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이 고조되는 가운데 각 기업들의 전략은 매우 다양해지고 있다. 인쇄업과 주택 건설업 등 상황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는 업종의 기업들은 살아남기 위한 방안을 절박하게 모색하고 있다. 반면 의료업과 같이 사업의 근간이 무너질 가능성이 별로 없는 기업들의 전략적 도전 과제는 불황을 이겨내고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다.
어떤 상황에서든 기업의 리더는 불황기 생존 방안은 물론이고 미래에 성장할 수 있는 전략을 찾아야 한다. 리더들은 조직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분명한 비전을 제시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전략을 성공적으로 실행해 최근의 경제 위기로 생긴 조직적 마비 상태를 해결해야만 한다.
여기서 리더에게 가장 어려운 일이 ‘전략의 실행’이다. 경기가 좋을 때도 소수의 회사들만이 전략 실행에 성공했다. 2004년 <이코노미스트>가 276명의 경영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7%의 기업들이 과거 3년간 전략 실행에 성공적이지 못했다고 응답했다. 2006년 미국경영협회(AMA)와 인적자원연구소가 1500명 이상의 경영진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자사의 전사 전략이 매우 성공적으로 실행되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3%에 그쳤다. 반면 62%의 응답자는 자사의 조직이 전사 전략 실행에 있어 중간 또는 중간 이하의 수준이라고 응답했다.
올리버와이만의 경험에 따르면, 기업 경영진이 전략의 실행 방식에 대해 생각할 때 빠지기 쉬운 함정은 무조건 전략을 실행하고 보는 것이다. 이 글의 목적은 전략 실행에 대한 상세한 가이드를 제공하는 게 아니라, 전략을 실행하기 전에 경영진이 고려해야 할 잠재적 이슈에 대한 체크리스트를 제공하는 것이다. 전략을 실행할 때 발생하는 이슈를 경영진이 무시하거나 잘못 다루게 되면, 기업의 전략 실행은 엉뚱한 길로 빠지거나 실패하게 된다. 이와 반대로 잠재적 이슈를 꼼꼼하게 확인하는 경영진은 전략 실행의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1. 훌륭한 전략, 열악한 프로세스
전략의 성공적 실행을 위한 기본 원칙은 간단하다. 경영진이 전략을 실행할 때 의지하는 사람들이 전략 개발 과정에서도 발언권을 가져야 한다는 점이다. 전략을 잘 실행하기 위해서는 직접 업무를 지휘하고 매일 업무를 수행하는 중간 관리자들에게 전략 개발 과정에서 자신의 의견을 낼 수 있는 적절한 참여 기회를 줘야 한다.
중간 관리자들을 전략 개발에 참여하도록 전략 개발 프로세스를 넓히지 못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그럴듯한 이유들이 많다. 일반적으로 프로세스의 확장은 복잡성을 증대시키고, 시간이 오래 걸리며, 종종 대립과 갈등을 가져온다. 또 중간 관리자를 포함하도록 전략 개발 프로세스를 확장하게 되면 우선순위에 따른 자원의 할당, 새로운 조직 구조의 채택 등 경영진이 일방적으로 발표하는 게 더 쉬울 법한 민감한 이슈들에 대해 중간 관리자들과 논의해야만 한다. 하지만 경영진이 귀를 막거나 컨설턴트들에게 일을 넘겨버리고서는 “가서 실행하시오”라고 매니저들에게 일을 떠맡기는 것은 전략의 실행력을 떨어뜨리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경영진이 지시만 해서는 안 된다.
선마이크로시스템스의 회장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스콧 맥닐리는 전략적 조직 개편을 구상하기 위해 크리스마스 휴가를 혼자 떠난 적이 있다고 얘기했다. 당시 그는 조직 개편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세부적 이슈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다. 휴가를 홀로 보내면서 그는 조직 개편에 대한 통찰력을 갖게 됐다. 갑자기 모든 것이 분명해졌다. 그는 조직 구조 개편에 대한 계획을 홀로 세웠고, 새해에 회사로 돌아가 조직원들에게 이를 일방적으로 보여줬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결정이었다. 그의 계획은 조직 개편안 결정 프로세스에서 제외된 것을 알게 된 일부 임원들의 저항에 부딪혔다. 이로 인해 계획을 제대로 실행하는 데 수개월이 더 걸렸다.
미국 최대 규모의 신문사 중 한 곳이 100만 달러를 투자해 유명 전략 컨설팅 회사에 새로운 운영 전략 개발을 맡겼다. 컨설팅 회사에서 최고의 전략가들이 모여 연구를 수행했고, 그 결과 도출된 전략 및 상세 실행 계획을 1일 워크숍에서 중간 관리자들과 공유했다. 모든 참석자들은 웃으며 컨설턴트들의 노고를 치하했다. 그러나 그들은 호텔을 빠져나오자마자 주차장에 모여 자신들이 전략 개발 프로세스에서 배제됐으므로 이 전략은 무효라고 합의했다. 그 이후 상황 전개는 불을 보듯 뻔했다. 결국 이 신문사는 100만 달러만 손해 봤다.
종종 이런 저항은 수동적이지만 공격적인 형태를 띤다. 잘 알려진 의료기관의 CEO가 컨설턴트들의 말만 듣고 새로운 전략을 내놓은 적이 있었다. 이로 인해 사내의 이해관계자들은 본인들이 무시당하고 권리를 빼앗겼다고 느끼게 됐다. 나중에 전략이 어떻게 실행되고 있는지 질문을 받자 이들은 공통적으로 다음과 같이 답변했다. “매우 훌륭한 비전이기는 한데 어떻게 실행하라는 건지 도무지 모르겠더군요.” CEO가 한발 물러나 이해관계자들을 불러들여 전략을 새로 짜고 공유하기 전까지, 그 훌륭한 전략은 전혀 실행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