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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불안을 읽으며 트렌드를 쓰다

김현진 | 400호 (2024년 9월 Issue 1)

한국인들은 매년 쏟아져 나오는 트렌드 습득에도 세계 정상급의 학습 의지와 속도를 보여왔습니다. 선행 학습을 통해 미래에도 대비하겠다는 모범생적인 발상에서 비롯된 겁니다. 하지만 트렌드 습득의 동인이 성실함에만 그칠 리 없습니다.

유행 주기가 빠른 산업 분야를 주로 취재했던 경험 덕에 트렌드 구조에 관심이 많았던 사람으로서 트렌드 추구 속에 숨겨진 심리적 기제는 불안이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유독 새로움을 추구하려는 속성이 강하고, 대내외적 변화에 취약한 구조를 갖고 있으며, 경쟁이 치열한 사회에 사는 한국인들의 내재된 불안이 곧 트렌드 의존성으로 드러난 겁니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한국 사회에서 트렌드 서적이 봇물처럼 출판된 것이 그 증거 중 하나입니다.

시선을 세계로 돌려보면 산업과 소비자를 모니터하는 ‘트렌드 워칭’ 그룹이 미국에서 사업을 시작한 것은 1980년대였습니다. 앨빈 토플러, 존 네이스비트와 같은 저명한 미래학자들이 학문적 개념으로 접근했던 미래 예측 영역이 페이스 팝콘, 이르마 잰들과 같은 트렌드 전문가들로 일부 대체됐던 겁니다. 이렇게 새롭게 등장한 트렌드 분석 영역이 학문적 엄밀성이 없다며 비판받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팬데믹 이후 불안 수치가 급상승하고 마침 AI(인공지능) 개발이 급물살을 타게 돼 기술 분석에 대한 니즈가 맞물리면서 트렌드 연구와 발표는 다시 한번 변곡점을 맞았습니다. 한편으론 이와 맞물려 ‘트렌드 피로감’을 거론하는 사람 역시 늘었는데 DBR 독자들로부터도 “트렌드가 범람해 오히려 혼란스럽다”며 “꼭 필요한 정보만 제대로 감별해 달라”고 요구하는 목소리가 점점 더 큰 강도로 들려오기 시작했습니다.

이 과정이 DBR이 400호 발간 기념 특집호 주제로 ‘2025 비즈니스 트렌드 인사이트’를 선보이게 된 배경입니다. DBR 취재진이 키워드 선정에 앞서 세운 원칙은 ‘거대한 예측력, 파급력, 범용성을 갖추고 있고 비즈니스 현장에 실제 적용할 수 있을 것’이었습니다. 이를 위해 취재진은 DBR 콘텐츠 집필 및 교육 등을 통해 최근 활발히 활동 중인 필자 및 강연자 가운데 전략, HR, 마케팅, 혁신, 거시경제 등 다양한 분야를 대표하는 석학 및 업계 전문가 100명을 ‘DBR 인사이트 어드바이저’로 선정해 각각의 고견을 구했습니다. 이에 더해 글로벌 컨설팅사 리포트, 최신 연구 논문은 물론 DBR 아카이브에 담긴 저명한 필자들의 인사이트를 통시적으로 분석하면서 수차례 브레인스토밍 회의를 거듭한 결과, 최종적으로 12개의 대표 키워드를 도출했습니다. 기존 리포트들과의 차별화를 위해 글로벌 정치경제, 기후변화 등 거시적인 경영 환경 변화 이슈에 대한 대안적 관점도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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