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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2 경기 침체에도 승리하는 제품 개발 전략

신제품 기획 앞서 늘 질문하라
“우리 소비자의 불편함은 무엇인가?”

송수진 | 363호 (2023년 02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반짝 인기를 누리다 사라졌던 셀프 사진 부스가 화려하게 부활했다. 일본에선 편의점식 헬스장이 큰 인기고, 요즘 음악 팬들은 ‘키트 앨범’을 구매한다. 냉장고가 숨겨진 거실 테이블, 선 없는 TV 등도 소비자를 유혹한다.

시장 개발/제품 개발/신규 카테고리 창출/시장 침투 전략을 적절하게 구사한다면 파괴적 혁신을 선보이지 않더라도 경기 하락기에도 성공하는 제품을 만들 수 있다. 이 전략 구사의 핵심은 시대와 상황에 따라 변화하는 소비자의 불편과 열망을 얼마나 정확하게 읽어내느냐다. 자기 브랜드와 제품의 역량에 맞춰 영리하게 소비자 욕구에 대응한다면 불황의 터널이 아무리 길더라도 이기는 길로 나아갈 수 있다. 



“모든 가치는 고객으로부터 나온다. 고객을 중심에 놓고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때 감동받는지를 주의 깊게 들여다보고 집중하고, 또 집중해야 한다. 고객 자신조차 미처 몰랐던 욕구를 먼저 찾아내 만족시켜야 살아남을 수 있다.”1

천 원짜리 상품들로 3조 원의 매출을 만들어낸 다이소 창업주 박정부 회장의 말이다. 저가 균일가 매장의 ‘고객 중심’ 운영 철학은 경기 침체를 맞아 갈팡질팡하는 기업들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경기 침체기에는 기업도 소비자도 긴장한다. 돈이 돌지 않아 소비자는 움츠리고, 얼어붙은 소비 심리를 돌파할 길이 없다고 판단한 기업은 겁을 먹는다. 그러나 소비자 심리를 면밀하게 파악함으로써 이러한 환경에서도 성장하는 기업들은 언제나 있어왔다. 이러한 기업들에는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다. 1) 없어서는 안 될 꼭 필요한 제품을 선보이거나 2) 소비자 삶의 빈 공간을 찾아 기존 시장이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해결해주거나 3) 새로운 경제 환경에 맞춰 새로운 가치를 제공했다.

기업이 성장과 혁신을 고안할 때 취할 수 있는 전략은 도전하는 시장이 기업 입장에서 기존 시장이냐 신시장이냐, 제품에 대한 고객의 인식이 기존 제품을 근간으로 하는가 아니면 전에 없던 신제품이냐에 따라 달라진다. 즉 △시장 침투 △시장 개발 △제품 개발 △신규 카테고리 창출이라는 4가지 전략 방향을 도출할 수 있다.

이 4가지 전략의 핵심과 각각의 전략으로 승리를 거둔 사례를 살펴보도록 하자. 이 글에서 제품은 제품과 서비스를 모두 포괄하는 용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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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시장 개발 전략

존재하는 제품으로 새로운 시장 뚫기

먼저 경기 침체라는 외부적 조건을 맞아 제품 변형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전략을 살펴보자. 이 경우 기업은 전혀 없었던 제품을 만드는 것은 아니다. 자신이 이미 행하던 것, 보유하고 있던 역량 중에 변화된 소비자가 좋아할 만한 것을 찾아내 소비자 구미에 맞춰 제품을 제공한다.

에어비앤비는 최근 이 전략을 성공적으로 실천한 기업이다. 에어비앤비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여행 업종의 대표 주자다. 그 여파로 2020년 5월 전 직원의 25%에 해당하는 1900명을 해고하기도 했다. 그러나 에어비앤비는 이후 아주 빠른 기간 내에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 2021년부터는 코로나 팬데믹 이전의 매출을 넘어섰다. (그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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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국경 봉쇄 조치 같은 최악의 외부 조건이라는 직격탄을 맞아 여행업과 숙박업이 초토화됐는데도 말이다. 에어비앤비는 부정적인 외부 조건에서 오히려 신사업의 기회를 포착했다. 자신의 업이 갖고 있는 주요 특징과 장점 중 변화된 외부 환경에 맞춰 여전히 가용한 것이 있는지 찾아봤다.

