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위험 신호, 왜 나만 몰랐지?

34호 (2009년 6월 Issue 1)

인간은 때때로 진실의 돌부리에 걸려 넘어진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무 일도 없었던 듯 허둥지둥 사라져버린다.”
 
윈스턴 처칠이 한 말이다. 최근 많은 사람들이 이와 비슷한 의문을 제기한다. 명석한 사람들이 그렇게 많음에도 불구하고 왜 아무도 서브프라임 시장의 붕괴 조짐을 미리 알아채지 못했느냐는 점이다. 베어스턴스, 리먼 브라더스, 메릴린치, 컨트리와이드, 노던록과 같은 세계 유명 금융기관들은 서브프라임 사태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하지만 통찰력 있는 소수 기업들은 위험 신호가 울리자마자 경계 태세에 들어갔다. 세계 2위 부자인 거물 투자자 워런 버핏은 이미 2002년 “파생상품은 금융계의 대량 살상무기”라고 우려했다. 에드워드 그램리치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이사도 2001년 “신용도가 낮고 대출을 갚을 능력도 없는 사람들을 꼬드기는 신종 대출을 경고해야 한다”고 말했다.1
 
재계에도 발 빠르게 대처한 사람들이 있다. 헤지펀드 매니저 존 폴슨은 신용 파생상품 시장이 실제보다 과대평가돼 있음을 알아채고는 2006년 보유 서브프라임을 모두 처분해 150억 달러의 이익을 거뒀다.
 
2006년 7월 골드만삭스의 수석 스트래티지스트는 “2007년에는 사상 최초로 미국 전역의 명목 집값이 큰 폭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골드만삭스의 다른 분석가도 “모기지 대출의 문턱이 낮아지면서 서브프라임 대출자들의 대출금 연체가 예상된다”고 경고했다.2 비슷한 시기에 네덜란드 ABN 암로 그룹 이사회도 은행업계가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로 은행을 매각했다. 금융위기로 전 세계 주가가 하락하기 전에 ABN 암로 은행을 팔았으므로 주주들은 1000억 달러에 가까운 돈을 챙길 수 있었다. 반면 ABN 암로를 인수한 벨기에 포르티스 등은 엄청난 손실을 기록했다.3
 
그렇다면 통찰력을 갖추지 못한 대다수 사람들과 통찰력이 있는 소수의 차이는 무엇일까? 대다수 사람들은 수익률이 엄청나고 투자 위험은 거의 없다는 거짓 약속에 현혹돼 판단 능력이 무뎌진 걸까?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받아들이는 관행이나 인지 부조화 등은 인간의 이성적 판단을 얼마나 가로막을까?
 
부동산 분야의 최고 학자인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는 이를 개개인의 판단보다 전원 합의를 중시하는 ‘집단 사고(groupthink)’로 설명했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집단의 경향에 반대로 행동하는 일을 매우 싫어하기 때문에, 전체 의견과 동떨어진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을 적극적으로 표현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실러 교수는 FRB가 주택 시장에 거품이 끼었다는 경고를 간과한 이유도 집단 사고에서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4  FRB 수뇌부 중 주택 시장 위험을 감지한 사람이 있었더라도, 경기 호황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대다수 사람들이 언급하지 않는 위험을 먼저 경고하는 일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2008년 신용경색 사태를 돌이켜보면 알 수 있듯, 경영진은 언제나 왜곡과 편견의 희생양이 될 가능성이 높다. 기업이 갑자기 엄청난 타격을 입는 이유는 의사결정자가 위험 신호를 사전에 파악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위험 신호를 감지했음에도 자신의 입맛에 맞거나 익숙한 결론을 내리기 때문이다. 우리 연구에 따르면, 위기와 기회를 알리는 작은 경고음을 미리 알아차리고 분석해 대책을 세울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기업은 전 세계 기업 중 20% 미만이다.
 
