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방영되고 있는 인기 드라마에서 앞으로 더 주목받을 주인공은 A보다는 B일 가능성이 큽니다. 빅데이터 분석에 의하면 드라마 방영 전에는 A의 관심도가 앞서다가 드라마 방영 이후 B의 버즈(buzz)량이 유의미한 수준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TV광고는 온라인 바이럴이 강세를 보이는 지금의 상황에서도 여전히 유효한 수단입니다. 왜냐하면 특정 브랜드의 TV광고가 해당 브랜드에 대한 온라인상의 키워드 검색 행동에 영향을 미치고, 그 검색 행동이 해당 브랜드의 구매를 유도하기 때문입니다.”
“가장 적절한 TV광고의 온에어 시점은 카테고리별로 다릅니다. 소비자의 구매 전 검색 패턴을 분석하면 스마트폰은 구매 14일 전, 자동차 보험은 구매 30일 전에 제품과 관련된 정보 탐색을 시작하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정보 탐색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그 시점을 기준으로 TV광고를 온에어 하면 가장 효율성이 높아집니다.”
앞서 제시한 세 답변은 각각 ‘현재 방송되는 인기 드라마에 나오는 주인공 중 누구를 광고 모델로 써야 할 지’ ‘여전히 TV광고는 효과가 있는지’ ‘성수기를 앞둔 제품의 TV광고 시작 시점은 언제여야 하는지’에 대한 것이다. 고객들의 질문은 이처럼 예전과 확연히 달라졌다. 엄청난 양의 소비자 행동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생성되면서 광고회사에 대한 클라이언트의 요구사항과 질문은 차원이 달라졌다. 광고회사의 답변은 더욱 놀랍다. 아마도 빅데이터 이전의 시대에는 전혀 들을 수 없었던 대답일 것이다. 과거에는 많은 부분을 ‘촉’과 ‘감’에 의존했다. 다양한 통계치가 존재했지만 지금보다는 정확성이 덜했다.
이제 소비자로 돌아가보자. <절대가치>를 쓴 이타마르 시몬슨과 엠마뉴엘 로젠에 따르면 지금의 소비자는 예전과는 달리 구입하고자 하는 제품에 대한 거의 완전한 정보를 접할 수 있다. 심지어 제품들에 대한 평가 사이트, 소셜미디어로 연결된 인적 네트워크, 다양한 전문가들의 평가들을 통해 실제 제품을 구입해서 사용할 때와 거의 같은 사용 경험을 미리 해볼 수가 있다. 이런 새로운 소비자의 탄생은 이전처럼 소비자의 인식 변화를 목표로 하는 수많은 마케팅 노력들에 대해 새로운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제 더 이상 인지도, 선호도, 구매 의향 같은 인식 수준에서의 변화가 아니라 인터넷상에서의 검색 행동, 매장 방문, 구매 행동과 같은 직접적인 행동의 변화에 주목할 때가 된 것이다. 다시 상황을 정리해보자. 예전에는 소비자가 어떻게 인식하고 생각하는지를 물어봤고 이를 토대로 광고와 마케팅 전략을 짰다. 늘 정확하지는 않았지만 그것밖에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 빅데이터 시대가 되면서 이제 소비자의 행태를 관찰하고 추적하며, 그 결과를 수집해 제대로 된 예측과 전략수립을 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모두가 이를 활용할 수 있게 되면, 결국 이는 ‘붉은 여왕의 경주’처럼 모두가 열심히 뛰지만 결국 제자리인 상태가 되는 건 아닐까?
절대 그렇지 않다. 인터넷이 처음 등장했을 때 ‘정보의 바다’에 대한 무한한 찬사가 이어졌지만 이를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해 처음부터 깊게 고민하는 기업은 많지 않았다. 처음에는 관심을 보이다가 이내 기존 플랫폼이 훨씬 더 오래 지속될 것이라는 믿음으로 ‘회의론자’들이 됐다. 빅데이터 역시 마찬가지다. 최근 빅데이터를 업무 현장에서 사용하는 것에 대해 회의적으로 생각하는 고객들이 많아 놀랄 때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빅데이터를 지난 시절 한때 유행하고 사라졌던 수많은 마케팅 유물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이제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빅데이터는 이미 우리의 마케팅 현장에서 살아 숨쉬고 있고 매우 실질적인 대답을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전에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유형의 소비자들이 탄생하고 있는 이 시대에, 기업들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대답은 여전히 여기에 있다. “It’s the Big Data, Stupid.”
지현탁 제일기획 제일 DnA 센터장
필자는 서울대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지각심리를 전공했다. 1992년 제일기획에 입사해 광고인으로 평생 살아왔다. 2011년부터 캠페인 본부장을 맡아 각종 프로젝트 기획을 지시하고 감독해오다가 최근 제일기획 제일 DnA센터 센터장으로 취임해 소비자 트렌드 변화와 빅데이터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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