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관의 오류 막는 방법, 전문성 키우는 것뿐 外

234호 (2017년 10월 Issue 1)

 
Behavioral Economics

 

직관의 오류 막는 방법, 전문성 키우는 것뿐

 

Based on “Name-Based Behavioral Biases: Are Expert Investors Immune?” by Jennifer Itzkowitz and Jesse Itzkowitz, in Journal of Behavioral Finance(2017), 18(2), pp. 180-188.

 

무엇을, 왜 연구했나?

주식이 가진 진정한 가치(본질가치)에 기반을 둔 주식투자를 하려면 원칙적으로 수천, 수백 개의 주식을 심층 분석해야 한다. 다시 말해서 현재 주식가격, 52주간 최고 및 최저가격, 배당액, 수익률, 위험 등 주식에 관한 각종 정보를 면밀히 수집, 분석, 평가하는 절차를 거쳐 최종 투자결정을 내리는 것이 최선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주식투자자는 이러한 과정을 수행할 경험과 전문성이 부족하다. 더불어 인간이 지닌 인지능력의 한계로 인해 방대한 주식정보를 지속적, 효율적, 효과적으로 분석한 후 저평가된 주식을 정확히 선별하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 주식투자자들은 ‘휴리스틱(heuristic)’이라는 무의식적이고 유전적이며 단순화된 문제해결법에 의존한다.

주식투자에서 많이 사용되는 휴리스틱의 하나가 기업명 효과(name-based heuristic)다. 기업명 효과는 주식투자자들이 기억하기 쉽고 발음이 편한 기업명을 가진 주식에 호감을 느끼거나 선택하려는 경향을 일컫는다. 아이폰과 애플컴퓨터로 유명한 애플(Apple Inc.)은 미국 나스닥시장에서 활발히 거래되는 주식 중 하나다. 나스닥시장에서 통용되는 애플의 기업명 약자[티커(Ticker)라고 불림]는 APPL이다. Apple이라는 본명에서 ‘e’가 빠졌지만 누가 봐도 애플의 명칭임을 짐작할 수 있다. 만약 애플의 티커가 AEFFEL이었다면 어땠을까? 기업명 효과에 의하면 이 경우 애플의 거래량이나 기업가치는 지금보다 훨씬 낮았을 것이다. APPL과 AEFFEL이라는 기업명 자체가 애플의 본질가치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데도 말이다. 철수가 개명을 해서 수철이가 된다고 본래 철수라는 개인이 사라지는 것이 아닌 것처럼.

기업명 효과는 과거 닷컴 버블이 한창일 때 기업의 이름에 닷컴(.com)만 붙여도 주식가격이 폭등하던 현상과 사촌지간이다. 그러나 기업명 효과가 모든 주식투자자에게 똑같은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아닌 듯싶다.

 

무엇을 발견했나?

미국 세튼홀대의 이츠코위츠 교수팀은 최근 주식투자자가 고등교육을 받고 전문성을 함양할수록 기업명 효과의 영향력은 약화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기업명 효과를 △알파벳 휴리스틱 △발음 휴리스틱 △광고 휴리스틱의 세 가지 세부적인 휴리스틱으로 나눴다. 그리고 기업명 효과가 전문투자자와 일반투자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비교분석하기 위해 연구에 사용된 표본기업들 중 기관투자가의 투자비중이 높은 경우를 전문투자자 그룹, 기관투자가의 비중이 낮은 경우를 일반투자자 그룹으로 분류했다.

실증분석 결과, 앞서 언급한 세 가지 형태의 기업명 효과는 뚜렷하게 나타났다. 앞쪽 알파벳 (A, B, C 등)으로 시작하는 기업명을 가진 주식이 뒤쪽 알파벳(X, Y, Z 등)으로 시작하는 기업명을 가진 주식보다 거래가 활발했다. 또한 투자자들은 발음하기 쉽거나 의미 있는 단어를 연상시키는 기업명을 가진 주식을, 발음하기 어렵거나 무의미한 문자의 나열로 이뤄진 기업명을 쓰는 주식보다 더 많이 매수했다. 또한 광고를 많이 하는 기업의 주식(쉽게 기억나는 기업)이 광고 횟수가 적은 기업의 주식보다 거래량이 월등히 많았다.