우리는 이 글에서 기업이 신흥 경쟁 회사나 첨단 기술에 따른 위험을 실제로 낮출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자 한다. 이 문제점을 해결하려면 무엇보다 인지 부조화 현상을 극복해야 한다. 인지 부조화는 자신이 처한 현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울 때, 자기 정당화라는 심리 기제가 작동해 스스로의 기억과 현실을 왜곡하는 현상을 말한다. 경영학계에서 널리 알려진 개념은 아니지만, 기업 경영에 성공하려면 반드시 인지 부조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기습 공격에 관한 놀라운 진실
경영자가 갖고 있는 여러 가지 편견은 종종 판단력을 무디게 한다. 조직이나 집단의 편견도 마찬가지다. 때문에 우리는 내부에 잠복하고 있는 적을 보지 못한다. 위험 관리 체제를 잘 갖춘 조직이라도 이 편견을 피해가지 못한다. 의사결정을 주제로 한 많은 연구들은 인간의 판단력을 마비시키는 현상과 원인을 상당수 파악해냈다.5
 
그러나 이 분야의 전문가라 해도 올바른 의사결정을 가로막는 요인이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사상 최악의 사고로 평가받는 1986년 챌린저호 폭발 사건을 보자. 미국 항공우주국(NASA) 수뇌부는 우주선 연료 탱크의 이음새 부분인 O-ring의 틈이 벌어졌다는 기술진의 거듭된 경고를 묵살했다. 결국 최초의 여성 우주인을 태운 챌린저호는 발사 73초 만에 폭발했고, 승무원 7명 전원이 숨졌다.
 
이 사태의 주요 원인은 수뇌부와 핵심 기술자들의 부실한 정보 분석과 인지 부조화 때문이다. 외부와 완전히 격리된 생활을 하면서 집단 사고의 위험성이 더욱 높아진 점도 빼놓을 수 없다. 경직된 조직 문화 등을 거론한 학자도 있다.6
 
경영자들은 자신이 잘 알고 있는 어떤 점을 발견하는 순간, 모든 상황을 그 틀 안에서만 해석하려고 한다.7 반대로 자신이 잘 알지 못하는 자료를 접하면 이를 섣불리 받아들이지 않으려 한다. 때문에 경영자가 익숙하지 않은 상황을 검토하는 일은 그렇지 않은 일보다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여러 정보들이 제각기 다른 방향을 가리키거나, 결정적 정보가 빠져 있을 때 더욱 두드러지는 현상이다. 이때 인간은 모든 정보를 자신의 선입견 안에서 본질과 다르게 바꿔버린다.
 
[GP TIP] 진주만 폭격 눈치채지 못한 미군 함장
 
1941년 12월 7일, 미군 구축함 워드호의 함장은 하와이 진주만에서 나는 희미한 폭발음을 들었다. 당시 워드호는 진주만 쪽으로 향하던 적의 잠수함을 막 격침시켰다. 함장은 임무를 완수했다고 보고한 후 항구로 돌아가던 중 폭발음을 들었고, 소령에게 말했다. “진주만에서 호놀룰루를 잇는 도로를 개통하고 있구먼.” 적군의 잠수함과 맞닥뜨렸음에도 불구하고, 함장은 평화 시기의 사고 방식으로만 이 폭발음을 해석했다. 폭발음이 미·일 전쟁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라는 점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던 셈이다.
 
개인의 편견: 객관적 시각
경영자들이 전적으로 객관적 시각을 갖추는 일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사람들이 편견을 어떻게 가지는지를 살펴보면 어떤 함정에 빠지기 쉬운지 알 수 있다.8 인간은 복잡하거나 모호한 문제에 부딪히면 다른 관점을 참고하지 않고, 각자의 편견에 맞는 관점으로 상황을 판단한다. 또 스스로가 선택한 관점만을 과신한다.
 
정보 여과(filtering)우리는 자신에게 익숙한 사안에만 주목한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선택적 지각(selective perception)’이라 부른다. 자신이 기존에 알고 있던 정보를 접하면 이를 검증하지 않고, 모든 사실을 그 정보에 끼워 맞추려 한다는 뜻이다. 심지어 사실 왜곡도 서슴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자기가 알고 있는 사실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불편한 현실을 은폐하거나 거부한다.
 
왜곡 유추(distorted inference)한 번 걸러진 후 우리의 인지정서 체계에 도달한 정보가 종종 왜곡되는 현상을 말한다. 실수를 저질러놓고 다른 사람이나 외적 요인을 탓하는 자기 합리화가 대표적인 예다. 이 세상을 낙관적, 또는 비관적 시선으로만 바라보는 현상도 왜곡 유추다. 자녀가 마약을 복용하거나 배우자가 바람을 피운다는 사실을 암시하는 증거를 보면서도 그 사실을 부정하는 일도 이에 속한다.
 
