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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depth Communication

안성민 | 155호 (2014년 6월 Issue 2)

 

편집자주

DBR은 독자 여러분들의 의견과 반응을 체계적으로 수렴해 콘텐츠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비즈니스 현장에서 왕성하게 활동 중인 열독자를 중심으로독자패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Indepth Communication’은 독자패널들로부터 DBR 최근 호 리뷰를 들어본 후 추가로 궁금한 점에 대해 해당 필자의 피드백을 받아 게재하는 코너입니다.

 

안성민7 DBR 독자패널(한국생산성본부)

 

DBR 152호에 실린퍼실리테이션과 의사결정을 읽고 퍼실리테이션이 회의, 목표 등의 생산성을 높이는 중요한 매개체가 된다는 내용에 대해 크게 공감했다. 추가해서 산업, 업무 분야, 방법론 등에 따라서 퍼실리테이터를 어떻게 활용하는 것이 좋은지 궁금하다. 또 아이디어를 구하는 과정에서 퍼실리테이션을 활용할 때 경영진은 침묵해야 숨은 아이디어가 나온다고 했다. 그런데 경영진의 연륜과 경험, 통찰력 등을 무시할 수는 없다. 젊은 직원들의 아이디어는 회의에서 리더의 결정에 따라 일축되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방법이 의사결정 속도, 비즈니스 생산성 등의 관점에서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발한 아이디어 하나가 기업을 살리는 사례도 많다. 젊은 직원의 참신한 아이디어와 경영진의 노하우는 어느 하나도 놓쳐서는 안 될 것 같다. 그렇다면 어떤 방향으로 업무를 추진하고 어디에 중심을 두고 비즈니스를 해야 할까. 위계 축소 등 조직적 차원의 변화가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한 해법이 될 수 있을까. 원론적인 질문이지만 전문가의 고견을 듣고 싶다.

 

이수아7 DBR 독자패널(LG전자)

최근 기업에서는 다양하고 복잡한 이슈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으로 퍼실리테이션이 부각되고 있다. 다양한 의견과 공유, 토론, 논의를 통해 해결점을 찾아가는 방식은 새로운 혁신과 창조를 통한 성장에 목마른 국내 기업에 특히 더 필요하다. 퍼실리테이션의 3가지 핵심요소 중 수평적인 의사소통을 위한 장치를 마련하는 9가지 그라운드 룰은 매우 실행적이고 구체적으로 제시됐다. 매우 유익했다. 그러나 과거와는 달리 의사결정에서 다양성, 복잡성, 불확실성뿐만 아니라 속도가 매우 중요할 때도 많다. 수평적 의사소통의 과정이 오히려 속도를 지연시킬 수도 있다. 특히 변화가 매우 빠른 IT기업이나 위기에서는 퍼실리테이션보다는 강력한 컨트롤타워 등의 리더십이 효과적일 것 같다. 또 조직의 크기와 형태에 따라 퍼실리테이션이 적용되는 사례도 조금씩 다를 것 같다. 조직에서 암묵적인 담합이 있을 때 토론하기 어렵다. 그라운드룰에는토론이 불가능한 사안도 토론한다는 항목이 있는데 상대적으로 어렵고 힘든 과정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퍼실리테이터의 역할과 중요한 역량은 무엇인가.

 