특히 눈에 띄는 결과는 기업명 효과의 희생자가 주로 일반투자자였다는 점이다. 일반투자자와 달리 전문투자자는 알파벳 휴리스틱과 발음 휴리스틱을 주식매매의 수단으로 사용하지 않았다. 반면 전문투자자도 일반투자자와 마찬가지로 광고 휴리스틱을 사용해 주식을 거래하는 경향을 보였다. 다만 광고 휴리스틱을 사용하는 정도는 일반투자자보다 훨씬 덜했다.

전문투자자들은 일반투자자들에 비해 주식거래 경험이 풍부하고 과제 해결 능력, 정보처리 능력이 탁월하다. 따라서 기업명이 주는 편의성이나 친숙성보다는 주식의 본질가치에 더 집중하는 것 같다. 수많은 경험과 시행착오를 통해 터득한 전문성이 휴리스틱의 개입을 차단하는 효과라고 볼 수 있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전문투자자건, 일반투자자건 휴리스틱의 유혹에서 벗어나는 건 불가능하다. 이는 수십 년간 행동경제학과 심리학 연구에서 밝혀진 사실이다. 그러나 투자자가 전문성을 얼마나 갖추느냐에 따라 비합리성의 정도나 투자의 결과는 현저한 차이가 난다. 그래서 전문가가 비전문가보다 더 합리적이고 가치창출적 분석과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이츠코위츠 교수팀의 발견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 누구도 휴리스틱의 사용으로 인한 편향적 의사결정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지만 배움은 헛되지 않다는 것, 전문가적 소양을 키우려는 노력은 보상을 받는다는 것, 허접한 우리의 본성을 전문성으로 보충할 수 있다는 것은 희소식이다. 우리가 배움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

곽승욱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swkwag@sookmyung.ac.kr

필자는 연세대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플로리다주립대와 텍사스공과대에서 정치학 석사와 경영통계학 석사, 그리고 테네시대(The University of Tennessee, Knoxville)에서 재무관리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유타주립대에서 재무관리 교수로 11년간 재직했다. 주요 연구 및 관심 분야는 행동재무학/경제학, 기업가치평가, 투자, 금융시장과 규제 등이다.

 

022


Innovation

 

기술 융·복합 시대, 더 복잡해진 특허분쟁


 

Based on “The Impact of Patent Wars on Firm Strategy”: Evidence from the Global Smartphone Industry”, by Yongwook Paik and Feng Zhu in Organization Science, 2016.

 

무엇을, 왜 연구했나?

2011년 4월15일 애플은 삼성전자를 상대로 자사의 특허 16건이 침해됐다며 미국 캘리포니아주 법원에 소장을 제출했다. 삼성이 애플의 하드웨어, 사용자 인터페이스(UI), 포장 등을 모방했다는 것이 골자였다. 이에 맞서 삼성은 1주일 후 애플이 자사의 주요 통신기술을 침해했다며 한국, 일본, 독일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세간의 주목을 받은 삼성과 애플 간 특허 분쟁은 스마트폰 산업의 주도권 확보 경쟁에 특허가 중요함을 시사한다. 특히 스마트폰같이 다양한 산업의 기술이 복합적으로 융합되는 제품의 경우 기업은 ‘특허 덤불(patent thicket, 특허가 덤불처럼 복잡하게 얽힌 상황)’ 속에서 높은 수준의 특허 분쟁 위험에 노출돼 있다. 이 경우 특허 분쟁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는 경쟁 전략 수립의 주요 고려사항이다.