자기중심주의(egocentrism)도 인지 왜곡의 대표적 유형이다. 사람들은 특정 상황이나 사건에서 자신의 역할을 과대평가한다. 반면 타인이나 환경이 미친 영향은 과소평가한다.
 
보강(bolstering)사람들은 한정된 정보 중에서도 극히 일부만을 받아들인다. 또 자신의 관점이 옳다는 점을 입증하려고 필요하지 않음에도 이를 보강할 만한 근거를 찾아 나선다. 자신의 의견에 동의하는 사람하고만 대화하기도 한다. 균형 잡힌 시각을 검토하지 않고, 자신의 시각에 힘을 더할 수 있는 정보만 적극적으로 찾기 때문이다. 자신의 시각과 상반되는 정보를 보더라도 개의치 않고, 그 결과 원래 갖고 있던 편견이 더욱 공고해져 그것의 노예가 되는 악순환이 일어난다. 스스로가 만든 ‘반향실(echo chamber)’에 갇혀버리는 셈이다.
 
조직 내부의 편견
조직 내부의 편견도 인간의 사고에 큰 영향을 끼친다. 사회심리학자 어빙 재니스는 조직의 편견에 ‘집단 사고’라는 이름을 붙였다.9 이론적으로는 집단이 개인보다 변화를 더욱 빨리 감지하고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편견에 기반한 분석, 편협한 시각, 잘못된 합의, 편중된 정보 취합 때문에 종종 집단이 개인보다 위험한 결론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부서 간 정보 이동이 자유로워야만 조직 내 편견을 없앨 수 있다.10 9·11 테러가 일어나기 5개월 전 발생한 사례를 보자. 당시 미국 연방항공청(FAA)은 150건의 첩보 보고서를 받았다. 이 중 무려 52건의 보고서가 오사마 빈 라덴과 알 카에다를 언급했다.11 미 중앙정보국(CIA), 연방수사국(FBI), 국무부 등이 작성한 이 보고서들은 여러 정부 기관에 전달됐지만, 보고서의 타당성을 평가할 수단은 없앴다.
 
결과적으로 이 첩보 중 몇 가지는 초기 단계부터 사라졌고, 전혀 상부로 전달되지 않았다. 어떤 첩보는 관련 첩보와 통합되지 않은 채 단편적으로만 전해졌다. 미국에 테러 공격이 임박했다는 조짐이 분명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그 위험을 예측하지 못한 채 최악의 사태가 빚어졌다.
 
조직의 의사결정은 미묘한 상황에서 이뤄질 때가 많다. 즉 사람들은 정보의 내용뿐 아니라 그 정보를 제공한 사람도 의사결정의 요소로 생각한다. 때로는 정보의 내용보다 정보 제공자가 누구냐는 점이 의사결정에 더 많은 영향을 끼친다는 뜻이다. 정보 제공자의 신뢰도는 지위, 경력, 정치적 능력 등 여러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경영진은 다양한 정보원으로부터 정보를 얻으므로, 정보 제공자가 누구냐에 따라 정보의 신뢰도에 대한 편견도 가진다. 이 편견은 불충분하거나 모호한 정보를 접할 때 특히 강해진다.
 
이 사안들을 종합하면, 인간이 왜 하나의 사안을 다양한 관점으로 바라봐야 하는지 똑똑히 알 수 있다. 어떠한 방식으로 다양한 관점을 기르고 통합하느냐는 문제는 조직의 전체 역량을 좌우할 정도로 중요하다.12
 
위험 신호를 해석하라: 불분명한 위험 신호라도 적극 밝혀내라
위험 신호를 해석하는 일은 의사결정 과정에서 가장 간과하기 쉬운 부분이다. 경영진이 편견을 극복하고 위험 신호를 해석하는 역량을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다음의 9개 전략이 효과적이다.
 
