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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 중 낙담한 표정 동정을 끌어낼 때도 있다

안도현 | 139호 (2013년 10월 Issue 1)

 

 

Psychology

협상 중 낙담한 표정 동정을 끌어낼 때도 있다

 

Based on “Does Communicating Disappointment in Negotiations Help or Hurt? Solving an Apparent Inconsistency in the Social-Functional Approach to Emotions” by Gert-Jan Lelieveld, Eric Van Dijk, & Ilja Van Beest (2013,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105, 605-620).

 

왜 연구했나?

협상은 치열한 경쟁이다. 이런 상황에서 상대방에게 낙담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협상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상대에게 유약하게 보여 공격의 빌미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대로 낙담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유리할 때도 있다. 낙담하는 모습이 상대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때는 협상 상대가 낙담하는 모습을 보고 좀 더 관대하게 행동할 수도 있다. 실제 협상과 권력에 대한 이전 연구들은 두 가지 상황이 모두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힘을 갖고 있는 협상자는 상대가 유약하게 보였을 때 자신의 이익을 더 챙기려고 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반면 약한 상대에게는 협상에서 오히려 관대하게 대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렇다면 협상에서 낙담을 표현하는 것이 협상에 유리하게 작용하거나 불리하게 작용하도록 만드는 요인은 무엇인가?

 

무엇을 연구했나?

낙담의 표현이 협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탐구하기 위해서는 감정의 사회적 기능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감정의 사회적 기능이란 감정표현의 사회소통 기능을 말한다. 사회적 동물인 사람은 감정표현을 통해 신속하게 서로의 의도를 감지하고 효과적으로 서로의 행동을 조율할 수 있도록 한다. 느낀다는 것은 어떤 감정을 경험하는 것이 그 자체로 머무는 것이 아니라 어떤 행동을 실행할 것인지와 긴밀하게 관련돼 있다. 예를 들어, 공포를 느낀다는 것은 이후 이를 회피하는 행동으로 이어진다. 분노는 상대방을 공격하는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 감정 경험이 행동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상대방의 행동에 적절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상대의 감정표현을 신속하고도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감정 경험은 본인의 행동경향을 결정할 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의도와 행동을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사람들은 이러한 감정표현을 신속하게 잡아내 상대의 의도와 행동을 판단하는 데 이용한다.

 

협상과정에서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상대방에게 자신의 행위 의도를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낙담표현은 상대방에게 자신이 유약한 행동을 할 것이란 신호가 된다. 반면 분노표현은 강경한 행동에 대한 신호가 된다. 협상에서 낙담의 표현이 유약함을 보여줌에도 불구하고 협상결과에 유리하게도 작용하기도 하고 불리하게도 작용하는 이유는 낙담이 죄책감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낙담이 죄책감을 유발하면 협상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지만 죄책감을 유발하지 않으면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죄책감은 대인관계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감정이다. 죄책감을 느낀 사람은 상대에 대해 보다 많이 배려하게 된다. 협상에서 낙담의 표현이 죄책감으로 이어질 때는 제한적이다. 이런 상황은 협상 상대와 같은 집단에 속해 있다는 동질감이 있을 때 가능하다. 상대방과 같은 소속이라면 죄책감을 느낄 개연성이 높지만 속한 집단이 다르면 죄책감을 느낄 가능성이 줄어든다. 다른 집단에 속한 사람에 대해서는 처지를 고려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협상이 집단의 대표로서 이뤄질 때 두드러진다. 집단의 대표로서 협상할 때는 자신이 대리하는 집단의 이해관계에 더 충실해야 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연구했나?