특허 분쟁에 대한 지금까지의 연구는 주로 분쟁 당사자들 간 대응 전략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어느 경우 상대방을 제소하는 것이 효과적인지, 제소를 당했을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등은 기업의 특허 전략 수립 측면에서 필요한 연구들이다. 그러나 특허 분쟁은 분쟁 당사자들뿐만 아니라 산업 전반에 걸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법원의 판결에 따라 다른 기업들 역시 유사한 분쟁에 휘말릴 수 있기 때문이다. 특허 소송에 대한 위험과 부담은 국가별 특허권 보호 수준에 따라 다르다. 그렇다면 산업 내 진행 중인 특허 분쟁의 강도에 따라 기업들의 글로벌 제품 시장 전략은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

 

무엇을 발견했나?

워싱턴대 백용욱 교수 연구팀은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스마트폰 제조사의 분기별 국가별 판매 수량 자료를 시장 조사 기관인 가트너(Gartner)로부터 입수했다. 이를 토대로 각 제조사의 국가별 판매 비중(대상 기업의 전체 글로벌 판매량에서 특정 국가가 차지하는 비중)을 산출해 기업별 제품 시장 전략의 변화를 분기별로 추적했다. 특허 분쟁이 얼마나 격렬한지는 스마트폰 특허 소송과 관련 활동에 대한 주요 신문사의 분기별 기사 건수로 측정했다. 국가별 특허권 보호 수준은 재산권연대(Property Rights Alliance·PRA)에서 매년 발표하는 지적재산권 지수(Intellectual Property Rights Index·IPRI)와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의 국제경쟁력지수(Global Competitiveness Index)를 토대로 특허권 보호가 강한 국가와 약한 국가를 구분했다.

실증 분석 결과 스마트폰 제조사들 간의 특허 소송전이 심화될수록 각각의 제조사들은 북미나 유럽처럼 특허권 보호 수준이 높은 선진국보다는 중국, 브라질, 인도 등의 특허권 보호 수준이 낮은 국가의 판매 비중을 확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삼성과 애플 등 산업 내 주요 기업들 간 특허 소송이 치열해질수록 다른 기업들 역시 유사한 소송에 휘말릴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즉, 기술혁신에 대한 독점적 지위를 누리게 해주는 특허의 긍정적 요인보다 특허 소송 패소에 따른 위험과 부담이 기업의 제품 시장 전략에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함을 의미한다. 특히 기업들은 특허 소송전이 치열해질수록 새로운 국가에 진입해 시장을 개척하기보다 기존에 진출한 국가를 중심으로 시장을 수성하는 데 집중했다. 제도적 환경의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판매 전선의 확대는 특허 소송에 대한 위험 부담을 가중시키기 때문이다.

또한 특허권 보호가 약한 국가에 판매를 집중하는 경향은 보유 중인 특허가 적고 특허권 보호가 약한 국가에 본사를 둔 기업일수록 강하게 나타났다. 보유 특허가 적다는 것은 특허 분쟁이 생겼을 때 상대방을 제소하거나 합의할 수 있는 자원과 역량이 부족함을 의미한다. 본사가 위치한 국가의 특허권 보호 수준에 따라 기업의 특허권 분쟁에 대한 경험과 노하우가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삼성이나 LG처럼 많은 수의 특허를 보유한 기업은 화웨이(Huawei)나 ZTE 같은 중국 기업들에 비해 특허 분쟁에 따른 영향이 작은 편이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특허는 기업의 기술혁신에 대한 독점적 지위를 보장하는 법적 수단이다. 따라서 기업은 중국처럼 자신의 독점적 지위를 보장받기 힘든, 특허권 보호가 약한 국가에는 조심스럽게 접근한다. 예를 들어 현지 자회사를 본사가 직접 관리 감독할 수 있는 별도의 인력을 고용하거나 기술이 유출되더라도 확고한 R&D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분야에 한해 선택적으로 진입한다. 역설적으로 특허권에 대한 보호가 철저하다고 해서 기업에 좋은 것만이 아님을 본 연구는 시사한다. 산업 내 특허 분쟁이 치열한 경우 소송의 직접적인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잠재적 특허 소송의 위험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특허 소송은 수년간의 법적 공방이 불가피하므로 충분한 재원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득보다 실이 많다. 따라서 기업은 특허권 보호가 약한 국가의 판매 비중을 늘림으로써 특허 소송에 대한 위험에서 벗어나려 함을 본 연구는 보여주고 있다. 특히 이런 제품 시장 전략의 변화는 특허 역량이 부족한 기업에서 두드러진다. 이는 곧 특허 역량을 확보한 기업은 특허 소송을 경쟁사의 특정 국가 진입을 저지하는 전략적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샤오미 같은 신흥 스마트폰 제조사의 미국 진출이 늦어지는 이유가 삼성과 애플 간 특허 분쟁 때문일 수 있다. 앞으로 기술의 융·복합이 가속화될수록 특허의 중요성은 더해진다. 경쟁사의 특허 소송에 대응하고 협상할 수 있을 만큼의 중요하고 가치 있는 특허를 보유하지 않는다면 자사의 제품 시장 전략은 제한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강신형 
KAIST 경영공학 박사 david.kang98@gmail.com