지엽적인 정보를 활용하라 곤충의 눈은 여러 개의 낱개 눈으로 이뤄져 있다. 인간과 달리 곤충이 본 사물의 정보는 곧바로 뇌에 전달되지 않는다. 곤충은 각기 다른 낱개 눈으로 사물을 보고 인지한다. 곤충의 뇌는 각각의 눈이 입수한 지엽적 정보들을 모으고 그에 따라 반응한다. 즉 기업이 위험 신호를 빨리 파악하려면 작고 사소한 일까지 일일이 발견하고 이를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자율적인 세부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
 
리눅스는 소스 공개 전략으로 글로벌 소프트웨어 프로젝트를 구축했다. 이를 위해 리눅스는 세계 각지에서 개발된 프로그램을 활용하고 있다.13 전투기 조종석이나 원자력 발전소 통제실에서 안정성을 확보하려면, 일찌감치 문제점을 발견하고 이를 숙련 인력들에게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매우 복잡하고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상황에서 위험 신호를 빨리 발견하고, 이를 신속하게 전달하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뜻이다. 흩어진 정보들을 활용하려면 민첩함을 갖춰야 한다. 물론 그 이전에 사내 연락망을 통해 정보를 공유하는 조직 문화부터 구축해야 한다.14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활용하라 경영진이 협력 회사 및 업체, 고객 등과의 네트워크를 통해 정보를 구하는 일은 위험 신호를 탐지할 때 매우 효과적이다. 다른 회사와 맺는 네트워크는 우리 회사의 눈과 귀 역할을 한다. 각기 다른 네트워크를 통해 우리는 업계의 상황을 다양한 방법으로 두루두루 탐색할 수 있다.
 
필립스나 GE의 연구개발(R&D) 부서는 자사의 개별 부서, 정부, 학계, 고객과의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해 큰 성과를 거뒀다.15 미국 제약회사 머크를 대상으로 한 추적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머크가 획기적인 생물 화합물을 개발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과학 분야, 정부기관, 대형 병원과의 네트워크가 자리잡고 있었다.16
 
다른 조직과의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하면 위험 신호를 훨씬 쉽게 감지할 수 있다. 특히 정보 전달 시간 및 비용을 최소화하는 인터넷 네트워크를 이용하면 더욱 많은 위험 신호를 탐색할 수 있다. 이때 경영자는 수많은 신호 중 어떤 위험 신호에 주목해야 하는지를 결정하고, 회사가 감당할 수 있는 한도를 정한 후 이를 벗어나는 행동은 취하지 말아야 한다.
 
탐색대를 동원하라 경영진 스스로가 위험 신호를 잡아냈다면, 조직 내 다른 부문에서는 이에 관한 더욱 많은 정보를 모을 수 있다. IBM을 보자. IBM에는 ‘까마귀 둥지(Crow’s Nest)’라는 특별 부서가 있다. 이 부서는 주변의 여러 요소들을 탐색하고 관측한 결과를 최고 경영진에게 보고한다. 이들의 관찰 대상은 시간 단축법, 고객의 다양성, 세계화 등이다. 보초를 세우는 일과 마찬가지로, 이런 정찰 부서는 가능한 많은 요인들을 탐색할 수 있어야 한다.
 
탐색은 다른 방법과 함께 사용하면 더욱 효과적이다. CIA에서 망루 역할을 하는 조직과 벤처 펀드를 활용하는 조직은 테러 공격에 맞서기 위한 첨단 기술을 모색하고 평가할 때 협력한다. 이때 망루 조직은 첨단 기술을 파악하고 평가한다. CIA 산하의 인큐텔(In-Q-Tel)이라는 기관은 신기술 개발회사에 주로 투자하며, 일류 벤처 캐피탈과의 거래를 검토할 권한을 지닌다. 이를 통해 CIA는 테러를 저지하는 데 쓸 만한 신기술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개발 단계에서 이 기술을 비교적 적은 비용에 들여올 수 있다.
 
위험 신호를 확대하라
여러 가지 가설을 검토하라 조직은 다양한 정보를 하나의 관점으로만 해석할 때가 많다. 새로운 정보도 기존 관점에 맞춰 왜곡한다.17 경영진은 모호하고 생소한 정보를 이해하려 하지 않을 뿐 아니라, 대립 가설을 세우는 일이 시간 낭비라고 종종 생각한다. 하지만 한 가지 관점으로만 상황을 판단하는 일은 매우 위험하다. 이를 피하려면 서로 상반되는 가설을 세워야 한다.
 