네덜란드 라이덴대와 틸뷔르흐대, 암스테르담대의 공동 연구진은 네 차례의 실험을 통해 협상과정에서 낙담을 표현하는 것이 도움이 되는지 여부에 대해 연구했다. 연구진은 참가자들이 협상상대의 감정(낙담 대 분노) 지각 및 협상 상대의 소속(내집단 대 외집단) 등을 기준으로 4개 집단으로 구분한 뒤 모의 협상을 하도록 했다. 협상상황은 최후통첩게임(ultimatum game)으로 만들었다. 최후통첩게임은 두 명(X Y)에게 일정 금액을 나눠 갖도록 하는 게임이다. X Y와 나눠 가질 금액을 일방적으로 결정하면 Y는 단지 배분에 동의하거나 거절할 수만 있다. 이때 Y가 배분에 거절하면 X Y 모두 한 푼도 가질 수 없다. 연구진은 참가자에게 최후통첩게임의 방식을 설명한 뒤 참가자들이 분배자인 X의 역할을 하도록 했다. 100개를 주고 Y와 나눌 금액을 결정하도록 했다. 협상규칙(최후통첩게임 방식)에 대한 설명을 마친 이후 참가자들에게 상대방이 낙담이나 분노하는 것을 느끼도록 유도했다. 소속감은 소속 대학교를 통해 이뤄졌다. 내집단조건의 참가자에게는 상대방이 같은 대학교 소속 학생이라고 했다. 외집단조건의 참가자에게는 상대방이 다른 대학교 소속 학생이라고 했다. 이와 함께 협상 상대의 역할에 따른 차이도 구분했다. 협상이 집단을 대표하는 것인지, 혹은 개인적인 협상인지 구분했다. 집단대표로서 협상할 때는 참가자 3명을 한 개 조로 묶은 다음 1명이 다른 2명을 대신해 칩을 분배하도록 했다. 개인적인 협상일 때는 참가자가 모두 직접 칩을 분배하도록 했다. 금액 분배 협상을 마친 다음에 상대방이 느꼈을 감정경험의 정도(낙담 혹은 분노)와 상대방이 얼마나 약해 보이는지, 상대방과 같은 집단에 속해 있다는 느낌이 드는지, 금액 분배에 어느 정도 죄책감이 드는지, 그리고 얼마를 상대에게 배분했는지 등을 측정했다.

 

무엇을 발견했나?

참가자들은 대체로 상대방에게 2할에서 3할 정도의 칩을 나눠줬다. 상대방이 분노를 표현했다고 느낄 때는 소속감(내집단 혹은 외집단)이나 역할(집단 대표로서의 협상 혹은 개인적 협상)과 무관하게 칩을 3할 정도를 제시했다. 그러나 상대방이 낙담을 표현했다고 느낄 때는 소속감 혹은 협상역할에 따라 분배비율이 달랐다. 같은 집단일 때는 3할 정도, 다른 집단일 때는 상대방에게 2할 정도만을 나눴다. 유사하게 개인 대표일 때는 3할 정도를 나눴지만 집단대표로서 협상할 때는 상대방에게 2할만 제시했다. 참가자들이 나눈 금액에 대한 죄책감은 같은 집단인 상대방이 낙담했다고 느꼈을 때 가장 많이 나타났다. 이 죄책감은 분배금액을 정하는 데 영향을 끼쳤다. , 같은 대학교에 속한 상대방이 낙담을 표시했다고 느꼈을 때 참가자는 분배금액에 대해 죄책감을 느꼈고 이 죄책감이 참가자로 하여금 상대방에게 조금 더 많이 배분하도록 했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서는 감정표현을 전략적으로 조절하는 능력을 지닐 필요가 있다. 감정표현이 상대방에게 자신의 의도나 역량을 전달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협상할 때 낙담하는 감정표현은 대체로 불리한 결과를 초래한다. 협상 상대에게 유약하게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약한 모습을 확인한 상대방은 협상의 주도권을 확보해 협상을 보다 강하게 밀어붙일 수 있다. 이런 이유로 협상할 때는 낙담보다는 분노를 표현하는 게 유리하게 작용할 때가 많다. 분노 등의 감정표현은 강한 모습을 보여주는 역할을 한다. 강함은 역량과 우월함의 신호가 된다. 그러나 때로는 유약함을 나타내는 것이 협상에 유리하게 작용할 때도 있다. 낙담과 같은 감정표현은 유약하게 보이지만 동시에 상대방에게 죄책감을 느끼도록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연구에서는 협상상대가 같은 집단에 속해 있을 때 불공평한 자원배분에 대한 실망감의 표현이 죄책감으로 이어져 협상에 보다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 연구는 협상의 주도권이 상대방에 있는 협상에서 참고할 수 있다. 협상 상대와 같은 소속이라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나약한 모습을 보여 상대방에게 하여금 죄책감을 일으키면 협상을 좋은 결과로 이끌어 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전략은 어떤 집단을 대표하는 협상일 때는 통하지 않을 수 있다.

 

안도현 소셜브레인 대표 dohyun@SocialBrain.kr

필자는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Colorado State University에서 커뮤니케이션 전공 석사, University of Alabama에서 커뮤니케이션 전공 박사 학위를 받았다. 박사 논문 주제는 슬픔과 즐거움의 심리다. 주 연구 분야는 미디어 사용이 인지역량, 정신건강 및 설득에 미치는 영향이다. 심리과학의 연구성과를 기업경영 등 현실에 접목하는 과학커뮤니케이션(기고, 강의)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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