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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심리학으로 보는 ‘집단의 힘’

신입 사원이 종종 높은 창의성을 발휘하는 이유

박귀현,정리=장재웅 | 401호 (2024년 9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창의성은 소수 천재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특히 조직심리학에서 말하는 창의성은 새로운 것을 생각해내는 능력을 넘어 ‘새로움과 활용성을 고루 갖춘 아이디어, 제품 또는 해법을 만들어내는 능력’을 뜻한다. 한 분야에서 높은 창의성을 보이는 사람은 해당 분야에 대한 깊은 지식과 확산적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으며 일을 즐기는 내재적 동기를 갖춘 경우가 많았다. 또한 종종 신입 사원이 더 높은 창의성을 발휘하는 이유는 그들이 기존의 틀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발산할 수 있는 확산적 사고방식을 채택하기 때문이다. 반면 경험이 많은 직원들은 익숙한 방식을 반복하는 경향이 있어 창의성이 떨어질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창의적인 조직이 되기 위해서는 팀워크와 열린 토론 문화가 중요하다. 팀 내에서 모든 의견이 존중되고 아이디어가 자유롭게 교환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때 팀은 더 혁신적인 해결책을 도출할 수 있다.



독자들에게 감명을 주는 글을 짓는 소설가, 독창적인 감각을 캔버스 위에 마음껏 펼쳐내는 화가, 학계의 예상을 뒤엎는 이론을 만들어 낸 과학자처럼 흔히 창의력은 새로운 무언가를 창조해 내는 특정 직업에 필요한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창의성 연구의 권위자인 테리사 아마빌레 하버드대 교수에 따르면 창의성의 중요성은 몇몇 분야에 국한되지 않는다.1 오히려 평소에 창의력이 덜 요구되는 분야에서 창의성을 보여준다면 그것이 차별화되는 전략이 될 수도 있고, 그 효과가 클 수 있다. 다른 기업들이 생각하지 못한 새로운 아이디어들을 제품, 서비스, 또는 전략에 성공적으로 접목하는 기업은 다른 기업들이 이미 다 가지고 있는 아이디어나 전략을 따르는 기업에 비해 더 높은 가치를 창출할 확률도 그만큼 높다. 예를 들어 가전제품을 만드는 회사도, 노인 대상의 복지 사업을 추진하는 공기업이라도 혹은 문구용품을 만드는 회사라도, 직원들이 창의성을 한껏 발휘한다면 다른 기업들에 비해 성공할 확률이 더 높을 것이다. 조직심리학에서 말하는 창의성은 일반적으로 말하는 창의성의 정의인 ‘새로운 것을 생각해내는 능력’을 넘어 ‘새로움과 활용성을 고루 갖춘 아이디어, 제품 또는 해법을 만들어내는 능력’이다. 아무도 생각하지 못하거나 시도하지 못한 새로운 아이디어라도 활용성이 떨어진다면 결국 그 기업의 성공에는 기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토스트기가 달린 슬리퍼, 알람과 동시에 뺨을 때리는 시계 등과 같은 발명품들은 아이디어 면에서는 기발하고 새롭지만 활용성은 떨어져 결국 웃음거리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기업의 창의성이 어디서 나오는지 이야기할 때 우리는 종종 천재적인 혹은 괴짜 같은 한 개인이 어떻게 기발한 아이디어를 생각하게 됐는지를 떠올린다. 대학교를 중퇴한 스티브 잡스가 캠퍼스를 서성이다 우연히 등록한 캘리그래피 수업은 그가 나중에 만들게 된 아이폰의 디자인에 영감을 줬다. 3M 사원이었던 스펜서 실버는 다른 동료들에게 자신이 접착제를 개발하다 실패한 일화를 이야기했고 그의 동료인 아서 프라이는 그 접착제가 성가대 악보의 책갈피로 좋겠다 싶어 우연히 포스트잇을 만들게 됐다. 고대 그리스 시대에 목욕을 하려고 욕조에 들어가던 중 밀도와 부피의 원리를 깨닫고 기쁨에 뛰쳐나와 유레카를 외치던 수학자 아르키메데스처럼 우리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괴짜들의 일상에 뜻밖에 생겨나는 것이라고 여기기 십상이다. 하지만 정말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몇몇 천재에게서 우연한 기회에만 나올 수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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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으로 입증된 창의성의 3요인