영국군 등 여러 조직에서는 대립 가설을 위해 소위 ‘홍군(red team)’을 운영하고 있다. 홍군은 지휘자와 보좌관급으로 이뤄진 기동 부대로 ‘충성스러운 반대 세력(loyal opposition)’의 역할을 한다. 이들의 임무는 현재 조직이 추진하고 있는 계획이 잘못됐거나 수정할 필요가 있음을 입증하는 일이다.18
알렉산더 대왕은 스스로에게 ‘현재 내가 세운 계획을 접으려면 이를 입증할 근거가 어느 정도 필요할까를 자문하라’고 강조했다. 충성스러운 반대 세력이 필요한 이유다.
 
미국은 이라크 전 초기에 잠깐의 승리를 만끽했다. 하지만 이후 뼈아픈 시련을 통해 전쟁에서 승리하는 일이 매우 어려움을 깨달았다. 마찬가지로 자신이 기존에 알고 있던 사실과 반대되는 정보는 매우 불완전하게 느껴진다. 좀처럼 믿기도 힘들다.
 
홍군 전략에 성공하려면 억측에 대한 의심과 과감한 행동을 위해 필요한 확신을 현명하게 조화시켜야 한다. 이러한 균형 감각을 갖추려면 예기지 못한 문제가 생기거나 불확실한 상황에 부딪혔을 때 기존 전략을 수정할 수 있는 유연성을 갖춰야 한다. 프로이센의 헬무트 폰 몰트케 장군은 이를 다음과 같이 촌철살인으로 표현했다. “적이 다가오면 그 어떤 대비책도 무력하다.”
 
대중의 지혜를 점검하라 <대중의 지혜(The Wisdom of Crowds)>를 집필한 제임스 서로위키는 집단이나 시장이 개개인보다 더 나은 판단을 내린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예측 도구가 잘 갖춰져 있는 조직에서는 이 현상이 두드러진다. 이런 기업에서는 굳이 합의를 강요하지 않아도 조직의 집단 지성을 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1990년대 HP는 직원들의 모의 투표로 매출을 예측했다. HP는 직원들에게 점심 및 저녁 시간에 각각 자신의 투자 방향에 따라 돈을 걸도록 했다. 투표 결과 나온 예상 매출액은 회사가 생각한 예상 매출보다 실제 결과에 근접했다. 미국 제약회사 일라이 릴리도 직원들에게 수익성과 실험 데이터를 주고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을 수 있는 약품을 선택하게 했다. 직원들은 6개 후보 약 중 승인을 받은 약품을 정확히 예측했다.19
 
다양한 시나리오를 개발하라 어떤 방법도 완벽할 수는 없다. 불확실성을 완전히 없애는 일도 불가능하다. 19세기 영국 언론인 찰스 맥케이는 1841년 발표한 명저 <대중의 미망과 광기(Extraordinary Popular Delusions and the Madness of Crowds)>에서 만장일치에 따른 합의에 치명적 오류가 숨어 있을 수 있음을 지적했다. 따라서 당신의 조직이 현재 갖고 있는 관점이 유효한지 입증하려면 몇 가지 관련 시나리오를 짜야 한다.
 
엔론이 급성장할 당시 휴스턴의 저축은행들은 전성기를 누렸다. 당시 우리 동료 중 한 사람이 저축은행 경영진에게 예금 실적과 은행의 성장을 엔론에 의존하지 않는 상황을 가정해보라고 제안했다. 대부분은 유일한 대형 고객인 엔론을 대상으로 그처럼 비현실적이고 부정적인 시나리오를 생각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설득을 거듭하자 이들은 몇 가지 흥미로운 시나리오들을 생각해냈다. 다른 기업이 엔론을 인수하는 시나리오, 몇 가지 이유 등으로 엔론이 큰 위험에 처하고 자신들 또한 크게 타격 입는 시나리오 등이 나왔다. 훗날 엔론이 갑자기 도산했을 때 휴스턴의 몇몇 저축은행은 살아남을 수 있었다. 이들이 엔론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전략을 실행에 옮겼기 때문이다.20 동시에 여러 시나리오를 검토했던 일이 새로운 위험 신호를 공유하고 이를 함께 검토하는 체계를 마련하도록 한 셈이다.21
 
로열 더치 셸은 가장 먼저 예측 시나리오를 개발한 기업이다. 셸은 시나리오 예측을 ‘재인식에 관한 예술(the gentle art of re-perceiving)’이라고 평가한다.22 셸이 개발한 예측 시나리오에 특별한 요소는 없다. 그저 사람들이 기존에 인식하고 있던 사실을 의심해보도록 할 뿐이다. 하지만 그 효과는 엄청나다.
 
