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으로의 회귀를 극복하는 길

사회과학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통계방법론 중 하나가 회귀분석(regression analysis)입니다. ‘회귀’라는 용어의 연원은 19세기 영국의 유전학자인 프랜시스 갤턴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갤턴은 부모들의 키가 크면 자식들의 키가 클 것이란 상식을 뒤엎습니다. 키가 큰 선대 부모들이 낳은 자손들의 키가 점점 더 커지기는커녕 후대로 갈수록 평균 수준의 키로 회귀하는 경향을 발견했습니다.

이 같은 ‘평균으로의 회귀(regression toward mean)’ 현상은 매우 강력합니다. 신시아 몽고메리 하버드대 교수에 따르면 미국 주요 기업의 상위 3분의 1, 중위 3분의 1, 하위 3분의 1의 실적을 10년간 분석해봤더니 기업들의 실적이 시간이 지나면서 평균으로 회귀했다고 합니다. 즉, 상위 기업의 실적은 점점 더 나빠진 반면 하위 기업의 실적은 점차 개선돼 10년이 지난 후에는 결국 모든 기업의 실적이 평균 수준으로 수렴했다는 것입니다.

DBR은 매년 한국 사회에서 의미 있다고 판단된 비즈니스 사례를 분석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평균으로의 회귀현상을 떠올렸습니다. 지금 성공이라고 판단했던 사례라도 시간이 지나면 그다지 탁월하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또 지금은 실패라고 평가받는 사례도 절치부심하면 얼마든지 성과를 개선할 수 있습니다.

실제 올해 다양한 사례들을 분석한 결과 회귀 현상을 떠올리게 하는 사례를 많이 접했습니다. 예를 들어 3년 전 DBR은 오디션 프로그램인 ‘슈퍼스타K2’를 2010년 한 해를 대표한 성공 사례로 선정하고 그 요인을 집중 분석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올해로 다섯 번째 시즌인 ‘슈퍼스타K5’는 저조한 시청률과 낮은 화제성으로 크게 고전했습니다. 좀 더 지켜보자는 생각에서 올해 분석 대상으로 포함시키지 않았지만 슈퍼스타K의 성쇠는 많은 시사점을 줍니다.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업계 1위권 기업에서 야심적으로 출시한 신제품도 시장에서 외면받는 등 어려움을 겪기도 합니다.

결국 성공했을 때나 실패했을 때나 모두 필요한 자세는 학습(learning)입니다. 성공에 자만하지 않고 또 다른 성공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성공의 진짜 요인을 분석하고 이를 다른 사업으로 확산시켜 나가야 합니다. 실패도 기업의 소중한 자산입니다. 실패했을 때 오명을 씌우거나(stigmatization) 실패가 없었다고 부정하는 태도(denial)는 실패 자산의 활용도를 제로로 만드는 위험한 행동입니다.

실패는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실패를 통해 무엇을 배우느냐입니다. 실패를 미래의 성공을 위한 자산으로 활용할 수 있다면 이후 평균 이상으로 성과를 높일 수 있을 것입니다. 평균으로의 회귀 현상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은 학습입니다.

올해 DBR이 비즈니스 케이스 분석 대상으로 선정한 사례는 8개입니다. ‘잠정적’ 성공 사례로 5개(꽃보다 할배, 미생, 영실업 또봇, 넥센 히어로즈, 샘표식품 연두), ‘잠정적’ 실패 사례로 3개(농심 강글리오, 기아자동차 K9, STX/동양그룹)를 각각 꼽았습니다. 꽃보다 할배의 경우 전혀 예상치 못한 이질적 요소의 조합을 통해 혁신을 이뤄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농심 강글리오는 잘못된 타깃팅 및 포지셔닝 전략상 허점들이 어떤 문제를 초래할 수 있는지 역설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선정했습니다. 성패를 떠나 8개 사례 모두에서 배울 점이 있습니다.

올 한 해의 성공에 만족해 현실에 안주하게 되면 한순간에 실패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자기 성찰과 학습 의지를 불태운다면 당장은 실패했더라도 ‘평균으로의 회귀’를 뛰어넘는 성공 사례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 올 한 해 비즈니스계에 있었던 다양한 ‘잠정적’ 성공 및 실패 사례를 통해 많은 지혜와 통찰을 얻으시기 바랍니다.

김남국 편집장·국제경영학 박사 marc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