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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와 겉도는 강력한 간접광고는 최악이다

안도현 | 127호 (2013년 4월 Issue 2)

Psychology

 

줄거리와 겉도는 강력한 간접광고는 최악이다

 

Based on “Do You Like What You Recognize? The Effects of Brand Placement Prominence and Movie Plot Connection on Brand Attitude as Mediated by Recognition” Nathalie Dens, Patrick De Pelsmacker, Marijke Wouters, and Nathalia Purnawirawan (2012, Journal of Advertizing 41, 3, 35-54).

 

왜 연구했나?

 

TV 드라마에서 특정 상품이 보일 때가 많다. 지상파 방송에서도 간접광고(Product Placement)가 허용됐고 드라마 등에서 노출되는 간접광고는 매년 늘고 있다. 방송사들은 간접광고로 제작비를 줄일 수 있지만 시청자의 불만은 커지고 있다. 드라마 흐름과 관계없이 특정 상품이 화면에 갑자기 튀어나오는 사례도 있기 때문이다. 간접광고를 제한하는 심의규정 위반 사례도 늘고 있다. 광고주는 더 큰 브랜드 노출을 원해서 화면에 더 많이 차지하고 더 오래 보이며 배경보다는 전면에 위치하고 주인공이 브랜드를 강조해주길 바란다. 물론 이런 것은 모두 광고단가 상승과 연결된다. 그런데 브랜드를 자주 노출하는 간접광고가 비싼 만큼 효과가 있을까?

 

무엇을 연구했나?

 

영화와 드라마에서 간접광고를 배치하는 기준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현저성이고, 다른 하나는 줄거리와의 연결성이다. 현저성은 드라마나 영화에 배치된 브랜드가 주목을 끄는 정도를 말한다. 현저성이 높게 배치된 브랜드는 인지도 상승과 직접적인 관련 있다. 눈에 띄게 했으니 기억에 잘 남는 것이다. 줄거리와의 연결성은 영화나 드라마의 흐름에 긴밀하게 연결되는 정도를 말한다. 영화유브 갓 메일에 배치된 AOL PC통신 서비스가 브랜드와 줄거리의 연결성이 높은 대표적인 사례다. 줄거리와 연결성이 높은 광고는 브랜드 태도(반응) 향상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그렇다면 현저성이 높은 광고는 브랜드 태도 향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줄거리 연결성은 무시하고 현저성만 높은 광고는 브랜드 태도를 과연 긍정적으로 만들까? 현저성은 떨어지지만 줄거리가 연결성이 높은 광고의 브랜드 태도는 높을까? 아니면 낮을까?

 

어떻게 연구했나?

 

벨기에 안트웝대 연구팀은 간접광고의 현저성과 줄거리 연결성이 브랜드 인지도와 브랜드 태도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하기 위해 영화감상 이벤트를 통해 브랜드에 대한 인지도와 태도를 조사했다. 벨기에에서는 매달여성영화의 밤(Ladies Movie Night)’ 행사를 통해 미국 할리우드 영화 시사회가 개최된다. 연구진은 이 행사에 참여한 여성 226명과 참여하지 않은 여성 85명을 대상으로 영화신부들의 전쟁(Bride Wars: 2009)’여성(The Woman: 2008)’에 배치된 브랜드 인지도와 태도를 분석했다. 설문조사에 앞서 연구진은 두 영화의 내용분석을 통해 현저성과 줄거리 연결성을 기준으로 4종류의 브랜드를 찾아냈다. 영화신부들의 전쟁에서 배우가 결혼식 장소에 대한 대화를 하면서 플라자호텔 전경이 보였고 대사에 브랜드명이 노출됐다. “이 모든 일이 20년 전 6월 플라자호텔에서 시작됐어요.” 이런 대화는 현저성과 줄거리 연결성이 모두 높은 광고였다. 또 다른 광고는 현저성이 높지만 줄거리 연결성이 낮은 광고였다. 주인공 둘이 달리기를 하면서좋아, 조금 천천히 달려. 우린 왜 아이팟이 없는데?”라고 말했다. 현저성이 낮으면서 줄거리 연결성이 높은 광고도 있었다. 여자 주인공 둘이 비슷한 시기에 청혼을 받았고 서로 알려주는 장면에서티파니 박스잖아! 너 정말 받았구나 약혼했어. 약혼했다고!”라는 대사가 나왔다. 현저성이 낮고 줄거리 연결성도 낮은 광고로는 주인공이 길에 서서 가방을 챙기는데 먼 배경으로 DHL배송 트럭이 보였다.

 

무엇을 발견했나?