조직심리학에서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창의성에 대해 다양한 각도로 연구했다. 연구에 따르면 한 분야에서 높은 창의성을 보이는 사람들은 세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창의성이 높은 사람들은 해당 분야에 풍부한 지식을 가지고 있었다. 자기가 잘 알고, 몸담아 온 분야에서 창의적인 통찰력이 나온다는 것이다. 분야에 대한 기본적이고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어야 어떤 것이 새롭고 유용한지도 알 수 있다는 말이다. 스티브 잡스가 휴대폰에 대해 전문 지식이 없었다면 캘리그래피 수업을 들었을지언정 아이폰 같은 창의적인 제품은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같은 분야에서 5년간 일해온 숙련된 직원과 이제 막 입사한 신입 사원 중 누가 더 높은 창의성을 보일까? 이 요인에 따르면 경험이 풍부하고 분야에 지식이 많은 직원이 더 높은 창의성을 보일 확률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회사의 막내 직원들이 뛰어난 창의성을 보여주는 경우도 종종 목격한다. 왜 그럴까? 창의성의 나머지 두 요인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두 번째, 창의성이 높은 사람들은 다른 이들과 차별화되는 사고 체계를 가지고 있는데 심리학에서는 이를 확산적 생각 방식(Divergent-thinking)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어버이날을 맞아 부모님과 나들이 코스를 짤 때 확산적 생각 방식을 따르는 사람은 떠오르는 대로 어떤 조건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최대한 많은 아이디어를 적어 나간다. 그에 반하는 수렴적 생각 방식(Convergent thinking)을 따르면 인기 있는 나들이 코스 혹은 기존의 나들이 코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이를 약간 바꾸는 방식으로 생각하게 된다. 수렴적 생각 방식은 빠르고 쉽다. 우리 뇌는 게으른 습성이 있어서 많은 정보를 토대로 아이디어를 내기보다 기존의 것들을 최대한 이용해 빠르게 결정하고 싶어 한다. 물론 창의적인 사람들이라도 수렴적 생각을 선호하는 인간의 인지적 특징과 한계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의 분야에서만큼은 다양한 각도와 여러 가지 가능성을 확산적으로 생각해보고 기존의 아이디어와 상반되는 결과가 나올지라도 그것을 피하지 않고 오히려 그런 것들을 더 탐구해보는 형태의 사고를 가지고 있었다. 예를 들어 새로운 제품 홍보 시안을 만들 때 기존의 시안을 토대로 어떤 것을 개선할지 정하거나 다른 성공적인 제품들을 보고 비교해 모방할 방법을 찾지 않고 어떤 홍보 방법도 가능하다는 열린 사고를 바탕으로 여러 방안을 탐구해 확산적 사고 과정을 거쳐서 만들어진 시안은 창의성이 더 높다는 것이다. 경험이 많은 베테랑이라면 자기가 해온 방식을 그대로 답습하는 수렴적 사고 방식을 할 확률이 높아질 수 있고, 이런 이유로 신입 사원보다 떨어지는 창의성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이다. 또한 비슷한 수준의 지식을 가진 사람들 중에서도 확산적 생각 방식을 하느냐 아니냐에 따라 창의성이 발휘되거나 발휘되지 않을 수 있다.

셋째, 창의성이 높은 사람들은 일 자체를 즐기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생각하는 일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특히 자기 분야에서 기존의 아이디어가 아닌 새로운 아이디어들을 여러 가지 가능성을 두고 골똘히 생각하는 일은 가시적인 결과가 금방 나타나지 않는다. 더구나 생각하는 일은 누가 시키거나 옆에서 지켜본다고 해서 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게 아닌 그야말로 본인의 자유이자 의지에서 비롯된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내재적 동기(Intrinsic motivation)라고 말한다. 사랑에 빠진 이들이 누군가가 그냥 좋고 자꾸 생각이 난다고 하는 것처럼 “그 일이 흥미롭다, 재미나다, 나를 잡아당기는 것 같다”라고 일에 대한 내재적인 동기를 표현하는 사람들이 있다. 아이폰을 고안해 낸 스티브 잡스도, 포스트잇을 만든 3M의 직원들도, 유레카를 외쳤던 아르키메데스도 자신의 분야에서 다양한 생각을 끊임없이, 언제 어디서든, 저절로 하는 높은 내재적 동기를 가진 사람들이다.

