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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삼성전자의 혁신 케이스

막힌 흐름 뚫고 유관부서 머리 맞대라

DBR | 4호 (2008년 3월 Issue 1)
한국 제조업의 위기는 어제 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낮은 인건비를 무기로 한 아시아 신흥 개도국들의 공세로 한국 제조업은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하지만 희망은 있다. ‘극한 원가(extreme cost)’에 도전하며 끝없이 개선을 이뤄내면 중국을 능가하는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지난 한 해 엄청난 생산성 향상을 이뤄낸 LG전자 TV공장과, LCD 장비의 생산원가를 극적으로 낮춘 삼성전자 사례는 한국 제조업의 희망을 보여줬다는 측면에서 의미를 인정받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극한 원가 도전과 비결을 간추린다.
 
LG전자 TV 생산 공장 >>
LG전자 구미공장의 TV생산라인은 지난해 생산성을 무려 2.5배나 끌어올렸다. 이런 기적을 만든 일등 공신은 허수식 LG전자 기성(기능직 최고직급)이다. 그는 구미공고를 졸업하고 30년 가까이 구미공장에서 일했다. 한 때 노동운동을 하기도 했지만 어느 날 꿈에서 한 스님이 말없이 목탁만 두드리는 것을 보고 인생을 완전히 다시 설계했다. 꿈에서 깬 그는 다음과 같은 화두를 던졌다. “스님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이 목탁 두드리는 것이다.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고민 끝에 그는 현장에서 공정을 관리하는 것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판단했다. 이후 그는 전문서적을 찾아 독학하며 실력을 쌓았다. 지금은 어떤 공장이든 그가 손을 한 번 대면 생산성이 쑥쑥 올라간다. 공정 개선 분야에서는 세계 최고의 전문가가 된 것이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그는 최연소(42세) 대한민국 기술명장이 됐다. ‘제조 현장은 치열한 전쟁’이라고 말하는 허 기성의 TV공장 개선 노하우를 토대로 공정 개선을 위한 현장형 솔루션을 제시한다.
 
막힌 흐름을 뚫어라
공장 관리자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라인을 지켜보고만 있어도 생산성이 10∼20%는 올라간다는 말이 있다. 관리 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사람은 요령을 피우게 돼 있다는 말이다. 실제 아무리 착한 사람이라도 20%정도는 속임수를 쓴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문제는 항상 관리감독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관리자도 다른 일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감독 없이도 시스템을 통해 종업원들이 작업에 몰입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허 기성은 이런 점에서 놀라운 혁신을 시도했다. 원래 TV 생산라인의 대부분은 ‘스토퍼(stoper)’식으로 이뤄지고 있었다. 스토퍼식 생산이란 각 근로자가 작업을 끝내고 스타트 버튼을 눌러야 컨베이어 벨트가 작동해서 다음 조립 단계로 넘어가는 것이다. 이 과정은 합리적인 것 같지만 상당한 낭비가 발생한다. 다음 공정의 근로자는 이전 공정의 작업이 끝나지 않았을 경우 할 일 없이 기다려야 한다. 바로 대기시간으로 인한 낭비가 발생하는 것이다. 또 TV가 운반되는 과정 자체가 별도의 시간 낭비를 유발한다.
 
이런 낭비를 없애기 위해 허 기성은 고민을 거듭했다. 그는 ‘모든 문제에는 진정한 원인이 있다. 진정한 원인을 발견할 때 누구나 쉽게 개선할 수 있다. 안 된다는 고정관념만 없애면 반드시 개선은 이뤄진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 문제의 근원은 스토퍼 시스템 그 자체였다. 그는 과감하게 버튼을 없애버렸다. 대신 컨베이어 벨트를 그냥 물 흐르듯 흘러가게 했다. 종업원들은 서서히 움직이는 컨베이어벨트에 맞춰 조금씩 몸을 움직여가며 작업을 했다. 문제가 생겼을 때 버튼을 누르면 작업 라인 전체가 멈추도록 해 문제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찾아 시정하게 했다.
 
이 시스템은 초기에 시행착오도 있었다. 새로운 방식에 적응하지 못한 일부 근로자들은 화장실로 달려가 구토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 달 정도 시간이 지나면서 상황은 바뀌었다. 오히려 스토퍼 시스템 하에서 움직이지 않고 서서 작업할 때보다 다소 걷기 운동을 하게 되는 새 시스템이 훨씬 건강에 좋다는 긍정적 평가가 나온 것이다.
 
근로자들의 업무 몰입도도 엄청나게 향상됐다. 문제가 생기면 라인 전체를 세워야 하는데다 전체 근로자의 시선이 집중된다는 부담 때문에 근로자들은 관리자의 감독이 없어도 최선을 다해 업무에 몰입했다. 따라서 근로자들은 누가 시킨 것도 아니지만 휴대전화가 울려도 받지 않는다. 전 세계 거의 대부분 TV 공장에서 스토퍼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고 과감하게 시스템을 바꾸면서 생산성은 급격히 향상됐다.
 
불규칙한 작업을 없애라
근로자들의 작업을 면밀히 분석해보면 불필요한 동작이 많다. 예를 들어 부품을 부착하는 근로자는 특정 부품이 담긴 새 박스를 열기 위해 몸을 구부리고 포장을 뜯어야 한다. 이런 작업은 부품을 부착하는 본업과 상관없는 일이다. 또 이런 불규칙한 작업은 낭비의 직접적 요인이 되고 때로는 불량을 일으키기도 한다. 이로 인한 낭비는 적절한 시점에 맞춰 박스 포장을 뜯어서 부품을 조달해주는 작업자를 별도로 배치하면 간단하게 해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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