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세계 남자 테니스계의 1인자로 군림했던 피트 샘프라스는 ‘대포알 서브’로 유명했다. 이후 그와 비슷한 유형의 선수들이 수없이 쏟아졌지만 모두 실패했다. 서브는 따라할 수 있었을지 몰라도 샘프라스의 발리, 그라운드 스트로크 능력 등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로저 페더러는 테니스 역사상 가장 우수한 선수다. 많은 선수들이 그를 이기려 했지만 실패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페더러를 침몰시킨 대상은 라파엘 나달이라는 새로운 인물이었다. 가진 건 오직 튼튼한 다리와 힘이었다. 그는 이를 바탕으로 끈질긴 수비능력뿐인, 효율성이나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먼 테니스 경기를 펼쳤다. 나달은 정석이 아니고, 아름답거나 효율적이지도 않으며, 부상 위험까지 높지만 아무도 하지 않았던 독창적 플레이를 했기에 세계 최고가 됐다. 기업도 1등 전략을 답습하거나, 1등과 비교한 자신의 약점을 개선한다고 해서 누구나 1등이 될 수 있는 건 아니다. 오히려 틀에 박힌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전략을 세울 때 성공 확률이 더 높아진다. 개선과 보완은 산업화 시대의 화두다. 이제 다름, 의외성, 다양성을 추구할 때다.
Vol.58 p.61 [Be Different, Not Better] ·하정민 DBR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