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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novation Toolkit for Practitioner

면도기 켜면 ‘스포츠카 엔진소리’ 왜 라는 질문이 혁신을 만든다

김경훈 | 225호 (2017년 5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혁신을 추진하고자 직원을 채용하고 많은 투자를 감행한 경영진은 짧은 시간 안에 금방이라도 혁신이 이뤄질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하지만 이 세상의 모든 성공한 혁신은 충분한 실험과 실패 이후에 비로소 이뤄졌다. 혁신의 공식인 ‘Innovation = Identify X Insight X Idea X Implement’ 중 ‘실현하기’, 즉 Implement는 바로 무엇인가 실패하고 다시 시작하는 과정의 중심에 있다. 이 실현하기 과정에서 혁신을 원하는 기업들은 아이디어를 글로 적고, 그림으로 그리고, 모형을 만들어보며 ‘현실화’를 해야 한다. 그리고 현실화한 아이디어를 개선하는 그룹 토의 ‘핫숍’을 진행해야 한다. 아이디어를 현실화하고, 현실화된 아이디어 프로토타입을 갖고 핫숍을 진행하고 나면 어느새 아이디어는 더 개선돼 있을 것이다. 이때 바로 아이디어를 실제로 구현해 테스트해야 한다.



전구와 방탄 유리, 먼지 봉투가 없는 진공청소기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이미 눈치를 챈 독자들도 있겠지만 이 셋의 공통점은 필자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문서 편집 프로그램, 노트북 컴퓨터와 스마트폰에도 존재하는 공통점이다. 이외에도 여러 가지 공학의 산물들, 어쩌면 공학과 과학이라는 학문 그 자체도 동일한 공통점을 공유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 공통점은 바로 ‘무수한 실패 끝에 창조됐다’는 것이다. 성공한 혁신 뒤에는 수백 번은 예사이고 수천, 수만 번의 실패와 반복 실험이 반드시 있다. 물론 실패한 혁신 뒤에도 여러 번의 반복 실험이 존재하며 실패를 통해서도 새로운 혁신이 이뤄지기도 한다. 접착력이 떨어지는 접착제로 만든 포스트잇이나 심장 질환 치료 효과가 떨어지는 심장 질환 치료제로 만든 비아그라가 그 예다. 이처럼 혁신이란 의도했던 방향으로 단번에 이뤄지지 않으며 수많은 실패 끝에 때로는 의도치 않은 곳에서 실현된다. 중요한 것은 반복되는 실험과 실패 없이 혁신은 한 발자국도 전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잘 실험하고 잘 실패하는 것이 혁신에 있어서 중요하다.

이처럼 혁신이 수없이 반복되는 실험과 실패를 필요로 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혁신을 추진할 때 종종 혁신의 결과가 금방이라도 나올 것으로 착각한다. 특히나 과학적 혹은 공학적 사고에 익숙하지 않은 경영진 사이에서 이런 착각은 더 심하다. “그렇게 직원을 뽑고, 투자를 하고, 그 정도 시간을 들였으면 이제 멋진 혁신 성공 사례가 하나쯤은 나와야 하는 것 아니야?”라고 묻기 전에 충분한 실험과 실패를 제대로 쌓았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혁신을 성공적으로 마치려면 엄청난 끈기와 노력, 실패를 배움의 기회로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우리는 혁신의 공식인 Innovation = Identify × Insight × Idea × Implement (I = I × I × I × I)에 따라 혁신에 필요한 네 가지 요소를 하나씩 살펴보고 있다. 어느 새 가장 마지막 요소인 Implement-실현하기를 다룰 차례가 됐다. 이 실현하기 요소는 Identify-정의하기, Insight-통찰, Idea-아이디어 단계 다음에 시작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종종 다른 세 가지 I로 다시 돌아가게끔 만드는 새로운 출발점의 역할도 한다. 실현을 하다 보면 혁신의 과제를 재정의해야 할 때가 올 수 있다. 앞서 언급한 포스트잇이나 비아그라가 이런 과정을 거쳤다. 실현을 하다 보면 우리가 아직 충분한 통찰을 가지지 못했다는 자각을 하게 되기도 한다. 그러면 우리는 다시 대상 고객의 삶 속으로 들어가서 새로운 통찰을 얻어야 한다. 실현을 하면 아이디어를 개선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찾게 되기도 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아이디어를 계속 발전시키게 되며 때로는 완전히 새로운 (그리고 더 참신한) 아이디어를 만들기도 한다. 이처럼 실현하기는 혁신의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다.