 

브랜드 인지도는 현저성이 높다고 늘 높은 것은 아니었다. 현저성이 높아도 줄거리와 연결성이 떨어지면 현저성이 높지 않고 줄거리 연결성이 높은 광고보다도 인지도가 떨어졌다. 반면, 브랜드 태도는 현저성이 높은 광고는 줄거리와 연결성이 높건 낮건 어떤 경우에라도 모두 브랜드 태도가 부정적이었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이 연구가 주는 교훈은 명백하다. 드라마나 영화의 작품성을 존중하라는 것이다. 현저성이 높은 광고는 줄거리와의 연결성이 높아도 브랜드 태도가 부정적으로 형성될 수도 있다. ‘유브 갓 메일이나캐스트 어웨이처럼 브랜드가 줄거리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때는 브랜드 태도에 상당히 긍정적이다. 하지만 이런 효과가 늘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 연구에서는 주인공이 브랜드명을 언급하는 것이 줄거리 연결성을 높여도 긍정적 브랜드 태도가 형성되지 않았다. 가장 나쁜 사례는 줄거리 연결성이 떨어지면서 현저성이 높은 사례다. 아무런 이유 없이 주인공이 브랜드명을 언급하거나 화면에 브랜드가 두드러지게 노출되는 경우 브랜드 인지도도 높지 않을 뿐 아니라 브랜드 태도도 부정적이었다.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것이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 좋게도 기억될 수 있지만 나쁘게도 기억될 수 있기 때문이다. 좋게 기억된다면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게 최상이지만 인지도가 높다고 늘 좋게 기억되는 것은 아니다. 나쁘게 기억될 수도 있다. 여기서 광고를 하는 궁극적인 목표를 고려해야 한다. 광고의 목표는 브랜드 자산의 가치를 높여 기업의 가치를 올리려는 것이다. 그런데 브랜드가 나쁘게 기억되면 이런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 나쁘게 기억되느니 차라리 인지도가 떨어지는 게 낫다. 브랜드가 좋게 기억돼야 한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해 보이지만 현실에서는 이 지극한 상식이 잘 통하지 않는다. 이 연구의 결과처럼 두드러진 간접광고는 브랜드에 대한 평가에 부정적이다. 줄거리와 관계없을 때는 최악이다. 브랜드 인지도는 확실하게 높아지지만 태도는 거의 변화가 없거나 심지어 광고에 접하지 않은 사람들보다도 더 나빠지기도 한다. 광고 효과가 가장 좋은 사례는 브랜드가 줄거리에 잘맞아 떨어지면서 미묘하게 배치되는 경우다. 안타깝게도 현실은 반대로 가고 있다. 간접광고의 비용을 책정할 때 광고가 두드러지게 배치될수록 광고 단가가 올라간다. 역설적으로 광고주에게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저렴한 비용으로 효과적인 광고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두드러진 간접광고는 어느 누구에게도 좋을 게 없다.영화나 드라마 제작자들에게는 간접광고가 작품을 망치는 요인이다. 당연히 시청자들은 갑자기 등장하는 광고가 불편하다. 광고주는 아무런 효과 없이 돈만 낭비하는 셈이다. 이사람 저 사람 마음만 상하게 하면서 말이다.

 

안도현 경희대 공존현실연구팀 선임연구원

dohyun@SocialBrain.kr

필자는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Colorado State University에서 커뮤니케이션 전공 석사, University of Alabama에서 커뮤니케이션 전공 박사 학위를 받았다. 박사 논문 주제는 슬픔과 즐거움의 심리다. 주 연구 분야는 미디어 사용이 인지역량, 정신건강 및 설득에 미치는 영향이다. 심리과학의 연구성과를 기업경영 등 현실에 접목하는 과학커뮤니케이션(기고, 강의) 활동을 하고 있다.

Human Resources

 

임금격차 커지면 ‘질투의 조직될 가능성

 

Based on “Creating incentives for innovation? The relationship between pay dispersion in R&D group sand firm innovation performance” by Yanadori, Y. & Cui, V. (Strategic Management Journal, 2013 In press)

 

왜 연구했나?

 

기업체 경영진에게직원의 동기부여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면 가장 많이 듣는 대답 중 하나가성과급일 것이다. 국내 유수기업의 연말 성과급은 다른 사람들의 1년 연봉과 비슷할 정도다. 성과급은 민간 기업뿐만 아니라 공기업과 공공기관에까지 확산되고 있다. 또 성과급도 업무 성과에 따라서 차등 지급하고 있다. 기업들도 성과급에 따른 효과가 상당하기 때문에 직원들에게 성과급을 지급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성과급 제도와 임금 격차가 모든 직군과 환경에서 효과적인만병통치약으로 통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요시오 야나도리 남호주대 교수와 빅터 쿠이 캐나다 매니토바대 교수는 성과급 등 보상제도가 연구개발(R&D)의 혁신성과에 끼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R&D 인력의 혁신성은 기업의 성장과 생존에 큰 영향을 끼치는데 혁신성 제고를 위해 도입한 성과급 제도와 임금격차의 확대가 실제 효과가 있느냐에 대한 검증작업이었다.

 

무엇을 연구했나?

