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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과 인터넷이 만나면

김남국 | 159호 (2014년 8월 Issue 2)

기업 현장에서 자주 활용되는 경영 툴 중 하나가 스왓(SWOT) 분석입니다. 기업 내부 역량을 강점과 약점(Strengths, Weaknesses)으로 구분하고, 외부 환경을 기회와 위협(Opportunities, Threats)으로 구분해서 전략 대안을 모색하는 방법론입니다. 워낙 단순해서 활용도가 높은데 저는 이 툴에 치명적 약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우리 회사가 매출의 70%를 차지하는 거대 고객을 갖고 있다면 이는 장점일까요, 단점일까요. 둘 다입니다.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생기듯 엄청난 물량을 사가는 큰 고객은 성장 동력이면서 동시에 이 고객이 거래처를 바꾸면 기업에 치명적 위기를 주는 엄청난 단점이기도 합니다. 환경보호를 위한 정부 규제가 강화된다면 이는 위기일까요, 기회일까요. 역시 둘 다입니다. 제대로 준비한 기업에는 큰 사업기회이고, 그렇지 않은 기업에는 독이 될 것입니다. 스왓 분석은 이러한 양면을 보지 못하고 한 면만 선택하라고 강요하며기회=활용’ ‘위기=회피라는 획일적 전략을 강요합니다. 이런 섣부른 판단은 생존에 큰 위협이 될 수 있습니다.

 

환경에 대한 규제와 마찬가지로 인터넷 발달은 위기와 기회라는 양면을 동시에 갖고 있습니다. 하나의 측면만 강조하면 위험합니다. 특히 인터넷은 그 어떤 외부 환경보다 강력한 변화를 촉발할 것이기 때문에 신중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모든 사람들이 거의 제로(0)에 가까운 거래비용으로 상대방과 지식과 정보, 자원을 교환할 수 있게 해주는 기술이기 때문입니다.

 

신기술의 발전 경로에 대해 연세대 이준기 교수는 저서 <오픈 콜라보레이션>에서 1단계대체’, 2단계전환이란 개념으로 명쾌하게 설명합니다. 예를 들어, 전기라는 신기술이 등장했을 때 초기에는 증기기관 같은 기존 동력을 단순히 대체하는 데 머물렀다고 합니다. 중앙에서 증기를 이용해 만들어진 동력이 개별 기계로 전달되는 과거 시스템을 전기가 단순하게 대체만 했습니다. 따라서 생산성 향상에도 한계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20년쯤 지나자 사정이 달라졌습니다. 중앙에서 만든 동력을 개별 기계에 전달하는 게 아니라 전기의 장점을 십분 활용해 개별 기계가 자체적으로 동력을 만들어 내면서 작업 공간이 넓어지고 분업이 훨씬 체계적으로 이뤄졌습니다. 이후 생산성이 비약적으로 증가했습니다.

 

인터넷도 마찬가지 경로를 밟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기업의 가치 창출 방식을 그대로 유지한 채 일부 활동만대체하는 수준에 그쳤습니다. 여행사의 예를 들면, 과거와 똑같은 방식으로 상품을 기획하되 지점 대신 인터넷을 활용해 판매하는 수준에 머문 것입니다. 하지만 인터넷이 상용화된 지 20여 년이 지난 현재, 인터넷의 장점을 제대로 활용한 스타트업 기업들이 파괴적 혁신을 감행해 사업 구조 자체를전환하고 있습니다. 실제 한 스타트업 기업은 해외에 있는 수많은 여행 가이드들이 상품을 만들어 올리고 구매자가 이를 선택하도록 하는 플랫폼을 제공, 소수 여행사 직원들의 머리에서 나온 제한적인 상품 판매에 몰두하는 기존 업체보다 훨씬 큰 고객 가치를 창출했습니다.

 

인터넷 본연의 기술적 우월성을 활용해전환적 비즈니스를 만들어낸 스타트업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기존 산업 생태계는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많은 증권회사들이 지점 중심의 전통적 영업 체계를 바꾸지 못하는 사이 온라인 기반 회사들이 수수료 파괴에 나서 기존 업계가 크게 고전하고 있습니다. 유통, 미디어, 콘텐츠, 서비스업 등 수많은 분야에서 인터넷 기반의 파괴적 혁신이 이뤄지고 있으며 심지어 택시기사들마저 개인들의 운송 수요와 공급을 연결시켜주는 우버(Uber)의 활동을 막아달라며 시위를 벌일 정도입니다.

 

인터넷은 사람 사이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변화시켰을 뿐 아니라 이제 사물과도 연결하는 등 차원이 다른 초연결성을 구현하는 단계에 진입했습니다. 이런 움직임이 현실화하면 인터넷 기반의 파괴적 혁신에서 상대적으로 안전지대로 여겨졌던 제조업 분야에도 큰 충격을 줄 수 있습니다. 센서를 장착하고 IT 기기와 데이터를 주고받으며 고객들의 불편을 해결해주는 가구, 전자제품 등이 등장하면 과거 사업 모델은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습니다.

 

DBR은 이번 호 스페셜 리포트로 사물인터넷(IoT)을 집중 조명했습니다. 파괴적 변화가 가져올 엄청난 파고를 헤쳐가기 위해서는 인터넷의 본질을 이해하고 전환적 모델을 만들려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번 스페셜 리포트가 기업의 미래 전략 수립에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김남국 편집장·국제경영학 박사 march@donga.com

  • 김남국 김남국 | - (현)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장
    -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편집장
    - 한국경제신문 사회부 정치부 IT부 국제부 증권부 기자
    - 한경가치혁신연구소 선임연구원
    mar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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