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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관의 오류 막는 방법, 전문성 키우는 것뿐 外

김유진 ,강신형,이왕휘,곽승욱 | 234호 (2017년 10월 Issue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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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havioral Economics

 

직관의 오류 막는 방법, 전문성 키우는 것뿐

 

Based on “Name-Based Behavioral Biases: Are Expert Investors Immune?” by Jennifer Itzkowitz and Jesse Itzkowitz, in Journal of Behavioral Finance(2017), 18(2), pp. 180-188.

 

무엇을, 왜 연구했나?

주식이 가진 진정한 가치(본질가치)에 기반을 둔 주식투자를 하려면 원칙적으로 수천, 수백 개의 주식을 심층 분석해야 한다. 다시 말해서 현재 주식가격, 52주간 최고 및 최저가격, 배당액, 수익률, 위험 등 주식에 관한 각종 정보를 면밀히 수집, 분석, 평가하는 절차를 거쳐 최종 투자결정을 내리는 것이 최선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주식투자자는 이러한 과정을 수행할 경험과 전문성이 부족하다. 더불어 인간이 지닌 인지능력의 한계로 인해 방대한 주식정보를 지속적, 효율적, 효과적으로 분석한 후 저평가된 주식을 정확히 선별하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 주식투자자들은 ‘휴리스틱(heuristic)’이라는 무의식적이고 유전적이며 단순화된 문제해결법에 의존한다.

주식투자에서 많이 사용되는 휴리스틱의 하나가 기업명 효과(name-based heuristic)다. 기업명 효과는 주식투자자들이 기억하기 쉽고 발음이 편한 기업명을 가진 주식에 호감을 느끼거나 선택하려는 경향을 일컫는다. 아이폰과 애플컴퓨터로 유명한 애플(Apple Inc.)은 미국 나스닥시장에서 활발히 거래되는 주식 중 하나다. 나스닥시장에서 통용되는 애플의 기업명 약자[티커(Ticker)라고 불림]는 APPL이다. Apple이라는 본명에서 ‘e’가 빠졌지만 누가 봐도 애플의 명칭임을 짐작할 수 있다. 만약 애플의 티커가 AEFFEL이었다면 어땠을까? 기업명 효과에 의하면 이 경우 애플의 거래량이나 기업가치는 지금보다 훨씬 낮았을 것이다. APPL과 AEFFEL이라는 기업명 자체가 애플의 본질가치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데도 말이다. 철수가 개명을 해서 수철이가 된다고 본래 철수라는 개인이 사라지는 것이 아닌 것처럼.

기업명 효과는 과거 닷컴 버블이 한창일 때 기업의 이름에 닷컴(.com)만 붙여도 주식가격이 폭등하던 현상과 사촌지간이다. 그러나 기업명 효과가 모든 주식투자자에게 똑같은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아닌 듯싶다.

 

무엇을 발견했나?

미국 세튼홀대의 이츠코위츠 교수팀은 최근 주식투자자가 고등교육을 받고 전문성을 함양할수록 기업명 효과의 영향력은 약화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기업명 효과를 △알파벳 휴리스틱 △발음 휴리스틱 △광고 휴리스틱의 세 가지 세부적인 휴리스틱으로 나눴다. 그리고 기업명 효과가 전문투자자와 일반투자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비교분석하기 위해 연구에 사용된 표본기업들 중 기관투자가의 투자비중이 높은 경우를 전문투자자 그룹, 기관투자가의 비중이 낮은 경우를 일반투자자 그룹으로 분류했다.

실증분석 결과, 앞서 언급한 세 가지 형태의 기업명 효과는 뚜렷하게 나타났다. 앞쪽 알파벳 (A, B, C 등)으로 시작하는 기업명을 가진 주식이 뒤쪽 알파벳(X, Y, Z 등)으로 시작하는 기업명을 가진 주식보다 거래가 활발했다. 또한 투자자들은 발음하기 쉽거나 의미 있는 단어를 연상시키는 기업명을 가진 주식을, 발음하기 어렵거나 무의미한 문자의 나열로 이뤄진 기업명을 쓰는 주식보다 더 많이 매수했다. 또한 광고를 많이 하는 기업의 주식(쉽게 기억나는 기업)이 광고 횟수가 적은 기업의 주식보다 거래량이 월등히 많았다.

특히 눈에 띄는 결과는 기업명 효과의 희생자가 주로 일반투자자였다는 점이다. 일반투자자와 달리 전문투자자는 알파벳 휴리스틱과 발음 휴리스틱을 주식매매의 수단으로 사용하지 않았다. 반면 전문투자자도 일반투자자와 마찬가지로 광고 휴리스틱을 사용해 주식을 거래하는 경향을 보였다. 다만 광고 휴리스틱을 사용하는 정도는 일반투자자보다 훨씬 덜했다.

