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나라 리더와의 만남, 혁신의 숨결 느끼다

61호 (2010년 7월 Issue 2)

2010 Scandinavia Study Trip
스탠퍼드GSB(Graduate School of Business)는 학생들에게 항상 다양한 국제화, 세계화 경험을 쌓으라고 강조한다. 모든 학생은 학교에서 주선하는 다양한 해외 방문 프로그램, 해외 인턴십 및 연구 과제 등을 통해 Global Experience Requirement(GER)를 충족해야 한다. 이 중 특히 인기가 높은 프로그램이 Global Study Trip이다. 45명의 학생들이 주도하는 이 프로그램은 이들이 1012일간 3040여 명의 학생들을 이끌고 특정 국가를 방문하는 게 골자다. 해당 국가 리더들과의 만남을 통해 방문국의 정치, 경제, 사회에 대한 지식을 쌓기 위해서다.
 
필자는 올해 봄 방학 기간에 Scandin-avia Study Trip에 참여해 열흘간 덴마크와 스웨덴을 방문하고 돌아왔다. 주제는 북유럽식 복지국가 모델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이 제도의 장점을 자본주의 국가에 이식할 방법을 탐구하는 일이다. 우리가 만난 리더들은 향후 스웨덴 여왕에 오를 빅토리아 공주, 전 스웨덴 총리이자 UN특사인 얀 엘리아슨, 폴 라스무센 전 덴마크 총리, 보니에르 그룹의 칼 요한 보니에르 회장, SEB 그룹의 마커스 왈렌버그 회장, 에릭슨, H&M, 노보 노르디스크, 칼스버그의 임원, 덴마크 최대 노동 조합 대표, 스웨덴 노동부 장관 등이었다. 이들과의 만남은 흥미진진한 배움의 연속이었다. 이들과의 만남에서 화두로 떠올랐던 복지국가 모델,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지속적 혁신에 관한 이야기를 정리해본다.
 
복지국가 모델에 대한 시선
덴마크에서 시작된 여행의 첫 번째 일정은 일간지 뵈르센의 리프 폴센 편집장, 폴 라스무센 전 덴마크 총리와의 만남으로 시작됐다. 폴센 편집장은 복지국가 모델의 주요 문제로 낮은 생산성, 높은 임금률로 인한 낮은 산업 경쟁력, 사람들의 조기 은퇴로 인한 높은 실업률 등을 지적했다. 스칸디나비아 식 복지국가 모델이 미래에도 이어질 수 있을지에 관해서는 호재와 악재가 공존한다고 평가했다. 호재로는 앞으로도 꾸준히 기름 및 가스의 수출국이 될 수 있다는 점, 적정 국가 채무 비율 등을 꼽았다. 악재로는 높은 세율, 고학력 인재 부족, 낮은 기업가 비율 등을 언급했다.
 
라스무센 전 총리는 취임 당시 복지국가 모델이 가지고 있던 비효율성과 이를 개선하기 위해 자신이 취했던 조치들을 이야기했다. 그는 가장 큰 문제가 높은 실업률이었다고 밝혔다. 실업자가 받는 정부 보조금이 구직자의 임금보다 높은 경우가 많아 구직을 일부러 하지 않는 사람이 많았기 때문이다. 라스무센 전 총리는 비합리적 보조금 수준을 조정해 실업률을 현격히 낮출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번 여행에 앞서 필자를 포함한 다수의 학생들은 높은 세율, 강한 노동조합, 소수의 이민자를 지닌 스칸디나비아의 노동 시장이 기업가들에 매력적이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덴마크 최대 노동조합인 산업 및 철강 노조(Industrial and Metalworkers Union)의 수석 경제 연구원 스테판 로벤은 일자리 보존을 위해 기업들에 희생을 강요하는 일부 미국의 노조와 달리 덴마크 노조는 건강하고 활발한 노동시장의 보존을 목적으로 한다고 주장했다. 쇠락 산업에서 퇴출된 인력에게 재교육을 제공하고, 임금을 결정할 때도 물가, 생산성, 해외 업체들과의 경쟁 등의 요소를 고려해 합리적인 방안을 제시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덴마크 노조는 단일 개체의 이익이 아닌 전체 사회의 안정성을 추구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리토린 스웨덴 노동부 장관은 노동자들의 임금 표준편차가 크지 않아 고학력 근로자를 원하는 기술집약적 기업에 스칸디나비아 국가의 매력도가 높다고 소개했다.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고학력 근로자들에게 시장 평균보다 낮은 수준의 임금을 지불할 여지가 많기 때문이다. 직원의 25%가 연구개발(R&D) 업무에 종사하는 에릭슨은 이런 환경의 대표적 수혜자라고 할 수 있다.
환경 문제에 대한 높은 관심
우리는 나흘간의 덴마크 일정 후 스웨덴을 방문했다. 첫 일정은 여왕 직위를 받을 빅토리아 공주와의 만남이었다. 만남은 궁에서 차를 마시며 편안한 대화를 나누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짙은 남색 원피스를 입은 빅토리아 공주는 시종일관 밝고 당당하면서도 친근한 태도를 보였다. 공주는 쏟아지는 질문자들과 일일이 눈을 마주치고 입헌군주제 하에서의 자신의 역할, 복지국가 모델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특히 결혼 및 공주로서의 삶 등 개인적인 질문에 대해서도 속내를 밝혔다. 그녀는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안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환경 보호라고 답할 만큼 환경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였다.
 
