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조의 후계자 교육
Article at a Glance
영조의 사도세자 교육 특징
무리한 조기교육으로 부담 가중, 과도한 간섭, 간접 경험 위주의 교육, 인색한 칭찬
영조의 정조 교육 특징
체계적인 눈높이 조기교육, 자율권 인정, 풍부한 현장 경험 위주의 교육, 무한 신뢰와 격려
영조의 후계자 교육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시사점
지나친 기대와 부담을 지우는 조기교육은 금물. 현장 경험과 이론의 균형, 신뢰에 기반한 온전한 권한위임이 중요 |
영조와 사도세자
1762년(영조 38) 음력 윤5월 창덕궁 휘령전 앞, 영조 앞으로 불려나온 사도세자는 눈물을 흘리며 용서를 구하고 있었다. “아버지, 제가 잘못했습니다. 이제는 하라는 대로 하고 글도 읽고 말도 잘 듣겠으니 제발 살려주십시오!”
휘령전은 왕비들의 위패를 모셔놓은 곳이다. 하필 이곳에서 이런 사단이 벌어진 것은 영조가 죽은 첫째 왕비인 정성왕후의 위패에 참배하러 왔을 때, 정성왕후의 혼령이 나타나 영조에게 이렇게 속삭였기 때문이라고 한다. “전하, 변란이 가까이 닥쳤습니다!” 그리고 변란은 역모이고, 역모의 주모자가 사도세자라는 말까지 한 모양이다. 영조는 즉시 주변 신하들을 향해 소리쳤다. “그대들도 지금 정성왕후의 혼령이 내게 말한 소리를 들었는가?” 영조는 칼로 땅을 두드리며 세자에게 자결하라는 명령을 내린다.
세자는 살려달라고 빌며 울부짖다가 돌부리에 머리를 박아서 이마에 피가 흘렀다. 주위 신하들이 극력으로 막아서자 영조는 사도세자에게 뒤주 속으로 들어가라고 명령했다. 세자는 뒤주에서 8일을 버티다가 결국 사망했다. 당시 세자의 나이는 28세, 영조는 69세였다.
이런 비극의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사도세자의 정신병 때문이다, 신하들의 이간질 때문이다, 당파 간의 이견으로 희생양이 됐다 등 여러 설이 있다. 그러나 이런 해석들은 사도세자의 죽음을 합리화하기 위한 사후의 변명이나 정치적 입장이 들어간 해석일 뿐이다. 오히려 사도세자, 정조에게까지 평생의 비극이 된 이 사건의 진짜 원인은 세자에 대한 영조의 잘못된 교육방침 때문이었다.
영조의 실수는 조선의 전통적 교육방식의 장점과 원칙을 무시한 데서 발생했다. 원래 조선의 전통적인 교육법은 지금처럼 학습능률을 올리거나 단기간에 많은 지식을 습득하는 데 맞춰져 있지 않았다. 조선의 교육은 지식교육 혹은 기능교육이 아니라 지식과 품성, 인성교육이 결합된 것이었다. 최종적으로는 인성에 맞춰진 교육방법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세자 교육에서는 또 하나 중요한 장치를 마련하고 있었다. 부모의 간섭과 과잉교육을 방지하는 것이었다. 천천히 차분하게 통치술과 리더십을 배우고, 국왕으로서 필요한 품성을 가르치는 것이 세자 교육의 원칙이었다. 그러나 영조는 과도한 문제의식과 성급함 때문에 기존 교육 전통을 지키지 않았고, 모든 장점과 방어 장치를 파괴했다.
1. 무리한 조기교육
1737년(영조 13) 음력 8월, 영조는 사도세자를 왕세자로 책봉했다. 태어난 지 15개월로, 겨우 걸음마를 떼는 아이를 세자로 책봉한 것이다. 조선시대에는 보통 7∼9세는 돼야 세자로 책봉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그리고 세자의 교육을 담당할 관원도 임명했는데, 당시 영의정이었던 이광좌와 좌의정 김재로였다. 마치 대학교수를 영아교육에 투입한 모양새였다. 거기다 두 사람은 소론과 노론을 대표하는 정치가였다. 왕의 명령도 잘 듣지 않을 정도로 칼날 같은 대립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 절대로 편안하고 바람직한 교육환경은 아니었다.
이토록 무리한 환경을 조성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여기에는 영조의 포부와 자괴감, 초조함이 깔려 있었다. “내가 박복해서 즉위한 이후에도 백성들에게 혜택을 준 것이 별로 없지만 반드시 당파를 없애겠다는 목표는 끊임없이 추구해왔다. 그런데도 여러 신하들은 아직도 마음을 돌리지도 않고 벼슬도 꺼리고 있다. 그러나 내 자손들이 나의 뜻을 따르고 이어준다면 저 당파를 주장하는 자들이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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