예측 시나리오 개발은 금융시장, 동종 업계, 사회 전반에 도사리고 있는 펀더멘털의 변동 신호를 체계적으로 탐색하는 작업이다. 즉 ‘변두리에서 온 그림엽서(postcards from the edge)’를 더 많은 사람들이 읽을 수 있도록 만드는 일이다.
 
정보 검증 후 좀더 명확하게 만들어라
진실에 반론을 제기할 수 있는 새로운 정보를 찾아라 하니웰의 전 CEO 래리 보시디와 경영 컨설턴트 램 차란은 공저 <현실을 직시하라(Confronting Reality)>에서 기업이 송두리째 무너지는 이유는 부실 경영 때문이 아니라 현실을 직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23 두 사람은 스토리지 기업인 EMC의 매출이 2001년 급격히 떨어진 이유도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시장 환경 변화를 놓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MC의 영업팀은 기업의 최고정보책임자(CIO)들만 상대했다. 그들은 매출 하락 조짐을 일시적 현상으로 과소평가했다. 2001년 초 EMC의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한 조 투치는 고객 회사의 CIO가 아닌 CEO나 CFO(최고재무책임자)와 직접 대화하기 시작했다. 그는 이를 통해 고객들이 굳이 비싼 가격을 지불해 가면서까지 최고 성능의 제품을 찾지는 않음을 파악했다. 또한 가능하면 독점 소프트웨어보다 공개 소프트웨어를 원한다는 점도 깨달았다.
 
당시 IBM이나 히타치는 EMC보다 낮은 가격에 성능은 거의 동일한 제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EMC의 시장점유율이 떨어지자 투치는 사업 모델을 재빨리 수정해, 기존 주력 사업인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 사업에 주력하기로 했다. 그는 새로운 시장 상황을 직시했기 때문에 회사를 어떻게 탈바꿈시켜야 할지 금세 파악할 수 있었다.
 
건설적 갈등을 부추겨라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에는 파시키비 대통령(18701956)의 동상이 있다. 동상에는 ‘모든 지혜는 사실을 인식하는 데서부터 비롯된다’는 그의 좌우명이 적혀 있다. 사실을 검증하고 이를 올바르게 해석하려면 건설적인 갈등이 필요하다. 이때 갈등은 사람 대 사람의 갈등이 아니라, 아이디어와 아이디어 간의 갈등을 뜻한다.
 
몇몇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갈등이 전혀 없거나 극도로 많을 때보다 적당한 갈등이 있을 때 가장 훌륭한 의사결정이 내려진다.24 갈등은 더욱 나은 정보를 모으고, 더욱 다양한 선택 안을 확보하며, 현안을 더욱 심층적으로 검토할 수 있도록 한다.
 
물론 정반대 사례도 있다. 메릴린치의 한 관계자는 금융위기 이전 막강한 권한을 휘둘렀던 스탠리 오닐 전 CEO 밑에서 일했던 임원들을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그들은 반대 의견을 내놓는 법이 없었다. 때문에 제대로 된 검증을 통해 정보를 평가하지 못했다.”25 CEO는 부하 직원들이 다양한 시각을 내놓는 일을 허용해야 한다. 이때 발생하는 갈등을 조정하는 역량이야말로 CEO의 덕목이다.
 
직감을 믿어라 노련한 경영자는 스스로의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지식을 지니고 있다. 자신들의 전문 분야는 말할 필요도 없다. 때문에 훌륭한 경영자는 자신의 직감이 언제, 어떻게 들어맞는지를 상세히 알아야 한다.
 