 

기업의 경쟁력은 궁극적으로 인적자원에 기반하고 있다. 이러한 점은 경영학 교수와 연구원뿐만 아니라 경영진과 일반인까지 인식하고 있다. 기업의 경쟁력은 혁신으로 좌우되고 혁신은 지식노동자의 역량으로 결정된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지식노동자의임금격차(pay dispersion)’ 이슈는 매우 중요한 분야이기도 하다. 임금격차 효과에 대한 연구는 긍정적인 효과와 부정적 효과, 상황에 따라 다르다는 주장 등이 모두 존재한다. R&D 환경에서의 임금격차 효과에 대해서도 비슷한 경향을 보인다. 우선 임금격차가 크면 역량이 뛰어난 기업은 연구원들을 더 많이 유인할 수 있어서 궁극적으로 기업 연구소의 지식 총합이 증가할 수 있다. 그러나 임금격차가 크면 연구원들이 다른 연구원과 자신의 지식을 공유하거나 조직의 지식관리시스템에 자신의 지식을 제공하기를 주저할 수 있다. 그래서 부정적이라는 주장도 있다. R&D를 담당하는 연구원의 임금격차 효과는 팀의 성과에서 개인이 기여한 부분을 명확하게 구분할 수 없을 때가 많다. 임금격차가 개인의 동기부여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는 성과에 대한 정확한 평가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R&D 분야 연구원의 성과는 생각보다 정확하게 평가하기가 쉽지 않다. 우선 연구원의 성과를 실질적인 혁신결과물로 평가한다면 R&D 프로젝트의 극히 일부분만 특허 등의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특허 등 다른 성공적인 결과물은 연구원 개인의 노력과는 무관하게 다른 다양한 요인에 의해 나타날 수도 있다. 이 밖에 다른 노력으로 성과를 평가한다면 R&D 분야의 특성상 이런 노력을 구체적으로 측정하기가 쉽지 않다. 결국 R&D 분야에서 연구원 개인의 성과에 따라 성과급을 제공하거나 임금격차를 두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무엇을 발견했나?

 

데이터의 분석결과 임금격차와 혁신성과는 반대의 관계를 보였다. 기업의 R&D 연구원의 임금격차가 클수록 혁신성과는 낮았다.임금수준을 통제하지 않을 때도 나타났지만 통제했을 때는 효과가 더 컸다. 임금수준과 임금격차의 크기를 동시에 회귀분석식에 포함시켰을 때 임금수준의 영향력도 컸다. 연구원들은 임금격차가 혁신에는 긍정과 부정적 효과가 공존한다고 해석했고 임금수준을 통제하면 임금격차의 긍정적 효과가 함께 제거돼 궁극적으로 임금격차와 혁신과의 관계가 더 강해진다고 설명했다. 조절효과에 대한 분석결과 기업의 성장기회와 임금격차의 상호작용 효과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과가 나오지 않았으나 재무적 여유와 임금격차의 상호작용 효과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과를 보였다. 기업이 재무적으로 여유로울 때 임금격차가 혁신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약해졌다. 한편 R&D 분야의 관리자급을 대상으로 한 추가 분석 결과에 따르면 관리자급에서는 임금격차가 혁신에 끼치는 영향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았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이번 연구 결과에 따르면 R&D 연구원의 임금격차가 크면 클수록 기업의 혁신정도는 낮아졌다. 결국 R&D 연구원의 임금격차를 늘리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았다. 성과급 차이가 클수록 더 많이 받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한다는 믿음에 오류가 있을 수 있음을 나타낸다. 조직 구성원의 임금격차가 긍정과 부정적 효과가 모두 있지만 R&D 분야에서는 부정적 효과가 긍정적 효과를 능가했다. 기업은 협업이 중요하고 개인성과의 평가가 어려운 조직에서 구성원의 동기수준을 높이기 위해서 단순하게 임금격차를 크게 벌리는 오류는 범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개인의 동기수준을 높이는 방법에 대해 그동안 많은 연구가 이뤄져 왔으나 임금 등 물질적 보상의 효과에 대해서는 많은 의문이 제기됐다. 물질적 보상제도에 경쟁구도까지 더하는 임금격차의 확대는 구성원들에게 협업보다는 경쟁을 조장하고 지식의 공유보다는 사적인 사용을 위해 숨기는 행동을 하게 만든다. 그래서 서로 심리적인 지지와 지원보다는 상대를 질투하거나 헐뜯는 행동을 나타낼 가능성이 높다. 여러 직무에서는 개인적인 성과를 정확하게 측정하기 어려울 수 있다. 또 개인의 성과가 팀 성과의 일부분이라서 개인적인 공헌의 정도를 정확하게 측정하기 어려울 때도 있다. 굳이 R&D 분야가 아니더라도 R&D 분야와 같은 특성을 보일 수 있다. 무조건적 성과급은 차별을 둬야 한다거나 그 차별은 클수록 좋다고 믿는 오류는 범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송찬후 KAIST 경영과학과 교수 chanhoo@kaist.ac.kr

필자는 성균관대 산업심리학과를 졸업하고 University of Wisconsin-Oshkosh에서 심리학 석사, University of Nebraska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Fairleigh Dickinson University에서 조교수를 지냈으며 현재 관심 분야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 윤리경영, 기업범죄, 리더십 등이다.

