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현장을 관찰하다보면 무척 흥미로운 현상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역점 전략으로 창조나 혁신을 선정하고 관련 캐치프레이즈를 사무실 곳곳에 붙여 놓는 조직일수록 오히려 혁신성이 떨어지는 사례가 많습니다. 반대로 혁신적인 기업에 가보면 정작 창조나 혁신이란 말을 잘 쓰지 않는 사례도 발견됩니다. 왜 이런 역설적 현상이 발생할까요.
창조나 혁신은 매우 광범위한 개념입니다. 경영자들이 창조나 혁신을 강조하면 조직원들이 이에 부응할 것 같지만 다른 대부분의 세상사와 마찬가지로 문제는 이렇게 쉽게 풀리지 않습니다. 원가를 조금 줄이거나 업무 효율을 높이는 일에서부터 세계 최초로 신상품을 내놓는 일까지 창조와 혁신의 범위는 거의 무한대에 가까울 정도로 넓습니다. 따라서 창조하고 혁신하라고 아무리 독려해도 조직원들은 구체적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알기 어렵습니다. 또 창조와 혁신을 하다 보면 불가피하게 실패 확률이 높아집니다. 이에 대한 안전판 없이 경영자가 계속 혁신하라고 압박하면 기존 틀 내에서 조금 열심히 일하는 수준의 행동을 하거나, 아니면 저마다 다른 해석을 내려 배가 산으로 갈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실제로 혁신 성과가 높은 기업들은 어떨까요. 이들은 구체적인 행동 지침을 제시합니다. 예를 들어 3M처럼 ‘3년 내 출시한 신제품이 전체 매출 50% 이상을 차지해야 한다’는 식입니다. 이런 전략은 조직원들에게 명확한 방향을 제시하기 때문에 개념에 대한 논란의 여지가 생기지 않습니다. 또 이런 방침하에서는 수익성 높은 과거 제품을 잠식할 가능성이 있는 신제품도 과감하게 출시할 수 있습니다. 실패 위험을 감수하는 직원들도 많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실증분석을 해보지 않았지만 단어 사용 빈도와 실제 혁신성 사이에는 음(-)의 상관관계가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경제 정책은 ‘창조경제’입니다. 중국을 대표하는 경제 정책은 ‘스마트 제조’와 ‘인터넷+’입니다. 저는 중국의 전략이 구체적인 성과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중국의 전략 방향이 보다 명확하고 구체적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이런 방침하에서는 전통 산업과 인터넷 산업이 충돌할 때 인터넷 기반 비즈니스를 지원하는 과감한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실제 중국에선 기존 은행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전폭적 지원을 등에 업은 인터넷 기업들이 핀테크 산업을 선도하고 있습니다. 또 ‘우버’ 같은 기존 생태계를 위협하는 사업도 가능합니다. 창조를 목 놓아 외치는 한국에선 정작 핀테크가 발걸음조차 떼지 못하고 있고 우버 같은 비즈니스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것과 크게 비교됩니다.
중국의 정치 체제는 다당제 민주주의가 정착된 한국인의 입장에서는 후진적으로 보일 수도 있는 1당 독재체제입니다. 하지만 리더들이 왜 이렇게 선도적인 어젠다 제시 능력을 갖췄는지 궁금해서 자료를 찾아봤습니다. 그 비결 중 하나가 중국의 엄격한 리더 양성 시스템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중국에서 리더가 되려면 현장에서 반드시 역량을 보여줘야 합니다. 또 개인의 전체 경력이 비밀 파일로 관리되는 등 철저한 검증이 이뤄진다고 합니다. 기존 발전 단계를 건너뛰는 Leapfrogging 전략을 중국 지도자들이 주도하는 모습을 보면 이런 인재 양성 시스템이 효과적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최근 비즈니스맨들이 만나는 자리마다 중국은 대화의 단골 소재로 등장합니다. 차원이 다른 거대 시장으로서의 매력에다 최근에는 중국발(發) 혁신도 만만치 않습니다. 한국 기업에는 큰 위기이자 기회를 제공합니다. DBR은 지난 2010년 6월 ‘The China Strategy’를 스페셜 리포트로 제작했습니다. 여간해서는 같은 주제를 반복하지 않는 DBR이지만 중국에 대해서만은 예외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번 스페셜 리포트로 ‘The China Strategy Ⅱ’를 제작했습니다. 중국에 대한 관심이 식지 않을 것으로 보여 Ⅲ, Ⅳ편이 이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번 스페셜 리포트의 내용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용의 등에 올라타라‘입니다. 용의 등에 올라타 천하를 호령하기 위한 지혜를 얻어 가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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