그리고 실현하기도 다른 3가지 혁신의 요소와 마찬가지로 보다 체계적이고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실현이 길고 긴 반복 과정임을 고려할 때 가장 효과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을 익히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 길고 긴 반복 과정상의 실패와 실험의 횟수를 조금만 줄이더라도 전체적인 혁신의 소요 기간과 소요 자원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 구체적으로 ‘현실화하기’ 방법론과 ‘핫숍(Hotshop)’ 방법론을 통해 어떻게 효율적으로 혁신을 실현할 수 있는지 살펴보자.



방법론: ‘현실화하기’

WHAT: 현실화하기란 무엇인가?

현실화하기는 한마디로 아이디어를 눈에 보이고 손으로 만질 수 있는 프로토타입으로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아이디어를 글로, 그림으로, 또는 모형으로 현실화시켜보자. 그럼 아이디어를 눈앞에 놓고 함께 볼 수 있고, 아이디어를 보면서 함께 아이디어를 개선하고 실현하기가 훨씬 용이해진다. 또한 영글어가는 아이디어가 눈앞에 있기 때문에 혁신에 대한 열정과 기쁨이 더 강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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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아이디어를 모형으로 만들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아이디어의 종류에 따라 모형으로 만드는 것이 필요한 경우가 있고 아닌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음료수 신제품을 개발하는 경우 새로운 방식의 용기가 신제품의 중요한 소구점이라면 반드시 실제 모형을 만드는 현실화 과정이 필요하다. 반면 음료 용기는 기존의 제품과 유사하지만 내용물이 중요한 소구점이라면 모형을 굳이 만들기보다는 그림으로 용기의 모습을 그려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수 있다. 또한 새로운 방식의 용기를 만드는 경우에도 바로 지금 모형으로 현실화를 해야 할지, 아니면 그림으로 현실화를 먼저 해보고 나중에 모형으로 현실화를 해야 할지에 대한 의사결정이 필요하다. 그림을 가지고 충분히 테스트해보고 개선에 대한 의견을 청취해본 후에 모형을 만드는 것이 비용 효과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 어떻게 글과 그림, 모형으로 현실화를 할 수 있는지 알아보자.

HOW: 어떻게 사용하나?

1) 글로 현실화하기

아이디어를 글로 명확히 적어 보지 않고 혁신을 추진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글로 현실화를 하지 못하는 이유에는 2가지가 있다. 첫째, 혁신을 신속하게 추진해야 한다는 의욕이 앞서기 때문이다. 둘째, 새로운 아이디어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흥미롭고 신나는 과정이라서 말을 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한참 떠들고 나면 회의 막바지에 이르러 모두가 같은 아이디어를 마음에 품고 있다는 착각을 하게 되고, 아이디어를 만들어냈다는 보람감에 회의를 빨리 끝내고 회식을 하러 가게 된다. 하지만 막상 나중에 아이디어를 추진하려고 보면 사람마다 다른 아이디어를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글로만 아이디어를 명확히 적어 놓아도 혁신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혼란과 오해를 많이 줄일 수 있다.

글로 현실화하는 것은 매우 쉽다. 아이디어를 모두가 볼 수 있도록 칠판이나 벽, 냅킨이나 종이에 적으면 된다. 가장 간단하게는 아이디어의 이름과 아이디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만 적어도 된다. 간단한 도표나 도형으로 아이디어를 표현할 수 있다. 이렇게 어딘가에 아이디어를 적는 간단한 행동만으로도 나만의 아이디어가 아닌 ‘우리의’ 아이디어를 정리할 수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아이디어가 현실화됐기 때문에 비로소 아이디어를 더 발전시킬 수 있는 계기를 갖게 된다는 것이다. 아이디어가 각자의 머릿속에만 있으면 이 아이디어를 계속 개선하고 발전시키기가 매우 까다롭다. 특히나 서로의 생각에 대해 비판을 하거나 개선책을 얘기하다 보면 상대방의 언급이 내 아이디어에 대한 것인지 나 자신에 대한 것인지를 헷갈리게 되고 개인의 성격에 따라서는 토의 과정에서 상처를 받기도 한다. 아이디어를 칠판에 적어두고 아이디어에 대한 개선점을 얘기하는 것만으로도 아이디어를 낸 사람이 아닌 아이디어 그 자체에 집중할 수 있게 되고, 이를 통해 누구도 상처받지 않으면서 활발하게 아이디어를 개선할 수 있다.

