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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업, 잘나갈 때 바꿔라

조지 S. 입(George S. Yip) | 127호 (2013년 4월 Issue 2)

중국 기업들, 특히 국영기업들은 높은 성과를 유지하는 동시에 어떻게 전략적으로 변화할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서양의 대표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지금까지 대부분의 경우는 어려움을 겪고 난 다음에야 변신을 생각한다. IBM, 애플이 그랬고 최근에는 노키아와 GM이 그런 길을 가고 있다.

 

필자와 마누엘 헨스만, 게리 존슨 교수는 최근 영국 215개 대기업의 20년간 실적을 조사했다. 이 중 20년간 꾸준한 실적을 올린 28개를 선정해 이들의 역사와 재무실적에 대해 연구했다. 6개 회사의 최고경영자를 인터뷰했다. 우리는 이 중에서 세 기업에 주목했다. 슈퍼마켓 체인인 테스코(Tesco)는 작은 상점에서 출발해 세계에서 가장 큰 소매기업 중 하나로 성장했다. 과자와 음료를 만드는 캐드버리스웹스(Cadbury Schweppes)는 수십 년 동안 코카콜라와 네슬레 같은 거대 기업들을 상대로 선전해왔다. 스미스앤네퓨(Smith & Nephew)는 반창고를 만드는 데서 시작해 관절 치료 등에 쓰이는 첨단 의료장비 시장의 글로벌 리더가 됐다. 이들 세 기업은 성공적인 전략적 변신을 위한 공식을 만들어냈다. 필수적인 전략적 연속성은 유지하면서도 동시에 대안이 될 수 있는 경영진을 키우고 발전적인 긴장상태를 조성해왔다. 예를 들어, 테스코의 원래 사업 모델은상품을 높이 쌓아두고 싸게 팔자였다. 창업자인 잭 코헨이 직접 나서서 전파한 경영 방식이었다. 하지만 1960년대에 일군의 매니저들이 나타났다. 이들은 좀 더 현대적인 물류와 운영 방식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1인 경영이 아닌 협력적인 경영 체제를 테스코에 도입했다. 1970년대가 되자 경영진 중에는 점점 더 창업자의 가족이 아닌 사람들이 늘어났다. 1980년대와 1990년대 테스코의 혁신을 이끈 것이 이들이다.

 

많은 한국 기업들이 큰 성공을 거둬오고 있지만 대부분은 국제화라는 측면에서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경영이 가장 잘 이뤄지고 있고 가장 잘 적응하고 있다는 삼성조차 내부 조직을 글로벌화하는 데에는 갈 길이 멀다. 급변하는 글로벌 환경에서는 거의 모든 한국 기업들이 전략적 변신을 추구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삼성, 현대, LG와 같은 대기업들은 상품 경쟁력 측면에서 국제화를 이뤘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그들이 과연 조직 측면에서도 적절히 적응하고 있느냐다. 운영과 조직 경쟁력 측면에서는 아직 뒤처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효율성에 중점을 두었던 옛 일본식 국제화 모델처럼 한국 기업들 역시 전통적인 한국적 가치에 기반을 둔 조직으로 운영되고 있다.

 

과거의 정부 규제도 조직 운영의 비효율성을 낳는다. 현대의 정주영, 삼성의 이병철, LG의 구인회 같은 창업자들은 조직 역량을 키우거나 운영 효율을 높이는 것보다 정부 규제를 어떻게 이용할 것인가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따라서 가장 잘나가는 한국 기업이라 할지라도 이런 측면에서는 글로벌 수준에 다다르지 못했다. 만일 그들이 상품 경쟁력마저 잃는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궁금해진다.

 

글로벌하게 변신을 잘하고 있는 기업으로는 두산이 있다. 글로벌 컨설팅사의 컨설턴트들을 고용해 고위경영층을 돕게 했으며 경영 경쟁력을 향상시켰다. 하지만 이들 역시 나중에는 내부적 반발에 부딪혔다. 아마도 한국의 기업문화 때문일 것이다.

 

우리가 연구한 영국 기업들은 현재 가장 잘나가는 비즈니스 모델에 발전적으로 도전하는 것을 장려하는 문화가 있었다. 물론 영국과 한국이 같지는 않지만 성공적인 기업 경영의 본질은 같다. 영국은 가장 비효율적인 국영기업이었던 영국항공(British Airways)까지도 세계적인 브랜드로 키워냈다. 이 회사는 이제 세계 최고 항공사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한국 역시 재벌들을 이렇게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조지 입 중국유럽국제공상학원(CEIBS) 중국혁신센터장

조지 입(George Yip)은 중국유럽국제공상학원(CEIBS) 경영학과 교수이자 중국혁신센터의 센터장이다.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경제학 학사와 석사 학위를, 미국 하버드대에서 경영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조지 입 교수의 저서로는 최근 출간된 'Strategic Trasformation: Changing While Winning'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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