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DBR은 독자 여러분들의 의견과 반응을 체계적으로 수렴해 콘텐츠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비즈니스 현장에서 왕성하게 활동 중인 열독자를 중심으로 ‘독자패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Indepth Communication’은 독자패널들로부터 DBR 최근 호 리뷰를 들어본 후 추가로 궁금한 점에 대해 해당 필자의 피드백을 받아 게재하는 코너입니다.
전요한 DBR 제10기 독자패널 (동화엔텍)
DBR 198호 스페셜 리포트 중 ‘저성과자 압박은 불안감만 확산, 성과목표 대신 학습목표 부여하라’를 읽고 질문 드린다. 수십 년간 대내외 환경이 불안정해도 잘 지내왔다는 과거의 경험만을 믿고, 향후에도 우린 괜찮을 것이라는 막연한 안도감에 빠져 있는 조직 구성원들에게 어떻게 위기의식을 일깨울 수 있는지에 대한 조언을 부탁한다. 또한 타 부서로의 저성과자 차출 문제와 관련한 질문을 드린다. 흔히 저성과자를 관리하는 방법으로 기업에서 많이 쓰는 방법 중 하나가 ‘미래 먹거리’와 관련돼 있다는 미명으로 포장된 신사업 부서로 잉여인력을 재배치하는 것이다. 물론 해당 신사업 부서가 실제로 미래의 신성장 동력을 확보해 기업의 명운을 책임질 중요 부서일 수도 있다. 이 경우 당연히 A급 우수 인재들 위주로 팀을 꾸리는 게 합리적이다. 하지만 실제 인력을 차출해야 하는 부서장 입장에서는 당장 지금 진행되고 있는 현업에 영향을 받을 것을 우려해 똑똑한 인재 대신 저성과자를 골라 보내는 경우가 많다. 이런 문제를 어떻게 미연에 방지할 수 있을까? 또한 설령 낮은 성과로 인해 차출당한 직원들이라 하더라도 이들이 피해 의식에 사로잡혀 방황하지 않고 신사업 프로젝트에 성심 성의껏 참여하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서도 궁금하다.
이승윤 홍익대 경영대 교수
조직의 비용절감 방법으로 경영자들이 가장 쉽게 떠올리는 것이 인력 감축을 통한 인건비 절감인데, 이는 생각만큼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다. 특히 인력 구조조정 이후에 남아 있는 종업원들에겐 ‘다음은 혹시 내 차례가 아닌가’ 하는 불안감과 스트레스, 퇴출된 동료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이는 업무몰입에 큰 방해요인이 된다.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실제로 기업이 인력 구조조정을 실시한 이후 예전의 재무적 성과를 회복하는 데 평균 5년이 걸린다고 한다.
갈수록 경기는 둔화되고 기업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는 상황 속에서 위기 의식을 고취하고 조직 전체가 변화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이에 대한 공감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선 어떤 좋은 방법이 있을까? 그동안 조직에 헌신해온 종업원들을 일방적으로 퇴출시키는 것이 아닌 경영진과 종업원이 함께 노력해 위기를 극복한 예로 미국 4대 항공사 중 하나인 사우스웨스트항공을 들 수 있다. 2004년도에 유가의 폭발적 상승으로 인한 경영 위기 상황에서 사우스웨스트항공의 최고경영자(CEO)는 전체 종업원들에게 메모를 보내 각자 하루에 5달러씩 절감할 수 있는 방안을 제안해줄 것을 요청했다. 곧바로 종업원들로부터 답장이 쇄도했고, 6주 만에 200만 달러를 절감할 수 있는 아이디어들이 모였다. 기업에 닥친 위기상황을 종업원들과 공유하고 이들로 하여금 기업을 살리는 일에 동참하도록 함으로써 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함과 동시에 애사심까지 고취시키는 결과를 얻은 것이다.
미국에서 9·11 테러가 발생했을 때 모든 항공기 운항이 한동안 금지되고 승객들이 항공서비스 운항을 꺼려 항공사들이 위기에 직면했다. 그 당시 타 항공사들이 수만 명의 인력 감축을 시행하는 와중에도 사우스웨스트항공사는 단 한 명의 종업원도 해고하지 않았으며, 비행기 몇 대를 매각해 비용을 보전한 것으로 유명하다. 하버드경영대학원의 코터 교수는 중간관리자의 85% 이상이 변하지 않으면 조직이 살아남지 못한다는 위기상황에 공감할 때에야 비로소 조직변화 노력이 성공할 수 있다고 한다. 기업의 위기상황을 종업원들과 공유하고, 위기를 타개하는 노력에 종업원들이 동참해줄 것을 호소함으로써 함께 변화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신사업 부문에 저성과자 위주로 차출되는 문제와 이들의 낮은 업무열의에 대한 질문과 관련해 우선 신사업 부문의 성장과 성공이 기업의 성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공감대가 조직 내에 형성될 필요가 있다. 신사업 부문 성공의 중요성에 대해 지속적으로 공식적, 비공식적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져야 한다. 또한 신사업 부문에 대한 경영진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신사업 부문이 성공할 경우 앞으로 조직 성과에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지 구체적인 비전을 제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다음으로 인력을 차출하는 소속장들의 인센티브에 신사업 부문의 초기 성과를 일정 부분 반영하는 것을 제안해볼 수 있다. 신사업 부문에 우수 인재를 차출하고자 하는 동기를 강화하기 위한 방법이다. 또 신사업 부문으로 이동하는 인재들에게 향후 경력개발에 어떤 이로운 점이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해 진취적인 인재들이 의욕적으로 새로운 사업에 도전할 수 있도록 격려하는 방법도 좋다. 신사업은 단기간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가 어려울 수 있으므로 언제까지 어떤 성과를 달성하라는 성과목표를 제시하기보다는 ‘신사업 시장을 분석하고 틈새시장 공략 전략을 도출하라’는 식의 학습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창의성과 열의를 북돋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문휘겸 제11기 독자패널(위메프)
‘직방’은 부동산 중개라는 전통적 오프라인 서비스를 온라인에서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대표적인 O2O 사례다. 앱 중심의 온라인 비즈니스 모델의 경우 서비스 초기 단계에서는 앱 설치자와 이용자 규모가 비즈니스의 성공 여부를 판가름하는 지표가 되지만 서비스 성숙기로 갈수록 신규 이용자의 유입뿐만 아니라 기존 이용자의 재방문, 재이용 여부가 서비스의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성장을 결정하는 요소가 된다. 그러나 부동산 중개 서비스 앱을 이용하는 소비자, 즉 앱 이용자의 속성상 그들의 니즈가 충족되고 나면 일정 기간 앱을 이탈하는 것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해당 사업모델을 운영하는 사업자 입장에서는 어떠한 전략으로 기존 이용자를 lock-in시키고 앱의 생명력을 지속시킬 수 있는가.
