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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 팀, 작은 변화의 큰 울림

박용 | 49호 (2010년 1월 Issue 2)
“비밀인데요. 화장실에서 세 번 털고 닦으면….”
 
최근 사내 게시판에 ‘야릇한’ 제목의 글이 올라왔습니다. 그렇다고 묘한 상상을 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종이수건 1장으로 충분해요. 진짜거든요. 손을 씻고 세 번 쫙쫙쫙 털고서 닦아보세유∼. 지구를 살리는 보람까지 더해져 기분도 깔끔해지거든요. 한 번만 해보세요. 털기의 효능에 놀라실 거예요.”
 
화장실에서 손을 씻고 난 뒤에 물기부터 털면 종이수건 1장으로 충분하다는 동료 기자의 제안이었습니다. 무턱대고 종이수건을 뽑다 보면 자원 낭비도 심하고, 정작 필요한 사람이 쓰지 못하는 낭패를 겪는다는 재치 있는 지적입니다.
 
이 건전한 ‘낚시 글’에 릴레이 동참 덧글도 이어졌습니다. 일부는 아예 손수건을 쓴다고 했고, 사내에 쓰레기 분리수거함을 늘리자는 제안까지 나왔습니다. 저도 동참을 선언했습니다만, 습관이란 참 무섭더군요. 가끔씩 ‘쫙쫙쫙’을 빼먹어 화장실에서 홀로 머쓱해하곤 합니다.
 
녹색 성장과 지속가능 경영의 첫 단추를 어디서부터 어떻게 채워할지 막막할 때가 많습니다. 이럴 때 눈높이를 살짝 낮춰보면 어떨까요.
 
인텔, 이베이 등 선진 기업들은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녹색 생활을 실천하도록 ‘카본랠리(Carbon rally)’ 행사를 연다고 합니다.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탄소 다이어트’ 프로그램을 하나씩 제안하고, 릴레이 참여를 통해 성과를 겨루는 건전한 경쟁 프로그램이죠. 온라인에서는 카본랠리 프로그램을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카본랠리 웹사이트(www.carbonrally.com)도 운영되고 있습니다.
 
선진 기업들은 이런 방식으로 직원들의 자발적인 풀뿌리 조직인 ‘그린 팀(green team)’을 육성하고 있습니다. 그린 팀은 의식이 있는 직원들이 가정과 일터에서 자발적으로 녹색 생활을 실천하는 비공식적 팀을 말합니다. 주로 기업 내부의 일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지속가능 경영 관련 컨설팅 회사인 그린임팩트가 최근 내놓은 ‘그린 팀’ 보고서에 따르면 이베이의 그린 팀은 2007년 40명에서 최근 23개국 2300명으로 늘었다고 합니다. 인텔에도 7, 8개의 비공식 그린 팀이 활동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린 팀이 드림 팀 만든다
작은 변화지만 울림은 큽니다. 사내 동아리처럼 자발적으로 형성된 ‘그린 팀’이 일터에서 버려지는 종이, 음료수 병 등 각종 자원 재활용 활동을 이끌기 때문에 경비 절감에 도움을 준다고 합니다. 또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중시하는 훌륭한 인재를 확보하거나 고객에 미치는 환경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제품 개발 등의 혁신을 이끄는 전위 조직의 역할을 한다는 겁니다. 그린 팀이 활동하고 있는 조직에서는 비용 절감, 인재 유치 및 유지, 브랜드 이미지 강화 및 시장 점유율 확대 등 3가지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났다고 합니다.
 
사람이 바뀌면 조직도 변합니다. 개인적인 삶 속에서 실천하는 녹색 생활이 일터와 업무로 고스란히 옮겨지고, 회사 비전과 전략, 고객 가치로 연계될 수 있다면 지속가능 경영의 꿈은 먼 나라의 얘기만은 아닐 것입니다. 그린 팀이 ‘드림 팀(dream team)’이 될 수 있는 이유입니다.
  • 박용 박용 | - 동아일보 기자
    -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부설 국가보안기술연구소(NSRI) 연구원
    - 한국정보보호진흥원(KISA) 정책연구팀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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