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은 감성 경영의 시작이다

93호 (2011년 11월 Issue 2)

 

블루 컬러는 대영제국의 왕위를 버리게 만들었다. 20세기 최고의 로맨스로 꼽히는 윈저공 얘기다. 에드워드 8세로 대영제국의 왕위에 오른 윈저공은 푸른색 드레스를 입은 심슨 부인에게 반해 결국 왕위까지 버리고 그녀와의 사랑을 택했다. 심슨 부인은 윈저공과의 결혼식에 순백의 웨딩드레스 대신 블루 컬러의 웨딩드레스를 입었다. 윈저공의 장례식 때에도 그는 블루 컬러의 숄을 걸쳤다. 세상을 떠나기 전 마지막 유언도블루 컬러의 옷으로 갈아 입혀 달라고 했을 정도였다. 색은 마음을 얻기도 하고 사람을 떠나게도 만든다.


패션기업의 최고경영자(CEO)가 되고 나서 크고 작은 모임에 참가할 일이 많아졌다. 대다수가 내 또래 중년들의 모임이다. 이들의 모임에서는 유채색을 찾아볼 수 없다. 검정색 계열의 슈트와 흰색 와이셔츠뿐이다. 슈트의 V존을 통해 드러나는 넥타이의 색을 뺀다면 상갓집 조문객의 복장과 다를 게 없다. 자신을 보여주는 옷을 입는 게 아니라 옷 속에 자신을 감추고 있는 듯한 인상이다. 타인과 같은 무채색 옷차림 속에 자신의 개성을 숨기고만 있다. 한국의 근·현대사를 빠르게 지나쳐 온 한국의 중년들은 그들의 삶을 즐길 틈도, 자신의 개성을 추구할 여유도 없었다.


요즘 젊은 세대들은 옷차림만 봐도 중년들의 모습과 사뭇 다르다. 물질적 풍요와 다채로운 컬러 영상을 접하며 자라온 젊은 세대들은 다양한 색상으로 개성을 표현한다. 몸매를 과감하게 드러내는 슬림핏의 옷차림으로 자신만의 스타일을 연출하기도 한다.


패션은 자신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방식이다. 사람을 대할 때 마주하는 얼굴 표정과 말투, 목소리, 그리고 옷차림은 사람의 첫 인상을 좌우한다. 얼굴 표정과 말투는 쉽게 바꿀 수 없지만 옷차림은 당장이라도 변화시킬 수 있다. 특히 비즈니스 세계에서 첫 인상은 패션이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 중년들이 패션에 조금 더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다.

세기의 로맨스 주인공인 윈저공은 패션 감각으로도 명성을 떨쳤다. 사랑 때문에 왕위를 버린 그는 나이가 들어서도 유럽 사교계뿐 아니라 대중들에게 인기를 얻었다. 그의 인기의 배경에는 그만의 옷 입는 스타일이 있었다. 윈저공의 스타일은 미국 패션잡지에까지 소개될 정도로 당시 남성 패션계에 큰 반향을 불러왔지만 그의 옷장에는 명성만큼 많은 옷이 걸려 있지 않았다. 적은 수의 옷으로 자신에게 어울리는 다양한 스타일을 만들어 내면서 오늘날까지 남성 패션의 대명사로 불리고 있는 것이다.


윈저공처럼 중년 남성들도 조금만 신경을 쓰면 자신만의 멋을 낼 수 있다. 옷을 잘 입는다는 것은 사치스러운 옷으로 치장하는 게 아니라 상황과 대상에 맞춰 적절하게 옷을 입어 자신과 상대방에게 정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여성들은 근육질의 남자보다 옷 잘 입는 남성에게 매력을 느낀다라는 말이 있듯이 매력적인 옷 입기는 사람을 상대하는 비즈니스 세계에서도 결코 손해 볼 일이 없다.


감성적 요인이 의사결정을 좌우하는 시대다. 기업이나 조직을 이끌어가야 하는 리더는 카리스마를 발휘해야 할 때도 있지만 구성원 모두와 감성적으로 소통할 줄 알아야 한다. 중년들이 좋아하는 검정색 슈트는 권력과 지배를 상징한다. 중년에게 가장 안정적이지만 상대에게 지나친 위압감을 준다. 날카롭게 잘 세워진 양복 주름은 비즈니스 세상에서 강하고 빈틈없는 이미지를 보여줄 수 있지만 자유분방한 젊은 세대의 공감을 이끌어 내기에는 부족하다.


감성경영은 옷차림에서부터 시작된다. 상대방의 공감을 얻기 위해서는 상황에 맞춰 패션을 선택해야 한다. 한 가지 색상을 고집하기보다 다양한 컬러와 스타일이 필요하다. 자신에게 어울리는 스타일을 고집하기보다 스타일에 맞춰 자신을 바꾸어야 한다. 신체적 자신감이 사라지면 중년의 노력은 시작돼야 한다. 감성경영에서 유연한 옷차림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백덕현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 사장

필자는 연세대 행정학과를 졸업했다. 1977년 코오롱에 입사해 잭니클라우스 팀장, 코오롱스포츠 사업부 이사 등을 역임하며 생산과 유통 분야 요직을 두루 거쳤다. 2001년 당시 상무직급으로 FnC코오롱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으며 2004 FnC코오롱 중국법인장을 맡아 중국 사업을 진두지휘했다. 2009년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 대표이사로 복귀, 코오롱그룹의 패션사업 부문을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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