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의 덫

115호 (2012년 10월 Issue 2)

‘긍정이 걸작을 만든다.’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은 2009년 이런 제목의 책을 출간했습니다. 실제 윤 회장은 긍정의 힘을 바탕으로 백과사전 외판원에서 매출 6조 원대의 대기업을 일궈냈습니다. 외환위기 등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그는 성공할 것이라는 긍정적 믿음을 잃지 않았고 이를 바탕으로 위기를 극복했다고 강조합니다. 하지만 최근 지주회사 웅진홀딩스와 계열사 극동건설이 법정관리를 신청했습니다. 긍정적 사고에 어떤 문제가 있었던 것일까요.

긍정적 태도가 성공의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윤 회장뿐만 아니라 성공한 1%의 사람들만 알고 있는 비밀을 전해준다는 모토로 초대형 베스트셀러가 된 <시크릿(Secret)>이란 책도 같은 취지의 주장을 폅니다. 긍정적 생각을 하면 실제 현실에서 이런 일이 이뤄진다는 소위끌어당김의 법칙(law of attraction)’을 제시합니다. 어떤 생각을 하면 그 생각이 자석처럼 현실을 끌어당긴다는 주장입니다. 특히 안 된다는 생각을 하면 실제 결과가 좋지 않기 때문에 절대로 부정적 생각을 하지 말라는 충고도 합니다.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도 있습니다. 가짜 약이라도 환자가 진짜 치료약이라고 믿으면 약효가 나타난다는플라시보 효과(placebo effect)’가 대표적입니다. 사람들의 믿음이나 기대가 현실에서 구현된다는피그말리온 효과(Pygmalion effect)’도 실험을 통해 입증된 바 있습니다.

물론 이런 과학적 근거들은 세상의 일부 원리를 잘 설명했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지만 다른 측면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위약효과는 감기와 같은 가벼운 질병에 효과가 있지만 암 같은 중대한 질환에는 별로 효과가 없다고 합니다. 피그말리온 효과는 학생들의 IQ를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수준으로 높여주었지만 아무리 강력한 믿음을 가졌더라도 IQ 100인 학생이 200이 되지는 못합니다.

여기서합리적 낙관주의의 필요성이 제기됩니다. 낙관주의는 유용하지만 냉혹한 현실 판단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베트남전쟁의 포로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사람은 근거 없이 장밋빛 희망을 가졌던 낙관주의자가 아니라 냉철하게 현실을 인정한 합리적 낙관주의자였다는 제임스 스톡데일 장군의 지혜를 되새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나폴레옹은작전을 세울 때 나는 둘도 없는 겁쟁이가 된다.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위험과 불리한 조건을 과장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웅진그룹은 건설업과 저축은행업, 태양광 산업에서 발을 뺄 기회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나친 낙관주의가 발목을 잡고 말았습니다. 간절한 믿음 하나만으로 성공할 수는 없습니다. 부정적 생각이지만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보고 이런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때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도 판단해봐야 합니다. 성공하려면 믿음 외에 전략도 필요하고 위기관리도 필수적입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모든 게 이뤄진다는 소박한 믿음이 때로는 재앙의 원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번 호 스페셜 리포트는 기후변화를 주제로 다뤘습니다. 기후변화는 우리가 자주 체감하는 경영환경 변화 요인 중 하나입니다. 기후변화 문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세계 경제가 한 해 1조 달러 이상의 피해를 입게 된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됐습니다. 물론 이런 단절적인 변화는 기회와 위기를 동시에 제공합니다. 기후변화에 대한 기업의 감수성을 높여야 하는 이유입니다. 이번 스페셜 리포트에서는 기후변화와 관련한 선도적 기업들의 대응 사례와 시장 창출 방안, 기후변화 시나리오 등을 제시했습니다. 변화를 기회로 활용하기 위한 참신한 지혜를 얻으시길 바랍니다.

 

 

 

김남국 편집장·국제경영학 박사 mar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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