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걸출한 선승(禪僧)으로 남전이라는 인물이 있었다. 그에게는 조주라는 훌륭한 제자가 있었다. 조주가 절의 화부로 일하던 어느날, 부엌문을 꼭꼭 닫고 연기가 가득하도록 불을 피웠다. 그리고 큰 소리로 외쳤다. “불이야 불. 사람살려” 절이 발칵 뒤집혀 모두들 부엌문으로 몰려들었다. 조주가 부엌 안에서 소리쳤다. “그대들이 바른 말을 하지 않는다면 이 문을 열지 않겠다” 대중들은 놀라 입을 다물고 있었다. 그때 스승 남전이 다가와 말없이 문틈 사이로 열쇠를 건넸다. 그러자 조주는 문을 열고 나왔다. 오경웅은 ‘선의 황금시대’에서 이 사례를 다음과 같이 해설한다. 문이란 마땅히 안에서 열어야 한다. 조주는 열쇠가 없더라도 제 손으로 혼자서 열고 나오면 된다. 스승의 행위는 마음의 소리에 대한 상징적 메아리에 지나지 않는다. 문이 안에서 열리 듯 모든 배움과 깨달음은 안에서 스스로 익어 터지는 것이다. 좋은 스승이란 제자가 깨달음을 얻을 수 있도록 많은 역할을 수행하지만 스스로의 공로를 자랑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제자가 스스로 안에서 깨우치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