社名에서 使命을 읽다

컬처, 컨비니언스와 결합하다

234호 (2017년 10월 Issue 1)


2017년 4월, 일본 도쿄 번화가인 긴자(銀座)에 G식스(G-Six, 긴자 6번가를 의미)라는 새로운 쇼핑몰이 탄생했다. 금싸라기 땅인 긴자에 지하 6층, 지상 13층 건물을 짓는 것도 대단했지만 필자의 관심을 끈 것은 고객을 끌어들이는 핵심 입주자로 ‘츠타야서점(蔦屋書店)’이 들어선다는 사실이었다. 개인적으로 츠타야서점을 처음 접한 건 2000년대 초반이었다. 당시 롯폰기(六本木) 주변을 걷다가 우연히 츠타야 롯폰기를 발견했다. 서점이라기보다는 아늑한 도서관에 가까웠다. 서가 바로 옆에는 스타벅스가 있다.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소파나 편안한 의자에 앉아 책을 읽는다. 서점이라는 브랜드, 그리고 서가에 꽂힌 책. 분명 서점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서점 이상의 장소. 그게 바로 츠타야서점이다.

서점에 카페를 결합한 비즈니스 모델의 창시자는 마스다 무네아키(増田宗昭)다. 1951년생인 그는 대학 졸업 후 10년간 패션회사에 근무한 뒤 1983년 컬처컨비니언스클럽(Culture Convenience Club·CCC)을 창업한다. CCC에서 ‘컬처’는 편안함과 전통, 오프라인을 상징하고 ‘컨비니언스’는 편리함과 새로움, 온라인을 의미한다. 이 두 단어를 결합하겠다는 의미가 ‘클럽’에 담겨 있다.

CCC가 1980년대 초반 구상한 츠타야의 최초 모습은 음반, 비디오, 책을 동일 장소에서 팔거나 빌려주는 것이었다. 당시 레코드는 음반 가게에서, 비디오는 비디오 대여점에서, 책은 서점에서 각각 사거나 빌리는 게 상식이었다. 세 가지 모두 콘텐츠라는 속성은 비슷했지만 유통경로가 달랐다. 우리나라에서도 ‘출판계’ ‘영화판’ ‘가요바닥’ 등 분야별로 속성이 다름을 강조하는 것만 봐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마스다는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이라는 관점에서 제품을 바라봤다. 사람들은 시간이 나면 책을 보거나, 음악을 듣거나, 영화를 본다. 이 세 가지가 다른 일이 아니다. 따라서 콘텐츠가 한 장소에서 유통된다면 고객 입장에서 보다 효율적인 서비스가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기획안을 실천에 옮겼다.

다행히 책과 비디오, 음반이라는 콘텐츠를 한 군데서 파는 초기 모델은 고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하지만 마스다는 여기에서 머무르지 않았다. 초기 츠타야에는 ‘컨비니언스’는 있었지만 ‘컬처’가 부족했다. 그는 좀 더 의미 있는 공간을 원했다. 그리고 그 공간을 통해 사람들이 책을 읽고 휴식을 취하며 여유를 찾고 행복해지길 바랐다. 집도 회사도 아니면서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마치 ‘제3의 공간’과도 같은 스타벅스의 모습을 지향했다. 이런 취지로 탄생한 아이디어가 바로 ‘츠타바(츠타야서점의 ‘츠타야’에 스타벅스(Starbucks)의 일본식 발음인 ‘스타바쿠스’를 합친 합성어)’ 모델이다.

츠타바 모델의 첫 번째 실험 대상지가 츠타야 롯폰기였다. 이후 츠타바 모델을 적용한 츠타야 서점이 일본 전역에 30군데 이상 줄지어 등장하고 있다. 매장마다 콘셉트는 조금씩 다르다. 한국에 가장 많이 알려진 다이칸야마(代官山)점은 2층 중앙에 마련된 바에서 칵테일을 즐길 수 있다. 서점에서 TV, 냉장고 등 가전제품까지 판매한다고 해서 관심을 끈 후타고타마가와(二子玉川)점은 시부야(渋谷)에서 전철로 17분 거리에 위치한 쇼핑몰에 입점해 있다.

온라인의 도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높은 성장세를 시현하는 곳이 CCC의 츠타바 모델이다. 온라인을 통해 원하는 책을 싸게 구입할 수는 있다. 하지만 풍부한 커피 향과 우아한 선율이 흐르는 아늑한 공간에서 창 넘어 느티나무를 바라보며 책을 읽는 편안함은 결코 얻을 수 없다. 츠타바 모델은 구매의 편리함을 넘어 어딘가에 머무는 시간의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을 판매하려는 마스다의 철학을 구현하고 있다. 30년 전 컬처와 컨비니언스를 결합하겠다는 사명감이 그 출발점이었음은 물론이다. 
 
신현암 팩토리8 대표 nexio@factory8.org

필자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성균관대에서 박사(경영학) 학위를 받았다. 제일제당에서 SKG 드림웍스 프로젝트를 담당했고, CJ엔터테인먼트에서 근무했으며,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및 사회공헌연구실장을 지냈다. 저서로 '브랜드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공저)' '잉잉?윈윈!'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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