조금 더 전문적으로는 212호 ‘수십 개 아이디어를 5개로… ‘실행계획’ 얻은 데다 ‘혁신연습’까지 덤!’에서 다뤘던 아이데이션 워크숍 방법론을 따를 수도 있다. 워크숍 중간중간에 계속해서 아이디어 캐처나 아이디어 템플릿에 아이디어의 내용을 손으로 적으면서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보는 것이다. (그림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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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그림으로 혹은 모형으로 현실화하기

글로 현실화하는 것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그림이나 모형으로 현실화를 할 수 있다. 글로 현실화하는 과정에서도 종종 간단하게 그림을 그려 넣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그림은 손으로 스케치하는 것을 넘어선 수준을 의미한다. 즉, 전문 디자이너의 도움을 받아서 매우 현실적인 그림으로 아이디어를 표현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림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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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그림으로 혹은 모형으로 현실화하는 것은 글로 현실화하는 것에 비해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 특히 글로 현실화하는 것은 혁신을 추진하는 팀에서 자체적으로 충분히 할 수 있는 업무인 데 비해 그림 혹은 모형으로 현실화하는 것은 혁신팀 밖에 있는 사람들의 도움이 없이는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사내 디자인팀의 도움을 받거나 외부 디자인 에이전시나 3D 스튜디오, 공작소 등의 도움을 받아야만 하는 것이다. 비용과 시간이 더 소요되고 외부 팀과의 협업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림 혹은 모형으로 현실화하는 것은 글로 현실화하는 것보다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먼저, 아이디어를 현실화하는 목적에 대해 명확히 정의를 해야 한다. 왜 현실화를 해야 하는가, 누구에게 현실화된 아이디어를 보여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아이디어에 대해 잘 아는 연관 부서끼리의 진행 상황 공유 회의라면 그림을 잘 그리는 팀원이 간단히 그린 그림으로 충분할 수 있다. 반면 중요한 임원이나 외부 협력 업체에 아이디어를 소개하거나 중요한 의사결정을 받아야 한다면 아이디어가 전문적이고 실제적으로 보이도록 전문 디자이너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아이디어에 대한 대략적인 이미지만 보여주는 것으로 충분할 때는 2D 디자인을 의뢰해야 하고, 움직이거나 입체적으로 아이디어를 표현해야 할 때에는 3D 컴퓨터 그래픽을 의뢰해야 한다. 혹은 출시를 앞두고 있어서 최종 점검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실제 생산될 제품과 동일한 재료를 이용해서 거의 시제품에 가까운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 3D로 실물을 만들어서 경영진에게 보여줘야 하는 상황이라도 아직 프로젝트 예산이 충분치 않다면 제한된 예산에서 혁신을 추진하고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서 팀원들이 모여서 골판지와 접착제, 테이프를 가지고 직접 모형을 만들 수도 있다. 이처럼 왜, 누구를 위해서 현실화를 하는지를 먼저 생각하면 어떤 모양과 품질 수준으로 현실화를 할 것인지를 결정할 수 있다.