아마빌레 교수는 조직에서 구성원들이 경제적 보상을 넘어 일에 대해 높은 내재적 동기까지 가지길 바라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고 이야기한다. 일을 하다 보면 아무리 좋아하는 일이라도 힘들고 짜증 나고 지칠 때가 있으니까 말이다. 한 연구에서는 높은 수준의 열정이 많은 사원일수록 아웃풋이 잘 나오지 않는 경우 실망하는 정도가 더 커서 번아웃이 더 심하게 올 수 있다고 밝혔다. 아마빌레 교수는 조직 구성원들의 창의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최소한 이미 존재하는 내재적 동기를 죽이지 않는 직장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한다. 예를 들어 3M에서는 직원들이 업무시간의 15%를 직접적인 업무가 아닌 자기가 관심 있는 것들을 자유롭게 탐구하며 확산적 사고를 하는 데 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의 조직에서는 내재적 동기를 가진 사람들이 그 분위기를 맘껏 즐기며 자신의 잠재적인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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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성 연구, 그 후 30년

조직행동 학자들은 1990년대 이후 조직문화에 있어 가장 큰 변화는 팀워크라 말한다.2 필자는 이를 ‘팀워크의 부활’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인간이 본래 수렵·채집시대부터 부족 내에서 먹거리를 구하고 터전을 지켜오는 등 팀워크 단위로 일을 해왔던 것이 산업혁명으로 잠시 주춤했다가 다시 팀 중심의 일 형태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기업 환경에서는 프로젝트 중심으로 크고 작은 팀이 구성돼 협업을 한다. 한 명이 여러 팀에 속해 각기 전문 분야가 다른 사람들과 팀을 이뤄 소통하며 일을 해 나간다. 크고 작은 예상치 못한 이벤트로 꽉 차 있는 현재 비즈니스 환경에서 조직이 민첩하게 대응하며 살아남으려면 상황에 맞게 각자 분야에서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을 모아 최대치의 성과를 낼 수 있는 ‘팀’이 유용하기 때문이다.

한 명의 천재적인 리더나 직원에게 의존하는 조직은 그 사람이 없으면 금방 무너질 수 있는 반면 팀의 창의성을 높이는 방법을 알고 이를 적절히 사용하는 조직은 어떤 프로젝트를 계획하더라도 그 팀의 창의성에 대한 잠재력을 한껏 끌어 쓸 수 있다. 예를 들어 새로운 운동화 디자인을 고안하는 데 운동선수, 재활의학과 간호사, 신소재 공학자, 신발 디자이너 등 여러 분야의 관련 전문가들이 모여서 협업을 한다면 풍부하고 다양한 지식을 바탕으로 새로우면서 활용도가 높은 창의적인 제품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팀 안에서 늘 창의적 생각이 인정받는 것은 아니다. 제니퍼 뮬러 미국 샌디에이고 비즈니스스쿨 교수 연구팀은 실험을 통해 ‘새로움’은 창의성의 필수 요소임에도 사람들이 이를 외면하거나 결국 진부한 아이디어를 선택하는 이유는 새로움이 가지고 있는 불확실성에 있다고 밝혔다.3 아이폰이 처음 나왔을 때 마이크로소프트의 CEO였던 스티브 발머(Steve Ballmer)는 “아이폰은 상당히 고가임에도 (블랙베리 같은) 키보드가 없기 때문에 e메일을 보내기에 부적합하며 직장인들에게 어필할 수 없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또한 포스트잇 아이디어는 3M 내에서도 실패할 확률이 높은 제품으로 평가돼 실제로 제조에 들어가기까지 상당한 진통을 겪었다. 이는 팀 안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나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견해를 내는 사람들에게도 적용된다. 그들의 의견이 참신하지만 성공은 불확실하다고 생각하기에 새로운 창의적 아이디어를 키우기보다 기존의 제품과 비슷한 아이디어들을 내고 그것에 동의하거나 채택하는 경우가 많다.


