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keting
1등석의 존재자체가 기내난동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DeCelles, Katherine and Michael I. Norton (2016), "Physical and Situational Inequality on Airplanes Predicts Air Rage,” Proceedings of National Academy of Science, 43, 44-67.
무엇을 왜 연구했나?
해외여행은 즐겁지만 해외여행의 목적지까지 가는 비행은 괴로운 경험이다. 탑승구에서 비행기가 준비될 때까지 기다려야 하고, 탑승 후에는 사람들을 따라서 좁은 통로를 지나간 뒤 조그맣고 불편한 의자에 몸을 구겨 넣어야 하며, 이륙 후에는 좁은 의자에서 다리를 편안하게 펼 수도 없다. 주변 승객이 의자를 갑자기 젖히거나 시끄럽게 떠드는 것도 참아야만 한다. 이런 힘겨운 탑승 과정과 불편한 기내 경험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은 나머지 승무원이나 다른 승객을 신체적 또는 언어적으로 공격해서 비행 안전을 저해하는 기내 난동(air rage)을 일으키는 사람들이 있다.
기내 난동은 일반적으로 탑승객이 많아서 기내가 혼잡하거나, 알 수 없는 이유로 탑승이 지연됐거나, 좌석이 지나치게 좁은 경우 자주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 논문의 연구자들은 비행기 기내도 위계질서를 가진 하나의 사회이며 계급 간 불평등(inequality)이 존재했다고 봤다. 그리고 기존의 경제학, 사회학, 범죄학 연구에서 계급 간 불평등이 반사회적 행동을 일으키는 주요 요인으로 다뤄지듯이 기내의 불평등이 기내 소란의 핵심 요인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무엇을 발견했나?
연구자들은 불평등과 기내 난동과의 관계를 검증하기 위해서 어느 대형 국제 항공사가 보유한 2010년 무렵 100만∼500만 건의 비행 데이터를 분석했다(항공사 요청으로 조사 시기와 비행건수를 일부러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먼저 연구자들은 불평등을 물리적 불평등과 사회적 불평등으로 구분했다. 비행기의 경우 1등석의 존재가 물리적 불평등을 발생시키고 탑승구 위치가 사회적 불평등을 발생시킬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탑승구가 비행기 앞쪽에 있어서 이코노미석 승객들이 먼저 탑승해 편하게 쉬고 있는 1등석 승객들을 보면서 지나쳐야 하는 경우 기체의 중간 부분에 탑승해서 1등석 승객들을 보지 못하는 경우보다 사회적 불평등이 커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데이터 분석 결과, 1등석을 가진 비행기에서는 이코노미석의 기내 난동이 1000회 비행당 평균 1.58회 발생했으나 1등석이 없는 비행기에서는 이 수치가 크게 떨어져서 1000회 비행당 평균 0.14회로 나타났다. 이런 효과를 탑승 지연에 따른 기내 난동의 가능성과 비교했더니 1등석의 존재 자체가 이코노미석 탑승자들에게는 9시간29분의 탑승 지연과도 같은 불쾌함을 가져온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탑승구가 앞쪽에 있어서 이코노미석 승객들이 먼저 앉아 있는 1등석 승객들을 지나쳐야 하는 경우 이코노미석과 1등석의 기내 난동의 가능성이 더욱 증가하는 것을 발견했다. 이는 약 5시간58분의 탑승 지연과도 같은 불쾌함에 해당했다. 1등석에서도 이코노미석 승객들이 옆으로 지나가는 경우 기내 소란이 증가했는데 흥미롭게도 두 좌석 등급에서 발생시키는 기내 난동의 양상이 달랐다. 이코노미석 승객들은 자신의 감정을 스스로 폭발시키는 경우가 많았으나(emotional outburst), 1등석 승객들은 화를 내면서 타인에게 호전적 행동을 가하는 경우가 더욱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belligerent behavior).
이런 결과는 좌석의 앞뒤 길이, 좌석의 폭, 좌석 수, 비행시간, 이륙 지연 유무, 국내/해외 노선 여부, 기내의 승무원 공간 크기 등과 관계없이 관찰됐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본 연구 결과는 비행기 기내의 공간 디자인에 관한 것이지만 위계질서를 느끼게 하는 사무실, 경기장 등 다른 공간에서도 적용해 생각해볼 수 있다. 기업 사무실의 경우 임원에게는 방을 배정하고 일반 직원은 큐비클에서 일한다. 운동 경기장에서는 비싼 좌석과 일반 좌석이 나뉜다. 특히 자신의 자리에 가기 위해서 더 나은 공간을 지나가야 하는 경우 물리적 불평등에 더해서 사회적 불평등을 강하게 느낄 수 있고 반사회적인 행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회사에서 나의 큐비클로 갈 때 임원의 방 옆을 지나가야 하거나, 경기장에서 나의 좌석을 찾아갈 때 더 비싼 좌석을 지나가야 하는 경우다. 구성원의 반사회적 행동은 조직의 손해로 이어진다.
본 연구 결과는 또한 소비자가 값비싼 선택을 하도록 유도하려고 불평등을 자극하는 마케팅 기법이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음을 보여준다. 최근 국내 영화관들이 영화관 중앙의 좋은 좌석에 더 비싼 가격을 책정한 사례나 놀이공원에서 줄을 서지 않고 바로 입장할 수 있는 빠른 패스를 도입하는 사례들이 이에 해당한다. 이 논문의 연구자들은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은 위계질서에 굉장히 민감해요. 내가 이 사회에서 위에 있다거나 아래에 있다는 걸 느끼는 순간, 생각과 감정과 행동이 크게 바뀔 수 있어요.”
주재우 국민대 경영대학 교수 designmarketinglab@gmail.com
필자는 서울대에서 인문학 학사와 경영학 석사를, 캐나다 Univer-sity of Toronto의 Rotman School of Management에서 마케팅 박사 학위를 받았다. 행동적 의사결정 심리학을 바탕으로 디자인 마케팅, 신제품 개발, 소비자 행동에 관해 주로 연구하고 있다.
질문, 답변, 연관 아티클 확인까지 한번에! 경제·경영 관련 질문은 AskBiz에게 물어보세요. 오늘은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Click!
회원 가입만 해도, DBR 월정액 서비스 첫 달 무료!
15,000여 건의 DBR 콘텐츠를 무제한으로 이용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