필자는 KAIST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에서 경영공학 석사 및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LG전자 본사 전략기획팀에서 신사업기획, M&A, J/V 등의 업무를 수행한 바 있으며 LG전자 스마트폰 사업부에서도 근무했다. 주요 연구 및 관심 분야는 경영혁신으로 개방형 혁신, 기업벤처캐피털(CVC) 등과 관련된 논문을 발표했다.

 

 


Psychology

 

회사의 조직적 지원, 항상 긍정적이진 않아

 

Based on “Cross-Level Influences of Empowering Leadership on Citizenship Behavior: Organizational Support Climate as a Double-Edged Sword” Ning Li, Dan S. Chiaburu, and Bradley L. Kirkman in Journal of Management Journal published online April 2017.

 

무엇을, 왜 연구했나?

조직적 지원 분위기(Organizational Support Climate)는 직원들 사기를 높이고 직원들로 하여금 회사에 보답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만들어 결과적으로 직원들 성과를 높이고 직원들의 긍정적 행동을 이끈다고 여겨진다.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회사는 다양한 인적 관리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등 조직적인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많은 투자를 해왔다. 직장 내 놀이방 설치, 자율 근무제 도입, 자유로운 복장 허용 같은 제도들이 대표적인 조직적 지원 사례들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회사가 조직적 지원을 강화했을 때 득과 실이 동시에 발생한다는 논리가 주목받고 있다. 이번 논문을 쓴 미국의 학자들도 이런 논리에 기초해 조직적 지원 분위기가 기존 연구들이 주장한 긍정적 효과뿐 아니라 회사에 어떤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를 연구했다.

 

무엇을 발견했나?

학자들은 중국의 한 석유화학 기업 내 98개 팀, 461명 직원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팀 주도의 임파워링 리더십(empowering leadership, 리더가 멤버들에게 권한과 자율권을 넘겨주는 리더십)이 심리적 권한이양(empowerment)을 거쳐 조직적 시민 행동(Organizational citizenship behavior, 내 업무 외에 타인에 도움을 줘 조직 성과에 기여하는 행동)과 책임 행동(taking charge)을 촉진시킨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먼저 팀 리더가 팀원들에게 각자의 일에 대해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할 때 팀원들은 자신의 존재감에 더 많은 의미를 부여했다. 이러한 권한이양은 직원들의 직무만족으로 이어져 직원들로 하여금 자기 업무 외에도 다른 팀원들을 자율적으로 도와주도록 이끌었다.

또 팀 리더가 직원들에게 더 많은 자율성을 부여할 때 직원들은 기존의 체계를 꼭 따라야 한다는 생각에서 좀 더 자유로워졌다. 팀원들은 조직의 발전을 위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식으로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였다.