 

Strategy

 

기업의 글로벌화 유연한 복제가 해법

 

Based on “International expansion through flexible replication: Learning from the internationalization experience of IKEA” by Anna Jonsson and Nicolai Foss (2011, Journal of International Business Studies, Vol.42, Issue.9 pp.1079-1102)

 

왜 연구했나?

 

맥도널드, 바디숍, 스타벅스, 이케아(IKEA) 등은 소매업임에도 불구하고 국제화를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예를 들어, 1943년에 창업한 이케아는 2012년 기준으로 40개 국에서 338개의 매장을 운영해 275억 유로의 매출을 달성했다. 이들 기업에서 공통적으로 발견할 수 있는 특징은복제(replication)’ 전략을 통해 국제화를 추구했다는 점이다. 이때 복제란 기업의 역량이나 비즈니스 모델을 관련 분야에 이전시키는 것을 의미하는데 구체적으로는 표준화된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유사한 매장을 개설한다는 것을 뜻한다. 본 연구는 1963년부터 시작된 이케아의 국제화 과정을 복제 전략의 관점에서 설명하고 있다.

 

 

무엇을 연구했나?

 

복제 전략에 대한 기존 연구는 있지만 이 개념을 기업의 해외 진출에 적용한 연구는 드물다. 특히 해외 시장이 국내 시장과 다르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질적인 환경에서 이뤄지는 사업의 복제는 기업의 국제화 전략에 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해줄 것이다. 연구대상인 스웨덴 기업 이케아는 내수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1963년 노르웨이에 진출하면서 국제화를 시작했는데 복제 관점에서는 이 과정을 총 3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 1970년대까지 국제화 1단계에서는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국제화가 진행됐다. 체계적인 틀이 없었기 때문에 오히려 다양한 시도들이 이뤄졌지만 1970년대 말 수출 부서가 주도한 일본 진출이 실패하면서 2단계로 엄격한 기준의 복제가 적용되기 시작했다. 이케아의 핵심가치는 물론이고 매장 설계, 프로모션, 제품구색 등 모든 측면에서 철저한 표준화가 본사 주도로 진행됐다. 그러나 다시 1985년 미국 시장 실패를 계기로 현지 시장의 요구를 반영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됐고 1990년대 들어 3단계로유연한 복제(flexible replication)’가 강조됐다. 연구자들이 새롭게 제시한 유연한 복제란 제품 구색, 매장 디자인, 입지, 가격 등은 현지 시장에 맞게 조정해주는 대신 이케아의 원칙, 비전, 문화 등은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전략을 의미했다.

 

어떻게 연구했나?

 

비록 이케아라는 단일 기업에 관한 사례연구지만 인터뷰, 문헌연구, 현장 관찰 등을 통해 풍부한 조사가 이뤄졌다. 인터뷰의 경우 이케아의 국내외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2003년부터 2009년까지 총 70회의 인터뷰가 진행됐고 그 외 이케아에 관한 도서나 잡지, 내부 매뉴얼, 사내 전산망 자료들까지 망라됐다. 특히 본사가 있는 스웨덴뿐만 아니라 신흥시장인 러시아와 중국, 성숙시장인 일본 현지에서도 인터뷰와 조사가 병행됐다. 특히 이들 3개 국은 문화적인 측면에서 스웨덴과 매우 동떨어져 있기 때문에 이질적인 환경에서 진행된 사업의 복제를 관찰하는 데 적합하게 설계됐다. 또한 해외 매장을 직접 방문함으로써 본사에서 마련한 각종 방침들이 매장 현장에서 실제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를 파악했는데 이 또한 연구의 타당성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무엇을 발견했나?

 

50년간 진행된 이케아의 국제화 과정을 분석한 결과 똑같이 복제하는 접근법보다는 유연한 복제가 더 높은 성과를 가져다준 것으로 분석됐다. 이케아의 비전이나 원칙은 진출국에 관계없이 유지됐고 이케아의 클리판(KLIPPAN) 소파나 빌리(BILLY) 책꽂이 같은 베스트셀러 제품도 규모의 경제 효과를 거두기 위해 함부로 사양을 바꾸지 않았다. 하지만 현지 시장의 요구를 반영하는 것이 유리한 요소나 학습의 경제 효과가 큰 요소들은 탄력적으로 조정해줬다.

 

● 본 연구에서 제시한 유연한 복제는 이론적 측면에서도 기여하고 있다. 복제에 관한 기존연구에서는 이케아의 국제화 1, 2단계에서 볼 수 있듯이 시행착오를 통해 복제할 형식을 탐색하는 단계와 만들어진 형식을 그대로 활용하는 단계로만 구분했다. 하지만 3단계에서 볼 수 있듯이 표준화된 형식들이 현지 요구를 반영해서 진화하는 새로운 개념을 이케아 사례를 통해 제시했다.

 

복제할 형식에서 현지 상황에 관계없이 고정시킬 요소와 변형시킬 요소의 비중을 정하는 것은 진출하는 목표시장의 이질성과 역동성에 좌우됐다. 보다 이질적이고 역동적인 시장일수록 상대적으로 변형시킬 요소의 비중이 높았다.

