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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책임 경영(CSR)의 3가지 덫

이재연 | 37호 (2009년 7월 Issue 2)
‘마음은 가지시고, 신던 신발은 물려주세요.’
 
미국 명품 의류업체 케네스콜이 노숙자에게 낡은 신발을 기증하면 신발 가격을 할인해주는 행사를 펼쳤다. 잘빠진 모델과 멋들어진 상품을 들이대며 고객의 허영심을 부추기는 의례적인 명품 브랜드들의 광고와 달리, 낡은 구두 한 켤레가 가지런히 놓인 광고를 보고 의외로 고객들은 쉽게 지갑을 열었다.
 
열린 것은 지갑뿐만이 아니었다. 케네스콜의 구두를 사면 노숙자의 발에 신발을 신겨줄 수 있다는 생각은 고객의 지갑과 동시에 마음을 열었으며, 열린 마음에는 케네스콜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가 자리잡았다. 

이윤 추구는 오늘날 더 이상 기업의 유일한 존재 이유가 될 수 없다. 이윤 추구를 가능하게 해준 사회의 공익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새로운 존재 이유가 기업에 주어졌으며, 그 의무를 다하지 않은 기업은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는 시대가 됐기 때문이다.
 
이런 새로운 관점이 부각되면서 기업은 변했다. 아멕스(아메리칸 익스프레스)가 펼쳤던 자유의 여신상 보수 기금 마련 캠페인에서 출발해 유한킴벌리의 ‘우리 강산 푸르게 푸르게’ 캠페인, 테스코의 학교를 위한 컴퓨터 지원 등 많은 기업들이 다양한 ‘사회적 책임 경영(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CSR)’을 펼쳤다. 이들은 책임 완수라는 결과 외에 매출 증대와 브랜드 이미지 향상이라는 의외의 달콤한 열매를 손에 쥐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어쩔 수 없이 지고 가야 하는 무거운 의무이자 불필요한 지출”이라고 생각하며 감내하려 했는데, 이러한 깜짝 선물까지 받으니 말 그대로 꿩 먹고 알 먹고, 마당 쓸고 돈 줍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너도나도 팔을 걷어붙이고 좋은 일에 앞장서기 시작했다.
 
그러나 ‘착한 사마리아인’을 자처하는 모든 기업이 성공적으로 ‘공공의 벗’이 되는 것은 아니다. 성공적인 CSR 활동의 이면에는 많은 실패가 있다. ‘공익을 위한 기업의 노력 = 이미지 개선 및 매출 증대’라는 단선적인 공식은 현실이라기보다는 이상에 가깝고, 둘 간의 괴리는 좌절을 낳는다. 하지만 그러한 좌절이 의무 불이행의 면죄부가 돼주지는 않기 때문에 어떻게든 기업은 움직여야 하고, 그 결과는 긍정적이어야만 한다. 따라서 적극적으로 CSR 활동을 펼치되, 역풍을 가져오거나 빛을 바래게 하는 CSR의 덫에 걸리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CSR 활동을 할 때 주의해야 할 첫 번째 덫은 ‘진정성’이다. 필립모리스는 담배의 해악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대형 담배회사에 법적, 도덕적 책임을 물으려는 소비자단체의 움직임이 활발해지자, 부정적 이미지를 희석시키고 사회적 책임을 통감하는 모습을 보이고자 대대적인 ‘청소년 금연 캠페인’을 벌였다. 그러나 결과는 냉정했다. 소비자들의 눈에 필립모리스가 외치는 ‘금연’ 구호는 이율배반적이며 요식행위에 불과한 것으로 비춰졌기 때문이다. 인스턴트식품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이 확산되는 가운데 펼쳐졌던 맥도널드의 ‘어린이 비만 퇴치 운동’ 또한 비슷한 이유로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이들의 실패 이유는 너무나 명백하다. 진정성이 의심받았기 때문이다. 청소년 금연이나 아동 비만 퇴치와 같은 일들은 분명히 공익을 위해 필요한 활동이다. 하지만 그 캠페인이 성공하려면 담배회사와 패스트푸드회사는 분명 매출 감소를 감수해야만 한다. 소비자들은 기업이 공익단체가 아님을 잘 안다. 그리고 제 살을 깎아가면서까지 공익을 추구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도 잘 안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의 좋은 행동은 선한 의도가 아닌 어떤 뻔한 의도의 결과물로 치부되며, CSR 활동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공익(公益)’은 ‘사익(私益)’으로 변질된다. 그저 자사의 제품이나 서비스가 갖는 부정적 이미지를 감추기 위한 ‘눈 가리고 아웅’이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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