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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iSM연구회

Swimming with Sharks! 수영 안전 가이드

한민선 | 111호 (2012년 8월 Issue 2)




편집자주 강진아 서울대 기술경영경제정책대학원 교수가 주도하는 PRiSM(Practice & Research in Strategic Management) 연구회가 DBR을 통해 연구 성과를 공유합니다. 학계와 업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전략 연구회인 PRiSM은 기업이 취할 수 있는 다양한 전략의 면면을 상세히 분석, 경영진에게 통찰과 혜안을 제시해줄 것입니다.

 

2002년 온라인 인공지능 채팅서비스심심이를 개발한 이즈메이커(현 심심이주식회사). MSN 메신저를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던 이 회사는 2004년 모바일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KTF( KT)가 모바일 SMS 서비스를 함께하자며 전략적 제휴를 요청해 온 게 계기가 됐다. 이즈메이커는 KTF 전용 심심이 서비스를 제공했고 이 과정에서 KTF는 심심이를 자사 상표(모바일 부문)로 등록했다. 이즈메이커가 이미 상표등록(온라인 부문)을 해놓은 상태이긴 했지만 분할 출원 방식을 통해 KTF에서도 상표권을 등록할 수 있었던 것. 이와 함께 KTF 측 운영 대행사인 위즈정보기술은 심심이 서비스를 백업해 독립적인 시스템을 구축했다. 그리고 2008년 이즈메이커는 KTF로부터 일방적인 계약해지를 통보받는다. 또 모바일 시장에서 심심이 상표를 사용하지 말라는 요청까지 받게 된다. 이즈메이커는 KTF와의 전략적 협력을 통해 유통채널이라는 자원을 보완할 수 있었지만 핵심 기술과 성장성 높은 사업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1

 

지도기반 검색광고 서비스인클릭투콜(click to call)’ 서비스로 잘 알려진 포럴톤. 2004년 설립된 이 회사는 창업 1년 만에 연 300억 원대의 매출을 기록하며 유망 벤처로 이름을 날렸다. 옥션, 인터파크, SK텔레콤, KT 등 국내 대기업에 서비스를 제공한 것은 물론 이베이 홍콩, 야후재팬 옥션 등 해외 업체와도 검색광고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2008년부터 상황이 반전됐다. 주요 대기업 거래처들이 하나둘씩 서비스계약을 해지하더니 심지어 포럴톤 임직원들을 회유해 유사한 서비스를 하는 다른 회사를 차렸다. 2009년 한 해에만 거래처 네 곳이 빠져나가고 일부 거래처가 직원들마저 빼내가면서 정상적인 서비스에 큰 타격을 입게 됐다. 현재 검찰과 공정거래위원회는 협력관계에 있던 대기업이 포럴톤의 핵심기술을 유출했는지 여부를 놓고 수사 중에 있다. 하지만 회사는 이미 2010년에 문을 닫았다.2

 

 



단칸방 살림으로 시작하는 벤처

기업을 자원과 역량의 집합체로 정의하는 자원기반관점(resource-based view)에서 바라볼 때 벤처기업은 사업을 영위할 자원과 역량이 모두 부족하고 시장 경쟁력이 뒤처져 생존하기 어려운 조직이라 할 수 있다. 물론 벤처기업들은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기술을 지니고 환경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며 성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좋은 두뇌와 빠른 다리는 한두 번의 전투에서 승리할 수 있게 해 줄지는 모르지만 기나긴 전쟁에서의 승리를 보장해 주지는 못한다. 궁극적으로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좋은 창과 방패도 갖춰야 한다. 그래서 기업들은 다른 기업과의 협력관계를 통해 기업 초기에 필요한 자원과 역량에 빠르게 접근, 이를 활용하는 보완 전략을 사용한다.

1990년대 말 인터넷 시장 태동기 무렵, 야후, 네이버, 네티앙 등 포털 사이트들은 여러 기업들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이용자들이 찾는 정보와 기술을 적극 제공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처럼 최근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를 공개하며 여러 기업들과 협력 시스템을 구축, 다양한 서비스 제공을 통해 시장 경쟁력을 강화하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이처럼 자원과 역량이 부족한 벤처기업들은 협력을 통해 기술, 생산, 마케팅, 유통 역량을 보완해 나간다.

 

 

 

성장의 동반자? 적과의 동침? Shark Dilemma!

하지만 기성 기업(incumbents)과의 협력이 항상 좋은 면만 있는 건 아니다. 두 기업이 협력을 통해 함께 만들어낸 경쟁력과 새로운 가치를 두 기업이 동등하게 누리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두 기업이 협력하는 과정에서 한 기업이 갖고 있던 사업의 핵심역량을 파트너 기업에 고스란히 뺏겨버릴 수도 있다. 서두에 지적한 이즈메이커와 포럴톤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협력은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시켜줄 수도 있지만 아무것도 얻어내지 못할 수도 있고 심지어 있던 경쟁력마저 잃을 위험도 존재한다. 그리고 이러한 협력에서의 위험성은 상대적으로 경험과 역량, 교섭력이 부족한 벤처기업에서 더욱 크게 나타난다.