 

● 복제할 형식을 효과적으로 변형시키기 위해서는 현지에서 본사로의 지식 이전이나 이전된 지식의 공유를 촉진하는 조직적인 메커니즘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예컨대 사업의 핵심개념과 이케아 브랜드를 관리하는 ‘Inter IKEA System BV’로 불리는 조직이 복제할 형식을 수정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또한 대부분의 매장을 소유한 ‘IKEA Group’도 각국 매장에서 올라오는 아이디어나 지식을 전파하고 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 유연한 복제 방식을 채택하는 기업은 극단적인 시행착오나 지나친 표준화 혹은 둘 다 충분히 경험했던 조직일 가능성이 높다. 이케아의 경우 초기에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겪다가 엄격한 복제가 진행됐고 미국 시장에서 실패를 체험하면서 보다 유연한 방식을 도입했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기업의 국제화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 중 하나는 현지화와 글로벌 통합의 조화다. 혹은 어떻게 현지 시장에서 축적한 지식을 개발하고 활용할 것인지도 중요한 과제다. 그런데 본 연구에서 제시한 유연한 복제가 바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한 가지 대안이 될 수 있다. 유연한 복제 개념은 적어도 소매업에서 어떤 요소는 글로벌하게 통합하고, 어떤 요소는 현지화할 것인지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이케아의 사례를 통해 복제할 형식을 수정하고 보완하는 데 꼭 필요한 조직 메커니즘, 예컨대 핵심가치, 담당부서, 인사제도, 내부 절차 등의 중요성도 살펴볼 수 있었다.

 

이동현 가톨릭대 경영학과 교수 dhlee67@catholic.ac.kr

필자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및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미국 듀크대 경영대학원 방문 교수로 연구 활동을 하기도 했다. 명강의> <경영의 교양을 읽는다: 고전편, 현대편> <깨달음이 있는 경영> <초우량 기업의 조건> 등 다수의 저서와 역서가 있다.

 

Marketing

 

매장 종업원의접촉고객 신뢰를 부른다

 

Based on “Trust during Retail Encounter” by Orth, U. R., Bouzdine- Chameeva, T., & Brand, K. (Journal of Retailing, 2013, In-press, 1-14).

 

무엇을 왜 연구했나?

 

매장에서 종업원과 고객과의 면대면(face to face) 접촉은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다. 기존 연구에서 긍정적인 면대면 접촉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주로 매장 종업원의 매력적이고 신뢰감을 줄 수 있는 외모와 전문성 등이 제시됐다. 이러한 종업원의 특성은 고객으로 하여금 매장 및 매장에서 판매되는 제품에 대한 신뢰, 만족감을 느끼게 해주며 전반적인 쇼핑 과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선행연구들은 종업원의 특성에 주로 초점을 맞췄기 때문에 실제 매장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고객접촉 요소들에 대한 연구는 간과됐다. 고객에 대한 미소, 공감의 표현, 가벼운 신체적 접촉(: 악수, 허그 등)과 같은 비언어적(non-verbal) 접촉과 응대가 대표적 사례다. 이러한 비언어적 접촉은 오랜 시간 동안 인간관계 속에서 자연스럽게 공유돼온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강력한 효과를 갖고 있다.

 

본 연구는 이러한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 방법인 매장 종업원의 고객에 대한 접촉(touch)1 행동이 고객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는지 그 메커니즘을 분석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어떻게 연구를 했고, 무엇을 발견했나?

 

연구팀은 고객과 종업원 간 접촉에 대한 이해도를 제고시키기 위해서 정성조사(심층 면접)와 정량조사(실험연구)의 두 가지 방법을 종합적으로 활용했다. 먼저 18명의 판매원2 과의 심층면접을 통해 연구자들은 다음과 같은 의미 있는 발견을 했다. 첫째, 종업원들은 자신들의 접촉행동이 고객에게 영향을 줄 수 있으며 특히 접촉을 선호하는 고객에게 효과적이라고 판단하고 있었다. 둘째, 종업원의 성향에 따라 접촉행동을 시도하는 정도는 상이했다. 셋째, 고객들도 자신이 속한 문화적 특성(접촉문화 vs. 비접촉적 문화)3 에 따라 판매원과 신체적 접촉을 선호하는 태도가 이질적이었다. 마지막으로 판매자들은 고객들이 불쾌함을 느끼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대고객 접촉에 대한 명시적인 가이드라인을 갖고 있었다.

 

이러한 정성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독일과 프랑스 학생 각각 60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수행했다. , 실험장소인 와인 가게에 피험자들을 방문하게 하고 훈련을 받은 8명의 종업원들이 무작위로 피험자들을 응대(접촉 또는 비접촉)했다. 분석결과, 비접촉을 했을 때보다 접촉을 했을 때 종업원에 대한 신뢰가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둘째, 접촉종업원에 대한 신뢰제품에 대한 평가의 매개효과가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고객접촉은 종업원에 대한 신뢰를 높이며 이러한 신뢰는 매장에서 판매되는 제품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로 연결됐다. 셋째, 해당 고객이 접촉에 대한 욕구가 높은 경우접촉종업원에 대한 신뢰의 관계가 증폭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지막으로, 고객 본인의 접촉행위는 낮을 때접촉종업원에 대한 신뢰의 관계를 증폭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는가?