전염병이 돌자 기업들은 사무실로의 출근 대신 재택근무, 유연 근무를 택했다. 새로운 곳을 탐험하고 싶은 인간의 근원적 욕구는 아무리 팬데믹 상황이라고 하더라도 사라지지 않는다. 표출되는 형태가 달라질 뿐이다. 재택근무, 유연 근무 상황에 놓이자 많은 근로자가 장기 숙박하며 일도 할 수 있는 독립적인 장소를 찾았다. 한적한 시골의 오두막, 스키를 타고 들어갈 수 있는 집, 독채 펜션 등 타인을 마주치지 않고 자연과 교감할 수 있는 곳, 홀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대안적 여행지가 떠올랐다.

기존의 호텔들은 장소가 몇 곳으로 정해져 있다는 단점이 있다. 대게 규격화되고 표준적인 형태의 방이 대도시와 관광지 주변으로 밀집된 형태다.

반면 같은 숙박업이라 할지라도 전 세계에 흩어진 개인 호스트의 집을 기반으로 하는 에어비앤비는 호텔 체인과는 다르게 팬데믹 상황에 대응할 수 있었다. 지역 기반, 다양한 개성, 독립적 숙소라는 에어비앤비의 특징이 새로운 시대 상황에 필요한 요소가 됐다.

에어비앤비는 한층 세분화된 소비자 취향을 관찰하고 이에 맞춰 숙박 형태를 구분하며 카테고리를 넓혀갔다. 에어비앤비에 접속하면 맨 상단에 ‘해변 바로 앞’ ‘동굴’ ‘호수 근처’ ‘최고의 전망’ ‘국립공원’ 등 세분화된 카테고리가 제시된다. 여행 날짜도 몇 월 며칠이라는 구체적 날짜를 입력하는 대신 ‘언제든 일주일’ ‘언제든 한 달’ 식으로 소비자들의 상황에 맞는 유연한 조건을 입력한 뒤 숙소를 검색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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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프 사진 부스의 탁월한 소비자 이해

셀프 사진관이 유행이다. 필자의 집 앞 대학가의 아이스크림 가게, 카페 등이 최근 셀프 사진관으로 업종이 변경됐다. 알파세대와 Z세대로 구분되는 초•중•고등학생과 대학생들은 인생네컷, 포토이즘, 하루사진 같은 셀프 사진관에 자주 들른다. 가발을 쓰고 머리띠도 하며 친구들과 만날 때마다 그날의 추억을 사진으로 기록한다.

즉석에서 사진을 출력해주는 셀프 사진 부스는 예전부터 있어왔다. 하지만 최근 가장 목 좋은 상권의 풍경을 바꿀 만큼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나를 표현하는 것이 당연한 세대, 가상의 이미지와 여러 개의 부캐릭터로 자신을 꾸미는 것을 즐기는 세대, 인스타그래머블하게 사진을 찍어 올리는 것이 중요한 세대의 취향을 이들 셀프 사진관이 적확하게 만족시킨 것이다.

디지털 시대, 사진은 스마트폰으로 아무 때나 무한정 찍을 수 있는 대상이 됐다. 그러니 희소한 것을 손에 쥐는 소장 욕구는 채우기 어렵다. 셀프 사진은 시험이 끝난 날, 내가 좋아하는 아이돌의 콘서트날, 친구 결혼식 참석차 외모를 정성껏 꾸민 날 나의 모습을 기록하고 싶은 욕구를 채워주며 다시 급부상했다. 2023년 1월 기준 인스타그램에 #인생네컷은 109만 개, #포토이즘은 18만6000개, #하루필름은 24만9000개의 해시태그가 업로드돼 있다. 24시간 이내 삭제되는 인스타그램 스토리로도 셀프 사진이 자주 업로드되는 점을 감안하면 셀프 사진을 즐기는 소비자 규모는 더 클 것으로 짐작된다.

