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기업의 공습에서 살아남으려면

201호 (2016년 5월 lssue 2)

 

  

미국 뉴욕대 멜리사 실링 교수 등은 학습과 관련한 흥미로운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바둑을 배우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해서 첫 번째 그룹에는 전문화된 훈련(specialized practice)을 집중적으로 실시했습니다. 바둑에만 몰입하는한 우물 파기식 훈련을 한 것입니다. 두 번째 그룹에는 잡다한 훈련(massed practice)을 했습니다. 바둑도 가르쳤지만 바둑과 전혀 관련이 없는 게임도 시켰습니다. 세 번째 그룹에는 연관된 경험(related experience)으로 바둑과 유사하지만 성격의 다른 보드게임 등을 함께 훈련했습니다. 어떤 그룹의 학습 성과가 가장 좋았을까요?

 

한 우물 파기, 즉 바둑에만 몰입한 그룹의 실력도 물론 향상이 됐습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바둑과 전혀 상관없는 게임을 경험한 잡다한 훈련 그룹도 이에 못지않게 실력이 향상됐습니다. 더욱 재미있는 포인트는 바둑 외에 유사한 다른 게임까지 경험해본 세 번째 그룹의 실력이 가장 빨리 향상됐다는 것입니다.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요? 탁월한 연구 역량을 보여온 도널드 설 MIT슬론경영대학원 교수와 캐슬린 아이슨하트 스탠퍼드대 교수가 지은 책 <심플, 결정의 조건(와이즈베리, 2016)>을 보면 연관된 경험의 위력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사례가 등장합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섀넌 털리라는 스탠퍼드대 미식축구 체력담당 코치는 특별한 노하우로 부진의 늪에 빠졌던 팀을 구원했습니다. 그 비결은 그의 경력에서 찾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는 처음에는 단순 체력단련 프로그램 코치였습니다. 더 무거운 역기를 들어올리는 사람이 존경받는 세상에서 살았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후 야구와 배구, 레슬링 팀의 체력담당 코치로 경력을 쌓았다고 합니다.

 

섀넌은 이 과정에서 체력담당이란 보직은 같았지만 한 분야에 통했던 규칙이 다른 분야에서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예를 들어 배구에서는 점프력이 중요하지만 레슬링에서는 전혀 쓸모가 없었습니다. 무거운 역기를 드는 능력도 경기력과 전혀 관계가 없다는 사실도 알게 됐습니다.

 

하지만 그는 연관 분야를 경험하면서 이질적인 영역을 관통하는 지식도 터득했습니다. 강한 힘보다는 부상을 피하는 게 중요하다, 영양 섭취를 많이 해야 한다, 각 포지션에 맞는 체력 단련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한다는 것 등이 그것입니다. 그리고 이를 스탠퍼드대 미식축구팀에 그대로 적용했습니다. 예를 들어 미식축구 전방 공격수는 자세를 낮춘 상태에서 몸집이 큰 선수를 밀어내야 하기 때문에 하부 근육 단련과 균형감, 어깨 힘 강화에 집중했습니다. 획일적인 역기 들기에 집중했던 과거와 확연히 다른 접근을 하자 선수들은 놀라운 성과로 화답했습니다.

 

급변하는 환경에서 조직 경쟁력의 핵심은 학습 능력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조선업과 해운업 구조조정이 한창 진행 중입니다. 위기의 근원지는 중국입니다. 중국 기업들은 따라가기 힘든 원가로 산업의 틀을 바꾸고 있습니다. IT와 금융 등에서도 중국의 공세가 무섭습니다.

 

산업 구조가 재편되고 있는 시점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연관 분야의 경험과 학습능력입니다. 유사한 상황에 직면한 기업의 혁신 전략을 적극 수용해 새로운 고객 가치를 창출해야 합니다. 만약 우리 조선업체들이 중국 업체들과 함께 가격 경쟁의 수렁에 빠지기보다 GE가 했던 것처럼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 기업으로 탈바꿈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광범위한 연관된 경험을 통해 학습하는 능력이 없으면 불확실성 시대에 대처할 수 없습니다.

 

DBR은 중국 기업의 공습에 대비한 전략 대안을 모색해봤습니다. 중국 기업의 전략을 분석하고 광범위한 학습을 토대로 우리 나름의 규칙을 세워 대안을 모색해야 합니다. 로스차일드의 투자 원칙은거리가 피로 물들 때 사들여라. 그 피가 자기 자신의 피일지라도였다고 합니다. 격변기에 항상 기회가 있습니다. 중국 기업의 공습은 당장은 고통스럽지만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의 원천이기도 합니다.

 

 

 

김남국 편집장·국제경영학 박사 march@donga.com

 

동아비즈니스리뷰 351호 Diversity in Talent Management 2022년 08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