 

인터넷, 모바일, 홈쇼핑 등 비대면접 판매방식이 급속히 성장함에 따라 오프라인 매장에서 고객과 종업원 간의 직접 커뮤니케이션과 접촉에 대한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간과돼 왔다. 그러나 최근 체험마케팅의 중요성이 부상하면서 종업원이 고객에게 제공하는 체험(접촉)에 대한 체계적 관리가 주목받고 있다. 이 연구결과는 종업원의 접촉행위가 매장 종업원과 판매되는 제품 평가에 미치는 구체적인 효과를 검증했다. 이러한 결과는 고객접점에서 종업원과 고객 간의 효과적인 접촉관리를 위한 다음과 같은 유용한 시사점을 제공해주고 있다.

 

첫째, 기업들은 체계적인 교육과 훈련을 통해 종업원들이 다양한 상황에서 고객들에게 부담이 되지 않으면서 긍정적인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대고객 접촉역량을 가질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할 것이다. 둘째, 종업원은 고객을 응대할 때 접촉에 대한 고객의 욕구나 성향을 가능한 빨리 파악해야 한다는 점이다. 접촉에 대한 필요나 요구가 강한 고객들과는 적극적인 접촉이 효과적이다. 한편, 이미 접촉에 대해 익숙하거나 종업원이 자신에게 일상적인 접촉을 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는 고객의 경우에는 접촉 행동이 신뢰 형성이나 제품 평가에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이러한 접촉행동을 기대하지 않거나 익숙하지 않은 고객에게 종업원의 웃음과 가벼운 터치가 종업원에 대한 신뢰와 제품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로 이어진다는 것을 시사해준다는 흥미로운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고객은 종업원의 화려한 입담보다는 미소, 가볍고 자연스러운 접촉과 같은 비언어적 접촉을 통해 진정성을 느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유통 및 서비스업체들은 고객들이 좀 더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종업원으로부터 응대를 받고 있다는 체험을 제공해 줄 수 있는 종업원 및 매장관리 활동이 필요하겠다.

 

허원무 부경대 경영대학 교수 wmhur@pknu.ac.kr

필자는 한양대에서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 대학원에서 마케팅 전공으로 석·박사를 취득했다.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SK경영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을 거쳐 부경대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주 연구 분야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활동과 사회적 마케팅, 서비스 기업의 고객-종업원 관계 마케팅, 감정노동에 대한 고객반응과 채널전략 등이다.

 

Finance&Accounting

 

이사회의 견제, CEO의 모럴해저드 예방한다

 

Based on “The Effects of Fraud and Lawsuit Revelation on U.S. Executive Turnover and Compensation”, Obeua S. Persons, Journal of Business Ethics, 2006

 

무엇을 연구했나?

 

기업 범죄(Corporate Fraud)와 이와 관련된 각종 소송(Lawsuit)은 심심치 않게 일어나는 일이다. 1997 FBI 조사로 드러난 Columbia/HCA Healthcare Corporation의 사건이 특히 유명한데 이 사건은 각종 자료와 비용 조작 및 의사들과의 담합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회사는 이 사건으로 무려 6조 달러에 이르는 벌금을 물었다. 2000년대 초반 Enron, Global Crossing WorldCom 같은 회사들이 회계 장부를 조작한 사건 역시 잘 알려져 있다.

 

기존 재무 분야의 주 관심사는 기업 범죄의 발생 및 소송이 기업 가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초점을 두고 있었다. 기업 범죄가 발생하면 기업 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당연한 결론으로 내려졌다. 또한 어떤 기업이 기업 범죄를 일으킬 확률이 높은가라는 문제에도 관심이 많았는데 이 역시 경영실적이 좋지 않은 기업들이 분식회계 등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으로 이어지곤 했다. 즉 기업범죄 자체가 시장에서 신호(signal)로 작용했다. 기업범죄를 일으킨다는 것은 시장에 우리 기업이 현재 좋지 않은 상황에 빠져 있다는 것을 고백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의미다. 이번에 소개할 연구는 기업범죄 및 소송이 발생했을 때 CEO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분석한 것이다. 그런데 일반적인 예상과는 약간 다른 일이 진행되고 있었다.

 

어떻게 연구했는가?

 

Obeua S. Persons(미국 라이더대) 1992년부터 2000년 사이 기업범죄와 소송에 연관된 기업들의 자료를 수집했다. 자료는 <월스트리트저널>을 통해서 수집했다. 기업범죄의 범주로는 ‘Accounting’ ‘Bank Fraud’ ‘Class Action Lawsuits’ ‘Environmental Cleanup’ ‘Fraud’ ‘Insurance Fraud’ ‘Liability’ ‘Litigation’ ‘Mail Fraud’ ‘Product Liability’ ‘Pyramid Operations’ ‘Securities Fraud’ ‘White Collar Crime’ 등을 사용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보도된 자료를 이용한 이유는 이런 사건이 주주들의 주목을 많이 받았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연구 목적에 부합한다고 봤다. 그는 최종 277개의 기업범죄 샘플을 구성했다. 개별 기업의 특성에 관련된 자료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데이터베이스를 사용해 수집했다.