현실화의 방식과 품질을 결정한 후에는 그 현실화를 가장 잘해낼 수 있는 전문가를 찾아서 현실화를 맡겨야 한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속도다. 현실화하는 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면 혁신의 모멘텀을 잃어버릴 수 있다. 아이디어를 만들고 나면 혁신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과 열정은 급속도로 식기 마련이다. 혁신에 있어 가장 재밌는 시기인 아이디어 단계를 이미 지나갔고, 이제 팀원들은 좋은 아이디어를 만들어냈으니 그냥 기다리면 혁신이 되겠거니 하고 생각하고 있기 쉽다. 이때 아이디어를 현실화하면 다시 혁신에 대한 열정과 기대를 키울 수 있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자극할 수도 있다. 따라서 프로토타입의 품질과 제작 소요 기간을 고려하되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작업이 가능한 전문가를 찾아야 한다. 또한 비용도 중요하다. 실현 과정에서는 여러 차례의 실험과 개선을 반복하기 때문이다. 현실화를 단 한 차례만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따라서 여러 번 현실화를 의뢰할 수 있는 비용대의 전문가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비용이 비싼 전문가는 아이디어가 거의 마무리된 후반에 고용하는 것을 고려하고 초반이라면 비용이 낮은 전문가 위주로 선정해야 한다. 그림으로 현실화가 필요한 경우에는 다양한 컴퓨터 디자인 스튜디오와 프리랜스 디자이너들 중에서 전문가를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다행히 최근에 다양한 품질과 가격대의 3D프린터들이 개발되면서 모형으로 현실화가 필요한 경우에도 전문가를 찾는 것이 매우 용이해졌다.

그림과 모형으로 현실화를 한 후에는 아이디어를 설명하는 내용을 보드에 간략히 기재해 그림이나 모형과 함께 전시하기도 한다. 이를 통해 보는 사람들이 현실화된 아이디어들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된다.

모형으로 현실화했던 가장 유명한 사례는 구글의 카드보드다. 비싼 VR 고글 대신에 스마트폰을 이용해서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는 VR 기기를 만들어 보려고 했던 구글의 엔지니어들이 상자를 오려서 만들었던 프로토타입이 실험과 개선 과정을 거쳐 다양한 형태의 카드보드로 실현된 사례다. 제품의 이름도 처음 아이디어를 현실화할 때 사용했던 상자(Cardboard)로부터 유래해 카드보드라고 불리고 있다. <그림 4>는 런던의 빅토리아앤알버트뮤지엄(Victoria and Albert Museum)에서 만들어본 카드보드의 프로토타입들이다. 구글 내에서도 이와 유사한 형태의 프로토타입들이 존재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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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화의 과정을 거쳐 이제는 다양한 형태의 카드보드 제품들이 시장에 출시됐다. (그림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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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법론: ‘핫숍(Hotshop)’

WHAT: 핫숍이란 무엇인가?

핫숍은 현실화한 아이디어를 개선하는 그룹 토의를 의미한다. 핫숍의 사전적 의미는 훔쳐온 물건이나 법을 어기면서 몰래 만든 ‘핫’한 물건을 파는 가게라고 하는데 여기서는 매력적인 아이디어들에 대해 워크숍을 한다는 의미로 쓰인다. 아이디어를 현실화하는 것은 어떤 분명한 목적이 있어서 하는 것이라고 앞서 살펴봤다. 그 목적은 대부분 누군가에게 이 아이디어를 보여주고 이를 통해 아이디어를 개선하고 보완하고 점검하기 위한 것이다. 그 과정이 바로 핫숍이다. 이 핫숍은 확장적인 사고와 축소적인 사고 두 방향으로 진행할 수 있다. 확장적인 사고는 아이디어의 긍정적인 부분에 집중을 해서 아이디어를 더 키우고 아이디어에 아이디어를 더하는 방향으로 진행을 하는 것이고, 축소적인 사고는 아이디어가 가지고 있는 잠재적인 문제점들을 찾아서 대응 방안을 마련함으로써 아이디어를 정제해 나가는 과정이다. 각각의 경우 진행 방법이 약간 달라지는데 어떻게 진행을 하는지 살펴보자.

HOW: 어떻게 사용하나?

