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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를 통해 본 세상 25

한국 자본시장에 ‘기업인수회사’가 뜨면…

최종학 | 49호 (2010년 1월 Issue 2)
2009년 7월 금호아시아나 그룹은 아시아나 항공의 비상장 자회사인 아시아나IDT의 지분 100%를 미국 아메리카 증권거래소(AMEX)의 상장 회사인 TGY(Tremisis Energy Acquisition Corporation)에 매각, 총 6300만 달러를 조달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아시아나IDT는 금호아시아나 그룹의 전산 및 정보 시스템 및 소프트웨어 개발 업무를 담당하는 정보기술(IT) 서비스 회사다.
 
금호아시아나가 대우건설 인수로 발생한 풋옵션을 해결하려면 2009년 말까지 기관 투자자들에게 약 4조 원대의 자금을 상환해야 한다.(▶DBR 22호 ‘회계로 본 세상: 숨겨진 그림자, 풋옵션을 양지로’ 참조) 금호아시아나는 매물로 나와 있는 대우건설을 매각하기 위해 실체가 명확하지 않은 자베즈파트너스와 TR아메리카라는 2개의 사모펀드와 매각 협상을 수개월째 진행해왔지만 성공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결국 산업은행이 다시 주당 18000원에 대우건설 주식을 인수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금호아시아나가 매각 대금과 풋옵션 대금의 차액 1조 원 이상을 당장 마련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 ‘1조 원+알파’ 외에도 대우건설 인수를 위해 금호산업, 금호타이어 등 계열사에서 추가로 차입한 자금이 약 2조5000억 원에 이른다. 기타 부채와 현재 부채로는 기록되어 있지 않지만 프로젝트 파이낸싱(PF)에 대한 보증 등을 합하면, 풋옵션을 제외해도 두 회사의 부채 총액은 약 5조 원대에 이른다.
 
금호아시아나 그룹은 이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서울고속버스터미널(코아에프지와 2700억 원에 계약 체결), 금호생명(칸서스 자산 운용에 4000억 원에 매각), 금호렌터카(KT-MBK파트너스 컨소시엄에 3000억 원 매각 협상 진행 중), 베이징 루프트한자센터 지분(500억 원에 매각), 베트남 금호아시아나프라자의 지분 매각(1500억 원에 매각 협상 진행 중)을 하는 등 총 1조 원 이상의 자금을 성공적으로 마련하고 있었다. 아시아나IDT의 매각도 이런 구조조정 계획의 일환이다.

 

 

 

이 계획들이 모두 성공적으로 끝났다면 금호아시아나는 2010년 1월 15일 만기인 풋옵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그야말로 급한 불을 끌 수 있는 셈이었다. 풋옵션의 원래 만기일은 2009년 12월 15일이었지만, 12월 초 금융기관과 금호아시아나 그룹이 만기일을 한 달 후로 연기하기로 동의한 결과였다. 나머지 부채들은 그룹의 다른 계열사를 매각하고 세계 금융위기가 점점 끝나감에 따라 금호아시아나 그룹의 경영이 호전된다면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적인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대우건설 매각이 실패로 돌아가는 바람에 이 모든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다. 결국 금호아시아나 그룹은 끝내 법정관리에 놓이는 안타까운 상황을 맞이했다.
 
금호아시아나 그룹뿐 아니라 금호아시아나에 상당한 금액을 대출해준 국내 금융회사들도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이제는 금융회사와 금호아시아나 그룹이 한 배를 탄 형국이다. 결국 금융회사도 금호아시아나 그룹의 생존을 위해 대출금을 출자전환하는 형태로 열심히 도울 수 밖에 없다는 의미다. 채권단이 대한통운 등 흑자 상태인 주력 계열사도 매각하라고 금호아시아나 그룹을 압박할 수도 있다.
 

 

TGY
의 아시아나IDT 인수 계획
앞서 언급한 아시아나IDT는 일반인들에게는 거의 알려져 있지 않은 금호아시아나 그룹의 작은 자회사다. 금호아시아나 그룹이 이를 매각해서 얻을 수 있는 자금도 6300만 달러(800억 원 정도)에 불과하다. 그러나 아시아나IDT는 2008년 말 현재 자산 규모 1000억 원, 영업이익 2400억 원, 당기순이익 129억 원을 기록한 우량 회사다.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오는 상당수 기업들은 겉으로는 이익이 잘 나는 듯 보이지만, 숨겨진 속병이 있을 때가 많다. 매각 가격을 높이기 위해 회계 처리 방법을 이익을 많이 낼 수 있는 방향으로 바꾸는 회사들이 많기 때문이다. 심할 경우에는 당기순이익이 영업현금흐름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많은 회사들까지 있다. 이때 잉여현금흐름(free cash flow)이 거의 제로이거나 마이너스이면서도 이익은 무척 높은 이상한 현상이 발생한다. 반면 아시아나IDT는 2008년 기준 영업현금흐름이 156억 원, 잉여현금흐름도 약 50억 원을 기록했다.
 
금호아시아나는 아시아나IDT를 TGY에 약 1억 4000만 달러에 매각할 예정이었다. 이후 TGY가 아시아나IDT를 역합병하면, 아시아나IDT는 AMEX 시장의 상장 회사로 계속 남아 있을 수 있다. 금호아시아나는 동시에 상장 회사의 주식의 50%+1주를 TGY의 소유주인 캐피탈 익스프레스(Capital Express)로부터 7600만 달러에 취득하기로 했다. 합병 회사의 경영권을 금호아시아나가 장악함으로써 상장 후 경영권도 계속 유지하는 셈이다. 결과적으로는 미국 상장 회사인 캐피탈 익스프레스가 아시아나IDT의 전체 주식 중 50%-1주를 6400만 달러(1억 4000만 달러-7600만 달러)에 구매하는 방식이다.
 
이 이야기가 진행되던 2009년 12월 1일, TGY는 갑자기 아시아나IDT의 지분 인수 계획을 포기한다고 선언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합병 승인을 위한 주주총회 개최 인가를 받지 못했다는 다소 이상한 이유 때문이다. 그 결과, TGY는 12월 6일 청산에 돌입했고 AMEX 시장에서 사라졌다. 금호아시아나와 캐피탈 익스프레스가 공동으로 거래 성사 발표를 한 게 2009년 7월이다. 불과 다섯 달 만인 12월에 이런 일이 벌어지기까지 두 회사 사이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명확하게 알기 어렵다. 아마 경영권이나 상장 후 계획 등을 둘러싸고 양 당사자 간에 의견 충돌이 있었지 않았을까 추측해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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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학

    최종학acchoi@snu.ac.kr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필자는 서울대 경영대학 학사와 석사를 거쳐 미국 일리노이주립대에서 회계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홍콩과기대 교수를 거쳐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서울대에서 우수강의상과 우수연구상을 다수 수상하는 등 활발한 강의 및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숫자로 경영하라』 시리즈 1, 2, 3, 4, 5권과 『재무제표분석과 기업가치평가』, 수필집 『잠시 멈추고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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