재미있는 사실은 빅토리아 공주 외에도 스칸디나비아 사람들 대다수가 환경 문제에 관해 상당한 관심을 표명했다는 점이다. 덴마크의 대표 선박회사인 머스크는 탄소 배출량 증가가 높은 세금으로 이어지는 일을 막기 위해 탄소 배출량을 감소시키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에릭슨도 CSR 관련 기념물을 전시하는 별도의 공간을 마련해 탄소 절감을 주축으로 하는 자사의 환경 보호 활동을 적극 소개했다. 노조 관계자들도 환경 보호와 새로운 성장 동력 발굴을 위해 기업들이 적극 투자하고 있는 친환경 사업의 성패가 미래의 노동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관심을 드러냈다.
 
환경 문제를 위해 정부, 기업, 노조, 왕실 관계자까지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점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실제 어느 정도의 성과를 낼지는 알 수 없지만 사회적 여론이 잘 조성되어 있다는 점만으로도 스칸디나비아 국가의 환경 보호 노력이 상당한 파급력을 가질 거라는 기대감을 갖게 했다. 문득 녹색 성장을 기치로 내건 한국 정부는 이 사업의 목적과 중요성을 기업 및 공공에 얼마나 잘 홍보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글로벌 기업들의 지속적 혁신 추구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은 노키아, 에릭슨, 아이키아, 뱅앤올룹슨, 레고, 칼스버그, 앱솔루트 보드카, H&M 등 세계적인 기업을 여럿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적은 인구라는 내수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일찍부터 해외 시장 진출에 매진했다. 현재 세계 37개국에 2000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H&M의 칼 요한 페르손 대표는 해외 진출 과정에서 배운 점을 이렇게 말했다. “패션 디자인에 대한 각국 소비자들의 요구는 상당부분 비슷했다. 반면 적정 가격에 대한 인식은 매우 달랐다. 결국 해외 시장에서의 성공을 좌우하는 요인은 해당 국가에 맞는 적정 가격 책정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복지 국가 모델의 한계로 혁신 추구 부족을 꼽는다. 모든 게 다 갖춰져 있어 사람들이 굳이 변화와 혁신을 추구하려 들지 않는다는 논리다. 하지만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스칸디나비아 기업들은 지속적 혁신에 상당한 투자를 하고 있었다. 에릭슨에 갔을 때 시장 출시를 앞둔 다양한 발명품들로 구성된 미래 전시관을 방문한 적이 있다. 안내자가 혁신 상품 하나하나를 소개할 때마다 발상의 독특함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스웨덴 최대 미디어 회사인 보니에르 그룹도 마찬가지였다. 이 회사 방문 당시에는 아이패드가 정식 출시되지 않았다. 보니에르 관계자들은 아이패드 출시에 맞춰 진행했던 디지털 잡지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실제 아이패드가 출시된 후 아이패드에서 보니에르 그룹 산하 잡지들을 여럿 찾아볼 수 있었다. 시장 변화를 성장의 기회로 삼고, 남들보다 빨리 혁신을 추구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여행을 마치며
이번 방문은 필자의 기대 이상으로 다양한 배움의 기회를 제공했다. 복지국가 모델에 대한 하나의 정리된 그림을 그리지는 못했지만 오히려 다양한 시각을 가진 관계자들과의 만남을 통해 해당 국가에 존재하는 다양한 견해를 이해할 수 있어 좋았다. 정재계 인사들과의 만남도 흥미로웠지만 코펜하겐의 오페라 하우스를 방문해 무대 뒤 투어를 즐기고, 노벨 박물관 방문 후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스웨덴의 전통을 보존하고 있는 도시를 둘러보고, 스웨덴의 인디 밴드 출신 그룹의 콘서트를 관람한 경험이야말로 가장 즐거운 시간이었다. 책이나 미디어를 통해서는 느끼기 어려운 스칸디나비아만의 문화를 몸소 느끼고 체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2011년 봄에는 한국으로의 Study Trip이 진행된다. 한국을 방문한 외국 학생들이 내년 이맘때 한국에 대해 어떠한 그림을 그릴지 기대가 크다.
 
스탠퍼드 GSB(Graduate School of Business)는 1925년 설립됐으며 하버드 MBA, 펜실베이니아대 와튼 MBA와 함께 세계 MBA 랭킹에서 언제나 수위를 다투는 명문 경영대학원이다. 미국 동부에 몰려있는 대부분의 유명 MBA 스쿨과 달리 서부에 위치해 있으며, 실리콘밸리가 가까워 기술 관련 기업으로 진출하는 졸업생들이 많다. 지원자에게 매우 높은 GMAT 점수를 요구하며, 2009년에는 지원자의 6.7%만이 입학했을 정도다. 한 학년의 정원이 900명 내외인 하버드 MBA나 와튼 MBA와 달리 360명 내외의 비교적 적은 정원을 유지한다. 때문에 다른 학교에 비해 교수들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편집자주 동아비즈니스리뷰(DBR)가 세계 톱 경영대학원의 생생한 현지 소식을 전하는 ‘MBA 통신’ 코너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매사추세츠공대(MIT) 슬론 스쿨, 영국 런던비즈니스스쿨(LBS), 중국 유럽국제공상학원(CEIBS) 등에서 공부하고 있는 젊고 유능한 DBR 통신원들이 따끈따끈한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통신원들은 세계적 석학이나 유명 기업인들의 명강연, 현지 산업계와 학교 소식을 전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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