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곳에서 외로이 신경증을 연구하고 있네. 사람들은 나를 편집광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야. 내가 자연의 위대한 비밀 하나를 풀었다는 느낌이 확실한데도 말이야.” 20세기 최고의 정신 의학자, 프로이트가 1895년 친구 프레더릭 플리스에게 보낸 편지다. 고독했던 프로이트에게 플리스는 ‘세상을 향한 유일한 문’이었다. 그는 1913년 신경쇠약 직전까지 갔다. <열정과 기질>의 저자인 하워드 가드너는 “혁신가들은 위대한 비약을 이루기 직전 감정상의 절정과 추락이라는 비슷한 심리적 현상을 거친다’고 말한다. 프로이트뿐 아니라 스피노자, 피카소도 고독 속에 살았다.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비난과 투옥에 시달렸다. 찰스 다윈, 빈센트 반 고흐, 요한 세바스찬 바흐 모두 생전에 크게 인정받지 못했다. 오히려 멸시받고 조롱받고 심지어 살해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의 위대함은 후대가 되어서야 빛났다. 외로움과 절망의 과정으로 단련되지 않는 사람이 이룰 수 있는 위대함은 없는지 모른다. 고독은 마치 영혼의 고통을 담은 용광로 같아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제련 과정이다.
Vol.50 p.174 [‘처절한 외로움’을 ‘찬란한 고립’으로…]·구본형 구본형변화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