시너지를 이용한 팀의 창의력

어떻게 하면 조직 내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성과로 이어지게 할 수 있을까? 사실 많은 조직에서 브레인스토밍과 같은 팀 토론은 ‘시간낭비’ 혹은 ‘꺼려지는 것’으로 치부되기 쉽다. 그 이유는 자칫하면 나의 아이디어를 남들에게 평가받는 ‘심판대’ 혹은 누구의 아이디어가 더 뛰어난지 알아보는 ‘콘테스트’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심리학자들이 입을 모아 말하는 내재적 동기를 죽이는 제일 좋은 방법은 ‘남과 비교하기’ ‘경쟁심 부추기기’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기업에서 창의력을 부추기기 위해 압박 전략을 쓰는 경우가 있는데 연구 결과, 이는 역효과를 일으키는 것으로 나타났다.4 한 실험에서는 대학생들을 두 가지 조건으로 나눠 학교 교육의 질을 개선할 방안을 세우는 미션을 줬다. 한 조건에서는 “이 일에는 5분이라는 제한 시간이 있는데 대부분의 참가팀은 5분이 부족하다고 느낀다”라고 했고, 다른 한 조건에서는 “이 일에는 15분이라는 제한 시간이 있으며 대부분의 팀은 15분이 충분하다고 느낀다”라고 말했다. 실험 결과, 시간의 압박을 느끼는 팀은 다양한 의견을 발언하고 경청하는 데 실패했고 팀이 내놓은 아이디어의 창의성도 떨어졌다. 그에 반해 시간의 압박이 덜한 조건에서 일한 팀은 다양한 의견이 더 많이 나왔으며, 팀이 내놓은 아이디어의 창의성도 높음이 확인됐다.

팀원들이 팀의 아이디어 회의 자체를 즐길 수 있도록 하려면 리더들은 “팀의 아이디어는 개인의 아이디어를 줄지어 붙인 기차 같은 것이 아니다”라는 사실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창의력이 뛰어난 팀의 아이디어들은 각 개인의 아이디어를 기본 재료로 삼아 토론이라는 과정을 통해 융합된 화학물질과 같다. 예를 들어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만들어진 팀에 네 명의 팀원이 있다고 하자. 먼저 팀원들이 저마다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두세 개씩 내면서 본격적인 토론을 시작한다. 토론이 끝난 뒤 팀이 도출한 최종 아이디어는 제안된 모든 아이디어를 1부터 11까지 나열한 것이 아니다. 토론이 진행되는 동안 팀원 1의 아이디어는 팀원 2의 제안으로 활용도가 높게 발전할 수 있고 팀토론에서 항상 조용한 팀원 3의 아이디어는 팀원 4의 전문 지식의 도움을 받아 새로운 아이디어로 재탄생할 수 있었다. 팀원들의 아이디어는 이렇게 토론을 통해 팀원 각자의 다양한 경험, 지식, 견해를 나누게 된다. 팀토론이 없었다면 제대로 발굴되지 못할 뻔했던 아이디어는 물론 팀 토론을 통해 새롭게 발전된 아이디어도 얻을 수 있다.

스포츠 브랜드 리복이 혁신적인 농구화를 만들어 큰 인기를 끈 적이 있었는데 그 제품에는 발목 부분에 공기압력을 자유자재로 조절하는 에어펌프가 달려 있었다. 이는 한 사람의 아이디어가 아니라 제품개발팀이 팀원들의 아이디어, 즉 맞춤형 구두, 발목 보호대, 혈압을 잴 때 사용하는 공기펌프 등을 융합한 결과물이었다. 이처럼 토론의 질은 팀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만드는 데 많은 영향을 끼친다.