이영숙 ALIGNED & Associates 대표

안성민 독자패널의 질문에 먼저 답한다. 첫째, 퍼실리테이터 선정과 관련된 질문은 퍼실리테이션의 핵심과 연결되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퍼실리테이터를 결정할 때 전문성을 얼마나 비중 있게 다룰 것인가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이 결정에는 다분히 패러독스적인 성격이 들어 있다. 퍼실리테이터의 전문성이 도움이 되지만 그의 전문성이 퍼실리테이션에 제약을 가져오기도 한다. 퍼실리테이션을 필요로 하는 쪽이 퍼실리테이터에게 해당 산업의 전문성을 원할 때는 대체로 회의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것보다 회의 산출물에 더 비중을 둘 때다. 퍼실리테이터가 전문성을 가지고 있다면 빠른 시간에 논의의 맥락을 짚어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 퍼실리테이터가 개입해야 할 순간을 결정하는 것도 해당 산업, 업무에 대한 이해가 있으면 도움이 된다. 그러나 퍼실리테이터가 전문성을 과도하게 사용하면 논의를 통한 해결안 도출에 오히려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런 경우 참가자들은 퍼실리테이터를 컨설턴트와 혼동해서 스스로 생각하기보다 퍼실리테이터에게 의존한다. 이것은 전문성을 가진 퍼실리테이터에게도 상당한 유혹이다. 퍼실리테이터는 전문성을 인정받았기 때문에 어떤 형태로든 조직이 필요한 부분에 자신의 전문성을 활용하려는 유혹을 떨치기 어렵다. 그런데 퍼실리테이터가 이런 유혹에서 자신을 방어하지 못하면 질문을 통해 참가자를 자극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끌어내기보다 자신의 전문성을 제시해 결국 퍼실리테이터의 중요 역할인 중립성을 스스로 훼손하고 만다.

 

필자는 해당 분야의 전문성보다 퍼실리테이션에 대한 전문성과 경험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의사결정에 필요한 전문성은 회의에 참석한 사람들의 몫이다. 참석자들이 전문성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참석자 선정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전문성이 부족한 사람들이 모여서 논의하고 결정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퍼실리테이터와 함께 회의주제에 적합한 사람들을 참석자로 선정하고 이들이 최고의 논의를 통해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회의 시작 전과 회의 도중, 회의 종료 이후 등 모든 단계를 디자인하고 진행할 수 있는 퍼실리테이터를 찾아야 한다. 이런 부분이 퍼실리테이터의 선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돼야 할 것이다.

 

둘째, 경영진의 경험과 통찰력은 분명 조직의 중요한 자산이다. 경영진의 노하우는 적절한 결정을 적시에 내릴 수 있게 한다. 다만 이런 것을 활용해야 할 때와 유보해야 할 때를 구분해야 한다. 경영진이 아이디어 개발 초기 단계에서 과거 경험에 준한 이야기를 미리 언급하면 대부분의 참석자들은 그것을 기준으로 받아들여 이에 준하는 의견을 내거나 더 좋은 아이디어가 없을 경우 경영진에게 전적으로 의존하게 된다. 흔히 하는 경험이다. 물론 수평적인 의사소통이 가능한 조직문화를 갖추고 있으면 상황이 다소 다를 수는 있다. 그렇더라도 퍼실리테이션의 과정에서는 잠시 참는 것이 좋다. 경영진의 통찰력이 개입될 수 있는 순간은 얼마든지 많다. 퍼실리테이션만큼은 경영진이 아닌 다른 참가자들이 아이디어를 내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 필자는 해당 임원에게 자신의 경험이나 통찰을 퍼실리테이션 이후에 해달라고 사전에 부탁하기도 한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있다. 참가자들이 더 이상 논의를 진전하지 못할 때 경영진이 통찰력을 제시하고 참가자들의 생각에 불을 지필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경영진의 통찰력도 참가자들의 논의과정에서 더 확장되고 발전될 수 있다. 생각하는 조직을 만들 것인지, 아니면 상사의 통찰을 따르게 하는 조직으로 만들 것인지 선택하는 것은 조직역량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리더의 행동은 조직문화를 만들어낸다. 자신의 통찰을 드러내느냐, 아니냐보다 통찰력을 효율적으로 드러내는 방법을 찾는 게 더 중요하다. 직원들에게 일방적으로 자신을 따르게만 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생각조차도 논의에 부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단연 최고의 상사로 꼽힐 수 있다.

 

셋째, 조직의 방향성과 관련해서는 2가지 측면이 모두 고려돼야 한다. 2가지는 조직의 구조와 구조의 운용이다. 조직구조를 개편한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문제를 만들어내는 행동이 바뀌어야 해결되기 때문이다. 의사결정의 속도와 수평적 의사소통을 고려해서 조직위계를 축소한다고 해서 원하는 일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조직구조를 만들 때 의도한 대로 조직행동이 일어나는지 여부를 관찰해서 그렇지 않다면 적절하게 개입해야 한다. 조직의 위계를 축소해도 행동이 달라지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조직이 제대로 운용되려면 컴퓨터처럼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모두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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