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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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형 상품 추천과 감시사회는 동전의 양면
“띠링∼.” 스마트폰에 문자메시지가 떴다. 최근 내려받은 소셜커머스 앱(App)에서 날아온 알림. 도시적인 남자 ‘매일 출근하는 약간뚱보’님을 위한 특가 기모 패딩점퍼 추천. ‘오호, 어떻게 내 취향을 이렇게 잘 알고 있지? 얘네들 나에 대해 뭣 좀 아는 걸?’ 판매 기간은 오늘까지. 시간이 없다. 월급날이 얼마 남지 않아 잔고가 거의 바닥이지만 술자리를 줄이기로 하고, 에라 몰라, 결제!
최근 급증하고 있는 모바일 쇼핑의 한 사례다. 엠브레인트렌드모니터의 조사에 따르면 모바일 쇼핑 소비자 중 50.7%는 앱을 통해 알림 서비스를 받았다.1 앱을 선택할 때 영향을 미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가격할인(46.9%)’과 ‘세일 정보 제공(41.2%)’이었다.2 실제 구매에서 알림 서비스의 영향력은 상당하다. 그런데 인터넷 쇼핑몰 담당자가 어떻게 내 취향과 라이프 스타일을 알았을까? 마케팅 담당자와 일면식은 물론 전화 통화를 나눈 적도 없다. 어떻게 취향을 이렇게 정확하게 알고 있을까? 분명한 것은 누군가가 내가 남긴 디지털 흔적을 토대로 소비 취향을 끊임없이 분석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모든 사물을 인터넷으로 연결하는 사물인터넷(IoT·Internet of Things)의 시대가 도래하면 개인이 취급하는 거의 모든 제품과 관련된 데이터는 기록된다. 일반 소비자는 이런 미래를 어떻게 전망하고 있을까? 미래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은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나타났다. 사물인터넷의 시대는 능력 있는 개인에게 엄청난 기회(61.2%)이고, 불안요소도 줄어들며(52.1%), 생활이 편리해질 것(84.1%)이라고 기대했다. 반면 78.8%는 원치 않는 개인정보가 노출될 수 있으며 67.4%는 개인은 끊임없이 감시당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3 소비자는 기대 반 우려 반으로 사물인터넷 시대를 바라보고 있었다. 일상이 항상 노출되고 있다는 느낌이 팽배한 분위기에서 사용자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어떻게 이용하고 있을까?
▶타인의 일상은 보고 싶다
SNS는 소통의 공간이다. 내 생각을 전달하고 상대방의 생각을 듣는 공간이다. 그런데 여기서 흥미로운 장면이 나타난다. SNS 이용자는 대체로 자신의 생각과 일상이 SNS에 공개되는 것을 부담스럽게 느꼈다. 매체별로 이런 응답이 39.4∼52.3%에 달했다. 반면 상대방의 일상은 보고 싶어 했다. 습관적으로 다른 사람들의 SNS를 본다는 사람들이 매체별로 22.0∼49.2%에 달했다.4 한국인에게 SNS는 자신의 주장과 논리를 적극적으로 펼치는 공간이기보다 ‘나와 관계된 사람의 일상을 관찰하는 공간’이었다. 이런 맥락에서 2014년 10월 논란이 됐던 카카오톡(Kakao Talk) 이용자의 대규모 ‘사이버 망명 ’5 에 대한 논란은 이렇게 해석할 수 있다. 한국에서 SNS 이용자는 평소 자신의 일상을 노출하고 싶지 않았다. 말이 통하는 사람하고만 SNS를 하고 싶어 했다. 자신의 정보가 불특정 다수에게 원치 않는 방식으로 노출되는 것을 상당히 거부했다. 그런데 이런 SNS 이용자의 ‘정보 노출과 통제욕구’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일이 권력기관과 기업에 의해 일어났다. 사이버 망명은 자신이 원하는 형태의 정보만 원하는 사람들에게 보이려는 적극적인 욕구가 분출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더 이상 불특정 다수와의 소통이 의미가 없어진 시대에서 사람들은 ‘내가 원하는 사람’과 비밀스런 대화를 원하고 있다.
SNS는 편리한 인간관계 관리도구다. 친해지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해당 인사의 SNS를 찾아 친구 맺기를 시도하면 된다. 불편한 사람은 슬며시 ‘차단’하면 된다. 또 굳이 드러내고 싶지 않다면 자신의 취향을 드러내지 않으면 된다. SNS는 인간관계 관리의 욕구와 방향, 자기 정보에 대한 강력한 통제욕구 등을 잘 보여준다. 누구와 메신저를 하고 문자를 보내며 통화를 했는지 등 개인정보를 다른 사람이 열람할 수 있다는 것은 단순한 불편함을 넘어 심각한 불쾌감이 된다. 72.4%는 맞춤형 정보가 제공되는 것을 좋아했으나6 72.5%는 정보가 유출될까 불안해 했다.7 대접받기를 원하면서도 간섭은 거부하는 소비자들은 정보유출을 감수하고 편리함을 얻느냐, 아니면 강력한 통제욕구를 채우면서 불편함을 감수하느냐의 기로에 서 있다.
윤덕환 마크로밀엠브레인 컨텐츠사업부장 dhyoon@trendmonitor.co.kr
필자는 고려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심리학과에서 문화 및 사회심리학으로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마크로밀엠브레인(구 엠브레인)에서 다수의 마케팅리서치 프로젝트를 수행했고 현재 컨텐츠사업부를 총괄하고 있으며 인천대 소비자·아동학과 겸임교수로 있다. 저서로는 <소비자는 무엇을 원하는가> 소비자트렌드읽기> <장기불황시대 소비자를 읽는 98개의 코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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