전문투자자들은 일반투자자들에 비해 주식거래 경험이 풍부하고 과제 해결 능력, 정보처리 능력이 탁월하다. 따라서 기업명이 주는 편의성이나 친숙성보다는 주식의 본질가치에 더 집중하는 것 같다. 수많은 경험과 시행착오를 통해 터득한 전문성이 휴리스틱의 개입을 차단하는 효과라고 볼 수 있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전문투자자건, 일반투자자건 휴리스틱의 유혹에서 벗어나는 건 불가능하다. 이는 수십 년간 행동경제학과 심리학 연구에서 밝혀진 사실이다. 그러나 투자자가 전문성을 얼마나 갖추느냐에 따라 비합리성의 정도나 투자의 결과는 현저한 차이가 난다. 그래서 전문가가 비전문가보다 더 합리적이고 가치창출적 분석과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이츠코위츠 교수팀의 발견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 누구도 휴리스틱의 사용으로 인한 편향적 의사결정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지만 배움은 헛되지 않다는 것, 전문가적 소양을 키우려는 노력은 보상을 받는다는 것, 허접한 우리의 본성을 전문성으로 보충할 수 있다는 것은 희소식이다. 우리가 배움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

곽승욱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swkwag@sookmyung.ac.kr

필자는 연세대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플로리다주립대와 텍사스공과대에서 정치학 석사와 경영통계학 석사, 그리고 테네시대(The University of Tennessee, Knoxville)에서 재무관리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유타주립대에서 재무관리 교수로 11년간 재직했다. 주요 연구 및 관심 분야는 행동재무학/경제학, 기업가치평가, 투자, 금융시장과 규제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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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novation

 

기술 융·복합 시대, 더 복잡해진 특허분쟁


 

Based on “The Impact of Patent Wars on Firm Strategy”: Evidence from the Global Smartphone Industry”, by Yongwook Paik and Feng Zhu in Organization Science, 2016.

 

무엇을, 왜 연구했나?

2011년 4월15일 애플은 삼성전자를 상대로 자사의 특허 16건이 침해됐다며 미국 캘리포니아주 법원에 소장을 제출했다. 삼성이 애플의 하드웨어, 사용자 인터페이스(UI), 포장 등을 모방했다는 것이 골자였다. 이에 맞서 삼성은 1주일 후 애플이 자사의 주요 통신기술을 침해했다며 한국, 일본, 독일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세간의 주목을 받은 삼성과 애플 간 특허 분쟁은 스마트폰 산업의 주도권 확보 경쟁에 특허가 중요함을 시사한다. 특히 스마트폰같이 다양한 산업의 기술이 복합적으로 융합되는 제품의 경우 기업은 ‘특허 덤불(patent thicket, 특허가 덤불처럼 복잡하게 얽힌 상황)’ 속에서 높은 수준의 특허 분쟁 위험에 노출돼 있다. 이 경우 특허 분쟁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는 경쟁 전략 수립의 주요 고려사항이다.

특허 분쟁에 대한 지금까지의 연구는 주로 분쟁 당사자들 간 대응 전략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어느 경우 상대방을 제소하는 것이 효과적인지, 제소를 당했을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등은 기업의 특허 전략 수립 측면에서 필요한 연구들이다. 그러나 특허 분쟁은 분쟁 당사자들뿐만 아니라 산업 전반에 걸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법원의 판결에 따라 다른 기업들 역시 유사한 분쟁에 휘말릴 수 있기 때문이다. 특허 소송에 대한 위험과 부담은 국가별 특허권 보호 수준에 따라 다르다. 그렇다면 산업 내 진행 중인 특허 분쟁의 강도에 따라 기업들의 글로벌 제품 시장 전략은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

 

무엇을 발견했나?

워싱턴대 백용욱 교수 연구팀은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스마트폰 제조사의 분기별 국가별 판매 수량 자료를 시장 조사 기관인 가트너(Gartner)로부터 입수했다. 이를 토대로 각 제조사의 국가별 판매 비중(대상 기업의 전체 글로벌 판매량에서 특정 국가가 차지하는 비중)을 산출해 기업별 제품 시장 전략의 변화를 분기별로 추적했다. 특허 분쟁이 얼마나 격렬한지는 스마트폰 특허 소송과 관련 활동에 대한 주요 신문사의 분기별 기사 건수로 측정했다. 국가별 특허권 보호 수준은 재산권연대(Property Rights Alliance·PRA)에서 매년 발표하는 지적재산권 지수(Intellectual Property Rights Index·IPRI)와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의 국제경쟁력지수(Global Competitiveness Index)를 토대로 특허권 보호가 강한 국가와 약한 국가를 구분했다.

