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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 트랜잭션: 소비자 잉여를 기업 이익으로 바꿔라

조성문 | 75호 (2011년 2월 Issue 2)
 
 
요즘 마이크로 트랜잭션(micro transaction), 마이크로 페이먼트(micro payment), 게임 내 구매(in-game purchase), 프리 투 플레이(free to play) 등의 용어가 인기다. 약간씩 의미는 다르다. 하지만 결국 게임을 시작하거나 게임을 즐기는 데는 별로 돈이 들지 않아도 게임을 제대로 즐기는 단계가 되면 그때부터 아이템 등을 사면서 돈을 내게 되는 모델을 말한다.
 
월 7000만 명이 즐기는 팜빌(Farmville), 월 1억 명이 즐기는 시티빌(Cityville) 등을 개발해 소셜 게임의 선두 주자가 된 회사 징가(Zynga). 이 회사는 마이크로 트랜잭션을 이용해 페이스북(Facebook)을 먹여 살리는 회사로 성장했다. 징가는 게임 아이템 판매 등으로 3년 만에 엄청난 성장을 이뤘다. 2010년 매출은 약 5억∼8억 달러로 추정된다. 페이스북은 사용자들이 징가 게임에 낸 돈의 일부를 가져가고, 징가는 페이스북에 상당 금액을 광고로 집행해 최대 광고주가 됐다.
 
얼핏 보기엔 단순한 소셜 게임을 통해 징가는 어떻게 천문학적인 돈을 벌고 있을까? 해답은 바로 마이크로 트랜잭션에 있다. 마이크로 트랜잭션 모델을 채용해 일반적으로는 소비자에게 돌려주게 되는 소비자 잉여(consumer surplus)를 기업이 가져오는 방식을 쓴다.
 
소비자 잉여는 ‘기업이 가격을 올려 받으면 회사 몫이 될 수도 있지만, 더 많은 사람들에게 팔기 위해 가격을 낮게 책정할 때, 현재 가격보다 가격이 높더라도 기꺼이 제품을 구매했을 사람들이 얻게 되는 이익’을 말한다. 보통 경제학에서 수요 곡선을 다음과 같이 단순화해서 표현할 수 있다.(그림1)
 
예를 들어 게임의 가격을 1만 원으로 책정하면 100명이 게임을 구매하고, 회사 매출은 100만 원이 된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위쪽의 붉은색 삼각형이다. 이게 바로 소비자 잉여다. 이는 (2만 원 - 1만 원) × 100명 / 2, 즉 50만 원이다. 다시 말해 소비자 잉여는 ‘소비자들이 생각한 가치보다 적게 지불해 얻게 되는 무형의 이득의 합’이다.
 
가격을 똑같이 책정하게 되면 회사는 소비자 잉여를 자신의 이득으로 가져올 수 없다. 그러나 만약 사람마다 다른 가격을 책정할 수 있다면? 그 물건을 더 원하는 사람에게는 더 비싸게 팔고, 덜 원하는 사람에게는 좀 싸게 팔 수 있다면? 회사의 이익은 즉시 커진다. 쉽지는 않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항공사는 월요일에 출발해서 금요일에 돌아오는 사람에게 더 비싼 가격을 책정한다. 항공권 가격이 높더라도 별로 영향을 받지 않을 비즈니스 고객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 회사는 이를 이용해 소비자 잉여를 수익화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를 출시할 때 홈 에디션, 프리미엄 버전, 비즈니스 버전 등처럼 가격을 다르게 책정하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최근 미국 뉴욕에 위치한 애플리케이션 개발회사인 워크스마트랩(Work SmartLabs, Inc)은 소비자 잉여를 활용해 매출을 급상승시켰다. 이 회사는 기존에 안드로이드 앱스토어에서 카디오 트레이너(Cardio Trainer)라는 애플리케이션을 2.99달러에 팔았다. 그러자 소비자들은 다음과 같은 반응을 보였다.
 