과학자 게리 클라인은 화재 진압, 응급 처치, 전투 등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에서 인간의 직감이 어떠한 힘을 발휘하는지를 연구했다.26 그는 이 과정에서 숙련 간호사 한 명이 조산아의 패혈증을 직감적으로 알아채는 것을 목격했다. 교과서에 나온 패혈증 증상이 시작되려면 적어도 하루를 더 지켜봐야 했다. 하지만 이 간호사의 주장대로 혈액 검사를 실시한 결과, 치명적인 박테리아를 발견할 수 있었다.
 
마찬가지로 노련한 경영자는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은 증상이라도 그 중요도와 위험성을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신뢰할 수 있는 직감을 개발하는 일은 쉽지 않다. 오랜 경험과 주위의 도움도 필요하다. 하지만 일단 개발하기만 하면 직감은 그 어떤 분석 도구보다 소중한 자산으로 활용할 수 있다.
 
[GP TIP] 위험 신호란 무엇인가?
 
위험 신호를 유심히 지켜보지 않으면 사소하고 산발적인 잡음 정도로 오인하기 쉽다. 그러나 새로운 관점으로 보거나 다른 정보와 연관시키면 그 중요성이 두드러진다.
 
시야를 넓혀라
삼각 측량법이 가능했던 이유는 인간이 한쪽 눈이 아니라 두 눈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조직도 주변 시야를 적극 활용해 다양한 관점을 받아들여야 한다. 다양한 관점을 잘 참고하면 현재 상황을 더욱 명확히 이해하고, 미래의 기회를 포착할 수 있다.
 
GM은 신흥국 시장에서 기회가 있다는 판단 아래 위성을 이용한 위치 확인 시스템 온스타(OnStar)를 개발해 1997년형 캐딜락에 처음 장착했다. 당시 온스타의 기능은 무선통신, 차량 모니터링, 위치 탐색 서비스 등이었다. 문제는 이 기능들이 신흥 시장 고객들에게는 과분한 서비스였다는 점이다. 온스타는 자동차 업계의 경쟁 요소인 가격, 안정성, 안락함, 그 어느 요인에도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제품이었다.
 
온스타의 초기 실적은 미미했다. 당시 GM은 하루에 50명의 신규 고객이라도 확보해야 한다는 초라한 목표까지 세웠다. 수백만 명의 고객만 상대하던 GM으로서는 상당히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GM이 아무 이유 없이 무모해 보이는 사업을 시작하지는 않았다. GM은 휴즈 일렉트로닉스(현 EDS)를 인수하면서 텔레매틱스 기술을 확보했고, 이를 통해 신규 고객을 충분히 창출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온스타 출시 2년 전인 1995년, GM은 소비자의 자동차 구입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조사했다. 소비자의 구입 후 만족도에 따라 순서가 매겨졌고, 총 26개 요인을 파악할 수 있었다.27 당시 GM은 소비자가 ‘기동성(mobility)’이 뛰어난 차량에 크게 만족했다는 결과에 주목했다. 매우 중요함에도 소비자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는 ‘개별 고객에 대한 배려’ ‘한정된 시간과 에너지’ ‘사생활 보호’ ‘안전성’ 등 4가지 요인도 파악했다.28
 
GM은 소비자가 개별 고객에 대한 배려나 안전성을 특히 원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동시에 GM 경영진은 텔레매틱스라는 신기술의 가능성을 인식했다. 때문에 GM은 신흥 시장에서 두 요인이 겹치는 사업 기회, 즉 온스타의 시장성을 포착했다. 초기 결과는 미미했지만 2004년 온스타는 250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했고, 관련 매출은 10억 달러에 달했다.
 
최대한 큰 그림을 보라
경영진은 신기술을 검토할 때 이를 현재 시장 상황에 맞춰 판단하려 든다. 그러나 현재의 시장 상황과 미래의 기술을 동일 선상에서 비교하면 잘못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하나의 방법만으로는 전체 그림을 모두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새로운 기술을 판단할 때는 여러 기법을 함께 사용해야 안전하다.
 
