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A 통신

금융의 천국에서 헤지펀드의 속살을 보다

102호 (2012년 4월 Issue 1)



편집자주  DBR은 세계 톱 경영대학원의 생생한 현지 소식을 전하는 ‘MBA 통신’ 코너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명문 경영대학원에서 공부하는 젊고 유능한 DBR 통신원들이 따끈따끈한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통신원들은 세계적 석학이나 유명 기업인들의 명강연, 현지 산업계와 학교 소식을 전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 바랍니다.
 
필자는 지난해 여름 한 펀드 오브 헤지펀드에서 인턴을 하면서 헤지펀드 산업에 흥미를 갖게 됐다. 이후 가을 학기에 ‘Hedge Fund Investment and Selection’이라는 수업을 선택해 들었는데 처음 수강신청 때만 해도 대안적 투자처로 떠오르고 있는 헤지펀드에 대한 단순한 호기심과 일종의 지식욕 정도를 가지고 한 학기를 시작했던 것 같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 돌아보니 헤지펀드뿐 아니라 다양한 투자 전략 및 금융시장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던 기회였다.
 
매 수업은 최근의 금융시장 트렌드를 이용해 헤지펀드에서는 어떤 거래(trade)를 할 수 있을까에 대해 논의하면서 시작했다. 예를 들어 2011년 가을에 오바마 정부가 일정 수준 이상의 소득에 높은 세율의 세금을 부과하는 일명 부자세(Buffett Tax)를 제안했는데 ‘이때 헤지펀드는 이런 정책을 어떻게 돈 버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을까’ 하는 식이다. 헤지펀드는 뮤추얼 펀드와 달리 상승장이냐 아니냐에 상관 없는 수익률, 즉 ‘절대수익(Absolute Return)’을 추구하기 때문에 투자 전략도 달라진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미국 재무성 채권(treasury)에는 세금이 붙지만 지방 정부가 발행하는 지방채(muni bond)에는 세금이 없다. 따라서 세금이 없는 지방채의 가격이 오르면 그 수익률 (yield)은 하락하고 재무성 채권-지방채 스프레드(spread)가 증가하게 된다. 이럴 때는 스프레드 차를 이용한 거래로 이익을 볼 수 있다. 향후 각 채권의 수익률이 평상시 수준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예상을 한다면 지방채를 팔고(short) 재무성 채권을 사는(long) 전략을 취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페어 트레이드(pair-trade)의 경우 투자 대상 자산의 움직임 간 상관관계가 높아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 즉 부자세가 도입됐으니 사치재(luxury goods)에 대한 소비가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하에 럭셔리 브랜드(luxury brand)를 사고 달러 스토어(dollar store·1달러 이하의 물품만 파는 소매점 체인)를 파는 아이디어도 일견 그럴듯해 보인다. 그러나 이들 각각의 주가가 앞으로 비슷하게 움직일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힘들다. 해외 매출이 큰 부분을 차지하는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와 미국 내에만 점포를 가진 달러 스토어는 각각 다른 요소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이러한 리스크를 커버하기 위해 long/short 대상 자산의 상관관계가 높아지도록 만드는 기법이 사용되기도 한다.
 
또 그루폰(Groupon)처럼 지나치게 고평가돼 있는 주식을 (공)매도(short)한다는 아이디어는 누구나 한번쯤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많은 short가 일어난 주식일수록 차주잔고(short interest)가 높게 형성되기 때문에 - 그루폰의 경우 작년 말 당시 약 98%였다고 한다 - 실제 트레이딩을 하는 헤지 펀드 매니저로서는 이 부분 역시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것이다.
 
또 이 수업에서는 가상의 헤지펀드팀을 구성해 팀별 발표 시간을 갖기도 했다. 담당 교수가 30억 달러를 운용하는 펀드 오브 헤지펀드의 CIO(Chief Investment Officer)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어떤 헤지펀드에 투자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사람의 관점이 많이 반영된다. 헤지펀드의 주요 투자 전략인 Equity Hedge, Event Driven, Relative Value, Global Macro 중 한 가지를 가지고 학생들 스스로가 헤지펀드 매니저가 돼 자신의 펀드를 소개한다. 운용 규모, 월별 수익률, 최대 손실폭(maximum drawdown), 보수 체계 및 자신들의 투자 전략을 얘기하면 헤지펀드 실사 경험이 풍부한 교수가 펀드 구조의 미비점 및 보완점을 지적해 준다.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펀드 매니저 및 리스크 관리 담당자의 경력도 중요한 부분이다. 학생들은 글로벌 투자은행에서 20년, 25년 근무 등 가상의 경력으로 자신을 소개하곤 한다.
 