연구자들은 이런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조직적 지원 분위기가 직원들에게 양날의 검을 가진 조절 변수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강도 높은 조직적 지원이 팀원들의 조직적 시민 행동은 부추긴 반면 팀원들의 책임감 있는 행동은 오히려 제한하는 역할을 했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조직적 지원 분위기가 강한 팀에서는 팀 리더의 권한 부여가 팀원들의 심리적 권한 이양을 거쳐 팀원들의 조직적 시민행동으로 이어지는 유의미한 결과가 나왔다. 조직적 지원 분위기가 약한 팀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즉 조직적 지원 분위기가 강할수록 직원들의 조직적 시민 행동이 늘어나는 경향을 보였다. 조직적 지원 분위기가 강한 팀에서는 팀원들 사이에 조직이 그들에게 잘해준 만큼 조직적 시민 행동을 통해 간접적이나마 그에게 보답해야 한다는 믿음이 형성됐다.

하지만 팀원들의 책임감 있는 행동을 유도하는 측면에서는 반대의 결과가 나타났다. 조직적 지원 분위기가 약한 팀에서 오히려 팀 리더의 권한 부여가 팀원들의 심리적 권한 이양을 거쳐 팀원들의 새로운 아이디어 제안 같은 책임 행동을 이끄는 결과로 이어졌다. 하지만 조직적 지원 분위기가 강한 팀에서는 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이는 조직적 지원 분위기의 단점을 입증하는 결과로 볼 수 있다. 조직적 지원이 잘 이뤄져 조직 생활에 문제를 못 느낀 팀원들은 어떤 식으로 조직 전반을 더 발전시켜야 할지에 대해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었다. 이로 인해 팀원들의 새로운 아이디어 제안도 줄었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본 연구는 조직적 지원 분위기가 회사에 긍정적이라는 기존 연구들의 주요 논리에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물론 조직적 지원 분위기는 본 연구도 밝히고 있듯이 팀원들의 조직적 시민행동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고, 팀원들의 성과에도 기여했다. 이런 조사 결과는 기존 연구들의 논지를 뒷받침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조직적 지원 분위기가 팀원들의 새로운 아이디어 제안 같은 책임 행동에는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새롭게 밝히고 있다. 회사가 일방적으로 조직적 지원을 강화하는 것이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조직적 지원의 긍정적 효과를 유도하고 싶은 관리자들은 이러한 이득과 손해를 동시에 감안해 어느 정도의 조직적 지원이 적정한지 판단해야 한다. 특히 새로운 아이디어 제안이 많이 필요한 산업군의 회사라면 조직적 지원 분위기를 형성할 때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


김유진 템플대 경영학과 교수 ykim@temple.edu

필자는 연세대를 졸업하고 미시간주립대에서 조직 및 인력관리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박사 학위를 받은 후 캘리포니아주립대에 교수로 2년간 재직했다. 현재는 템플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 연구 분야는 감정, 조직 시민 행동, 팀 성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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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litical Science



잠시 이익을 얻을 건가 법적 리스크 안을 건가

 
 

Based on “Towards a Political Theory of the Firm”, by Luigi Zingales, in Journal of Economic Perspectives, Vol.31, No.3 (2017), pp. 113-30.

 

무엇을, 왜 연구했나?

대기업은 시장에 대한 막대한 영향력을 통해 정치 권력을 확대하는 것은 물론 이렇게 확보한 정치 권력을 시장에 대한 영향력으로 다시 변환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 금권정치의 상징이었던 메디치 가문의 이름을 딴 ‘메디치 악순환(Medici vicious circle)’은 이제 국가 개입이 일상화된 권위주의 국가뿐만 아니라 시장 자본주의의 모범생인 미국에서도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현재 경제학과 경영학의 주류 이론들은 이 문제를 푸는 데 필요한 분석틀을 가지고 있지 않다. 신고전파 경제학은 연구의 초점을 정치적 차원에서 기술적 측면으로 이동시킴으로써 정치적 변수를 이론에서 배제했다. 또한 주주 중심의 기업지배구조를 강조하는 계약의 집합체(nexus of contracts) 이론에서는 기업의 정치적 활동을 분석하지 않는다. 지대추구(rent seeking)와 로비를 설명하는 불완전 계약(incomplete contract) 이론도 정치적 활동 그 자체에 대한 설명을 하지 않는다는 한계가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업에 대한 정치적 이론이 필요하다. ‘기업이 시장에서 가진 영향력이 정치 권력으로 어느 수준까지, 얼마만큼 변환되는가?’ ‘기업이 성취한 정치권력이 기업의 시장 권력을 보호하고 강화하는 데 어느 정도 사용될 수 있는가?’에 대한 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무엇을 발견했나?