1) 확장적인 핫숍

확장적인 사고를 위해서는 새로운 시각과 통찰을 가져올 새로운 사람들이 필요하다. 그동안 혁신팀에서 일을 함께해 온 팀원들끼리만 논의를 해서는 더이상 신선한 아이디어를 얻기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확장적인 핫숍에는 적합한 참석자들을 팀 외부로부터 초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먼저 사내에서 참석자를 찾을 수 있다. 혁신 프로젝트에 거의 참여를 안 했던 직원들 중에 타깃 고객이거나 타깃 고객에 대해 잘 아는 직원들을 뽑는다. 예를 들어, 남성용 면도기 신제품에 대한 핫숍을 한다면 최근에 입사한 남성 직원 중에서 연령대별로 참석자를 선정해 초대할 수 있다. 혹은 최근 입사한 여성 직원 중에서 남편이나 아들, 남자친구 등을 위해 남성용 면도기를 구입해 본 적이 있는 직원을 초대할 수도 있다. 최근 입사한 직원 중심으로 참석자를 찾는 이유는 최대한 자사 제품에 대한 편견(우호적이든 비판적이든)이 적은 참석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음으로는 고객 혹은 소비자 중에서 참석자를 찾는다. 고객 중에서도 자사 제품을 현재 사용하고 있는 고객과 경쟁사 제품을 사용하는 고객, 혹은 아무 제품도 사용하지 않는 고객을 나눠서 적절히 배분한다. 소비자 패널을 초대하는 경우에는 우리 회사 혹은 브랜드 이름을 공개할 것인지, 말 것인지에 대해서 깊이 고민해야 한다. 회사의 정체를 숨기기 위해서는 외부 조사 업체나 컨설팅사의 도움을 받아야만 하기 때문에 비용이 추가로 발생한다. 또 브랜드를 떼어 둔 상태에서의 제품을 가지고 논의하기 때문에 실제 출시 이후에 기대할 수 있는 반응과 다른 ‘실험실 안에서의’ 반응을 얻게 되는 단점이 있다. 예를 들어, 코카콜라가 새로운 맛의 콜라를 출시한다고 가정해보자. 이 제품이 코카콜라 브랜드를 달고 있을 때와 달지 않았을 때의 소비자 반응은 매우 다를 것이다. 반면 회사의 정체를 숨겼기 때문에 보안에 대해서는 조금 더 안전할 수 있다. 물론, 소비자 패널들을 초대할 때 비밀을 지킬 만한 사람들을 잘 선별해 초대하고 서면으로 비밀유지 계약도 맺어서 아이디어가 회사 밖으로 새어나갈 위험을 철저히 차단하겠지만 완전한 비밀은 없는 법이다. 회사의 정체를 말하지 않으면 아이디어가 새어 나가더라도 그 충격을 조금은 완화할 수 있다.

회사의 정체를 숨기지 않기로 결정했다면 보안에 대한 위험성은 높아지지만 브랜드와 제품이 결합된 상태에서 아이디어를 발전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더 큰 장점은 우리 제품에 대해 높은 충성도를 가지고 있는 고객들을 초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충성도가 높은 고객은 우리 브랜드를 적극적으로 돕기 원하기 때문에 좋은 아이디어도 더 많이 생각해내며 개선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더 신랄한 의견을 개진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핫숍 이후에 우리 브랜드에 대해 더 큰 애정을 갖게 될 것이며 신제품 개발 과정에 자신이 참여했다는 주인의식을 가지고 제품이 출시되면 누구보다도 적극적으로 제품을 홍보할 것이다. 우리 브랜드를 아끼기 때문에 보안도 철저히 지켜줄 가능성이 높다.

고객 외에 관련 전문가 중에서도 참석자를 찾을 수 있다. 라면과 관련해 핫숍을 연다면 해당 카테고리의 덕후들(신제품 라면을 만든다면 라면 덕후), 유통 전문가(할인점이나 편의점의 라면 MD), 관련 학계 전문가(식품영양학과 교수), 업계 전문가(외국 라면 회사의 前 제품개발담당 임원) 등의 전문가를 초대해서 현실화된 아이디어와 시제품을 보여주고 어떤 점이 마음에 드는지, 더 개선할 점은 무엇인지, 또 다른 신제품을 만든다면 어떻게 만들 것인지 등을 논의할 수 있다.

참석자를 찾았으면 이제 참석자들에게 보여줄 현실화된 아이디어를 준비해야 한다. 앞서 현실화하기에서 배운 대로 목적에 맞게 글로, 그림으로, 혹은 모형으로 아이디어를 현실화한다. 아이디어를 현실화할 때 주의할 점은 개선의 여지를 남겨 놓는 것이다. 그림이나 모형으로 현실화된 아이디어가 너무나 완성도가 높아 보이면 참석자들은 개선점에 대한 의견을 내놓기 어려워진다. 내가 괜한 얘기를 꺼내서 다 된 밥을 망치는 듯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혹은 눈앞에 보이는 아이디어에 비해 내가 가진 의견은 너무 초라해 보일 수도 있다. 동시에 아이디어를 만든 혁신팀도 이미 현실화된 아이디어가 너무 멋진 나머지, 참석자들의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대로 듣지 못하고 기존 아이디어에만 매몰될 수도 있다. 따라서 최종적으로 완성될 제품보다는 재료의 품질이나 마무리 수준을 낮게 해서 이 아이디어는 아직도 도움이 많이 필요한 상태라는 느낌을 참석자들이 갖도록 해야 한다.