벤처기업은 다른 기업과 거래, 협력을 하면서 보완적인 자원과 역량에 접근하고 이를 활용해 새로운 역량을 학습한다. 하지만 이러한 전략은 동시에 자사의 기술, 아이디어, 노하우, 인력 등 핵심역량을 잃을 수 있다는 잠재적이고 치명적인 위험요소를 끌어안고 있다. 매우 유용하고 필요한 자원을 확보할 수도 있지만 동시에 기존 역량을 잃을 수도 있는 리스크를 품고 있는 이 같은 상황을상어의 딜레마(Shark Dilemma)’라고 한다.3

벤처기업이 기성 기업들과 협력할 때 이러한 딜레마 상황이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두 기업 간에 목표하는 바가 다르기 때문이다. 혁신 역량이 뛰어난 중소 벤처기업이 생산, 유통 측면에서의 자원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협력 전략을 사용한다면 기성 기업은 그들에게 부족한 자원, 즉 기술과 아이디어에 접근하기 위해 협력을 활용한다. 쉽게 말해 협력의 두 당사자가동상이몽(同床異夢)’을 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벤처기업과 기성 기업 간 흡수역량(absorptive capacity)의 격차 역시 상어의 딜레마 상황이 벌어지는 이유다. 대개 기성 기업이 벤처기업의 지식과 기술을 습득해 내재화하는 속도가 벤처기업이 기성 기업의 역량을 활용하는 데 걸리는 속도보다 훨씬 빠르다. 원하는 것을 모두 얻은 기성 기업이 벤처기업을 대할 때 동등한 파트너 관계에서 갑을 관계로의 전환을 모색하게 되는 건 당연하다. 산업 보안에 대한 벤처기업들의 낮은 인식 수준 역시 딜레마를 자초하는 결과를 낳곤 한다. 열악한 경영 여건상 많은 벤처기업들은 단기적인 매출과 생존에 집중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보안상 허점이 발생하는데 노련한 기성 기업들은 이 틈을 놓치지 않고 파고 든다.

 

안전하게 수영하기

벤처기업은 다른 기업과 협력관계를 구축할 때 어떠한 방법들로 리스크를 낮추며 상어의 딜레마 상황을 모면할 수 있을까. 먼저 사납지 않은, 안전한 상어가 있는 곳을 찾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 우선 벤처기업과 지속적으로 협업을 해 온 상어(기업)들을 눈여겨봐야 한다. 물론 전략적 관계에서 상냥하고 착한 상어는 없다. 특히 같은 먹이를 놓고 다퉈야 한다면 상어는 한층 더 포악해진다. 비슷한 시장에서 경쟁제품을 내놓는 경우라면 벤처기업의 협력 전략은 대부분 실패로 끝나게 된다. 하지만 나와 중복되는 시장이 적고 과거에도 다른 벤처기업과 성공적으로 협력한 경험이 있으며 나와 파트너 관계를 맺기 위해 헌신하는 상어라면 조금은 안심하고 물속에 들어가도 된다.4 애플과 구글은 스마트폰 기기와 OS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앱스토어와 안드로이드마켓 플랫폼을 앱 개발사들에 제공했고 앱 개발사들은 OS시장이 아닌, 앱 시장을 목표로 경쟁을 벌였다. 그리고 이러한 협력 관계는 전체 스마트폰 관련 시장을 성공으로 견인했다.

안전한 상어를 찾았더라도 무작정 물속에 들어갈 수는 없다. 안전장비를 최대한 갖추고 들어가는 게 중요하다. 대표적인 예가 특허를 비롯한 실용실안, 상표권, 디자인권 등 지적재산권 보호제도다. 기업은 지적재산권 보호를 통해 기술 유출에 따른 분쟁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고 권리가 침해됐을 때 법적 대응이 가능하다. 물론 지적재산권을 소유했다고 모든 공격을 막아낼 수는 없다. 보호받을 수 있는 나의 권리 범위가 정확하게 어디까지인가에 따라 이야기가 달라진다. 서두에 예로 든 이즈메이커는 일찍이 심심이 상표권을 출원했지만 모바일 분야를 인식하지 못해 이 분야에서 상표권을 놓쳤고, 결국 모바일 사업에서 얻게 된 과실은 KTF의 몫이 됐다. 따라서 지적재산권 제도를 활용할 때는 미래 사업성을 면밀히 분석해 보호받고자 하는 범위를 전략적으로 설정하고 다수의 지적재산권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등 다각도에서 접근해야 한다.

벤처기업에 전략적 협력은 양날의 검으로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부족한 역량 확충을 이유로 무작정 협력에 뛰어들기보다는 파트너의 선정부터 지재권 관리에 이르기까지 보다 신중하고 현명한 접근이 요구된다. , 협력을 구상할 때는 어떤 파트너 기업과 손을 잡아야 최대의 효과를 얻어낼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 특허, 영업비밀 등 지적재산권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 통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일어나는 기술유출 사건의 60%가 중소벤처기업에서 발생하고 있다. 위험에 대비해 만반의 준비를 갖춰놓는다면 경쟁과 환경변화가 심해지는 뜨거운 여름에도 상어들과 즐겁게 헤엄칠 수 있을 것이다.

 

 

한민선 PRiSM 연구회 연구원 hanms@temep.snu.ac.kr

필자는 KAIST 생명화학공학과에서 학사·석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울대 기술경영경제정책대학원 박사 과정에 재학 중으로 벤처·중소기업의 기술경영 및 혁신 전략 관련 연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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