 

결과와 시사점은 무엇인가?

 

우선 277개 기업 중 105개 기업( 38%)이 범죄 또는 소송 발생 후 2년 이내에 최고경영자를 교체했다. 범죄가 발생하지 않은 기업군과 비교했을 때 높은 수치이기는 하다. 그러나 흥미 있는 것은 범죄에 대한 폭로 여부가 CEO 교체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또한 CEO가 이사회(Boards of directors) 의장까지 겸직하고 있을 때는 문책성 교체를 잘 당하지 않았다. 둘째, 기업범죄가 발생했을 때 CEO의 고정임금(Cash Compensation)이 줄어드는 경향이 있었다. 마지막으로 기업윤리헌장(code of ethics) 채택 여부는 기업범죄에 대한 최고경영자의 문책 여부(경영자 교체 또는 임금 삭감)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종합적으로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미국 기업들은 기업범죄 발생 시 최고경영자에 대한 문책으로 해임보다는 (고정)임금 삭감 방식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기업범죄에 관한 CEO의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해서는 이사회의 적절한 견제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CEO가 이사회 의장까지 겸직해서 문책성 교체를 피할 수 있으면 소위 말하는 범죄의 비용(Cost of crime)이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는 도덕적 해이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마지막으로 윤리헌장은 글로만 존재할 뿐 실제 기업 의사결정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 결국 기업의 의사결정에 중요한 것은 인센티브 제도라는 것을 다시 확인시켜주는 연구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이창민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 changmin0415@gmail.com

필자는 서울대 경제학부를 졸업하고 미국 인디애나주립대에서 경제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삼성금융연구소 자본시장팀(증권, 자산운용 담당)을 거쳐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현재 하버드대 Edmond J. Safra Center for Ethics의 리서치 펠로이기도 하다. 재무(Finance), 국제재무(International Finance), 기업지배구조(Corporate Governance), 국제경영(International Business)과 국제금융시장, 자본시장 분야에서 활발하게 강의 및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

Operations

 

공급 네트워크를 들여다보자, 재난때 힘이 된다

 

Supply network topology and robustness against disruptions - an investigation using multi-agent model Anand Nair and José M. Vidal International Journal of Production Research, Vol. 49, No. 1, pp. 1391∼1404, 2011

 

왜 연구했나?

 

2001년에 발생한 9·11 사태는 수많은 인명손실은 물론 여러 기업들에 큰 재무적 손실을 끼쳤다. 문제는 이러한 손실이 개별 기업을 넘어서 공급 네트워크를 통해 복잡하게 연결돼 있는 다른 기업들에도 광범위하게 전파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일본에서 발생한 규모 6.8 지진으로 피스톤링을 생산하는 협력사 생산시설이 파괴되면서 일본 완성차 업체들의 생산이 중단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2000년대 들어 외부 공격이나 자연재해 혹은 여러 유형의 인재로 인한 공급 네트워크 붕괴(disruption)에 대한 관심이 증가했고 관련 연구들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선행연구들은 주로 공급 네트워크 붕괴로 인한 손실 추정이나 이에 대한 대응방안 구축 등과 관련된다. 반면 어떤 유형(topology)의 공급 네트워크가 붕괴 위험에 잘 버틸 수 있는지와 관련된 연구는 부족한 실정이다.

 

무엇을 연구했나?

 

일반적으로 작은 세계 모델(small-world model)이나 임의 그래프 모델(random graph model)과 같은 지수 네트워크(exponential network)는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마디(node)들 간에 연결된 경로(edge) 개수가 서로 비슷한 동질성이 강한 특징을 지니고 있다. 반면 인터넷이나 WWW(World-Wide Web)와 같이 규모 제약이 없는 네트워크(scale-free network)의 경우 새로운 마디가 기존 마디들 중에서 경로가 많은 마디에 연결되려는 경향이 강하므로 마디들 간에 경로 개수 차이가 많이 발생하는 이질성이 큰 특징을 갖고 있다.