최기영 현대오토에버 과장
직방은 이용자들이 집을 구하기 위해 마주하는 가장 중요한 매물 정보 외에도 다양하게 즐길 ‘볼거리’콘텐츠를 자체 제작, 구성해 제공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직방툰’(http://s.zigbang.com/event/webtoon/landing/html/index.html?v=3)이다. 직방툰은 직방의 주요 고객층인 젊은 세대층들이 생활과 관련된 다양한 공감대를 이루고 소통하기 바라는 취지에서 직방이 자체 제작한 웹툰이다. 콘텐츠에 대한 호응도가 높아 현재 시즌 3까지 이어지고 있다. 직방은 이용자들이 직방 앱에 들어와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소비하면서 더욱 오래 머물 수 있도록 다양한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이러한 마케팅 활동은 단순히 단기간의 유입 효과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이용자들과의 소통 접점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이다. 직방 관계자는 이 모든 활동을 “앱의 생명력을 지속시키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말한다. 또한 최근 1년 혹은 2년 단위로 이사를 하는 싱글족들은 당장 이사를 앞두고 있지 않더라도 수시로 집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매물을 탐색한다. 이러한 배경에서 직방은 매물 정보뿐 아니라 ‘라이프스타일’의 관점에서 다양한 주거 정보를 제공해나간다는 것이다. 생활 속 유용한 주거 관련 정보를 전달하는 ‘직방 주거연구소’ 페이스북 페이지를 운영하는 것도 역시 이런 이유에서다.
DBR 제11기 독자패널 김현주(변화와 성장)
김서윤 님의 “‘오타쿠’와 달리 ‘덕후’는 공감중시… 스타벅스 다이어리처럼, 場을 펼쳐줘라”를 읽고 질문 드린다. 우리나라의 덕후는 일본의 전형적 오타쿠의 몰입이나 자기만족과는 다른, 자기 표현으로서의 현시성이 강하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러다보니 충성도가 다소 떨어지며 유행의 흐름을 따라 ‘갈아타기’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본다. 또한 실질적으로 매출로 연결되지 않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표면적인 덕질의 충성도를 높이고 핵심 고객으로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김서윤 하위문화연구가
한국 덕후의 덕질은 대상과 관련 있는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만화 ‘원피스’ 덕후라고 해도 꼭 만화 ‘원피스’에 (일본 오타쿠처럼) 파고들지 않는다. 원피스와 관련 있는, 즉 일본 만화 전반이나 캐릭터 산업 전반에도 열려 있다. 덕질로 쌓는 것은 덕질 대상에 대한 지식이 아니라 ‘덕질 경험의 체득’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최근 패스트푸드 업체에서 자주 보이는 ‘피규어 증정 행사’ 같은 것은 덕질 경험을 활용해 덕후를 자신의 핵심 고객으로 끌고 오는 좋은 사례다. 맥도날드에서 원피스 피규어를 증정한다고 하니 1)원피스를 좋아하는 덕후, 2)피규어를 좋아하는 덕후, 3)잘 모르지만 덕후 경험을 놓치고 싶지 않은 덕후들이 모여 성황을 이뤘다.
이처럼 덕질을 실제 매출로 이끌기 위해서는 별도의 콘텐츠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꼭 최근에 유행하는 콘텐츠가 아니라도 좋다. 만화 ‘원피스’는 연재가 시작된 지 19년이 지난 장수 콘텐츠이기 때문에 고객들을 끌어들인 측면도 있다. 한국의 덕후 경험(OX)은 이제 막 시작됐기 때문에 활용할 수 있는 콘텐츠가 무척 많다. 무엇보다 대중문화 콘텐츠를 꾸준히 관찰하고 분석하며 이해하는 일이 필요하다. 스타워즈 덕후가 5월4일을 기념한다는 사실(스타워즈에서 반복되는 ‘MAY the force(FORTH) be with you’라는 말에서 비롯된 기념일)을 알게 되면 그 시기에 맞춰 스타워즈 기념품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올해 5월4일을 앞두고 유니클로의 그래픽 티셔츠 UT가 좀 더 다양하게 출시됐다.
이런 과정에서 도전 과제를 주는 것이 특히 중요하다. 쉽게 얻지는 못하지만 얻어낸 리워드를 통해 ‘나는 독특하다’고 고객이 생각할 수 있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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