실증 분석 결과 스마트폰 제조사들 간의 특허 소송전이 심화될수록 각각의 제조사들은 북미나 유럽처럼 특허권 보호 수준이 높은 선진국보다는 중국, 브라질, 인도 등의 특허권 보호 수준이 낮은 국가의 판매 비중을 확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삼성과 애플 등 산업 내 주요 기업들 간 특허 소송이 치열해질수록 다른 기업들 역시 유사한 소송에 휘말릴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즉, 기술혁신에 대한 독점적 지위를 누리게 해주는 특허의 긍정적 요인보다 특허 소송 패소에 따른 위험과 부담이 기업의 제품 시장 전략에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함을 의미한다. 특히 기업들은 특허 소송전이 치열해질수록 새로운 국가에 진입해 시장을 개척하기보다 기존에 진출한 국가를 중심으로 시장을 수성하는 데 집중했다. 제도적 환경의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판매 전선의 확대는 특허 소송에 대한 위험 부담을 가중시키기 때문이다.

또한 특허권 보호가 약한 국가에 판매를 집중하는 경향은 보유 중인 특허가 적고 특허권 보호가 약한 국가에 본사를 둔 기업일수록 강하게 나타났다. 보유 특허가 적다는 것은 특허 분쟁이 생겼을 때 상대방을 제소하거나 합의할 수 있는 자원과 역량이 부족함을 의미한다. 본사가 위치한 국가의 특허권 보호 수준에 따라 기업의 특허권 분쟁에 대한 경험과 노하우가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삼성이나 LG처럼 많은 수의 특허를 보유한 기업은 화웨이(Huawei)나 ZTE 같은 중국 기업들에 비해 특허 분쟁에 따른 영향이 작은 편이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특허는 기업의 기술혁신에 대한 독점적 지위를 보장하는 법적 수단이다. 따라서 기업은 중국처럼 자신의 독점적 지위를 보장받기 힘든, 특허권 보호가 약한 국가에는 조심스럽게 접근한다. 예를 들어 현지 자회사를 본사가 직접 관리 감독할 수 있는 별도의 인력을 고용하거나 기술이 유출되더라도 확고한 R&D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분야에 한해 선택적으로 진입한다. 역설적으로 특허권에 대한 보호가 철저하다고 해서 기업에 좋은 것만이 아님을 본 연구는 시사한다. 산업 내 특허 분쟁이 치열한 경우 소송의 직접적인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잠재적 특허 소송의 위험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특허 소송은 수년간의 법적 공방이 불가피하므로 충분한 재원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득보다 실이 많다. 따라서 기업은 특허권 보호가 약한 국가의 판매 비중을 늘림으로써 특허 소송에 대한 위험에서 벗어나려 함을 본 연구는 보여주고 있다. 특히 이런 제품 시장 전략의 변화는 특허 역량이 부족한 기업에서 두드러진다. 이는 곧 특허 역량을 확보한 기업은 특허 소송을 경쟁사의 특정 국가 진입을 저지하는 전략적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샤오미 같은 신흥 스마트폰 제조사의 미국 진출이 늦어지는 이유가 삼성과 애플 간 특허 분쟁 때문일 수 있다. 앞으로 기술의 융·복합이 가속화될수록 특허의 중요성은 더해진다. 경쟁사의 특허 소송에 대응하고 협상할 수 있을 만큼의 중요하고 가치 있는 특허를 보유하지 않는다면 자사의 제품 시장 전략은 제한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강신형 
KAIST 경영공학 박사 david.kang98@gmail.com

필자는 KAIST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에서 경영공학 석사 및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LG전자 본사 전략기획팀에서 신사업기획, M&A, J/V 등의 업무를 수행한 바 있으며 LG전자 스마트폰 사업부에서도 근무했다. 주요 연구 및 관심 분야는 경영혁신으로 개방형 혁신, 기업벤처캐피털(CVC) 등과 관련된 논문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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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유진 ykim@temple.edu

    -(현)템플대 경영학과 교수
    -(전)캘리포니아 주립대 교수로 2년간 재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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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신형sh.kang@cnu.ac.kr

    충남대 경영학부 조교수

    강신형 교수는 카이스트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카이스트 경영대학에서 경영공학 석사 및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LG전자 본사 전략기획팀에서 신사업기획, M&A, J/V 등의 업무를 수행한 바 있으며 LG전자 스마트폰 사업부에서도 근무했다. 주요 연구 및 관심 분야는 개방형 혁신, 기업벤처캐피털(CVC), 스타트업 M&A이며 관련 학술 논문 및 ‘한국의 CVC들: 현황과 투자 활성화 방안’ ‘스타트업 M&A 현황과 활성화 방안’ 등의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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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왕휘

    이왕휘lee.w@ajou.ac.kr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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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곽승욱

    곽승욱swkwag@sookmyung.ac.kr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필자는 연세대를 졸업하고 미국 플로리다주립대와 텍사스공과대에서 정치학 석사와 경영통계학 석사, 테네시대에서 재무관리 전공으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유타주립대 재무관리 교수로 11년간 근무한 후 현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연구 및 관심 분야는 행동경제학, 기업 가치평가, 투자, 금융시장 및 규제, AI 재무 분석 등이고 역·저서에는 『재무관리의 이해』와 『생각과 행동, 그리고 투자』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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