큰 그림을 보는 방법은 2가지다. 첫째, 여러 개의 렌즈를 사용하라. 삼면 시야(triangulation)를 확보하려면 다양한 시나리오라는 렌즈로 위험 신호를 파악해야 한다. 우리는 10년 전, 미국의 유력 신문사를 위해 기술 혁신의 효과를 시나리오별로 분석했다. 제록스가 전자 포맷 신문 배달 서비스를 갓 개발했을 때였다. 해외 여행객들은 이 서비스를 통해 외국에서도 자국 신문이나 지역의 유력 일간지를 모국어로 볼 수 있었다.29
 
이 서비스가 성공할 것인가에 대한 결론은 시나리오별로 다르게 나왔다. 현상 유지 시나리오는 이 서비스가 여행객 대상의 틈새시장을 장악할 수 있으며, 새로운 배달 망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언론이 이 서비스로 국경을 초월한 독자를 확보하고, 기존 독자의 충성도를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도 예측했다.
 
반면 사이버 미디어 시나리오는 이 서비스의 가능성을 낮게 평가했다. 전자통신이 급속도로 도입되고 있기 때문에, 호텔만을 대상으로 한 전자 배달 서비스보다는 가정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가 유망하다는 이유에서였다. 특히 값비싼 윤전기 등 신문사의 유형자산 일부가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런 위험 신호들을 알아내자 이 신문사의 경영진은 예상되는 문제점들을 더욱 자세히 알고 싶어 했다. 시나리오 분석은 자동 원격 인쇄기의 성공 가능성이나 소비자의 수용도를 명확히 파악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경영진은 이를 통해 사소한 문제점을 지나치지 않고 해석해야 한다는 사실을 배웠다. 가장 중요한 교훈이 아닐 수 없다.
 
둘째, 고객 및 경쟁사와 자주 대화하라. 대부분의 기업은 고객이나 경쟁 회사 중 한쪽에만 초점을 맞춘다. 하지만 한쪽에만 주목하면 심각한 위험에 처할 수 있다.30 대형 카펫 제조 부문을 소유한 한 기업은 고객과 경쟁사 양쪽을 면밀히 관찰한 후에야 카펫 사업이 사양길에 접어들었다는 불가피한 현실을 직시했다. 결국 이 회사는 다른 카펫 회사보다 시장 규모 축소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다.
 
결론
위험 신호를 포착하는 일뿐만 아니라 그 의미를 제대로 해석하는 일도 매우 중요하다. 앞서 언급했듯이 많은 경영자나 조직은 한 가지 관점으로만 상황을 판단하려고 한다. 또 실제 상황을 자신의 주관으로만 해석한다. 위험 신호를 미리 알아차려도 자신의 예측이나 선입견과 일치하지 않으면 무시하거나 잘못된 해석을 내려 조직 전체를 위험에 빠뜨린다.
 
가장 큰 문제는 경영자들이 위험 신호를 판단할 자신의 능력이 부족함을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는 점이다. 그들은 자신의 인지적, 정신적 편견이 위험 신호를 판단할 능력을 줄어들게 한다는 점을 잘 모른다. 또 자신에게 생소한 정보일수록 스스로의 믿음에 부합할 때까지 왜곡하려 든다.
 
자신이 깨닫지 못하는 위험을 간과하지 않으려면 경영자들은 다양한 기법을 활용해 위험 신호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조직이나 개인의 편견 때문에 위험 신호를 배제하거나 왜곡하는 일이 없도록 위험 신호 포착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급변하는 현대 사회에서는 그 누구도 위험 신호를 알아차리지 못한 채 살아남을 수 없다.
 
번역 서정아 blurmanics@gmail.com
 
폴 슈메이커는 펜실베니아대 맥 기술혁신센터(the Mack Center for Technological Innovation) 연구 책임자이자, 와튼 MBA스쿨의 마케팅 교수다. 조지 데이는 맥 기술혁신센터의 공동 책임자이자 와튼 MBA스쿨 교수다. 본 논문에 대한 의견 제시나 저자와의 연락은 smrfeedback@mit.edu를 통해 가능하다.
 
편집자주 이 글은 MIT대 슬론 MBA스쿨이 발행하는 경영 전문 계간지 슬론매니지먼트리뷰(SMR) 2009년 봄 호에 실린 와튼 MBA스쿨의 폴 슈메이커·조지 데이 교수의 글 ‘How to Make Sense of Weak Signals’를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48호 The New Chapter, Web 3.0 2022년 07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