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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블록버스터가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

한인재 | 97호 (2012년 1월 Issue 2)



모든 블록버스터가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
 
스타 배우는 영화와 드라마의 간판이다. 경영학 관점에서 얘기하면 품질과 이미지를 결정하는 가장 가치 있는 요소다. 그만큼 많은 비용이 투입된다. 하지만 내로라하는 스타 배우들이 출연하는 모든 작품이 성공을 거두는 건 아니다. 한국은 물론 세계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본산인 미국 할리우드에서도 마찬가지다.
 
가치 있고, 희소하며, 모방이 어려운 자원과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해서 절로 지속 가능한 경쟁 우위가 보장되지는 않는다. 어떻게 이런 요소들의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내 차별화된 결과물을 내느냐가 관건이다. 성공은 핵심 자원을 조직 내에 녹여내 활용도를 극대화할 수 있는 조직 역량과 이에 필요한 부수적 요소들을 갖추고 있느냐에 달려 있다.
 
영화를 예로 들자면 아이디어를 골라내는 감식안, 참신성과 흥미라는 요소를 더할 수 있는 감각, 제작의 일부분을 담당하는 스태프, 음악가, 홍보·마케팅 담당자, 재무 담당자, 투자자, 배급 채널 등을 들 수 있다. 이런 요소들은 그 자체만으로 흥행을 가능케 하지는 못 하지만 스타 배우와 명감독이 빛을 발하려면 반드시 필요하다. 때문에 경영학에서는 이런 부수적 요소들을 ‘보완 자산(complementary asset)’이라고 부른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이 같은 보완 자산, 특히 조직적 역량과 같은 무형 자산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그 예를 들자면 관리 체계와 업무 프로세스, 조직원 간 비공식적 관계, 조직원의 동기 부여 수준과 사기, 조직 문화와 같은 인적·조직적 요소, 소비자의 신뢰, 일터로서의 이미지, 기업 시민으로서의 명성과 같은 인식적 요소 등이 있다. 대규모 자본력을 갖춘 기업, 벤치마킹에 능한 기업이라 하더라도 단시간 내에 변모시키기 어려운 요소들이다.
 
<이코노미스트>지에 따르면 2005년 기준으로 미국 상장 기업들의 기업 가치의 75%는 이러한 무형적 요소에 기인한다고 한다. 이는 1980년대 초의 40%에 비하면 크게 높아진 수치다.
 
최근 환경 변화의 속도가 빨라지면서 무형적 보완 자산 중에서도 혁신을 일궈내는 역량이 기업의 성패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확고한 핵심 사업과 오랜 성공의 역사를 가진 기업일수록 혁신적 아이디어들이 기존 조직 체계와 관행 속에서 묻혀버리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대부분 경영자들은 ‘False Positive(초기에는 유망할 것이라고 고평가된 그저 그런 아이디어)’를 걸러 내는 데 탁월한 역량과 경험을 갖추고 있다. 그런데 자원의 낭비를 막는 데 너무 유능하다 보니 ‘False Negative(초기에는 그저 그럴 것이라 저평가돼 버려진 잠재가치가 높은 아이디어)’라는 부수적 희생이 발생하게 된다.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마이클 투시먼 교수와 연구팀은 12개 주요 기업에 대한 심층 연구를 수행한 결과 기존 핵심 사업의 리더에게 혁신 사업을 맡기면 결국 자원과 관심이 대부분 기존 사업에 쏠리는 현상을 관찰하고 최고경영진이 혁신 사업과 핵심 사업 간의 긴장을 직접 관리해야 혁신에 성공한다고 주장했다. 아예 혁신만을 담당하는 독립적인 조직을 두고 별도의 예산과 자원을 투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물론 기존 핵심 사업의 도움 없이는 혁신 사업이 성공하기 어렵다며 반대의 주장을 펴는 연구자들도 있다. ‘개방형 혁신’의 주창자인 헨리 체스브로 UC버클리 교수는 내부에서 개발한 기술이나 아이디어를 자체적으로 사업화시키지 못할 바에야 아예 외부에 공개해 시장 가치를 창출하는 아웃바운드 개방형 혁신을 하라고 제언한다.
 
과감한 투자로 물적 자산과 인적 자원을 갖췄는데도 혁신적 성과가 나오지 않는가. 그렇다면 혁신적 아이디어를 상업적 성공으로 육성하는 데 필요한 보완자산이 부족하지는 않은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조직 내에 혁신을 가로막는 눈에 보이지 않는 장벽은 없는지 돌아봐야 한다.
 
한인재 경영교육팀장 epicij@donga.com
 
  • 한인재 한인재 | - (현)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기자
    - AT 커니 코리아 컨설턴트/프로젝트 매니저
    - 에이빔 컨설팅 컨설턴트/매니저 - 삼성생명 경영혁신팀 과장
    db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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