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ght Management

Monkeyproof와 지식의 저주

110호 (2012년 8월 Issue 1)



Monkeyproof
와 지식의 저주

 

요즘 정치권의 화두는 여야 할 것 없이경제 민주화. 하지만 각자의 지향점은 사뭇 다르다. 새누리당은 거대 세력으로부터 시장과 중소기업, 소비자를 보호하는공정경제체제 확립, 민주당은 재벌 개혁을 통한분배정의 실현차원에서 경제민주화를 외치고 있다. 용어 정의에서부터 일치가 안 되는 마당에 여야 간 건설적인 토론이 이뤄질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많은 문제들의 원인은 상당 부분 커뮤니케이션 실패에 있다. 기업 경영에서도 마찬가지다. 특히 글로벌화로 서로 다른 문화와 환경에 속한 기업들과 비즈니스를 해야 하는 21세기에는 단어 하나에 대한 서로 다른 이해조차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용어 정의가 제대로 되지 않았을 때 얼마나 황당한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는 미국의 한 설비업체와 아시아 소재 정유회사 간에멍키프루프(monkeyproof)’라는 단어를 두고 벌어졌던 해프닝을 보면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설비가 들어설 입지에 원숭이들이 많이 서식해 항상 골치를 앓던 아시아 정유회사는원숭이(monkey)들이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장비를 건드려도 문제가 생기지 않을 만큼(-proof) 설비가 튼튼한가를 미국 업체에 묻기 위해 이 단어를 사용했다. 그러나 미국 회사는 이 질문을원숭이도 쓸 수 있을 만큼 장비가 쉽게 만들어졌는가라고 받아들였다. 멍키프루프라는 단어가바보라도 다룰 수 있을 만큼 쉽고 간단하다는 뜻의풀프루프(foolproof)’에서 응용한 표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미국 회사는 설비의 내구성을 높이기보다 소비자의 니즈와는 별 상관없는 사용자 편의성을 높이는 데 많은 시간과 자원을 투입했다. 단어 하나에 대한 잘못된 이해가 중요한 기업 전략의 방향을 바꾼 어처구니없는 사례다.

커뮤니케이션 실패와 관련해 또 하나 생각해볼 만한 개념으로지식의 저주(curse of knowledge)’가 있다. 일단 무언가를 알게 되면 자신이 과거에 그걸 몰랐을 때를 생각하지 못해 지식의 원활한 소통이 저해되는 현상이다. 사람들은 일단 무언가를 알고 나면 알지 못한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 상상하지 못하고 듣는 사람의 심정도 헤아리지 못해 자신의 지식을 타인에게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다. 즉 머릿속에 있는 정보가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막는저주를 내려 아직 그 지식을 모르는 사람들을 무시하는 태도를 갖게 한다.

지식의 저주는 1990년 스탠퍼드대에서 심리학 박사 학위를 딴 엘리자베스 뉴턴의 실험에서 유래됐다. 뉴턴은 실험을 위해 미국 국가, 생일축하 노래, 반짝반짝 작은 별 등 미국인들이 잘 아는 노래들을 골랐다. 이후 A그룹에게 노래 제목을 알려주고 원곡의 리듬에 맞춰 책상을 두드리도록 했다. 반면 B그룹에는 곡명을 알려주지 않은 상태에서 A그룹이 책상을 치는 소리만 듣고 노래 제목을 맞혀보라고 주문했다. B그룹의 정답률은 2.5%에 그쳤다. 곡에 대한 아무런 사전지식이 없는 B그룹엔 A그룹의 책상 두드리는 소리가 무의미한 소리로만 들렸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건 A그룹의 반응이다. A그룹에 “B그룹이 정답을 맞힐 확률은 얼마나 될까라고 묻자 “50%는 맞혔을 것이라고 답했다. 리듬과 멜로디가 이미 머릿속에 있는 A그룹은 상대편도 어렵지 않게 답을 맞힐 수 있을 것이라고 지레짐작했기 때문이다.

뉴턴의 실험에 따르면, 예를 들어 미국 국가와 생일축하 노래를 혼동하는 B그룹을 본 A그룹 사람들은바보같이 어떻게 이렇게 쉬운 것도 못 맞춘단 말인가라며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웬만큼 사회생활을 한 사람이면이렇게까지 구구절절 설명했는데 아직도 모르겠어?”라며 윽박지르는 상사를 한번쯤은 겪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윽박지름은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는 용어 정의, 개념 정의처럼 매우 기초적인 커뮤니케이션 단계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의사소통에 문제가 생기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상대방이 집중을 하지 않아서일 수도 있고, 애초에 토론할 마음이 없어서일 수도 있으며, 정말 모자라고 멍청해서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아닌, 바로 나 자신에게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커뮤니케이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생각된다면 자신이 지식의 저주에 사로잡혀 상대방을뭐 이런 것도 모르는 바보가 있나라고 무시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사람들을 바보로 만드는 건 바로 나 자신일지도 모른다는 성찰의 자세가 필요하다.

 

 

 

이방실 기업가정신센터장 smile@donga.com

필자는 서울대 영어교육과 및 동 대학원(석사)을 졸업했고 미국 듀크대 경영대학원에서 MBA학위를 받았다. 한국경제신문 기자를 거쳐 올리버 와이만에서 글로벌화 및 경쟁전략 수립 등과 관련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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