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회원가입|고객센터
Top
검색버튼 메뉴버튼

Trend Monitor

블랙박스 왜 잘 팔릴까?

윤덕환 | 151호 (2014년 4월 Issue 2)

편집자주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www.trendmonitor.co.kr)는 다양한 이슈에 대한 소비자의 생각, 태도, 의견에 대한 정보를 대중적으로 제공하는 것을 주요 미션으로 삼고 있는 시장조사 전문기업입니다. 페이스북(www.facebook.com/trendmonitor)과 트위터(@emtrendmonitor)를 통해서도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블랙박스가 필요한 이유는?

차량용 블랙박스가 많이 팔린다. 판매량은 2008 6만 대에 불과했으나 2010년 약 40만 대, 2011년 약 100만 대를 기록했으며 지난해에는 240만 대 이상이 팔렸다. 시장 규모만 5000억 원 이상이다. 블랙박스는 원래 비행기록을 저장하는 장치였다. 그러나 최근에는차량용이라는 표현을 특정하지 않아도 사람들이 차량용 블랙박스로 인식할 정도로 대중적인 제품이 됐다. 소비자들도 전폭적으로 선호하고 있다. 엠브레인트렌드모니터의 조사에 따르면 20∼50대 운전자의 84.2%가 차량용 블랙박스를꼭 필요하다고 응답했다.1 왜 소비자들은 블랙박스가 필요한 것일까? 우선 경제적인 이익 때문이다. 블랙박스를 장착하면 보험료의 3∼5%를 할인받는다. 보험사도 블랙박스 장착을 권장한다. 하지만 블랙박스를 장착한 직접적인 이유는 교통사고와 관련돼 있다. 85.5%(중복 응답)피해자가 누군지 애매한 사고 시 잘잘못을 가리기 쉬워서라고 응답했다. 78.5%(중복 응답)가해자가 잘못을 부인할 때 증거자료로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50.6%(중복 응답)사고가 발생했을 때 상대방이 스스로 잘못을 시인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했다.2 결국 소비자들은 냉정하게 시시비비를 가려야 하는 상황 때문에 블랙박스가 필요 하다. 그렇다면 냉정하게 시시비비를 가려야 하는 상황이 갑자기 증가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한 답변은 최근 5년 동안 국내 시장에서 수입 차의 점유율이 상승한 것과 관련이 있다.

 

▶수입 차 증가가엄격하게 시시비비를 가리는 사회 분위기를 만든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2007년 수입 차의 국내시장 점유율은 5.13%에 불과했으나 2013 12.1%까지 증가했다. 2014 1월 현재 14.62%에 달한다. 수입 차의 국내시장 점유율은 최근 6년 동안 2.8배가 넘게 늘었다. 그런데 수입 차와 블랙박스의 판매량이 급증한 시기가 매우 유사하다. 엠브레인트렌드모니터의 조사에서도 국산 차량의 장착률(29∼45%)보다 수입 차의 장착률(57.5%)이 훨씬 높았다.3  이처럼 2개의 지표가 함께 증가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이유는수입 차의 높은 수리비와 관련돼 있다. 수입 차 가격이 떨어지고 있어서 시장점유율은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수입 차의 수리비는 여전히 높다. 현대 에쿠스의 앞 범퍼 가격은 103000원에 불과하지만 독일 아우디의 앞 범퍼 가격은 618000원에 달한다. 6배 가까이 비싸다. 수입 차의 평균 수리비용도 국산 차량과 비교할 때 2.3배가량 비싸다. 수입 차가 교통사고가 나면 수리비가 크게 발생하고 비싼 수리비 때문에 사고의 원인을 더 엄격하게 밝혀야 하는 것이다. 결국 이런 유쾌하지 않은 상황에서 시시비비를 명확하게 가려줄 수 있는 게 바로블랙박스인 셈이다.

 

▶블랙박스 판매량이 의미하는 것

시시비비를 분명하게 가려야 하는 상황이 늘어난 것은 수입 차의 판매량 증가 때문만은 아니다. 전체적인 사회 분위기가 냉정해지고 인색해지고 있다. 엠브레인트렌드모니터의 조사에 따르면어렵고 힘든 상황에 빠졌을 때 주변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24.8%에 불과했다. 시장수요의 관점에서만 보면냉정한한국 사회의 분위기를 타고 블랙박스의 판매량은 매우 낙관적일 것으로 보인다. 현재 블랙박스 이용자의 만족도는 높다.(만족경험 62%) 향후 구입하겠다는 의사도 많다.(73.6%). 하지만 이면에 가려진 소비자의 심리적인 상태는 그다지 밝지 않을 것 같다. 블랙박스는 기본적으로언젠가 생길지 모르는 사고를 대비하는 제품이다. 사고가 발생했을 때 스스로 책임 소재를 입증해야 하는 냉혹한 사회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 어쩌면 블랙박스 시장의 성장이 소비자의고립적인 냉정함을 뜻할 수도 있다. 누적 1000만 대가량 팔린 블랙박스는 한국 사회를 무엇인가를 항상 녹화하고 있는 시놉티콘(synopticon, 동시다발적 상호감시 체제)의 상황으로 만들고 있다. 다른 사람들에게 매사에 더 엄격해야 한다는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 같다.

 

 

윤덕환 마크로밀엠브레인 컨텐츠사업부장dhyoon@trendmonitor.co.kr

필자는 고려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심리학과에서 문화 및 사회심리학으로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마크로밀엠브레인(구 엠브레인)에서 다수의 마케팅리서치 프로젝트를 수행했고 현재 컨텐츠사업부를 총괄하고 있으며 인천대 소비자·아동학과 겸임교수로 있다. 저서로는 <소비자는 무엇을 원하는가> 소비자트렌드읽기> <장기불황시대 소비자를 읽는 98개의 코드> 등이 있다.

  • 윤덕환 | - (전)인천대 소비자·아동학과 겸임교수
    - (현)엠브레인트렌드모니터 콘텐츠사업부장

    dhyoon@trendmonitor.co.kr
    이 필자의 다른 기사 보기
인기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