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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스를 향해 스윙하라

이방실 | 132호 (2013년 7월 Issue 1)

 

최근 손연재 선수가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 열린 리듬체조 아시아선수권 대회에서 금메달 3, 은메달 2개 등 총 다섯 개의 메달을 목에 걸고 돌아왔다. 한국 리듬체조 사상 최초로 국제대회 개인종합 1위에 오른 손 선수는 8월 세계선수권대회에도 출전한다고 한다. 리듬체조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한층 높아지는 분위기다.

 

리듬체조 경기의 점수는 기본적으로 실수를 할 때마다 0.1∼0.3점씩 차감하는 방식으로 매겨진다. 예를 들어 줄·후프··곤봉·리본 등 수구(手具)를 떨어뜨린다거나 점프, 피봇(한 자리에서 도는 것) 등 종목별 필수 신체 동작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을 때, 경기장 마루 바깥으로 나가거나 규정 시간을 지키지 못했을 때 감점이 된다. 선수들은 10점 만점을 목표로 정해진 규정에 따라 완벽한 연기를 펼치기 위해 노력한다. 이들에게 실수란 절대적으로 피해야 할 대상이다.

 

반면 야구 경기의 배점은 차감 방식이 아닌 가산 방식이다. 애초에 정해진 최대 점수란 존재하지 않는다. 경기를 못하면 단 1점도 얻을 수 없지만 제대로 실력을 발휘하면 얼마든지 높은 점수를 낼 수 있다. 체조처럼 경기 중에 특정 동작을 반드시 포함시켜야 하는 것도 아니다. 그때그때 상황과 작전에 따라 번트든 안타든 다양한 시도를 한다. 특히 영어에는펜스를 향해 스윙하라(swing for the fence)’는 말이 있다. 곧이곧대로 해석하면홈런을 칠 각오로 힘껏 배트를 휘두르라는 뜻이지만 관용적으로는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원대한 목표를 향해 사력을 다하라는 뜻으로 쓰인다.

 

체조와 야구 중 오늘날 조직 경영에 더 큰 시사점을 주는 스포츠는 야구다. 물론 한 치의 실수도 없이 완벽을 추구하는 게 나쁜 건 아니다. 실수나 실패는 당연히 좋지 않다. 하지만 조직 내 창의성과 혁신의 원동력이 될 수 있는똑똑한 실패도 분명 존재한다. 절대 실수해서는 안 된다는 강박감에 사로잡히면 미래의 성공을 위해 실패를 자산화할 수 있는 기회까지 잃게 된다. “리더는 성공보다 실패에서 훨씬 더 많은 걸 배울 수 있다고 강조한 A.G. 래플리 P&G 회장의 말을 기억해야 한다.

 

특히 요즘처럼 불확실성이 높은 경영 환경에서 실패는 불가피하다. 리타 군터 맥그래스 컬럼비아경영대학원 교수는실패라는 개념에 익숙하지 못하면 어떤 조직도 혁신과 성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리스크를 감당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따라서실패를 계획하고 관리해 실패로부터 최대한 많이 배우기 위해 노력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것이다.

 

맥그래스 교수의 지적처럼계획적으로 실패하기(failing by design)’ 위해선 우선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에 성공과 실패의 기준을 명확히 세워야 한다. 심지어 같은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도 부서 간 성공에 대한 기준이 다를 때가 많기 때문이다. 또한 끊임없는 실험을 통해 초기에 세웠던 가정을 계속해서 수정하고 정교화시켜 나가면서 프로젝트를 추진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불확실한 가정이나 추측을 기정사실인 양 착각하고 일을 추진하다가는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가능한 초기에 빨리 실패하도록 유도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빠른 실패는 가망 없는 프로젝트에 대한 추가적인 자원 투입을 막아주고 문제 발생의 원인도 그만큼 빨리 파악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똑똑한 실패를 수용하는 문화를 구축하고 실패를 통해 배운 내용을 문서화하고 공유하는 작업도 뒤따라야 한다. 실패를 통해 얻은 교훈을 다른 팀이나 부서, 기업 전체와 공유하지 않는다면 실패 경험은 아무런 소용이 없다. 이때 중요한 건 실패 공유가 책임 소재를 가려내기 위한 손가락질 행위가 돼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 실패 내용을 공유할 때누구의 잘못인가를 묻기보다는무슨 일이 발생했는가” “문제가 발생한 원인은 무엇인가”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무엇인가를 밝혀내는 데 힘써야 한다.

 

불확실성이 증폭되는 요즘, 전통적인 사고 체계와 관습에서 탈피한 새로운 시도와 혁신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리더의 책임은 조직 구성원들을 체조 선수가 아니라 야구 선수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도록 만드는 데 있다. 선수들이 펜스를 향해 힘차게 배트를 휘두를 수 있는 환경을 만들려면 먼저 리더 스스로 실패에 대한 철학을 확고하게 세워야 한다. 회사에 1000만 달러의 손실을 입힌 임원이 찾아와 당장 해고당해도 할 말이 없다고 했을 때당신을 교육시키는 데 방금 1000만 달러를 투자했는데 해고는 당치도 않다고 말했던 IBM의 설립자 토마스 왓슨의 명언을 되새길 때다.

 

 

 

이방실 기업가정신센터장 smile@donga.com

필자는 서울대 영어교육과 및 동 대학원(석사)을 졸업했고 미국 듀크대 경영대학원에서 MBA 학위를 받았다. 한국경제신문 기자를 거쳐 올리버 와이만에서 글로벌화 및 경쟁전략 수립 등과 관련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 이방실 이방실 | - (현)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기자 (MBA/공학박사)
    - 전 올리버와이만 컨설턴트 (어소시에이트)
    - 전 한국경제신문 기자
    smi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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