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스토어와 백화점 수수료의 차이

77호 (2011년 3월 Issue 2)


#1
애플 앱스토어는 개설 2년 6개월 만인 올해 1월 누적 다운로드 건수 100억 회를 돌파했다. 개설 1년 만에 15억 건의 다운로드를 기록하더니 대단한 성장세로 세상을 다시 놀라게 했다.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찬사가 끊이지 않는다. 애플은 유료 앱 판매금액 중 30%를 수수료로 가져간다. 보다 개방적이라는 구글의 안드로이드 마켓의 수수료도 30%다.
 
#2올해 2월 공정거래위원회는 백화점의 판매수수료를 정기적으로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백화점 업계는 이는 사실상 영업비밀 공개라며 불만을 표시하고 있지만, 여론과 정부의 눈치를 살피고 있다. 백화점의 판매수수료는 보통 10∼30%대 수준. 공정위에 따르면 2009년 백화점 업종의 평균 판매 수수료율은 25.6%다.
 
백화점의 평균 판매수수료는 앱스토어의 수수료보다 높지 않다. 수수료 결정 방식도 백화점의 방식이 더 시장친화적이다. 일괄적으로 30%를 적용하는 앱스토어와는 달리, 백화점 판매수수료는 점포의 입지와 판매력, 입점 브랜드의 인지도와 실적 등에 따라 다양하게 책정된다. 물론 일부 백화점은 자사 점포에서 성공한 브랜드가 타 백화점에 입점하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등 수수료 이외의 불공정 행위로 종종 비판을 받기도 한다.
 
수수료 체계만 놓고 보면 앱스토어의 불합리성도 만만치 않다. 앱 개발사 등 콘텐츠 제공자들은 수수료에 대한 교섭권이 없다. 광고로 수익을 올리는 방법은 있지만, 교섭력이 유통사에 집중돼 있는 점을 고려하면 결국 개발사들이 올리는 수익은 장기적으로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봐야 한다. 그럼에도 두 장터(market)가 상반된 평가를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앱스토어에서는 회계적 수치인 원가나 가격이 아닌 가치를 중심으로 거래 관계가 형성돼 있다. 판매대금의 절반도 못 가져가는 극도로 불공정한 과거의 거래 관행에 시달려 온 콘텐츠 제공자들에게 앱스토어는 쓸모가 있는 건 무엇이든 올려서 팔 수 있는 새로운 가치 창출의 기회를 열어줬다. 제조사와 유통사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새로운 ‘생태계’ 속에서 수수료 30%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최종 사용자인 소비자들도 시시각각 새로운 앱이 쏟아지니 즐겁다. 앱 구매 결정 방식도 혁신적이다. 앱스토어에서는 ‘무료 라이트 버전’을 먼저 체험해 보고 쓸 만하면 ‘유료 정식 버전’을 구매하는 방식이 일반화됐다. 즉 ‘효과가 있으면 지불(pay if it works)’하는 가치 중심의 가격 결정 방식이 통용되는 시장인 셈이다.
 
최근 동반성장위원회가 제안한 초과이익공유제를 둘러싼 찬반논쟁이 뜨겁다. 반대하는 측은 대기업의 불공정 행위를 못 하도록 막으면 될 일인데, 시장경제의 근간을 흔드는 급진적 정책을 낼 필요가 있느냐며 비판한다. 반면 찬성론자들은 보다 적극적인 상생 정책을 시행해야 시장경제를 더욱 튼튼하게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미 일부 대기업들은 미래의 경쟁력이 협력사 등 거래 파트너들과의 생태계 강화에 달려있다고 보고, 자사 이익의 일부를 돌려 협력사와의 공동 기술 개발, 공동 해외 진출, 협력사 임직원 교육에 투자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많은 대기업들은 소극적인 사회공헌 활동 차원에서 상생 문제를 바라보고 있다. 회계적으로 산출되는 수치인 목표 대비 ‘초과이익’을 대기업이 먼저 내도록 하는 동반성장위원회의 방식은 일종의 벌과금 제도로 받아들여질 뿐이다. 정부는 대기업들이 협력사에 대한 인식을 원가 절감의 대상인 갑을 관계에서 가치 창출의 파트너 관계로 전환하도록 도울 필요가 있다. 정부가 먼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협력 사업에 자금 등을 지원해 모범 사례를 끌어내는 방법도 시도해 봄직하다. 대기업이 적은 위험부담으로 ‘추가적인 가치’를 얻도록 도와주고, 이를 협력사 지원에 재투자하게 하는 것이다. ‘효과가 있으면 지불’하게 함으로써 관점을 당장의 이익이 아닌 미래의 더 큰 가치에 두도록 변화를 촉진할 수 있다.
 
한인재 경영교육팀장 epicij@donga.com
동아비즈니스리뷰 283호 Future Food Business 2019년 10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