이제 참석자들을 초대해 현실화된 아이디어를 놓고 논의를 한다. 충분한 논의를 위해서 한 세션의 길이는 1시간에서 1시간 반 정도로 정하고 한 세션에 참석자는 1명 혹은 2명 정도만 소수로 초대한다. 혁신팀 2∼3명과 참석자 1∼2명이 편안한 회의실이나 보안을 유지할 수 있는 카페 혹은 식당에 모여서 아이디어에 대해 얘기를 나눈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논의 과정을 항상 창의적이고 긍정적으로 진행해서 참석자 모두가 확장적인 사고를 하도록 도와야 한다는 점이다. 확장적인 핫숍은 아이디어를 평가하고 판단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전통적인 아이디어 평가 회의나 축소적인 핫숍과는 완전히 다른 논의 과정이다. 현실화된 아이디어를 눈앞에 가져다 놓고 실질적인 논의를 통해 아이디어를 키워나가야 한다. 따라서 판단을 유도하는 “이 아이디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같은 질문은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하며 “어떻게 우리가 이 아이디어를 더 좋게 만들 수 있을까요?”와 같은 긍정적이고 열려 있는 질문을 해야 한다. 핫숍은 단순히 참석자들이 우리의 아이디어를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알아보는 자리가 아니다. 아이디어를 실현해 나가는 단계이며 아이디어를 다음 단계로 끌어올리기 위한 통찰을 얻어야 하는 단계다. 참석자가 흥미로운 의견을 말하면 ‘왜 그렇게 생각하세요?’라는 질문을 해서 참석자의 얘기 이면에 감춰진 참석자의 생각을 끄집어내야 한다. 질문을 이어가다 보면 참석자가 가지고 있던 기존 제품들에 대한 편견과 불신, 주변 사람들로부터 받은 영향이나 기대 등을 발견하게 되는데 이런 실마리들로부터 제품의 개선 혹은 향후 마케팅 활동에 큰 도움을 주는 통찰을 찾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예를 들어, 새로운 남성용 면도기를 위해 만들었던 ‘스포츠카 모터 소리’라는 아이디어를 살펴보자. 면도 중에 특정 버튼을 누르면 면도기 모터 소리가 스포츠카처럼 멋지게 변하는 아이디어다. 이 기능을 어떻게 더 좋게 만들 수 있을지를 물어봤을 때 한 참석자는 “단순히 멋진 소리가 아니라 특정 자동차 모델과 동일한 소리가 나면 좋겠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 의견만으로도 훌륭한 아이디어지만 이때 “왜 그렇게 생각하세요?”라고 물어봤다. 이 참석자는 “내가 좋아하는 자동차가 나의 아이덴티티를 보여 준다고 생각하는데 면도기에서도 비슷한 연대감이나 동질감을 느낀다면 좋겠다”고 얘기했다. 이를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통찰은 무엇이었을까? 단순히 ‘멋진 자동차의 소리’가 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동질감이나 연대감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통찰이었다. 따라서 스포츠카의 소리가 아니어도 태극기나 인기 축구팀의 문장을 면도기 디자인에 반영하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다. 혹은 면도기 케이스에 소비자 각자의 개성과 아이덴티티를 표현할 수 있는 여지를 줄 수도 있다. 이처럼 “왜”라는 질문을 통해 아이디어를 확장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통찰을 추가로 얻어야 한다.



핫숍의 한 세션이 끝나면 외부 참석자는 집으로 보내고 혁신팀은 남아서 그 세션에서 나온 개선점들에 대해 논의한다. 디자이너나 3D프린터가 있다면 이들의 도움을 받아서 좋은 의견은 곧바로 기존 아이디어 프로토타입에 반영한다. 수정된 아이디어를 가지고 다음 세션을 하기 위함이다. 만약 수정하는 데 시간이 오래 소요돼서 수정을 할 수 없다면 기존 아이디어를 가지고 다음 세션을 진행하되 새로운 참가자들에게 아이디어에 대해 설명할 때 이전 세션에서 나왔던 좋은 의견들을 간단한 글이나 말로 설명해준다. 이를 통해 다른 참가자들의 의견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핫숍의 세션을 거듭하면서 기존 아이디어를 계속 발전시킨다.