본 발표의 하이라이트는 ‘우리 펀드에서는 이러이러한 트레이드를 하고 있습니다’고 소개하는 예시적 트레이드다. 아무리 가상의 매매라고 해도 어떤 회사의 주식을 사야 한다는 발표를 한 후 며칠 안에 해당 회사의 주가가 조금이라도 오르면 스스로 기분이 좋아지게 마련이다. 하지만 반대 경우도 있다. 한 팀은 MF Global이라는 파생상품 브로커 회사에 대한 매수(Buy) 및 Dow Jones Broker Dealer Index에 대한 매도(Short) 전략을 제시했는데 바로 얼마 후 MF Global이 파산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현직 헤지펀드 매니저들의 초청 강연도 인상적이었다. 컬럼비아대는 뉴욕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담당 교수가 월스트리트(Wall Street)에서 일하면서 동시에 강의를 하는 겸임교수(Adjunct Professor)일 경우 특강 강사 초청 등 인적 네트워크 측면에서 그 장점이 확연히 드러난다. 한번은 운용 자산이 약 70억 달러에 달하는 한 헤지펀드의 파트너가 강연을 했다. 그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투자자들의 위험 회피 경향이 가장 낮은 상태에 있으며 2009년 이후 채권으로의 순유입이 계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식 간에도 베타가 높으냐 낮으냐에 따라서 밸류에이션 차이가 매우 커졌고 인기 있는 소수의 주식만이 기타 주식 대비 훨씬 자주 거래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했다. 그리고 이러한 채권 버블(Bond Bubble)은 매우 안 좋게 끝날 위험이 높다고 경고했다. 또 위험 차익 수익(Risk Arbitrage Return)이 주식 수익(Equity Return)보다 높다는 사실은 헤지펀드의 수익률이 주식 수익률보다 더 높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도 했다. 무엇보다도 가장 흥미로운 이야기는 “아시아 및 이머징마켓(emerging market)은 세계 시장에서 더 이상 꼬리(tail)가 아니라 몸통(dog)이다”는 말이었다. 이전에도 아시아가 중요하다는 관점은 많았지만 그래도 ‘dog’이 흔들면 따라오는 ‘tail’에 불과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는 그 관계가 역전됐다는 것이다. 그는 아시아가 가장 큰 성장 가능성을 지닌 지역, 즉 ‘the best place to invest’라고 강조했다.
 
미국 현지에서 수업을 듣고 생활을 하면서 아직 아시아에 대한 지식이나 관심은 미미하다고 느끼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 금융은 물론이고 마케팅, 전략 등 대부분의 수업에서 아시아 기업의 사례가 잘 다뤄지지 않고 관련 사례가 나온다 하더라도 비아시아인들의 왜곡된 이해를 목격하기도 한다. 한번은 주식 분석 수업 도중 중국의 목재 회사인 ‘Sino Forest’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이 회사가 회계 부정 스캔들로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는 등 일련의 사건들을 겪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어떤 학생은 “실제로 가보면 산림이 아예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지 않나. 산림이 있다는 것을 어떻게 믿느냐”라고 말했다. 또 같은 수업을 듣는 학생들과 딤섬 요리를 먹을 일이 있었는데 미국 학생들 중 절반 이상이 딤섬에 붙은 종이를 같이 먹고 있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물론 이런 에피소드들은 단편적인 것에 불과하고 필자가 경험한 사람들이 전체 미국을 대표하지도 않겠지만 세계에서 아시아가 제대로 이해되기까지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것 같다.
 
12월에 있었던 마지막 강의는 헤지펀드 산업으로의 진로에 대한 내용이었다. 비즈니스 스쿨에서 커리어는 학생들이 가장 관심을 가지는 부분 중 하나다. 헤지펀드의 리크루팅 경향, 네트워킹 관련 조언, 입사 후 커리어 경로, 직급별 연봉 및 보너스 수준에 대한 자세한 정보가 오고 간 후 마지막 수업은 힘찬 박수와 함께 끝났다. 한 친구는 “방금 이 박수는 연봉 액수에 대한 경의다”라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최근 기관투자가들의 투자 비중 확대로 헤지펀드 산업은 성장에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에서도 최근 신설되는 헤지펀드들의 운용 규모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며 기존 미국 기반 헤지펀드들의 아시아 시장 진출도 활발하다. 한국에서도 투자 전략과 기법에 대한 바른 이해를 바탕으로 한 헤지펀드의 성장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박성은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 MBA Class of 2012  spark12@gsb.columbia.edu
 
필자는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소니(Sony)에서 Product Manager, CVA(Corporate Value Associates)에서 Senior Consultant로 일했다.

뉴욕 맨해튼 북부에 위치한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CBS)은 합격자가 지원자 대비 13%에 불과해 세계 최고 경쟁률을 보이는 MBA스쿨로 유명하다.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세계적 거부 워런 버핏 등 많은 거장을 배출했으며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조지프 스티글리츠 교수와 가치투자의 권위자인 브루스 그린왈드 교수 등이 포진해 있다. 매년 730여 명의 신입생을 뽑으며 한국 학생은 해마다 10명 정도 입학하고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298호 Future Mobility 2020년 6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