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산업의 핵심 화두는 독일 기업들이 선두 주자로 나선 ‘인더스트리 4.0’과 미국 기업들의 활약이 눈에 띄는 스마트 제조 등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변화가 아닌가 싶다. 필자는 이처럼 혁신이 시대적 화두로 자리매김하는 시대, 국내 중소기업들의 전략을 가늠해볼 수 있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지난 1월, 중소기업청의 중소 제조업 정보화 지원과 관련해 경기도 포천에 있는 작은 제조공장을 방문해 컨설팅을 수행하면서였다.
매출 100억 원 미만, 다품종 소량 생산 방식으로 다수의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한 이 업체는 전형적인 국내 중소 제조기업이었다. 하지만 국내 중소기업의 디지털화 수준에 대해 필자가 갖고 있던 선입견과 달리 이 회사의 대표이사가 직접 나서 정보화를 통한 성과 향상 의지를 강력히 다지는 모습을 보면서 깊은 인상을 받았다.
이 기업이 갖춘 공장자동화 설비는 다품종 소량 생산으로 인해 작업 순서가 자주 변하더라도 외국인 작업자도 오류 없이 컴퓨터에 입력할 수 있는 시스템을 지원했다. 이들 설비와 함께 구축되는 POP(Point of Production)와 MES(Manufacturing Execution System) 시스템은 고객 주문을 구성하는 세부 제조 로트 단위 항목별로 작업 지시부터 출하 단계까지의 공정 이력, 투입 공수, 물류 흐름에 대한 연계 데이터를 생성한다. 따라서 시스템 가동 후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다양한 주문 제품 유형과 로트 크기별로 실제로 투입된 공정, 시간, 인력 등의 이력이 표준화된 활동 원가 데이터베이스가 구축될 수 있다. 또한 이 데이터베이스는 소위 빅데이터 응용에 있어 기본 단위가 될 수 있다. 이를 통해 이 기업이 목표로 삼는 것은 소규모 주문 시 발생하는 납품가의 정확한 원가 산정 등 다품종 소량 생산 기업이라면 갖게 되는 영업 난제들이었다.
이 중소기업이 계획한 시스템은 로봇을 통한 공장자동화나 AI(인공지능)를 이용한 생산 스케줄링 최적화 등 첨단 스마트공장이 지향하는 가치와는 아직 거리가 있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의 기반 정보 인프라와 요소 기술을 중소 제조기업의 현안에 맞춰 경제적으로 채택한 점에서 높게 평가할 만하다고 생각했다.
4차 산업혁명 변화의 주요 트렌드 중 하나인 IoT(사물인터넷) 기술 역시 중소기업들에 좋은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브랜드 가치와 마케팅비 등의 제한으로 대기업에 비해 마케팅 역량이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중소기업들은 근거리 무선 통신 기술인 비콘을 통해 O2O(Online-to-Offline) 유통을 통한 판로확장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
예컨대 관광객 등 이동하는 잠정적 소비자에게 비콘(사용자의 위치를 찾아 메시지를 전송하고 무선 결제 등을 가능케 해주는 근거리 통신기술)을 통한 자동화된 푸시 방식의 마케팅을 실시하면 큰 마케팅비를 들이지 않고도 매장으로 고객을 유인해 제품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구글의 알파고, IBM의 왓슨 등 우리가 언론 등을 통해 흔히 접하는 4차 산업혁명의 혁신적 변화는 전통적인 중소기업에는 남의 일로 느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4차 산업혁명을 가능하게 하는 정보기술의 확산과 모바일 디지털 인프라가 중소기업들에 제공할 수 있는 기회는 무궁무진하다. 비즈니스 모델 다변화, 프로세스 성과 향상 등의 기회 역시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이제 기술은 기회의 문을 활짝 열기 시작했다. 중요한 것은 기업의 변화 의지, 마음가짐이다. 그리고 그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은 바로 최고경영자란 사실을 잊어선 안 될 것이다.
한현수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경영전문대학원 부원장
필자는 서울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KAIST에서 경영과학 석사, 미국 매사추세츠대에서 경영학 박사 과정을 마쳤다.
주 연구 분야는 오퍼레이션 이노베이션이며 한국정보기술응용학회장을 지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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