이제 셀프 사진관의 셀프 사진 부스는 결혼식, 아이돌 콘서트, 그 외 각종 행사장에도 대여되기 시작됐다. 참여자들은 그날을 즐겁게 추억하고, 셀프 사진기 업체는 대여 사업으로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하며, 행사 주관자는 SNS에 공유되는 사진들로 부가적인 홍보 효과를 누린다. 모두가 새로운 효용을 얻은 것이다.

과연 우리 기업은 경기 침체라는 적대적인 외부 조건에 맞서 싸울 무기를 가지고 있는가? 무조건 새로운 제품을 만들려고 하기보다는 변화된 시대에 숨겨진 소비자의 욕구는 무엇인지를 먼저 생각해보자. 이미 보유한 특장점 중에서 이 시대 소비자의 페인포인트(pain point) 혹은 열망 포인트를 해결할 수 있는 무기를 찾아낸다면 경기 침체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② 제품 개발 전략

신제품으로 존재하는 시장에서 차이 만들기

경기 침체를 이기는 또 다른 전략은 기존 경쟁자들이 찾아내지 못한 소비자의 ‘문제’를 포착해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다. 일본의 경제•트렌드 전문지 닛케이트렌드는 2023년 히트 상품 전망을 발표했다. 2 여기서 1위를 차지한 ‘편의점식 헬스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아는 헬스장은 이렇다. 헬스장에 가서 운동복을 갈아입고, 운동을 하고, 운동 후에는 샤워를 한다. 단계가 번거롭고 복잡하다. 또 헬스장의 위치가 회사나 집과 가깝지 않아서, 일이 많거나 피곤해서, 너무 덥거나 추워서, 비가 오거나 바람이 거세서 운동을 거르기 쉽다.

편의점식 헬스장은 이러한 소비자의 숨겨진 불편을 잘 포착해냈다. 일본의 퍼스널 트레이닝 회사인 리잡은 2022년 7월 편의점처럼 연중무휴 24시간 운영되는 무인 헬스장 ‘초코잡(Chocozap)’을 출시했다. 월 3만 원을 내면 소비자는 주로 지하철역 근처에 마련된 전국 100여 개 점포를 24시간 중 아무 때나 이용할 수 있다. 저렴한 가격과 높은 접근성이라는 최대 강점을 갖춘 서비스인 것이다. 초코잡에는 간단한 운동 기구와 체성분 측정기, 여성 고객을 위한 셀프 제모기 등이 설치돼 있다.

운동복으로 갈아입지 않고 지나는 길에 잠깐씩 들러 틈틈이 운동하려는 사람들이 초코잡의 타깃 고객이다. 우리는 본격적으로 장을 볼 때 대형마트에 가지만 길을 걷다가 편의점에 들러 음료나 간편식을 사기도 한다. 기존 헬스장이 대형마트라면 초코잡은 편의점이다. 기존 헬스장은 옷도 갈아입어야 하고, 샤워도 해야 해서 번거롭고 시간이 든다. 큰돈 내고도 헬스장을 이용하지 않아 돈을 버린 셈이 되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감도 든다. 편의점식 헬스장은 기존 헬스장에서 소비자가 경험했던 이러한 불편과 불안, 낭비 가능성을 해소시켜주는 새로운 솔루션이다.

편의점식 헬스장이 보여준 혁신

혁신 제품 소개의 장, CES 2023에서 LG전자의 선 없는 TV가 화제가 됐다. LG전자는 전원을 제외한 모든 선을 없앤 ‘시그니처 올레드 M TV’를 선보였다. 소비자는 TV 본체와 주변 기기를 연결한 여러 선이 뒤엉켜 있는 모습을 싫어하고, 없애고 싶어 한다. 인터넷 검색 엔진에는 ‘TV 선 정리’ 같은 검색 키워드가 등록돼 있을 정도다. TV 선 정리를 위한 각종 도구와 TV 선 정리를 대신 해주는 전문가 서비스 등 세부 비즈니스 또한 꽤 발달돼 있다.