2) 축소적인 핫숍

확장적인 핫숍을 해서 기존 아이디어를 더 확대시키고 보완했다면 적절한 시기에 축소적인 핫숍을 진행해 아이디어를 보다 단단하고 짜임새 있게 만들 필요가 있다. 축소적인 핫숍은 아이디어를 실현함에 있어 만나게 될 이슈와 장벽들에 대해 고민해보고, 이런 잠재적인 문제들을 다루기 위한 전략을 만드는 시간이다. 따라서 축소적인 핫숍은 주로 시제품 제작에 앞서, 혹은 확장적인 핫숍 과정 중반에 아이디어를 선별하고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을 때 수행한다. 축소적인 핫숍에서는 아이디어에 대한 평가와 비판, 과감한 변화, 심지어는 아이디어를 폐기하는 결정까지 일어나므로 외부 참석자는 배제하고 혁신팀과 유관 부서의 직원들로만 참석자를 구성한다.

회의 장소에는 현실화된 아이디어들을 가져다 놓는다. 또한 전체적인 프로젝트 일정표도 잘 보이도록 벽에 붙여둔다. 이를 통해 참석자들은 우리가 전체 혁신 과정 중 어디에 와 있는지를 볼 수 있고 과정에 적합하게 논의를 진행할 수 있다. 시제품을 곧 만들어야 하는 시점에서의 논의와 아직 확장적인 핫숍을 몇 차례 더 남겨둔 시점에서의 논의는 집중해야 하는 포인트나 논의의 속도, 논의 후의 할 일들(action item)의 수준과 갯수 등이 달라지기 마련이다.


이제 혁신을 실패로 만들 수 있는 잠재적인 이슈들에 대해 모든 생각을 쏟아내는 회의를 시작한다. 각자 마음에 가지고 있는 불안, 기존에 경험했던 혁신 과정의 실패 원인, 다른 회사의 사례 등을 활용해서 우리가 마주할 수 있는 잠재 위험 요소들을 최대한 많이 찾아본다. 서로 이슈에 대해 얘기하면서 자신이 생각한 이슈는 포스트잇 종이 위에 적어 놓는다. 한 장의 포스트잇 종이에 위험 요소를 1개씩 따로따로 적어둔다. 나중에 이 위험 요소를 하나하나 놓고 대응 방안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30분에서 1시간 정도 잠재 이슈에 대해 충분한 의견을 나눈 후 진행자는 참석자들이 적어둔 포스트잇을 모은다.

이제는 팀별로 잠재적인 이슈들을 다루기 위한 전략을 만들 시간이다. 참석자의 수에 따라 2∼4명씩 팀을 이루게 하고, 각 팀에 포스트잇에 적힌 위험 요소들을 나눠준다. 각 팀은 자신들이 받은 위험 요소들 중에 하나를 선택해서 이 위험 요소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 3분 동안 논의한다. 3분으로 시간을 짧게 잡은 것은 분위기가 처지지 않고 열정적으로 팀원들이 참여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다. 3분 동안 완전한 대응 방안이 만들어지기는 어렵지만 세부 방안은 핫숍 이후에 담당자를 정해서 시간을 두고 추진하면 된다. 각 팀은 자신들이 논의해야 할 위험 요소에 대해 다음의 3가지 방법 중 어떤 방법을 취해야 할지를 먼저 빠르게 결정한다:

a) Accept the issue. 이슈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b) Alter the issue. 이슈를 바꾸기

c) Avoid the issue. 이슈를 피하기

만약 그 팀에서 해당 이슈를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면 이 팀은 어떻게 해야 이런 이슈가 있음에도 신제품이나 신사업을 성공적으로 출시할 수 있을지에 대한 방안을 세운다. 만약 이슈를 바꾸기로 결정했다면 성공적인 실현을 위해 무엇을 언제까지 바꿔야 할지 방안을 마련한다. 만약 이슈를 피하기로 결정했다면 어떻게 이슈를 피할 수 있는지에 대한 방안을 만든다. 이슈를 선제적으로 없애 버릴 수도 있고, 시장 출시 계획을 수정하는 식으로 이슈를 피할 수 있을 것이다. 비어 있는 A4 용지 1장을 받아서 왼쪽 상단에 이슈가 적힌 포스트잇을 붙이고 이 이슈에 대한 대응 방안을 나머지 A4 용지에 빠르게 적어둔다.