저자의 연구결과, 지난 20년 동안 미국 산업의 75%에서 부의 집중화 정도가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동시에 상장기업의 규모(평균 시가총액)는 3배 상승했다. 이 현상은 두 가지 부수적인 결과를 가져왔다. 첫 번째는 신생기업의 비율이다. 1980년대 말 14%였던 이 비율은 2014년 10% 미만으로 낮아졌다. 반면 합병 활동이 활발해져 지난 20년 동안 매년 2조 달러를 넘어서는 규모의 합병이 일어났다. 중소기업의 수익률은 급감했다. 1980년에는 소규모 상장기업의 주당순이익(earnings per share)이 마이너스였던 경우가 20%에 불과했지만 2010년에는 그 비율이 60%에 이르렀다. 그 결과 미국의 국가-기업 관계가 제3세계 국가들의 금권정치가 보여주던 ‘수직적이고 정치적으로 통합된 체제(vertical politically integrated regimes)’와 유사해졌다. 기업 집중도의 악화는 외부성, 네트워크 효과, 반독점법 완화, 로비 등 여러 가지 요인들에 영향을 받았다. 그중에서 대기업의 로비가 미친 영향력은 잘 부각되지 않았다.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대기업의 규모가 급속히 커지면서 로비에 사용된 금액의 비중 자체가 아주 미미해진 것이다. 예를 들어 2014년 800억 달러의 매출을 올린 구글(현 알파벳)의 로비 금액은 1600만 달러였다. 적은 금액이 아님에도 매출에서의 비중으로 보면 매우 작기에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이다.

저자는 미국의 대기업 집중도 문제는 시장자율규제로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고 주장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업 활동의 투명성 증대, 기업 민주주의 개선, 회전문 인사에 대한 규제 및 기업의 이해관계에 의한 과학자와 경제학자의 포획 위험에 대한 주의 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반독점법의 더 공격적인 사용, 그리고 여론 시장의 기능과 독립성에 대해 관심을 가지면서 다양한 정치적 수단을 활용할 것을 제안한다. 신고전파 경제학으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한국에서도 여러 가지 재벌 개혁 방안이 도입됐고 또한 강력하게 실행됐다. 그럼에도 대기업 집중도는 그다지 감소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은 시장자율규제를 목표로 하는 (소액)주주 중심의 기업지배구조 개선이나 공정거래위원회나 금융위원회를 통한 규제가 최소한 현재까지 별 효과가 없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보여주듯이 대기업의 로비 활동도 방식과 양태만 조금 달라졌을 뿐 정경유착 문제도 여전하다.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정치적 활동은 물론 국가-기업 관계의 근본적 재검토가 필수적이다. 시장에서 기업과 국가의 역할과 기능을 명확하게 구분하고 조정하지 않는다면 정경유착을 심화시키는 ‘메디치 악순환’은 반복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정부 개입과 규제가 무조건 옳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미국에서도 대기업 집중화가 시장의 활력에 오히려 악영향을 끼치는 측면이 있었기에 주의해야 한다는 얘기다. 기업 입장에서 보면 단기적으로는 잠시 시장에서의 이익을 얻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 다양한 법적 리스크를 안게 될 것이다. 기업 투명성 제고, 전직 고위 관료의 영입 자제 등 기업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은 장기적 경쟁력을 위해 반드시 해야 한다.

이왕휘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lee.w@ajou.ac.kr

이왕휘 교수는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은 뒤 런던 정경대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아주대 정외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 연구 분야는 국제금융통화체제, 기업지배구조 등이며 (Asian Survey) 등 국내외 정치경제 학술지에 다수의 논문을 게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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