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년간의 광고회사 생활에서 배운 점이 있다면 마케팅은 결국 변화와 수용의 역동성을 통해서 성장한다는 것이다. 필자가 처음 광고회사 생활을 시작할 당시만 하더라도 광고회사는 일반인들에게 다소 생소한 직업이었지만 그동안 절정의 관심을 받던 성장기를 지나 성숙기에 접어들었다. 다시 말하자면 광고회사는 새로운 변화와 혁신이 없으면 중대한 고비가 올 수밖에 없는 기로에 서 있는 상태다.
시대적인 요구나 마케팅 전반에 걸친 혁신으로 인해 광고회사의 가치 창출 모델은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다. 고객사의 마케팅 최전선에서 시장 및 고객의 요구와 지속적으로 연결이 되는 전략을 구사해야 하는 광고회사로서는 당연히 속도를 통한 혁신을 모색해야 할 운명에 처해 있다. 지금까지의 광고의 미션은 좋은 메시지 전달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유익한 생활정보를 제공해 주고, 사회의 건전한 문화창달에 기여하는 것”이었다. 그 본질은 지금도 변함이 없으나 시대 요구에 맞게 제 기능을 다하기 위해서는 진화할 필요가 있다.
본질적으로 광고업을 지탱시켜주는 세 가지 요소가 있다. 그것은 광고주, 소비자, 매체사다. 그런데 이 요소들이 이전의 인식 및 체계와는 전혀 다른 원칙을 통해 변화를 촉진하고 있다. 먼저, 현재의 광고주는 과거와 달리 광고회사를 통하지 않고서도 광고물을 만들 수 있게 됐다. 기술의 진보를 기반으로 crowd sourcing을 통한 수많은 대중들의 다양한 창의력을 사이버 공간을 통해 확보를 하고 광고회사를 건너뛰어 프로덕션에 바로 제작을 의뢰할 수 있는 상황이 예측되고 있다. 소비자는 이제 구매의사결정에 있어서 광고를 꼭 필요로 하지 않는 상황이 도래했다. 웹이나 모바일상에서 제품정보를 얻고 사용체험이나 평가, 공유, 확산을 광고 없이도 할 수 있게 됐을 뿐 아니라 스스로가 광고의 생산자가 되고 미디어의 역할까지 할 수 있게 됐다. 더 이상 단순한 소비자가 아닌 것이다. 하쿠도호제일은 이들을 ‘생활자’라고 정의하고 그들의 다양한 니즈를 분석하고 있다. 매체사도 전통 미디어와는 달리 인터렉티브미디어는 광고 인벤토리(inventrory)가 무한대로 확장이 되면서 광고회사 미디어플래너의 수작업보다는 구글 같은 IT기업의 솔루션시스템에 의한 기계적인 자동화 작업에 더욱 의존하게 될 것이다.
이렇듯 광고산업 전반의 상황이 바뀌면서 광고회사 고유의 수익모델들이 하나둘씩 파이가 줄어들 것이고 광고회사는 생존을 위해 새로운 수익모델을 찾는 최선의 노력을 해야 한다. 이것이 마케팅 최전선을 지키는 광고회사의 존재 이유가 된다고 할 것이다.
위기는 기회라고 했다. 오히려 현재와 같이 변화와 혁신을 최고 덕목으로 강조하는 시대에는 창의성과 종합적 사고를 지향하는 광고회사, 광고인의 차별적인 DNA를 변화된 환경에 맞춰 발현시킨다면 이전 고도성장시대의 존재가치와 비교할 수 없는 아이디어 르네상스 시대를 다시 열 수 있다고 믿는다. 광고인의 DNA는 새로운 것에 대한 끝없는 열정과 도전정신, 복잡한 고객의 니즈를 이해할 수 있는 풍부한 소비자 인사이트, 상호 이질적인 자원과 사고를 병합해 새로운 가치로 만들어 내는 실험정신이 결합한 통합적 마케팅 역량,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헌신적인 고객정신 등이 그것이라 할 것이다.
광고회사는 이제 스스로의 모습을 바꾸어 광고주의 마케팅 문제해결에 기여해야 한다. 고 스티브 잡스는 “사람들은 직접 보여주기 전까지는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른다. 우리의 일은 고객이 욕구를 느끼기 전에 그들이 무엇을 원할 것인가를 파악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영민해진 소비자를 따라가려 해서는 영영 따라잡지 못한다. 소비자를 이끌어 갈 수 있는 창의성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고객에 대한 통찰(consumer insight)이 선행돼야 한다. 이 점이 바로 광고회사의 오랜 저력이 아닌가 한다.
이를 통해 앞으로의 광고회사는 이전처럼 수주형 광고대행업뿐만이 아니라 능동형 마케팅 문제해결업을 하는 서비스플랫폼이 돼야 한다. 표현적 광고의 영역이 아닌 문제 해결을 위한 커뮤니케이션의 넓은 영역을 추구함으로 광고주가 더 아름답고 가치 있는 행복한 사회로 세상을 바꾸는 CSV(Creating Shared Value)를 실행하는 데 광고회사가 중심에서 그 동력원이 돼야 한다.
정건수 하쿠호도제일 대표이사
정건수 하쿠호도제일 대표이사는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후, 제일기획 공채로 입사, 광고기획(AE), 회사전략기획, 인사, 경영관리 등 실무를 거쳐 디지털마케팅본부장, 인사담당임원을 역임했다. 2013년 1월 일본 하쿠호도(博報堂)와 제일기획 합작 광고회사인 ㈜하쿠호도제일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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