한 이슈에 대해 3분 논의를 하고 나면 다음 이슈로 넘어간다. 모든 이슈에 대한 논의가 끝나면 전체 팀이 함께 모여서 자신들이 고민한 이슈와 대응 방안을 공유한다. 이슈별로 1∼2분 사이에 빠르게 공유를 한다. 공유를 들은 다른 팀의 사람들이 추가 의견을 내면 그 의견도 A4 용지에 추가로 적어둔다. 공유가 모두 끝나면 이슈들 중에 중요한 이슈를 선정한다. 중요한 이슈들은 회의실의 한쪽 벽에 모아서 붙여 놓는다. 마지막으로 20∼30분 동안 앞으로 중요한 이슈들에 대한 대응 방안을 어떻게 실행할 것인가에 대한 실행 계획을 세운다. 대응 방안을 세부적으로 만들고 실행할 담당자와 담당팀을 명확히 정하고, 진행 일정도 확정짓는다. 이것으로 축소적인 핫숍을 마무리한다.

아이디어를 현실화하고, 현실화된 아이디어 프로토타입을 가지고 확장적인 핫숍과 축소적인 핫숍을 하고 나면 어느새 아이디어는 더 개선돼 있을 것이다. 이제는 아이디어를 실제로 구현해 보고 테스트를 해봐야 한다. 테스트는 핫숍을 통해서 할 수도 있고, 실험실에서 연구원들이 할 수도 있고, 소수의 베타테스터나 소비자 패널을 모집해서 할 수도 있다. 매장에 대한 실험이라면 매장 중 1개를 테스트 매장으로 지정하거나 특정 매대를 테스트 매대로 지정해서 테스트를 할 수도 있다. 이렇게 테스트를 하고 나면 다시 새로운 아이디어가 생겨난다. 이 아이디어를 현실화하면서 실현의 반복 과정이 이어지게 된다. 테스트 ― 아이디어 도출 ― 제작 혹은 구현 ― 테스트로 이어지는 기존의 반복 과정에 비해서 오늘 우리가 살펴본 반복 과정은 현실화와 핫숍의 과정을 중간에 추가한 것이다. 이를 통해 자원과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제작, 구현과 테스트를 적게 반복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는 더 빨리 혁신을 완성할 수 있게 된다.

아이디어를 현실화하는 단계인 Implement-실현하기에 대한 소개를 마쳤다. 이로써 4I를 활용한 혁신 방법론을 모두 다뤘다. 다음 호에서는 혁신 방법론을 총정리하고, 혁신을 위한 마지막 제언을 다루겠다.



김경훈 구글 상무, 혁신 컨설턴트 http://linkedin.com/in/HarrisonKim

필자는 서울대 컴퓨터공학과와 미국 듀크대 MBA를 졸업한 뒤 글로벌 경영컨설팅 회사 베인앤드컴퍼니 서울 사무소와 혁신 전문 글로벌 컨설팅 회사 ?왓이프! 이노베이션 파트너스 상하이 사무소에서 근무했다. 필립스, 인터콘티넨탈호텔그룹, 존슨앤존슨 등 다국적 기업들을 대상으로 새로운 사업과 제품, 서비스를 창조하는 인벤팅(inventing) 컨설팅과 혁신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현재는 구글 서울 사무소의 구글 마케팅 솔루션 본부를 이끌며 국내 기업들이 혁신적인 디지털 마케팅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 김경훈 김경훈 | - (현) 구글 상무, 혁신 컨설턴트
    - 글로벌 경영컨설팅 회사 베인앤컴퍼니 서울 사무소 근무
    - 혁신 전문 글로벌 컨설팅 회사 왓이프 이노베이션 파트너스 상하이 사무소 근무
    http://linkedin.com/in/Harrison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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