소비자의 공간에 대한 관심은 연일 커져간다.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공간을 효율적이고 아름답게 가꾸고 싶은 욕구가 강화되는 것이다. 내가 머무는 공간이 곧 나를 드러내는 것이라는 인식도 확산됐다.

이런 소비자들의 욕구를 포착해 가전제품을 집 안 인테리어와 조화시키는 트렌드는 갈수록 심화, 발전되고 있다. 자기 취향대로 컬러를 고를 수 있는 냉장고 제품(삼성전자 비스포크)에서 나아가 매일 달라지는 기분에 따라 도어 컬러를 변경하는 냉장고 제품(LG전자 오브제컬렉션 무드업)으로도 확장됐다. LG전자가 무드업 냉장고로 17만 가지 넘는 색 조합을 가능하게 하자 삼성전자는 레서피 동영상을 띄워 놓고 요리할 수 있게 32인치 스크린을 탑재한 냉장고 제품을 출시했다.

헬스장도, TV도, 냉장고도 기존에 팔지 않던 제품은 아니다. 그러나 기존 제품이 해소하지 못한 불편, 불안, 낭비를 포착한 기업은 새로운 혁신재를 만들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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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신규 카테고리 창출 전략

신시장을 위한 신제품 개발하기

기존 카테고리에 속하지 않는, 예전엔 존재하지 않던 제품을 만들어내 소비자에게 새로운 효용을 준다면 불황을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다.

최근 주목해야 할 제품군은 스텔스(stealth) 가전이다. 스텔스 가전이란 항공기 등을 제작할 때 레이더 전파를 흡수하는 도장 등을 사용해 레이더에 의한 탐지를 어렵게 하는 기술을 뜻하는 스텔스와 가전을 결합한 표현으로, 그 자체로는 가전으로 보이지 않도록 가구 안에 가전을 숨겨둔 제품을 의미한다. 즉, 가구와 가전이 만난 새로운 카테고리의 제품인데 최근 이 카테고리에서 예전에는 볼 수 없었던 신선하고 효용성이 높은 스텔스 가전제품들이 출시되고 있다.

일본의 가전 업체 루저(LOOZER)가 만든 스마트 테이블은 거실용 테이블의 서랍이 냉장고인 제품이다. 거실 테이블의 서랍에 와인, 음료수, 안주 등을 넣어둘 수 있어 소비자는 거실에서 영화나 게임을 즐길 때 주방에 다녀올 필요 없이 테이블에서 바로 음료와 스낵을 꺼낼 수 있다. 이케아는 거실 테이블 안에 공기청정기를 숨긴 스타르크빈드(Starkvind) 테이블을 출시했다. 이러한 스텔스 가전은 집 안에 불필요하게 낭비되는 공간을 없애고 싶고, 또 반복되는 불편을 겪기 싫어하는 소비자의 욕구를 파악해 탄생한 신제품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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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설에 많은 소비자가 자신의 한복 대신 반려동물의 한복을 구매했다. 반려동물을 위한 특별한 식재료와 간식이 담긴 반려견, 반려묘 설 선물 세트도 각광을 받았다.

내가 한복을 입는 건 불편하고 번거롭다. 비싼 돈을 주고 사도 1년에 몇 번 입을 일 없고, 세탁과 보관도 어렵다. 작고 귀엽고 특별한 반려동물의 옷은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생각하는 내 마음을 표현하는 방법이다. 한복을 입고 돌아다니는 반려동물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큰 만족감을 느낀다. 이 귀여운 모습을 사진 찍어 SNS에 공유하며 같은 취향을 가진 사람들과 대화하며 재미와 의미도 경험한다.