 

Albert et al. (2000)4 1) ‘실패’(임의로 어떤 마디를 제거함) 2) ‘공격’(경로가 가장 많은 마디를 제거함)과 같은 두 가지 실험을 통해 각각의 경우 두 가지 네트워크가 어떻게 변하는지 살펴봤다. 그 결과, 실패에 대해 강건한 모습을 보였던 규모 제약이 없는 네트워크가 공격에 대해서는 매우 취약한 모습을 보여 공격이 계속됨에 따라 네트워크가 완전히 붕괴된다는 것이 확인됐다. 반면 지수 네트워크는 실패 상황에서는 규모 제약이 없는 네트워크보다 더 취약한 모습을 보였지만 공격을 받았을 때에는 상대적으로 붕괴가 더디게 진행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공급 네트워크 관련 분야에서 활발히 연구를 진행해온 A. Nair와 컴퓨터 공학 분야 연구자인 J. M. Vidal Albert et al. (2000)의 연구결과를 실제 공급 네트워크에 적용시킬 수 있는가와 관련해서 연구를 진행했다. 이들은 공급 네트워크가 운영 실패나 외부 공격으로 인해 붕괴될 위험에 처했을 때 어떤 유형의 네트워크가 이러한 위험에 대해 강건함(robustness)을 보이는지, 혹은 취약함(vulnerability)을 보이는지 연구했다. 요컨대 이들의 목적은 실패나 공격에 대해 강건한 공급 네트워크 구조를 규명하는 것이었다.

 

연구방법과 결과

 

저자들은 임의 그래프 모델과 규모 제약이 없는 모델에 기반해 각각 10개씩의 네트워크 모델을 만들었다. 개별 네트워크 모델은 1개의 공장, 5개의 물류업체, 12개의 소매업체와 같이 18개 기업들로 이뤄진다. 따라서 10개의 네트워크 모델들은 18개 기업별로 연결된 경로 개수가 서로 비슷하지만 다른 10개의 모델들에서는 연결된 경로 개수가 현저히 많은 기업들이 일부 존재한다. 이렇게 구성된 20개 모델들에 대해 저자들은 Netlogo5 프로그램을 이용해 시뮬레이션을 실행, 실패나 공격으로부터 취약한 집단과 강건한 집단으로 구분한 후 이진로지스틱회귀분석(binary logistic regression)을 실행했다. 그 결과 다음과 같은 사실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첫째, 공급 네트워크 구성원(기업)들 간에 연결된 경로의 평균길이가 길수록 해당 공급 네트워크는 실패나 공격에 취약했다. 기업들 간에 멀리 떨어질수록 위기가 발생했을 때 이에 대응하기 위한 의사소통이나 협력/조정이 어렵기 때문이다. 둘째, 기업들이 밀집돼 있을수록 해당 공급 네트워크는 실패나 공격에 취약했다. 기업들이 서로 연결돼 상호의존도가 높으면 실패나 공격에 따른 위험의 확산이 빠르게 이뤄지기 때문이다. 셋째, 만약 인접한 또 다른 하위네트워크(sub-network) 규모가 크다면 해당 공급 네트워크는 실패나 공격에 덜 취약했다. 실패나 공격으로 인해 피해를 보더라도 연결된 하위네트워크 규모가 크다면 네트워크를 복구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요컨대 공급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여러 기업들 간에 연결된 거리가 가까우면서도 지나치게 밀집돼 있지 않으며 인근에 규모가 큰 하위 네트워크와 연결돼 있다면 해당 공급 네트워크는 운영상에서의 실패나 외부 공격 등에 강건한 모습을 보임으로써 공급사슬 붕괴에 따른 피해를 어느 정도 줄일 수 있었다.

 

어떤 교훈을 주나?

 

2011년 일본 동북부 지방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인해 공급 네트워크가 붕괴돼 생산량이 급감했던 일본 완성차 업체들은 공급 네트워크에서의 가시성(visibility)을 제고하기 위해 3차나 4, 심지어 5차 공급업체의 물류 흐름까지도 추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기존의 린(lean) 생산방식과 달리 단일 품목에 대해 복수의 공급업체들과 거래함으로써 공급 네트워크가 붕괴되는 위험에 대비하고 있다. 공급사슬 위험관리를 위한 이러한 움직임들은 본 연구 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다.

 

공급 네트워크에서 기업들 간의 경로 길이를 축소하는 것은 결국 공급 네트워크 상류에서 공급업체 차수(tier degree)가 지나치게 높아지지 않도록 하청 구조를 간소화하며 직접 연결돼 있지 않은 공급업체들까지도 모니터링하는 등 최소한의 관계를 형성하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개별 품목에 대해 1∼2개가 아닌 그 이상의 공급업체들, 특히 네트워크 규모가 큰 공급업체들과 거래함으로써 위기 발생 시 대안을 확보하는 것은 규모가 큰 하위 네트워크를 보유하는 것과 내용상 일치하는 부분이 많다. 이처럼 본 연구 결과와 현실에서의 공급사슬관리 관행 간에는 서로 유사한 부분이 많다.

 

따라서 기업들은 자사의 공급 네트워크를 분석함으로써 해당 공급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기업들 간의 연결 경로의 길이, 밀집도, 연결된 하위 네트워크의 규모 등을 파악해 일상적인 운영 실패나 예상치 못했던 재해 등으로부터 얼마나 취약한지, 혹은 강건한지를 확인하고 대응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오중산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ojs73@sm.ac.kr

필자는 서울대 화학과를 졸업하고 KAIST 경영대학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은 후 2008 9월부터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 전공 분야는 생산 및 공급사슬 관리이며등의 해외 학술지에 논문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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