감사함이 창의성에 미치는 영향

필자는 감사함을 느끼는 마음이 어떻게 팀원들의 태도와 팀의 창의성에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기 위해 다음과 같은 실험을 설계한 바 있다. 먼저 실험 참가자 서너 명을 한 팀으로 묶었다. 이후 각 팀의 팀원은 탁자에 둘러앉아 숫자 퍼즐 게임인 스도쿠가 인쇄된 종이를 하나씩 받고는 오른쪽 위에 자신의 이름을 적도록 했다. 그리고 5분 동안 스도쿠를 풀 때마다 그 개수대로 돈을 지급받을 것이라는 설명을 들었다. 처음 1분 동안에는 각자가 스도쿠를 풀고 그다음부터는 1분마다 자기 종이를 옆 사람에게 넘겨 팀원들이 한 번씩 돌아가면서 서로의 스도쿠를 도와주게 했다. 스도쿠 시간이 끝난 다음에는 팀을 ‘감사 조건’과 ‘통제 조건’으로 나눴다.

감사 조건에서는 각자가 팀원들에게 감사한 점을 쓰게 했다. 통제 조건에서는 자신이 오늘 일어나서 지금까지 한 일들을 자세하게 쓰게 했다. 그다음 모든 팀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기획하게 했다. 감사 조건의 팀들은 통제 조건의 팀들에 비해 팀원들이 내놓은 아이디어를 심도 있게 고려하고 그 아이디어를 더욱더 발전시키려 노력했다. 그에 반해 통제 조건의 팀원들은 자기 아이디어가 아닌 다른 팀원의 아이디어에는 무관심한 반응을 보였다. 처음에는 같은 아이디어로 출발했지만 감사 조건의 팀원들은 아이디어를 창출하는 데서 서로서로 훨씬 더 많은 도움을 받아 발전을 거듭하면서 창의성이 풍부해졌다. 반면 통제 조건의 팀원들은 아이디어를 개발하거나 확장시키지 않아 창의성이 부족했다.

감사함의 특징은 ‘보답하려는 마음’이다. 팀원에게 감사함을 느낀다면 가만히 그 사람의 아이디어를 경청하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그 아이디어가 더 좋은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모습을 보였다. 위 실험에 참여한 모든 팀은 똑같은 일을 경험했다. 방금 만나 서로 잘 모르는 팀원들과 스도쿠를 함께 푸는 일 말이다. 똑같은 일을 해 보고 난 뒤 감사 조건의 팀들에게는 팀원들에게 감사함을 느끼게 했고 통제 조건의 팀들에게는 그렇게 하지 않은 것만이 달랐다. 이 실험은 같은 경험을 한 팀들도 서로에게 감사함을 느끼는 정도를 높인다면 그 팀의 창의성은 올라간다는 점을 보여준다.

애플의 뛰어난 창의력도 사실은 스티브 잡스 개인의 능력이 아닌 팀 시너지를 부르는 토론을 주도하는 리더십에 있다는 주장이 있다. 나르시시스트에 일중독이었던 스티브 잡스는 아이디어 회의에 있어서만큼은 자신의 이런 반사회적 성향을 내려놓고 화이트보드와 마커를 잡은 사려 깊은 토론 진행자로 변신했다. 그는 팀원들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마음껏 이야기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줬고 좋은 밑거름이 될 만한 다양한 아이디어는 바로바로 화이트보드 위에 적었다. 그리고 잡스는 그 아이디어들을 여러 관점에서 분석해 새로운 아이디어로 발전시켜 가며 팀토론을 주도했다. 팀원들은 자신들의 아이디어가 새로운 관점에서 재해석돼 더 멋지게 변신해가는 과정을 경험했고 이런 경험에 대한 기대는 팀원들이 팀토론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동기부여 역할을 했다. 실제 많은 팀은 팀 내 잠재력은 넘치지만 그것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그 책임은 일차적으로 리더에게 있다. 리더가 열린 토론, 열띤 토론을 권장하는 것으로 창의성을 높이는 시도를 시작한다면 조직 내 창의성의 물꼬를 틀 수 있을 것이다.
  • 박귀현parkguih@gmail.com

    호주국립대 경영학과 교수

    박귀현 교수는 조직심리학자로 산업 및 조직심리학과 조직행동을 연구하고 있다. 미국 미시간주립대에서 경영학과 심리학을 전공했고 동 대학에서 산업조직심리학으로 석사학위를, 조직심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싱가포르경영대를 거쳐 현재 호주국립대 경영학과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저서로는 『집단의 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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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리=장재웅

    정리=장재웅jwoong04@donga.com

    동아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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