“This application really made my life different. I can’t live without it any more. I would even pay $10 for this!” (이 애플리케이션이 제 삶을 바꿔놓았어요. 더 이상 이것 없이는 살 수 없어요. 이게 10달러라고 해도 살 거예요!)”
 
이 사람에게만 10달러로 팔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럴 방법은 없다. 그래서 이 회사는 프로 버전(Cardio Trainer Pro)을 출시했다. 기능을 추가하고 디자인을 고급스럽게 바꿔 9.99달러에 팔기 시작했다. 어떻게 됐을까? 매출이 급증했다. 9.99달러를 지불할 용의가 있는 사람들이 실제로 많이 있었던 것이다. 물론 그 제품의 가치가 2.99달러 정도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기존 제품을 구매했다. 중요한 것은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할 용의가 있는 사람들이 가져갔던 ‘소비자 잉여’가 이제는 회사의 매출이 됐다는 것이다.
 
다시 징가의 사례로 돌아가보자. 징가 게임을 할 때에도 처음엔 돈을 내지 않는다. 게임을 하다 보면 아이템을 사고 싶어지고, 그럴 때마다 돈을 낸다. 게임을 많이 하는 사람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은 돈을 내고, 게임을 즐기지 않는 사람들은 돈을 거의 내지 않는다. 즉, 각 사람이 ‘이 게임이 자기에게 주는 가치’만큼 돈을 낸다(물론 모든 사람들이 완전히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행동하지는 않는다). 만약 소비자 잉여를 모두 회사가 가져올 수 있게 되면 어떻게 될까?
 
위 그림에서 소비자 잉여를 통째로 가져올 수 있다면 회사 매출은 200만 원이 된다.(그림2) <그림1>과 비교해보면, 일괄적으로 가격을 책정하는 대신 각 사람마다 다른 가격을 지불하게 함으로써 회사의 매출은 100만 원에서 200만 원으로 두 배가 늘어난 셈이다. 이게 바로 마이크로 트랜잭션의 힘이다.
 
현실에서는 이보다 매출이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지불 의사’가 매우 높은 사람들이 분명 존재하기 때문이다. 월급이 100만 원인 사람들은 게임에 1만 원 지출하는 것도 크게 느끼겠지만, 매월 1억 원을 버는 사람은, 그 게임이 1만 원이든 10만 원이든 별로 상관하지 않는다. 이런 사람들은 재미만 있으면 한없이 돈을 지불한다. 꼭 소득이 높지 않더라도, 그 게임이 주는 즐거움이 너무 크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외식비, 쇼핑비 등 다른 비용을 줄여서라도 게임에 돈을 소비할 것이다. 이런 사람들이 많아지면 매출은 천문학적으로 상승할 수 있다. 실제로 많은 회사가 이를 이용해 큰 돈을 벌고 있다. 마이크로 트랜잭션을 잘 설계한다면 소비자 잉여를 거의 통째로 기업이 수익화할 수 있는 셈이다.
 
물론 마이크로 트랜잭션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만 있는 것은 아니다. 기업이 너무 탐욕적으로 보이면 오히려 소비자들이 외면할 수 있다. 하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지금 팔고 있는 제품에 최적의 가격이 매겨져 있는지, 최적화를 통해 기업 매출을 상승시킬 여지가 있는지 면밀히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마이크로 트랜잭션은 유용하게 쓰일 수 있을 것이다.
 
 
조성문 미국 ORACLE 본사 Senior Product Manager http://sungmooncho.com
 
조성문 매니저는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했고 게임빌의 창업 멤버였다, UCLA에서 MBA 학위를 취득한 뒤 현재 미국 ORACLE 본사에서 근무하고 있다. 2010년 미국 샌프란시스코 Bay Area K Group의 부회장직을 지냈으며, 미국 실리콘밸리 일대의 창업, 벤처캐피탈, 모바일 등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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