스마트폰에서 재생할 수 있는 CD 앨범 대체재, ‘키트 앨범’ 또한 팬덤을 타깃한 혁신 제품이다. 3 요즘 음악 소비자는 유튜브 플레이리스트와 멜론, 스포티파이 같은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로 음악을 듣는다. 그렇지만 ‘최애’ 아티스트의 앨범을 손으로 만질 수 있는 형태로 소장하고 싶어 CD를 또 구매한다. 일부 팬은 구매한 CD를 파일 형태로 음원을 추출해 자신의 스마트폰에 저장하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다. CD를 재생하지 않더라도 CD와 함께 제공되는 포토 카드를 갖고 싶어 CD를 대량 구매하는 일도 왕왕 벌어진다. 이는 소비자에게도, 지구 환경에도 부정적인 행위다. 스마트폰보다 사이즈가 큰 CD를 여러 장 보관하는 것도 불편하다.

키트 앨범은 이런 불편과 낭비를 보완해 탄생한 신제품이다. 손바닥보다 작은 사이즈의 키트를 스마트폰에 인식시키면 해당 앨범에 내장된 음악이나 동영상을 스마트폰에서 재생할 수 있다. 음원 스트리밍 사이트가 제공하는 실용적 가치와 CD 앨범이 제공하는 소장 가치를 동시에 충족시킨다.

카테고리 창출 전략이 성공하려면 기술적 참신성이 아닌 소비자 생활과의 밀착성에 집중해야 한다. ‘얼마나 새로운가’보다 ‘그것이 왜 필요한가’ ‘소비자는 왜 그것을 원하는가’라는 질문에 쉽게 답할 수 있는 제품이어야 한다.

④ 시장 침투 전략 :

존재하는 제품으로 존재하는 시장 공략

기존 제품으로 기존 시장을 뚫는 것은 쉽지 않다. 불황의 시기에 소비자는 변화를 시도하는 것을 주저하기 때문이다. 경쟁은 이미 치열하고, 소비자가 즐겨 사용하는 브랜드도 이미 존재한다. 기존 시장을 기존 제품으로 공략해 성공하려면 시장에 존재하는 여러 대안보다 압도적인 우월성을 보여야 한다. 품질과 전문성, 혁신성에서 확실한 우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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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는 자신이 신뢰하는 공급자에게서 솔루션이 나올 때 호의적이다. 내가 오랫동안 불편해하던 것을 평소 믿었던 기업이나 브랜드가 제공한다면 마음을 열 가능성이 높다. 작고 사소해 보이는 불편이라도 기존의 대안들이 속 시원하게 해결해주지 못하고 있는 시장에, 차이가 명확한 품질을 제공할 수 있다면 도전해볼 만한 전략이다.

다이슨은 먼지봉투 없는 진공청소기, 날개 없는 선풍기 등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제품 콘셉트와 압도적 기술력으로 확고한 품질의 차이를 보여 온 기업이다. 기술 중심 기업이므로 기능적 가치만 높이 평가받으면 될 듯한데 팬을 자처하는 고객이 많다. 다이슨코리아의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별 대단한 정보나 소통 없이 간간히 제품 관련 포스팅만 올라오는데도 팔로워가 270만 명이 넘는다. 이는 인터브랜드사가 해마다 발표하는 글로벌 베스트 브랜드 순위에서 수년째 1위에 선정되는 애플의 페이스북 팔로워 수의 20%에 해당하는 규모다.

1993년 청소기 사업으로 출발한 다이슨은 2016년 헤어드라이어 시장에 진입했다. 처음 B2C 시장을 공략한 뒤 B2B용 헤어숍 드라이어, 무선 고데기 코랄 등을 잇따라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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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에는 ‘다이슨 에어랩’을 출시했다. 에어랩은 머리를 말리면서 동시에 스타일링도 쉽게 할 수 있는 제품이다. 기존 헤어드라이어는 열을 사용하기 때문에 머릿결 손상이 잦았다. 에어랩은 코안다 효과 4 를 활용해 적은 열로도 머리를 말리고 헤어 스타일링까지 손쉽게 할 수 있게 한 혁신 제품이다. 어떤 헤어드라이어로도 머리는 말릴 수 있다. 하지만 멋진 컬을 만들어내는 건 헤어디자이너만이 할 수 있지, 보통의 소비자에겐 어려운 일이다.

