사람들은 보통 사회적 밀도가 더 낮은, 즉 복잡하지 않은 넓은 공간을 누린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사람들은 지나치게 복잡한 공간에 모여 있는 사람들은 사회적으로 낮은 계층의 사람들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회적으로 낮은 계층 사람들이 관심 있는 제품도 주로 저렴한, 가치가 낮은 제품이라고 유추한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같은 물건이라도 복잡해 보이는 매장에 진열돼 있을 때 상대적으로 평가 절하하는 경향을 보인다.
본 연구 결과는 매장의 혼잡도를 줄이는 것이 제품 가치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보여줬다. 리테일 전략을 어떻게 구성하느냐가 제품에 긍정적인 혹은 부정적인 가치를 부여할 수 있다는 점을 실증적인 연구를 통해 증명했다는 의의가 있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이제 제품 중심으로 리테일 전략을 구상하는 시대는 지났다. 제품 중심으로 매장을 운영하면 자연스럽게 판매대의 크기에 집착해 제품 배열 위주의 리테일 전략을 구상하기 쉽다. 그 과정에서 소비자들을 위한 공간은 배제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오래 머물고 싶어 하는, 소비자에게 경험적 가치를 제공하는 형태로 공간을 재배열하면 소비자를 더 만족시켜 그 공간 에 비치된 제품의 가치도 올릴 수 있다.
최근 많은 오프라인 매장들이 소비자에게 더 넓은 공간을 돌려주려는 노력을 하는 것도 이러한 변화의 흐름을 반영한다. 신세계가 코엑스몰을 리뉴얼하면서 가장 공을 들인 부분이 ‘별마당도서관’이었다. 누구나 이용 가능한 오픈형 도서관을 만들어서 소비자들에게 공간을 돌려준 시도라고 볼 수 있다. 또 2017년 롯데마트는 12년 만에 단독 매장을 서울 양평점에 내면서 파격적으로 1층을 판매 공간이 아닌 고객들이 편하게 쉴 수 있는 문화 공간으로 만들었다. 매장 방문 고객에게 어떻게 가치 있는 경험을 선사할 것인가를 고민한 결과였다.
앞으로 리테일 공간 전략은 소비자들이 매장을 오래 머무는 데 방해가 되는 요소를 제거하는 방식으로 변화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매장에 오래 머무는 데 가장 큰 방해가 되는 요소 중 하나가 바로 제품 위주로 공간을 구성해 심리적인 복잡함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상품을 많이 풀어놓을수록 좋다”는 사고방식은 구시대적인 리테일 패러다임이다. 앞으로 기업은 “고객에게 좀 더 편안하고 심리적으로 넓은 공간감을 주는 매장이 매출 확대로 이어진다”는 새로운 리테일 패러다임에 익숙해져야 한다. 여기에 빠르게 적응하는 오프라인 매장만이 온라인 매장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 디지털 변화의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이승윤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 seungyun@konkuk.ac.kr
필자는 성균관대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University of Wales에서 소비자심리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글로벌 마케팅 리서치 컴퍼니인 닐슨에서 선임연구원으로 근무하며 다양한 국내외 마케팅 리서치에 참여했다. 캐나다 맥길대에서 마케팅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후 건국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 연구 분야는 ‘디지털·소셜 미디어 마케팅’ ‘소비자 심리’ 등이다. 저서로 『바이럴: 입소문을 만드는 SNS 콘텐츠의 법칙』 『구글처럼 생각하라』 『디지털 소셜 미디어 마케팅』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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