다이슨 에어랩은 이 문제를 해결했다. 작고 사소한 불편, 그러나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 차이를 만든 에어랩은 출시 즉시 오픈런과 품절 대란을 일으켰다. 제품 구성에 따라 50만~70만 원이라는 고가에도 불구하고 재고가 늘 부족하다.

네이버 데이터랩의 검색어 트렌드를 분석해보면 소비자가 어떤 키워드를 궁금해하고 많이 찾는지 대략의 양과 추세를 파악할 수 있다. 에어랩 검색량은 ‘드라이어’나 ‘헤어스타일러’보다도 훨씬 많다. 일개 제품 이름의 검색량이 전체 카테고리 이름 검색량을 압도해버린 것이다. 심지어 ‘다이슨’보다 ‘다이슨 에어랩’ 검색량이 더 많은 지경이다. (그림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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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슨은 앞으로도 헤어•뷰티 제품군에서 혁신 제품을 내놓겠다고 발표했다. 5 지난 여름 기존 에어랩의 불편과 낭비를 보완해 출시한 ‘에어랩 멀티 스타일러’도 그 일환이다. 미용 산업은 경쟁자가 많은 시장이다. 이 시장의 소비자는 매우 예민하고, 많은 소비자가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며 자신만의 뷰티 관련 소비 방식을 구축하고 있다. 다이슨 제품은 혁신적 기술력만큼 비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까다로운 소비자들이 다이슨의 신제품 출시 소식에 항상 귀를 기울인다. 다이슨의 드라이어는 기존 드라이어들과 다르고, 에어랩도 다이슨이 수정•보완했다면 뭔가가 확실히 다를 것이라고 기대한다.

경기 침체를 이기는 또 다른 전략은 자신의 브랜딩과 기술력으로 쌓아온 높은 신뢰를 활용하는 것이다. 포화된 시장이라고 할지라도 신뢰받는 브랜드가 소비자가 늘 갈망하던 것, 필요하던 것을 제공한다면 소비자는 쉽게 마음을 여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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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간소화, 복고 마케팅…

한편 닫힌 지갑을 열게 하려면 기존의 가치보다 더 큰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 이것은 제품을 바꾸는 혁신으로만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가치란 소비자가 얻는 혜택과 소비자가 지불하는 비용의 차(差)이기 때문이다. 제품 개발이나 시장 개발 없이 소비자가 지불할 비용을 낮추거나 얻을 혜택을 늘리는 방식으로도 더 큰 가치를 제공할 수 있다. (그림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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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가 지불하는 비용을 낮추는 1단계는 가격 전략이다. 가격 전략은 이윤을 적게 남기며 싸게 팔기, 소량 포장 판매로 전체 지불가 낮추기, 지불 방식 바꾸기 등의 세부 방안으로 실행할 수 있다.

지불 방식을 바꿔 구매 비용을 낮추는 대표적 방식은 렌털 서비스다. 외환 위기 시절 값비싼 정수기를 대여 사업으로 바꿔 대박을 낸 코웨이 정수기 사례가 이에 해당한다. 최근 좁은 거주 공간과 환경보호 가치, 소유보다 경험을 중시하는 문화 등으로 구독 경제가 보편화하는 중이다. 또 필요한 기간만큼 돈을 내고 사용하고, 여러 명이 공유해 사용하는 공유경제 활동도 빈번해지고 있다. 이러한 소비자 심리를 충족시키는 기업은 경기 침체에도 성장 동력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소비자가 지불하는 비용을 줄이는 또 하나의 전략은 유통 단계를 줄이는 것이다. 서울대 재학생 강재윤 대표가 친구들과 창업해 빠르게 성장한 올웨이즈 같은 플랫폼이 이에 해당한다. 올웨이즈는 ‘최저가도 비싸다고 느껴질 때, 함께 모여 만드는 세상에 없던 가격’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운다. 사전에 지정된 규모만큼 사람이 모여야 구매할 수 있는 공동 구매와 생산자와 소비자 간 직거래를 연결해주는 것이 올웨이즈의 비즈니스 모델이다. 판매 수수료도 3.5%로 다른 플랫폼보다 저렴한 수준으로 6 앱 출시 1년 만인 지난해 9월 이용자 수 250만 명, 누적 거래액 450억 원을 돌파했다. 7

소비자의 혜택을 늘리는 데는 심리적 혜택도 포함된다. 불황기에 소비자가 느끼는 심리적 불안감을 낮춰주거나 가라앉은 기분이 좋아지도록 즐거움을 선사하는 기업도 사랑받는다. 불황기에 스몰 럭셔리라고 부르는 작은 사치품이 인기가 많아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복고 마케팅도 소비자의 심리적 불안감을 낮춰주는 역할을 한다. 과거 어느 시점에 유행했거나 사용했던 제품이나 브랜드를 대할 때 소비자는 안전하다고 느낀다. 소비자행동학 문헌에서 이는 ‘노스탤지어 마케팅’이라는 용어로 연구돼왔다. 소비자의 향수를 자극하고 과거 행복했던 기억을 상기시킨다는 의미에서다. 대기업과 글로벌 기업은 과거 성공 전략을 위험 부담 없이 복제해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복고 마케팅을 선호한다. 신규 브랜드나 제품을 출시하는 것은 경기 침체기에 특히 리스크가 크기 때문이다.

불황에도 승리하는 제품을 만들려면 시대와 시장을 관통하는 소비자의 욕망을 읽어야 한다. 소비자의 삶 속에서 낭비되는 것을 없애고 불편한 절차를 생략하도록 도와주는 제품을 만드는 기업은 경기가 나쁘더라도 성장해나간다. 소비자의 불안을 덜고 안심을 주는 기업은 경기 침체기에도 선택을 받는다. 소비자 삶의 부정적 요소를 없애는 것으로 승리하는 기업이 있는 한편 업의 특성상 소비자가 열망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해야 승리할 수 있는 기업도 있다.

시대를 관통하는 소비자 욕구 찾아라

아무리 경기 침체기라고 하더라도 소비자는 자신이 의미 있게 여기는 것, 삶에 작은 재미와 기쁨을 선사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다. 나 자신을 표현하는 상징적 제품을 지속적으로 구매한다. 나의 정체성과 취향을 드러내는 제품 앞에서 소비자는 어떻게든 사야 할 이유를 찾는다.

언제 밖으로 나갈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터널 속에서 ‘가늘고 길게 버티자’는 수동적 전략만을 택할 순 없다. 외부의 경제 상황을 탓하기 전에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우리 소비자의 페인포인트와 열망 포인트는 무엇인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불편과 불안, 낭비 요인이 있는가, 있다면 무엇인가. 우리 브랜드와 제품만이 가진 특장점은 무엇이고 이것을 활용해볼 새로운 기회가 어디에 있는가. 혁신적이거나 영리하게 소비자 욕구에 대응할 수 있다면 불황에 지지 않을 수 있다.

송수진 고려대 글로벌비즈니스대학 교수 songsj@korea.ac.kr
필자는 소비행동학자로 주 연구 분야는 브랜드와 소비문화이론, 윤리적 소비이다. 마케팅과학연구 최우수논문상, 사회적가치연구원 최종우수상, 소비문화연구 우수논문상, 석탑강의상 등을 수상했고 Psychology & Marketing, Journal of Advertising, Journal of Business Research 등 국제 저명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했다. 최근에는 학계에서의 발견을 산업 현장과 나누기 위해 여러 기업의 자문과 특강, 기고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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